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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뿔 1
고광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지난 주말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 11월 소모임이 있었다. 이번 모임은 늘 모이던 서면의 텐스가 아니라
소모임 회원이 사서로 일하고 있는 부산 터널 입구의 [글마루 작은 도서관]에서 모였다. 도서관 이름이 참 정겹고 예뻤다.
토요일 늦은 오후라 그런지 도서관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밤 8시까지 문을 연다고 했다.
1층은 어린이들 책들이 있었고 2층에는 성인들을 위한 책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평소보다 회원들이 빨리 도착해서 토론도 일찍 시작됐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읽은 책에대해서 말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오래된 뿔]읽고 있다고 했다. 이책이 어떻더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5 .18 광주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더니 어떤 회원이 자신은 5.18을 다룬 책들이 너무 많아서 식상하다고 했다.
물론 그 사람은 5.18을 겪지 않은 경상도 사람이다.
나는 80년대 중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이다. 한학기도 제대로 수업이 진행된 적이 없었다.
학교주변에는 늘 전경들이 배치되어있었고, 학교안에도 짭새가 진을 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5.18 광주에 관한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대자보를 통해서 사진과 함께 나붙기도 했다.
그러다 87년에 6.29선언이 있었다. 그후 소문으로 입에 오르내리던 5.18 광주에 관한 것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정말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실제로 자행되었다니!
난 거의 50평생을 살았지만 아직 광주에 가보지 못했다. 전라도 쪽에는 친척도 거의 없다. 이모가 한분 계시지만 전주에 사신다.
그러한 고로 5.18과 관련된 아픔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내 입장에서 5.18은 정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안타까운 우리나라의 현대사일 뿐이다.
그래서 5.18 당사자들의 아픔이 어떨지 짐작만 한다.
[오래된 뿔]의 박갑수는 5.18의 피해자이고, 장상구 는 가해자이다.
피해자인 박갑수는 장상구를 응징하기 위해서 그가 5.18 광주에서 저질렀던 만행을 만천하에 밝힐수 있는
자료를 공개 직전에 살해 당한다.
박갑수 살인 사건을 맡은 경찰은 장상구에게 매수 되어서 단순 살인사건으로 처리하고
박갑수 살인사건은 심증은 있으되 물증이 없는 사건으로 오리무중 속으로 잠겨들어간다.
결국 해결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가해자 장상구는 온갖 비리속에서도 굿굿하게 정치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결말이다.
5.18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이야기 너무 식상하니까 이제 그만 우려먹었으면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5.18의 피해자들은 어떤 시원한 결말을 보지 못했다.
새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변죽만 울리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다.
가해자들은 이제 기득권을 차지하고 색깔론을 앞세워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그러니 피해자들은 정말 뿔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체 끝난다.
소설이 진행되는 방식도 계속 변죽만 울려서 독자를 답답하고 지루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말은 허무하기까지 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결말을 원한 독자들은 실망을 금치못할 것이다.
나는 거기까지는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글의 흐름이 너무 깝깝해서 짜증이 나기까지 했다.
작가가 그런것을 의도 했다면 대 성공이다.
5.18 가해자들이 버젓이 하늘을 이고 살아가는 것을 보는 피해자들의 심정이 딱 이럴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