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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ㅣ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바둑인생은 [미생]의 장그래 처럼 어려서 기재가 발견되어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어려서는 그냥 비오는날 오빠들이랑 방안에서 놀 수 있는 놀이감에 불과했다.
그리고 어깨넘어로 배운 바둑을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렇다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도 아니었다.
동아리에서 만난 선배랑 열심히 연애를 했다.
[미생]은 어려서 탁월한 기재를 발견하고 프로기사를 꿈꾸며 한국기원에 연구생으로 입단한 장그래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사실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입단하기도 엄청 어려운 일이다.
연구생과 프로기사는 종이한장 차이다.
그래도 어쩌랴 그는 결국 프로기사가 못되고 사회에 내던져진 것을.
그것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가야하는 무역회사의 계약직으로.
[미생]의 가장 큰 묘미는 바둑을 직장생활과 관련지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1회 응씨배 세계바둑대회의 마지막 결승 5번기 대국이 이야기 전개와 맞물려 한수 한수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도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도 대국의 변화대로 흘러왔으니까.
그 대국은 145수만에 한국대표 조훈현기사가 불계승했다.
불계승이란 중간에 상대가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 대국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중앙의 미생마의 생사에 따라 승부가 결정났다.
흑미생마가 결국 살아감으로써 백이 돌을 던진 것이다.
그렇다면 장그래는 아마도 계약직에서 살아남아 정직으로 발탁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될것이다.
물론 이야기는 응씨배 결승5번기에서 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것이다.
제1회 응씨배가 열릴 당시만해도 우리나라 바둑은 세계제일이 아니었다.
다른나라에서는 중국 일본 대만 다음쯤으로 쳐주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바둑 잘 둔다는 사람16명으로만 시작된 바둑대회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단 두명,
그것도 사실상 일본 대표나 마찬가지인 조치훈을 빼면 우리나라에 배당된 기사는 단 한명이었다.
조훈현은우여곡절 끝에 결승에 진출해서 마지막 결승 5번기를 정말 멋지게 마무리 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대국을 처음부터 관전했던 우리나라의 많은 프로 기사들 대부분은 조훈현이 졌다고 봤다.
그만큼 그 대국은 반전이 쩔었다는 것이다.
[미생]을 읽으면서 세기의 대국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윤태호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바둑의 역사가 깊은만큼 우리생활에 들어와 있는 바둑용어들이 참 많다.
대표적인 말이 사활, 자충, 포석,요석... 등.
미생마라는 바둑 용어 한 단어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다니
바둑을 대충 아는 사람이라면 쓸수 없는 이야기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읽고는 너무 재미있어서 바둑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바둑을 조금아는 나는 수담의 감동에 빠져 헤어나올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