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시절 - 가장 안전한 나만의 방에서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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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가 소중하기를, 순간이 충만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하늘도 올려다 보면서요.'-p141

[책방시절]을 읽으면서 임후남 작가님의 여유가 너무 부러웠다. 한적한 시골의 작은 책방! 손님이 없어도 좋다. 향기로운 차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삶. 시골 마을이라서 사계절을 온통 느끼며 살고 있다니 엄마나 한가로운가! 종종거리며 바쁠 이유가 없다. 비가 오면 비를 느끼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으면 된다. 게으름을 피워도 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책방시절] 구절구절이 나늘 감동시겼다.

"그래 내가 꿈꾸는 삶이 이런거라고!"

나도 퇴직하면 임후남 작가처럼 작은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차를 팔 생각은 없다. 단지 책이 있고, 음악이 있으면 된다. 서재가 아니더라도 집에 나만의 작은 공간을 책방으로 꾸미고 싶다. 어디서라도 책을 잘 보지만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좀 더 아늑할 것 같고, 대접 받는 느낌일 것 같다.

[책방시절]이 바쁜 일주일의 활력이 되어 주어서 참 고마웠다.

요 며칠은 정말 바빴다. 7월 말부터 6일간 휴가 동안엔 어머니 홀로 계신 시댁을 다녀왔다. 이번 주말에 시어버님 기제사라 일주일 내내 동동거리며 지냈다. 학교 늘봄 교실과 향교 체험을 오는 아이들을 위해 특강을 했다. 그리고 퇴근 길에 제사장을 봤다. 과일, 나물거리, 고기 등. 저녁을 먹고나면 밑반찬을 하나씩 만들었다. 물김치도 새로 담갔다 . 그리고 아버님 제사에 오실 손님들을 위해 집안 청소며, 이불 빨래도 했다. 방학인데 오히려 더 시간이 없다. 그래도 수업 준비를 하고 나면 책을 읽었다.

이번에 시댁에 가서 집을 꼼꼼이 둘러보았다. 2~3년 쯤 뒤에 내가 귀향해서 살 집이라고 생각하니 더 정이 갔다. '지금 창고로 쓰고 있는 방이 제법 넓으니 여기를 서재로 만들자'고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는 우리가 들어오게 되면 절대 책은 가져오지 말라고 어름장을 놓았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2,3천권 정도 된다. 책을 좋아하는 나야 별로 부담이 되지 않지만 집에 책을 들이는 건 어머니에게는 짐인 모양이다. 하지만 책을 버린다는 건 생각하기 싫다. 남편은 어머님 살아계실 동안은 따로 보관하다가 돌아가시고 나면 서재를 꾸며 주겠다고 했다. 어머님 말씀이 내 마음에 무겁게 자리했다. 책을 가져오지 말라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나를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60년 가까이 살았으니, 살아온 나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더 적게 남았다. 그러니 뭐든 욕심부리지 말고 가볍게 만들어야되는데 책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작가님처럼 우아하게 살려면 나를 가볍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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