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원리, 물리 : 고전물리편 세상 모든 것의 원리, 물리 1
김영태 지음 / 다른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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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학을 발명의 어머니라고 한단다.

1600년 뉴턴의 반사망원경부터 GPS,LED까지 무수한 발명품들이 물리학과 관련된 것들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이 책에서는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물리를 호기심을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펼쳐주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알고 싶어했고, 왜 그것을 필요로 했을까?

 "위 질문의 해답을 찾아낸 이는 누구였을까? 그 과정은 어땠을까?"

 "당시 시대 상황은 여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늘날 실 생활에서 우리는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있을까?  .....   P8

 

 이 책은 위의 4가지 물음에 대해서 착실하게 답하는 방식을 택했다.

들어가는 말에서 물리학이 과학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라 사물의 이치나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의 한 분야이며,

사물이란 아주 미세한 원자에서부터 온 우주까지 포함한다며 세상의 모든 것들의 원리에 호기심을 가지라고 부추기고,

물리를 배우면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꼬드긴다. 

꼭 물리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가까운 곳에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부터 완전 이 책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중학교때 배운 물상의 기초 지식 밖에 없던 나는 정말 재미있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분명 과학을 얘기하고 있는데 철학이 나오니 더 흥미로왔다.

서양과학의 뿌리가 그리스문명이고 그리스인들의 논리적 사고방식이 과학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니 말이다.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세상에 꼭 필요한 뭔가를 발견해내고 발명해 낸다는 것도.

그리고 종교가 특히 기독교가 과학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도 알았다.

1500년 가량을 발전없이 정체시켰으니 말이다.

어떤 원리를 찾아낸 과학자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그런 원리를 찾아낼 수 있었는지 과정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그 원리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면서  생활 속에 있는 현상들을 예로 제시하니 정말 쉽게 이해가 되었다.

내가 잘 못 알고 있던 상식도 바로잡아 주었다.

우리나라가 여름일때 지구는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단다.

지구의 자전 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어서 계절의 변화가 생긴다는 것도 다시 알았다.

예전에 분명 배웠겠지만 다 잊어버렸던 지식이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던 아르키메데스, 갈릴레이, 뉴턴,케플러등의 일화 외에 가장 획기적인 내용은

뭐니뭐니 해도 피뢰침을 발명한 벤자민 플랭클린 미국 대통령이었다.

아들과 함께 비오는 날 연날리기 실험을 했다는 것도 놀라웠고 피뢰침을 생각해 낸 것도 놀라웠다.

아마도 플랭클린 대통령은 어린시절 연을 날리다가 번개맞은 연을 통해 미리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통계학이 물리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알았다. 통계학은 대학다닐때 내가 엄청 싫어했던  과목이었다.

 

이 책이 물리를 참 재미있게 안내해 줘서 과학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신나게 읽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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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룸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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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글을 읽는 순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문구는  [세속적 성공을 추구하는 공부가 아닌 오직 자신의 흥미를 추구하는 공부가 어떻게 일상을 바꾸는지를 이야기하고,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인문학 공부의 ‘수단화’, ‘실용화’를 경계하며 그에 구애받지 않는 앎의 힘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였다.

이책을 선택한 이유가 공부하는 기술을 전수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독학은 특정한 스승은 두지 않고 최고 수준의 책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대하는 자세라던가 讀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의 생각이 나의 독서생활과 참 많이 닮아 있어서 기뻤다. 난 주로 책을 사서 보는 사람이다. 도서관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은 저자의 말대로 절판되었거나 소장가치가 없는 책이다. 그리고 내용을 잘 모르는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마음에 들면 산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적어도 한번이상 읽은 책들이고 어떤 책은 대여섯번씩 읽은 책들도 꽤 있다. 여러번 읽게 되는 책은 철학서적이나 역사서적일 때가 많다. 특히 동양철학은 요즘 들어 정말 자주보고 있다. 대학을 보다보면 논어나 소학에도 나온 글귀가 있다. 그러면 논어와 소학을 다시 펼쳐보고, 중용을 보다가 맹자나 시경을 펼치기도 한다.  소설을 보다가도 작품 속에 나온 철학자나 인용된 역사적 사실이 있으면 꼭 다시 펼치게 된다.  그러니 철학책이나 역사책은 꼭 사서 본다.

그리고 저자는 어려운 책이라고 무턱대고 겁먹지 말라고 한다. 처음부터 정독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되고 마음가는 곳부터 읽어도 되고 꼭 다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나는 어려운 책이라도 꼭 정독하는 부류다. 쉬운책은 기간을 짧게 두고 한두시간만에 빨리 읽어내고 어려운 책은 조금씩 느리게 본다. 한번 손에 든 책을 꼭 읽어내고 마는 성격이다. 이런 독서 습관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독하다보니 나도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성서를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저자의 말처럼 성서를 읽고 기독교에 입문하라는 것이 아니라 서양문화, 철학, 역사 등을 이해하려면 성서를 모르고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나도 늘 다른사람에게 성서와 그리스 로마 신화를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서양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어를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한 장에 참 공감이 갔다. 우선 모국어를 충분히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다는 것과 외국어는 익숙해 지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어떤 언어든 풍부한 문화적 지식이 전제가 되어 있는 것과 감성과 관련된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도 크게 공감이 되는 것이었다.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저자의 독서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 참 반갑고 ,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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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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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탄생]을 읽어야 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김만중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김만중 문학상 수상작중에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도 읽었다.

그때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작품이었다.

 이 책의 소재는 교산 허균과 연암 박지원이다. 이 두  인물을 어떻게 엮어낼까 참 궁금했다. 

소설속 이야기는 끝까지 교산 허균이 홍길동의 자취를 찾아가는 기행과 연암이 교산기행이라는 책을 찾아가는 기행으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한 소설에 두 이야기가 공존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연암과 친분이 있는 책쾌 조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조금 실망했다.

 작가는 나름대로 교산이란 인물의 행적과 연암이 교산의 기행문을 찾는 여행을 통해 뭔가 교집합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난 끝까지 서로 따로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산이 홍길동의 행적을 따라갔던 여행으로 [홍길동]전이 탄생한 것은 충분이 공감이 간다.

그런데 연암이 교산기행이라는 책을 찾아다닌 여행에서 [허생전]을 탄생시켰다는 것은 억지로 갖다붙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교산은 워낙 조선 천지간의 괴물이라는 별호가 붙을 정도로 꺼리낌없이 행동한 인물이니 이 책에서 처럼 홍길동의 행적을 따라 전국을 누볐을 법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대로 잘 그려나갔다.

그런데 연암은 성격이 호방하고 신분에 구애받지않고 친분을 쌓은 면에서는 교산과 비슷하지만 어쩐지 이 작품에서는 연암이 너무 진지하게 그려져서 열하일기에서의 호방함이나 양반전과 호질 등에서 보이는 유머러스함은 전혀 느껴지지않아 아쉬웠다.

그리고  연암은 교산같이 통이 큰 인물이 아니라 겁이 많았다.

그런 연암이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를 따라 여행을 하는 모험을 하면서 결국 찾고자 했던 책도 찾지 못하고 살인사건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내는 것도 아쉬웠다.  

마지막에 가서 허균의 홍길동전 집필에 장자의 호접몽을 갖다붙인 것도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확 떨어뜨려서 맥이 풀렸다.

작가는 허균이  홍길동전을 집필해야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그 부분이 없는 것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작가는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하고 자료도 많이 찾아봤을 것이다.

그런데 손곡 선생의 시론을 푼 대목에서 "시대를 아파하고 시속을 분개하는 것이 아니면 시라고 할 수 없다." 다산의 시론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손곡 선생의 시론과 다산의 시론이 같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렸다.


작가가 공들여 써놓은 글에 세설이 길었다. 나보고 이런 소설을 쓰라고 한다면 당연히 쓰지 못한다. 그렇지만 기대한 책이라 많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p265 아래에서 둘째줄, 266 아래에서 10째줄에오타 허균이라고 해야하는데 연암이라함.

초판이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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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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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들이 열광하는 작가는 누구일까? 세대가 많이 다르니 좋아하는 작가도 참 많이 다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열광하는 작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김연수, 박민수, 정유정, 김애란 정도가 세대를 초월해서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고, 외국 작가라면 더글라스 케네디나 알랭드 보통 정도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가라 짐작한다. 여기서 일본작가는 빼고 얘기했다. 잘 나가는 일본 작가들은 엄격히 따지면 요즘 세대라기보다 우리 세대의 작가들이어서 말이다. 무라카미, 히가시노, 미미여사, 오꾸다 히데오. 등등...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무렵에는 TV가 없는 집도 꽤 있었다. 시골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 많았고, 도시에도 TV가 있는 집이 드물었다. 살림살이가 궁색하지 않았던 우리집에도 TV를 설치한 게 70년대 초였다. 그러니 TV를 보려고 만화방이나 동네 TV있는 집에 돈을 내고 가기도 했다. 그런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지적 흥미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돌파구는 책이었다. 지금은 책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그때는 책도 귀했다. 8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난 나는 다행히 언니, 오빠들이 보던 책이 많았다. 특히 큰오빠가 보는 책들은 꽤 괜찮았다. 책을 좋아했던 나는 언니가 읽던 시집이나 오빠가 보던 철학 서적까지 손에 닿는 대로 읽었다. 중학생 이던 내가 이해 못하는 책도 꽤 있었다. 특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같은 책들은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책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뜻을 이해하려고 읽었다기보다 이 책을 다 읽어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기 위해서 눈으로 훑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어려운 책들을 눈으로 훑은 것이 약이 된 것일까?

 헤세를 만났을 때 헤세의 책들은 너무 재미있었다. 수레바퀴아래서, 지와 사랑, 유리알 유희, 데미안... 같은 책들이 술술 읽혔다. 당시에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히트를 치고 있어서 한때 꼭 독일로 유학을 하리라 다짐했을 정도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헤세라는 사람의 생각들을 내가 왜 사랑했는지 바로 알아 차렸다. 그는 자신의 지적 우월을 자랑하지 않았고 다른 작가의 작품을 폄하하지도 않았다. 젊은 작가에게는 따뜻한 시선으로 조언이 될 말들을 해 주었고 기존 작가의 책들은 성심을 다해 서평해 주었다.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은 헤세가 출판사의 의뢰로 책에 대한 평을 써 준 것들을 엮어서 내 놓은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원고료를 받고 써 주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래서 일까? 서평이 참 긍정적이었다.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헤세는 절대 돈 때문에 자신의 양심을 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줄을 알기에 더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이나 작가들은 대부분 세계문학전집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모르는 작가도 있었다. 확실히 내가 아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내가 느꼈던 것들과 비교하며 “어?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하면서 환호하기도 하고 “그런 깊은 사상을 담은 책은 아닌 것 같았는데”하면서 실망하기도 했다.

 아무튼 동서양을 넘나들며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사상에 대해서 엄청난 독서를 한 헤세가 정말 존경스러웠다.

 동양사상을 처음 접한 헤세가 낯설어하면서도 관심을 가지는 모습에서는 사고가 유연한 학자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고 호기심에 가득 찬 학생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금 내 나이가 헤세가 서평을 쓰던 때와 비슷하다. 그러니 인생을 보는 느낌이랑 책에서 취하는 것들이 비슷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한 주 이 책이 날 참 행복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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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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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를 입학하기도 전부터 였던 것 같다. 그 시절엔 책이 귀했다. 위로 형제가 많았던 나에게는 언니 오빠의 교과서가 처음 대해 본 책이었다. 언니가 읽어 주었던 옛 이야기나 이솝우화는 아직도 기억할 정도이다. 집에는 책이 귀했다. 아버지가 보시던 사서 삼경은 대부분 서궤에 담겨 자물쇠가 채워져 있거나 높은 시렁위에 얹혀 있었다. 우리가 범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니 나만의 책이 생겼다. 그러니 그 책이 얼마나 소중했겠는가. 내가 한글을 깨치고 입학을 했는지, 모르고 입학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책을 마르고 닳도록 봤던 기억은 난다. 이야기를 좋아했던 나는 국어책과 바른생활 책을 특히 좋아했고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일까? 점점 공부가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고전읽기라는 책을 거의 강매하다시피했다. 그때 나가 가지게 된 책은 우리나라 옛이야기와 프랑스의 옛이야기 책이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푸른수염이야기를 그 책을 통해서 읽었다. 아주 책 표지가 너덜너덜할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그 시절 읽던 책은 지금 남아있지 않다. 아버지에게 천자문을 배울때 썼던 책도 남아있지 않다. 그후로 나는 독서광으로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집에 책이 없으니 도서관을 이용할 수 밖에. 학교도서관책은 사실 책을 많이 읽는 다는 걸 은근히 자랑하려고 읽었다. 아무튼 책과는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서나 그림책 위주로 보다가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면서 점점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집안에는 책이 쌓여갔다. 지금 우리집에 있는 책은 대략 4천에서 5천권 쯤 된다.


[서재에 살다]를 읽어면서 내가 절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에 미친 사람은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소장하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꼭 사고 본다. 사실 장르늘 가리지 않고 책을 본다. 굳이 따진다면 판타지나 로맨스같은 소설들은 사절이다. 그리고 내가 소장한 책을 누가 빌려가서 주지 않으면 그 사람과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내 책이 소중한 만큼 빌려읽는 책은 깨끗이 보고 꼭 돌려주려고 애쓴다. 그리고 일단 읽고 난 후에 정말 괜찮은 책은 꼭 구입해서 소장한다.

[서재에 살다]에 소개된 조선 후기의 여러 서재의 주인들이 자신의 서재에 특히 공을 들이고 편액을 달고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있기에 그들의 서재에서 힌트를 얻고 싶은 마음 또한 절실하다.


[서재에 살다]에 소개된 서재 중에 내 마음과 가장 닿아 있는 서재는 서형수의 필유당이었다. "吾子孫必有好學者"라는 말에서 서재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이 서재에서 공부한 내 자손 중에 학문을 사랑하는 아이가 나와서 나라의 동량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넣은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묻기를 왜 공부를 하냐고 하면 내가 자주 하는 대답이 있다. "아이들에게 고스톱 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 것 같아서"라고.

[서재에 살다]에 소개된 서재는 조선 후기의 북학을 주도했거나 북학에 빠졌던 인물들의 서재들이다. 책에도 소개 되었지만 정조임금의 위대함을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떤 인물이 통치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조선 초에 세종대왕이 집현전을 통해서 인재를 키우고 학문과 출판을 장려하고 주도했다. 그리고 조선후기에는 정조대왕이 규장각을 통해서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인재를 등용하고 학문과 출판을 주도했다. 그래서 북학이 꽃핖 수 있었다.

그리고 북학을 주도했던 인물중엔 부유한 경화세족도 있었지만 끼니를 걱정하며 평생을 살아야 했던 서얼출신의 학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들의 서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억지로 꾸미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에 맞는 운치와 여유와 철학을 담아 서재의 편액을 걸었던 것이다. 서재의 편액만 봐도 주인의 인품을 느낄 수 있다.

정말 멋진 삶이다. 꼭 내가본받고 싶은.


 나는 늘 "좀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서재를 꾸며야지" 하고 맘먹는다. 나의 철학을 담은 기품있는 편액을 붙인 진짜 서재 말이다.  지금은 거실이 서재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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