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모티브와 소품 -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코바늘뜨기
애플민트 지음, 구연경 옮김, 조수연 감수 / 참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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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순간 정말 행복했다. [플라워 모티브와 소품] 을 보자 꽃을 보는 것보다 더 기뻤다.

사실 나는 뜨개질에서 손을 놓은지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품과 모티브가 예뻐서 이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다시 뜨개질하고 싶다는 마음이 충만하게 차올랐다.

난 뜨개질을 잘한다. 아이들 어릴때는 모자, 조끼, 망또, 장갑, 머플러 등을 손수 뜨개질해서 입혔다. 대바늘뜨기로도 하고 코바늘 뜨기로도 했다.

특히 레이스 코바늘 뜨기로 만든 컵 받침이나 테이블 보는 지금도 쓰고 있다. [플라워 모티브와 소품]은 레이스 뜨기는 아니다. 모사로 뜨는 모티브들이다.

그러면 어떠랴! 재료가 뭐든 상관없다. 아크릴사라도 괜찮다. 모티브가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45개의 모티브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같이 꽃처럼, 아니 꽃보다 더 예쁘다.

34쪽부터75쪽까지는 사용한 뜨개 바늘의 종류, 실의 재질, 뜨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도안까지 포함해서.

뜨개질 고수들은 모티브 사진만 봐도 다 뜰 수 있지만 초보를 위해 매우 상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76쪽에서끝까지는 코바늘 뜨기의 기초와 도안 보는 법이 나온다.

책 구성이 정말 친절하다.

책을 끝까지 훑어보며 가슴이 아려왔다. 나는 다시 뜨개질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손이 많이 아프다. 손가락에 방아쇠 증후군이라는 병이 왔다. 벌써 세번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다시 통증이 심해지고 손가락 마비가 오면 수술해야 한다고 병원에서 말했다. 손으로 하는 일을 대폭 줄이고 많이 쉬어주라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부로 사는 한 그러기는 참 힘들다. 남편이 많은 가사노동을 담당해 주고, 세탁기, 건조기,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까지 나를 도와 주는 물건들이 가득하지만 내 손만한 건 하나도 없다. 아이들이 다 어른이 되고 내 손에서 벗어나니 일 이 확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더욱 기계보다 손이 앞서게 된다. 설거지할 그릇이 몇개 나오지 않고, 빨래할 옷도 많지 않아서 손으로 후딱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플라워 모티브와 소품]을 보는 순간 내마음이 기뻐 뛰놀았다.

"다시 뜨개질 하고 싶어!"

어떻게 이렇게 예쁜 모티브를 보고 뜨개질을 안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일 당장 진시장으로 달려가서 실을 사오련다.

아차! 실만 사오면 뭐하나!

손이 아프고 난 뒤, 뜨개질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위해 뜨개질 바구니 전부와 남아있던 실, 온갖 종류의 코바늘과 모든 사이즈의 대바늘을 몽땅 뜨개질하는 후배에게 넘겨버렸다. 다시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할 수없이 이 책도 후배에게 넘겨야 할 것만 같다.

[플라워 모티브와 소품]을 보면서 오랜만에 추억에 흠뻑 빠져서 즐거웠다.

뜨개질 마니아들은 이 책을 보는 순간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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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도넛문고 3
민경혜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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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제목은 왜 커넥트일까? 표지 그림의 한복 입은 소녀는 누구와 이어지는 것일까?

책이 내 손에 들어온 순간 떠오른 질문이었다. 사실 제목보다 그림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고 해야 맞다. 현실의 소녀와 그림 속 단발머리 소녀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

책의 내용을 조금 들여다보자.

주인공 단아가 꾸는 꿈은 특별하다. 단아는 위기의 순간에 놓인 이들의 꿈을 꾼다. 나는 그들이 단아의 꿈속에 찾아와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거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단아가 꿈 얘기를 하면 어른들은 믿어주지 않는다. 그 꿈이 현실이 되면 신들린 아이취급하고 이상하게 보는 것이다. 단아가 왜 그런 꿈을 꾸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아의 꿈은 현실에 벌어지는 일이고 그 일이 해결되어야 단아는 잠을 잘 수 있다. 단아가 꾸어준 꿈이 인연이 되어 아버지의 폭행에서 해방된 재하가 단아를 이해하고 도와준다.

내 주위에 예지몽을 잘 꾸는 선배가 있다. 선배의 꿈에 나타나는 일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선배는 늘 가족들이 선택의 기로에 있을때 좋은 꿈을 꾸어준다고 얘기했다. 꿈에서 예지 된 일이 좋은 일이면 그대로 따르고 나쁜 일이면 그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한다는 거였다. 꿈은 선배와 이어진 가족 구성원이거나 혈연에 한정 되어있었다. 선배가 좋은 꿈을 꾸어 주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의 사업도 번창하고 아이들도 잘 자랐다. 물론 가족 중에서도 선배의 꿈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선배가 그냥 말하면 듣지 않아서 꿈을 핑계로 조언하는 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선배의 꿈은 특별하다고 하면 신이 계시한 것 같은 착각이 드니까. ㅋㅋ

선배는 자기의 남다른 촉각을 십분 발휘해서 예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다.

그 선배의 특별한 어린시절을 보면 매우 외로웠다고 한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부모님은 사업이 잘 되는 만큼 자식들에게 들이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선배는 혼자일때가 많았고, 부모의 사랑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니 어린 선배는 생존에 필요한 특별한 촉각을 발달시켰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커넥트] 속 단아도 제대로 사랑 받지 못했고, 상처 받은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도 구원 받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해석은 나의 주관적인 것이지만.

무엇이든 결핍을 통해서 발전하는 것 같다. 그렇다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절대 결핍하면 안 되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다.

단아도 부모의 사랑이 충분했으면 꿈에 시달리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단아가 상처 받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꿈으로 알게 되어서 그들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커넥트]는 재미있고 내용도 좋았다. 중편 정도의 분량이라 단번에 읽을 수 있었다. 상처를 가진 청소년들이 많이 읽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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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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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글에서 [이도다완]이라는 글자를 보고 무척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도다완은 일본으로 잡혀간 우리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에 붙은 이름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새롭게 진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조상들이 밥그릇, 국그릇으로 쓰다가 이가 나가거나 금이 가면 개밥그릇으로 막 던져주었던 흔하디흔한 조선의 막사발에 붙은 이름이었다는 것을.

[제왕의 잔]은 소설이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부터 국뽕이 차오르는 이야기인 줄알고 국뽕에 마취될 준비를 단단히 했다. 사실 생각보다는 국뽕이 차오르는 소설은 아니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같은 김진명류 소설은 아니라는 소리다. 솔직히 국뽕보다 우리 역사의 위정자들에게 많이 실망하고 민초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조선은 농사를 천하지 대본이라고 하며 중시했지만 상공업을 천시했다. 상공업을 천시한 정책은 소중한 문화유산이 제대로 전해지지도 못하고 보전되지도 않는 결과를 낳았다.

조선의 막사발을 [이도다완]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보물로 지정한 일본과 정말 대조적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기술이 전수되는 것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발전시켰다.

일본이 임진 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하는 이유가 이 소설에 잘 설명되어 있다.

고려청자보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함과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달 항아리 조선백자는 선비 정신의 頂點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막사발은 어떤가? 차를 따르면 그 투박함이 신비로운 기물이 되고, 햇살이 비치면 그 깊이가 우물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러움과 조용함이 오롯이 담기는 그릇 -p268

조선의 막사발을 井戶茶碗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모양 그대로이다. 우물 모양의 차 그릇.

유럽 왕실의 찻잔 같은 화려하고 날렵함은 없지만 은은하고 우아하며 경박하지 않다. 한마디로 믿음이 간다. 커피나 홍차보다는 숭늉을 담아야 더 어울릴 것 같이 느껴진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조강지처의 기품이 있다.

그러니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가지고 싶을 수밖에!

[제왕의 잔]은 도경과 연주의 로맨스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가 큰 줄기로 진행된다. 하지만 나는 두 남녀의 사랑보다 도자기와 임진왜란이 훨씬 더 큰 관심사였다. 일본이 도자기를 차지하기 위해서 일으킨 전쟁이 소재이고 주인공인 도경이 도공이니 도경은 일본으로 끌려갈 것이고 거기서 이도다완을 완성하는 도공의 우두머리가 될 것이라고 짐작하며 읽었다. 하지만 끝이 내 예상대로 마무리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재미있게 잘 읽었다. 재미있는 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그러니 크게 여운이 남지는 않았다.

다만 작가의 꼼꼼한 역사 공부와 취재는 정말 칭찬하고 싶다. 한문공부까지!

몇 년 전 내가 속한 책 읽기 모임에서 임진왜란을 공부하면서 왜성에 관한 공부와 답사를 했다. 그렇게 공부했던 것들이 이 소설을 읽을 땐 빛을 발휘했다. 왜성과 지명 이해가 쏙쏙 되면서 책 초반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부산에서 자라고 살고 있는 나로서는 부산이 주 무대인 소설이 이해되지 않고 지명이나 말이 겉돌았다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제왕의 잔]을 역사 동아리 도반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우리가 답사했던 왜성이 이 소설에 나와요"라고 외치며

이 소설은 곧 드라마로 나올 것이다.

나는 TV를 보지 않지만 아마도 본방 사수하며 애착을 가지고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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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스토리잉크 2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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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멧:계절이 지나간 자리]를 여러번 읽었다. 처음엔 그림이 주는 이미지를 느껴보았고, 두번째는 책이 전하고 싶어하는 메세지를 읽으려고 노력하였다. 세번째는 내가 읽어 낸 주제가 작가가 전하려고 한 내용이 맞는 지 찬찬히 따지며 보았다. 그리고 거실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딸아이가 [메멧]을 읽어 보았나 보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플로리다 프로잭트]라는 영화 알죠? 그 영화가 생각났어요. 사실 그림책이 주는 이미지가 플로리다 프로잭트 같았어요."

내가 느낀 것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내용도 [플로리다 프로젝트]보다 훨씬 가볍다. 그림책이다보니 부드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색연필로 스케치한 그림이 담아 내는 이미지는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뭔가 어두웠다.

물론 [메멧]그림책 속의 로망은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만큼은 아니지만 거친 아이다. 캠핑장에 휴가 온 아이가 아니라 캠핑장에서 사는 아이 같았다. 강아지가 마구 파헤쳐서 뿌리가 뽑혀버린 꽃을 화병에 꽂아서 엄마를 기쁘게해 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로망은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로망이 엄마를 챙긴다. 그러다보니 관계 맺기에 아주 서툴다. 본의 아니게 캠핑장에 온 다른아이를 괴롭히고 상처입힌다.

캠핑장이 어떤 아이에게는 즐거운 추억의 장소이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터전이다. 추억을 쌓기보다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야만 하는 일터다. 캠핑장에 놀러온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다고 해도 곧 헤어져야하니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루시와 잘 지내고 싶은데 괴롭힌게 되고, 루시의 아픔을 알고는 자신에게는 매우 소중한 것을 루시를 위해서 내어놓는 로망의 마음이 가슴 뭉클했다.

[메멧: 계절이 지나간 자리]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더 깊게 감동할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이 더해졌다. 이 그림책이 2021년 볼로냐 라기치 미들그레이드 코믹부문 대상작이라고 한다.

출판사 서평과 내 느낌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내가 느낀 그대로도 괜찮았다. 물론 출판사 서평이 좋아서 이 책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메멧:계절이 지나간 자리]는 청소년들이 함께 읽고 토론 수업을 해도 참 좋을 것 같다. 주위의 초등 고학년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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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 기술 -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고전으로 오늘 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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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라는 작가의 이름 하나만 보고 집어든 책이다. [빚 갚는 기술]이라니! 어지간히 빚이 많았다는 발자크는 빚 갚는 기술에 대해서 통렬히 연구했을 것이다. 책까지 쓸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겠나!

발자크에게는 남다르고 특별한 빚 갚은 기술이 있다는 말인가? 정말 내용이 궁금했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빚이 참으로 큰 인생의 화두였나보다.

책에서는 삼촌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어떻게 빚을 갚지 않고도 빚진 인생을 잘 살아 낼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실실 웃게 된다. 어떻게든 빚쟁이를 피하려는 노력이 가상하고 우아하게 외상하는 모습이 나름 괜찮다. 발자크는 역시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다. 2000년대에 태어났더라면 탁월한 파워 블로그나 유투버가 되어 빚지지 않고 오히려 백만장자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자신이 다니는 식당에서 시선을 끌 정도로 맞있게 음식을 먹어주어 손님을 끌어들이고 지배인이 감사한 마음으로 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한다거나 지인들을 소개해서 많이 이용하게 만들어주니 굳이 돈을 받으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내용이 그랬다. 지금의 파워 블로그나 유투버 역할을 그 시대에 했던 것이다.

오로지 책과 글로만 생계를 이어갔던 그는 명성은 물론 언변과 사교성도 좋았던 모양이다. 처음엔 신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평생을 빚을 지면서 살수 있지 않았을까? 빚을 갚지 않는 사람에게 계속 돈을 빌려 주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책의 제목이 [빚 갚는 기술]이라는 게 오히려 아이러니였다. [돈 떼먹는 기술]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았다.

과연 이 글을 소설이라고 해도 될까? 소설이 아니라 빚에 대한 솔직한 고백. 또는 빚, 즉 부채 해석과 다양한 채권자 따돌리는 방법 및 새로운 빚을 얻는 법에 대한 경제학적 소견이라고 정의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책을 끝내버리면 너무나 파렴치한 글이라고 생각 되었을까? 작가는 어떻게 빚을 졌든 간에 일단 빚들은 타인과 연관된 약속인지라, 거기에 존중이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p150고 나는 생각한다고 결론 짓고 있다.

작년에 나의 절친한 벗이 죽었다. 그 친구는 정말 활달하고 사교성도 좋았다. 처음에 본인이 하던 개인 사업을 잘 되어 매장을 여러개 확장했다. 물론 은행 대출을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곧 imf가 왔고 온 나라가 어렵게 되었다. 대출이자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친구는 용케도 잘 이겨 냈다. 그런데 다시 세계 금융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엄청 친구를 힘들게 했던 모양이다. 몸에 암이 찾아왔고,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 뒤부터 여러 친구들에게 빚을 얻어 쓴 모양이었다. 나에게도 돈을 꾸어 달라는 부탁을 하곤 했지만 친구가 바라는 정도의 현금이 없던 나는 빌려 줄 수가 없었다. 솔직히 친구가 하늘나라에 가고 나서 내가 제일 후회한 일이 친구가 손을 내밀었을 때 잡아 주지 못한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도와 줄 걸. 남편이 빌려 주려면 받을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주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 결혼식과 아파트 입주 잔금을 치러야 했던 나는 과감히 빌려 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다. 내가 빌려 주었으면 친구가 죽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위안을 얻고 가지 않았을까? 친구에게 엄청나게 큰 빚을 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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