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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예술을 탐한 철학의 추노 ㅣ 인문여행 시리즈 20
조현철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은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라는 제목에 매혹 되어서 읽게 되었다. 사실 이번주는 책을 읽지 않고 편히 쉬려고 했다. 휴가를 휴가 답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쉬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에 푹 빠져서 또다시 책을 읽고 말았다. 그런데 뒹굴거리며 책을 보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는 그동안 내가 읽었던 어떤 인문학 책들보다 강렬했다. 30년 전 쯤 [문화의 수수께끼]를 읽은 뒤, 내가 느낀 감정들이 이 책을 읽고 다시 살아났다. 솔직히 그때보다 더 강렬했다.
[문화의 수수께끼]를 읽었을 때의 나는 꽤 진실한 신자였다. 그런데 [문화의 수수께끼]를 읽고 난 뒤에는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광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맹신했을 수도 있던 내가 제 정신을 차리고, 종교모임을 그냥 사교모임 정도로 생각하며 지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릴때부터 세뇌된 종교적 교리를 냉정하게 판단해서 머리 속에서 몰아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나는 아직도 많이 흔들린다.
-예술을 조정하는 철학, 철학을 지배하는 신학-P21
중세유럽에서의 서열은 철저하게 신학-철학-예술의 순이었다. 권력을 가진 신학은 철학을 신학의 개념을 보완하는 시녀로 부렸고, 예술은 신녀인 철학이 주인인 신학을 위해 사용하는 빗자루나 냄비 같은 도구에 불과했다.-p33
이 책에서는 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초기 기독교의 위치가 흔들리게 되었을 때, 유럽의 왕들의 왕권이 강력해질수록 가톨릭은 그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할 무언가를 절실히 찾았고, 그렇게 해서 마련된 것이 교부철학과 스콜라 철학이라는 것이다. 플라톤을 끌어들여 유럽의 정신을 지배하게된 신학은 철학을 시녀로, 예술을 도구로 삼아서 1000년이나 중세 유럽을 암흑속에 가두어 둘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외친 데카르트에 의해서 결국 암흑에서 빠져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는 인식은 중세를 벗어난 시민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니 신학과 철학의 도구였던 예술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 것이다.
플라톤의 형이상학적 이원론에 기반한 존재론이 힘을 잃고, 새롭게 탄생한 인식론적 사고가 예술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 뒤 예술은 신학의 시녀도, 철학의 도구도 아닌 자신의 느낌대로 대상을 만들고, 그려낸다. 지금의 현대 미술은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기괴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작가가 인식한 대로 사물을 표현한다. 물론 사상과 철학도 신학의 눈치는 1도 보지 않고 자유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무튼[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를 쓴 작가님의 시각이 정말 내마음에 들었고, 흥미미진진했다. 작가님 생각에 100% 공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