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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평점 :
솔직히 말해서 이 이야기가 종교적 소설이라는 걸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종교냐가 아니라 어떠한 종교라도 마찬가지다. 책 정보를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은 내 불찰이 크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름 의미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베르나테트의 노래]는 내가 정말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레지오 활동을 하고 있는 가톨릭 신자인 내가 모를 수가 없다. '루르드의 성녀 벨라뎃다'의 이야기였다. 프랑스의 루르드라는 곳에 벨라뎃다라는 14세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글도 제대로 몰랐다. 어느날 그녀가 동생과 함께 땔감을 모으러 산에 갔다가 외진 마사비엘 동굴에서 성모님의 발현을 목격하게 된다. 작가는 마사비엘 동굴에서의 성모발현을 벨라뎃다가 목격함으로써 그녀와 루르드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기록을 [베르나데트의 노래]라는 이야기로 엮었다.
가톨릭에서는 '루르드의 성모' 발현으로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된 벨라뎃다를 성녀로 시성했다. 그녀가 성모의 발현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언제나 한결같이 신심을 잃지 않았고, 겸손하였기 때문이었다. 레지오 활동을 하는 쁘레시디움들은 모임 이름을 가진다. '루르드의 성모'라고 쁘레시디움 이름을 정한 모임은 그녀의 겸손한 신앙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신앙심이 약한 나는 성모님이 발현했다는 기적을 믿는 것도 믿지 않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가톨릭이 성모 마리아를 지나치게 신격화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모승천대축일이나 성모의 밤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성모님을 내세우는 레지오을 좋아 하지 않지만 레지오 조차 하지 않았더니 성당에 가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되어서, 성당과 나를 이어주는 끈으로 레지오를 이용하고 있다.
레지오는 성모님의 군단이다. 성모님을 군대의 대장으로 모시고 세상에 선행을 실천한다고 보면 된다. 나는 열심히 레지오 활동을 하는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레지오 쁘레시디움 주 회합에 절대로 빠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말하자면 출석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매주 실천한 선행을 주회합에 보고 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선행을 하려고 노력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 때문에 좀 남부끄럽기는 하지만 어쨌던 착하게 살려고 힘쓰고, 활동을 못하는 대신 묵주기도라도 하려고 애쓴다.
이번에 읽은 [베르나데트의 노래]는 내가 알고 있던 '루르드의 성모' 이야기 그대로였다. 작가인 프란츠 베르펠이 사실을 꼼꼼한 고증해서 소설을 썼다. 솔직히 소설이 아니라 베르나데트의 전기였다. 작가는 억지 감동을 조장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성모발현을 공인하게 되는 과정을 여과없이 기록했고 벨라뎃다가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사실에 입각해 서술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잘 읽혔다. 뿐만아니라 재미있었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루르드의 성모'의 발현에서 보면 벨라뎃다는 성모님이 보인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성모님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는 성모님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글도 잘 모르고 가톨릭 교리도 모르는 그녀가 미리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나는 성녀 벨라뎃다가 성모님을 보았다는 말을 믿는다. 그렇다고 정말 성모님이 세상에 발현 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신은 믿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