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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평점 :
며칠전 글쓰기 동아리 후배가 딸아이가 쓴 시를 보여 주며 어떻게 조언해야할지 물어왔다. 나도 딱히 시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읽었을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쉽게 쓴 시가 좋은 시다. 거기에 더해서 가슴속에 뭔가 와서 박히는 말이 있다면 더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나는 어줍잖게 은유를 많이 넣어서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야하는 시보다는 솔직 단백한 시가 훨씬 좋다.
정말 오랜만에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읽었다. 소녀시절부터 무척 좋아하던 시인이라 내심 기대했다. 늘 느끼던 대로 수녀님 시는 참 쉽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직설로 풀어 내신다. 솔직히 시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얼치기에게 딱 맞다. 이번에 낸 시집[이해인의 햇빛일기]도 수녀님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시들이었다.
'이해인 수녀님이 이제 할머니가 되었구나'
이번 시집을 읽고 전해온 이해인 수녀님의 소식은 세월의 무심함이었다.
내 나이 먹은 건 생각지도 않고 수녀님이 아직 청춘이기를 기대한 걸까? 늘 영롱하고 찬란한 시어들로 소녀 감성을 전해 주시던 세월이 어느새 60년 가까이 되었으니 말이다. 정말 세월이 무심히 흘렀다.
이번 시집에서는 수녀님의 병고가 그대로 전해졌다. 78세라는 연세가 있으니 여기저기 아플때가 되셨다는 걸 알겠지만 많이 안타까웠다. 특히 대장암으로수술도 하시고 30번가량 항암치료를 받으셨다니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병마를 끌어 안고도 참으로 밝게 지내신다니 정말 큰 인물은 다르구나 싶다.
막내 시누가 지난 3월에 암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갔다. 지금도 시누가 고통으로 잠들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죽하면 모든 치료를 거부하고 빨리 생을 마감하는 것을 택했겠나.
암을 이겨내신 수녀님께 박수를 보낸다. 살아 주셔서 정말 고맙다.
얼마전 모임에 갔다가 함께 책읽기 동아리를 하던 지인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보다 한참 나이도 어린데 말이다. 그 소식을 남편에게 전했더니 남편이 말했다. "이제 우리가 언제 죽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된 거야"라고.
[이해인의 햇빛일기]를 읽고 많이 위로 받았다. 수녀님은 이제 여기 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고통을 시로 승화 시키신 수녀님이 참 고맙다. 병마 또한 자신의 것이라서 살살 달래면서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제발 수녀님이 많이 아프지 말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