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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부자형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이책 [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는 뭔가 제목부터 우울했다. 그런데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다지 우울하지 않았다. 나는 요식업은 잘 모르지만 생각보다 소설 속 젊은 사장님은 그래도 운이 좀 나은 편인 것 같았다. 내 주위에 완전 손 털고 나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니까.
우리 남편도 자영업자라서 [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의 사장님의 고충이 이해 되었다. 하지만 업종이 우리와는 많이 달라서 완전 공감하지는 못했다.
우리집은 IMF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때가 [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의 사장과 비슷한 나이였다. 남편 직장은 안정적인 공기업이었지만 IMF 전부터 감원과 민영화 바람이 한꺼번에 불어 닥쳤다. 그 당시 술을 잘 못하는 남편은 건설회사 생활을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늘 인부들이 애먹이고, 접대를 받든, 접대를 하든 술자리가 고역이라고 했다. 술만 먹으면 개가 되는 상사의 술주정도 힘들어 했고, 거기다 술취한 직원들 대리운전을 도맡아 하는 것도 지겨워했다. 그래서 IMF가 터지자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이직했다. 후배가 강사로 있는 학원을 인수한 것이다.
후배가 일하던 학원장이 몸이 아파서 학원을 넘기고 싶어하는데 후배는 자금이 부족하니 우리에게 인수하지 않겠냐고 했다. 처음 제안한 건 imf가 터지기 한참 전이라서 귓등으로 들었다. 하지만 막상 직장을 그만 두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자 그 제안이 동아줄로 보였던 것이다. 학원은 작지만 이미 지역에서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지역에 신도시가 한창 조성되고 있는 시기였다.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좋은 대안도 없었다. 그래서 퇴사 후 하루도 쉬지 않고 바로 일에 뛰어 들었다. 학원 운영에 관한 것도 부딪혀서 익혔다. 여러 문제도 있었다. 수업료를 떼먹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엔 원생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수입이 들쭉날쭉했다. 그러다가 막내가 어린이 집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내가 학원 관리를 맡았다. 그리고 구도심에 있던 학원을 길 맞은편 신도시 쪽으로 옮겼다. 처음엔 임대할 계획이었지만 임대료보다 대출 이자가 쌌다. 그래서 그 건물에서 제일 작은 평수를 분양받았다. 딱 학원인가가 날 만큼의 크기였다. 그리고 보습학원이 아니다 보니 여지없이 경기의 부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원래 취미였던 일을 직업으로 삼았고, 내가 맡아서 할 수 있으니 직원에게 크게 좌우되지 않아서 오늘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벌써 26년이 흘렀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입주해 있는 건물에 늘 있는 일이다. 우리 건물은 학원과 병원이 가장 많이 입주한 건물이다. 학원 건물도 요식업 못지 않게 6개월을 못 버티고 간판이 바뀐다. 무수한 학원들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원도 '존버'가 통하는 것 같다. 어려울때 버티면 반드시 다시 좋은 때가 왔다. 다행히 입소문이 잘 나면 형이 다닌 학원이니 동생을 보내고, 친구를, 친척을 소개한다.
우리 학원이 오래 버틸 수 있었던 또하나의 원인은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았던 것도 주요했다. 처음엔 이곳이 신도시다보니, 반경 100m안에 동종 학원이 크고 좋은 시설로 다섯군데나 생겼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모두 폐업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는 평수는 작지만 분양 받은 건물이었고('존버' 할 수 있었던 이유), 따로 강사들에게 의존해서 운영하지 않아서 살아 남았다. 말하자면 월세, 인건비가 많이 나가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단지 규모가 작다보니 큰 돈은 되지 않는다. 딱 월급쟁이 수준이었다. 학원 사업도 여러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그냥 사업체는 세무서의 지시만 받으면 되지만 학원이다 보니 교육청의 메뉴얼을 반드시 지켜야하고, 차량 운행에 관한 것은 매년 실사를 받는다. 거기다 해마다 받아야하는 여러가지 예방교육도 많다. 셔틀 운행, 아이들 관리와 학부모를 상대하는 어려움도 크다.
무슨 일이든 자영업으로 성공하려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무턱대고 사업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하지 않고 시작했다가는 정말 힘들어질 수도 있을테니까. 작가 하루키도 젊은 시절 재즈카페를 운영할때, 새벽같이 일어나서 밤 10시가 넘어까지 일했다고 한다. 하루키는 철저히하게 준비하고 성실히 일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어떤 일이든 대충 해도 되는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