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버스 특서 청소년문학 20
고정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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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버스] 이야기 나눔과 경청의 효과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최대 고민이 뭘까에 대해 잠깐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성적과 친구일 것 같다. 성적은 상위 학교로 진학 하는데 꼭 필요하니 일단 성적에 대해 엄청 신경 쓸 것이고, 다음으로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가장 긴 교우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할 것 같다. 나는 성적보다는 친구가 훨씬 중요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건전한 사춘기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많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둘 다인 경우는 드물다.

[스토리텔링 버스]의 재강이와 은지는 둘 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아빠와 살고 있다. 왜 아빠와 사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아빠보다 엄마가 훨씬 중요할 텐데, 엄마가 맡을 수 없는 사연이 있었나 보다.

같은 아픔이 있으니 둘은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로하며 썸 타는 사이로 깊어졌다. 각자의 부모와 소소한 갈등을 겪고 난 뒤, 은지와 재강은 둘만의 여행을 계획한다. 드디어 두 사람은 설레는 마음으로 양양 가는 버스를 탔다. 출발할 때의 흐린 날씨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둘이 있는 것이 중요하니까.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고, 급기야 새 도로의 산사태로 버스는 멈춰 서고 만다. 오도 가도 못하고 버스 안에 갇히게 된 사람들은 짜증 나는 상황 때문에 사소한 말다툼까지 한다. 그러다 자연재해를 어찌하지 못하니 받아들이고, 각자가 경험했거나 들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며 무료함을 달랜다. 여기서부터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켄트베리 이야기나 데카메론에서 이야기의 모티브를 차용해 온 것 같다. 어른들은 무료함을 달래려고 이야기를 하고, 재강이와 은지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버스에 갇힌 상황이 아니라면 배터리 방전을 걱정하지도 않았을 테고, 아마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핸드폰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여행을 계획한 것이 정말 큰 행운인 셈이다.

재강이와 은지는 경험치가 많지 않은 고등학생이니 아무래도 말하기보다 듣는 쪽이다. 재강이는 여러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에 대해 생각하고,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지 힌트를 얻고, 그러려면 지금의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스토리텔링 버스]는 청소년 소설이다. 분량이 160쪽 정도밖에 안 되니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책을 펼치기만 한다면 이야기에 쏙 빠져들어 금방 다 읽을 수 있다.

요즘 점점 늘어가는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청소년 시절의 이성과의 만남에서 꼭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소재가 무겁지만 하나도 무겁지 않게 주제를 이야기 속에 잘 녹였다.

오랜만에 참 좋은 청소년 소설을 만나서 행복했다.

많은 청소년에게 읽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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