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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잡영 - 퇴계, 도산서당에서 시를 읊다
이황 지음, 이장우.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11월
평점 :
[도산잡영]을 보는 순간 이 책을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보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부터했다. 그건 아마도 퇴계 이황이라는 대학자의 명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책을 손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자는 생각도 잠재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때 얼마나 기뻤겠는가! 책을 받은 순간부터 출근해서 틈틈이,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서 잠깐씩이라도 펼쳐서 읽었다. 한학에 입문하고 중국 학자들의 글들을 보아오면서 늘 우리 나라 유학자들의 글들을 섭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을 어릴때 배우면서 참 어려운 한자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도산잡영]도 그랬다. 워낙 학문의 경지가 높은 분들의 글이라서 그런지 선별해서 쓰는 글자의 격이 달랐다. 이제 겨우 5000자 정도의 한자를 아는 내 실력이 아직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좀 아는 줄 알았는데 겨우 걸음마 수준이라는 깨달음으로 가슴을 쳐야하는 책이기도 했다. 어느날인가 문득 새벽에 잠이 깨어서 [도산잡영]을 펼쳐서 읽었다. 한 수 한 수의 시구가 마음에 쏙 와 닿았다. 퇴계 이황이라는 사람의 인물됨이 어떤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는 어떤지가 잔잔하게 느껴지는 시들이었다. 내 능력으로는 시만 읽어서는 다 느낄수 없었지만 친절하게도 이장우 장세후 두분의 세세한 풀이글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정말 품격이 높은 한시를 지으려면 음풍농월만 해서는 안되고 중국의 역사도 잘 알아야 하고 우리나라의 역사도 잘 알아야 한다던 말이 생각 난다. 겉으로 보이는 문장을 읽었다고 시를 다 읽은 것이 아니다. 선택된 단어들이 내포하고 있는 참뜻을 다 헤아려야 바로 이해하고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사서오경도 다 보지 못한 나같은 초보자들은 한시를, 특히나 퇴계 이황같은 대 학자의 시를 해석 없이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처음엔 한문 원문부터 읽었다. 그런데 도저히 해석할 수가 없었다. 번역된 문장을 읽으면서도 큰 감흥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해석문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치게하면서 눈이 밝아옴을 느꼈다. 그러니 최근에 논어읽기를 세번째끝내고 다음달 부터는 주역을 공부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학의 입문에 한참 못미침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산잡영]은 그냥 한번 훅 읽고 넘어갈 책이 아니었다. 뜻을 음미하며 천천히 되새겨가며 여러번 읽어야 할 책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아직 많이 어려운 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