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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평점 :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손에 든 순간 내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어떻게 이야기를 만든다는 거야'였다.
나무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사람이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개발했다는 건가?
아니면 나무로 여러가지를 만들면서 자신의 작품에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인가?
이런저런 호기심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내 어린시절 목수였던 아버지는 집에 계신날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는 제실이나 전각 등을 짓는 한옥전문 목수였다.
그래서 먼 지방에까지 불려다니면서 일을 하시곤 했다.
아버지가 오시는 날은 우리 형제들에게 최고로 기쁜날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오시면 엄마는 평소에 우리들에게 해 주지 않는 음식을 차려내셨고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여러가지 선물을 손에 들려주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안 계신 동안에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큰 오빠가 우리들의 대장격이었다.
오빠는 아버지를 닮아서 집에 있는 연장으로 얼렁뚱땅 동생들이 놀 수 있는 놀이 기구들을 잘 만들어 주셨다.
어린 마음에 썰매나 시소를 만들어 주는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보였다.
어린 시절 우리집의 가구들은 모두 아버지가 직접 만든 것들이었고,
지금 우리집 식탁이랑 아이들 책상은 큰 오빠가 만들어 주신 것이다.
그래서 가구점에서 파는 식탁이나 책상들이랑은 다르게 더 정겹고 소중하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의 김진송 작가는 나무로 여러가지를 만든다.
그냥 사람들이 생활에서 필요한 물건도 만들지만 이야기를 품은 예술품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작품에다 스토리를 넣었다. 아니 작업을 하다보니 이이기를 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목공예품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작품 하나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오는 작품들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가 만든 사람도 동물도 어쩐지 슬픔을 이야기 하고 있는듯하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서글퍼 보인다.
그냥 바람이라도 한줄기 불어오면 눈물을 뚝뚝 흘릴것 같은 아련함이 있다.
"세상은 살아내기에 그리 만만찮은 곳이야. 마음 단단히 먹고 하루하루를 뚜벅뿌벅 걸어가야해" 라고 경고 하고 있는 것 같다.
진지한 철학 동화 한편을 보고 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