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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복서 이권숙
추종남 지음 / 마카롱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스포츠를 대체로 즐기는 사람이다.
구기종목은 거의 다 좋아하고 특히 야구는 광팬이다.
하지만 격투기 종류는 다 싫어한다. 태권도, 유도, 복싱, 레슬링 할 것없이 사람과 맞붙어 싸우는 경기는 다 싫어한다.
무섭다.
특히 복싱과 레슬링은 아주 싫어하는 쪽에 속한다.
난 인간관계에서도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직접얼굴을 마주하고 싸우는 건 아예 못한다.
다만 내가 즐기는 스포츠중, 바둑판에서는 방어보다는 공격하기를 좋아한다.
반상에서의 싸움은 상대방 집에 쳐들어가서 싸워야 제대로 한 판을 둔 것 같은 쾌감을 느낀다.
지키는 바둑은 왠지 심심하다.
이번에 읽게된 [순정복서 이권숙]은 복싱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 선택했다.
남자 복서의 이야기였더라면 별 매력을 느끼지못했을 것이다.
거기다 로맨스 소설을 싫어하는내가 로맨스 소설이라고 단서가 붙었는데도 선택한 것은 출판사가 [교보문고]였다는 점도 한 몫했다.
그리고 여성 천재복서란다.
교보를 믿었고 복싱이란 소재를 어떻게 글 속에 녹여놓았을지 몹시 궁금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이권숙이라는 소녀 복서가 세계참피언 에스토마타를 한방에 쓰러트리면서 복싱계에 해성같이 나타난다.
그녀는 아시안 게임, 세계선수권 대회를 석권하며 한국 여자 아마추어 복싱 역사상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기록의 소유자이다.
천재 복싱 선수의 등장으로 복싱계에는 20여년만에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까지 하는 이변이 일고 복싱체육관은 회원들로 북적거린다.
그런데 그녀가 어머니의 죽음을 기점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잠적해 버린다.
복싱협회에서는 복싱의 부흥을 위해 어떻게 해서라도 이권숙을 찾아내어 다시 복귀시키려 혈안이 되어있다.
그런 상황에서 운동 선수들의 메니지먼트 회사의 피엠으로 있는 태영이 이권숙을 세상으로 끌어내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 세세한 이야기는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로맨스는 소스에 불과하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으나 복싱이 죽도록 싫은 인간 이권숙이 아무 미련도 남기지 않고 복싱과 이별을 하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리고 재능은 타고 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해 지는 일을 찾아나서려고 한다.
말하자면 운동만하느라 친구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는 스물 한살의 이권숙이 은퇴를 위한 지는 게임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언제까지 다른 사람 인생만 훔쳐보며 살거야? 니 인생을 찾아.복싱 그만 하고 싶으면 남들 인생 훙내 내지 말고 니 인생이나 살라고!" - P282
'저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글들은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p308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세상을 어떻게 살아 왔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게도 타고난 재능이 있었을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을까?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지만 이 책이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알고 있던 복싱이라는 스포츠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