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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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칭 타칭 독서광이라면서. 벌써 출간 된지 8년이 지났는데 말이다.

며칠전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드라마를 발견했어. 오늘밤에 같이 보자."

어떤 이야기인지 물었더니 독일인 천재 소년이 나치에 이용당하고, 어떤 신비한 힘을 가진 보석과 관계된 프랑스 장님 소녀가 전쟁에 휘말리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했다. 제목이 [우리가 볼수 없는 모든 빛]인데 전개가 약간 몽환적이라고 말했다.

나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는 말에 책을 먼저 읽기로 결정했다.

바로 검색엔진을 돌렸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은 벌써 출간한지 꽤 지나있었다. 바로 중고 서점을 뒤졌고, 부산에는 옆동네 알라딘 중고 서점에만 있었다. 누가 가로채 갈까봐 조바심이 났다. 토요일 특강 수업을 끝내자 마자 서점으로 달려갔다. 책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데,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기분이었다. 정말 행복했다.

일하는 틈틈이 읽었다. 하지만 이번 주까지 보내야하는 글이 있어서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월요일, 화요일 이틀간 글을 퇴고하고 다시 책에 집중했다. 수요일 밤에 1권을 다 읽었다.

아직 소년과 소녀가 만나지는 못했고, 어떻게 연결될지 라디오라는 연결 고리만 찾았다. 이 이야기가 어느만큼이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잘 모르지만, 어느정도는 사실에 기반했을 것이다.

주인공 베르너 남매는 고아다. 알자스의 탄광촌에서 자라던 베르너는 독학으로 라디오를 조립하고 고치는 기술을 습득한다. 수학에도 천재성을 발휘하는 그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본 관리가 그를 국립 정치 교육원에 추천한다. 시험에 통과한 베르너는 그 곳에 당당히 입학하게 된다. 베르너가 다닌 영재 사관 학교의 실상이 이랬다면 당시 독일은 자국민에게 조차 너무나 끔찍한 짓을 벌인 것이다. 어른도 아닌 아이에게 말이다.

반면 프랑스 맹인 소녀 마리로르는 6살에 실명된 딸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아빠가 있다. 자물쇠 장인인 아버지는 딸을 위해 마을 전체를 모형으로 만들어 아이가 스스로 산책할 수 있게 안내하고, 점자책을 익히게 해준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독일의 침략으로 프랑스 전체는 전장이 된다. 전쟁이 불러일으키는 소용돌이가 마리로르의 일상에 휘몰아친다.

불가사이한 힘을 가진 보석은 소설의 재미를 위한 장치인 것 같다. 물론 보석의 행방을 쫒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석에 관한 것 뿐아니라 1권에서는 아직 진짜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엄청난 일이 일어나서 두 아이를 힘들게 할것만 같은 불안함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을 쓴 작가 앤서니 도어의 문장력이 정말 대단하다. 서사를 이끄는 힘이나 소설의 내용도 매우 좋지만 한문장 한문장 표현해 내는 능력이 시인 같다.

-창문 세개를 통해 새벽이 소중한 금빛 광선을 한다발 보낸다-p210

-새벽이 도시를 가로질러 흘러들어 오기 전에, 그들은 잠이 든다.-276

작가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주제에 잘 녹아있다.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빨리 2권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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