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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 안녕 기차역 ㅣ 특서 청소년문학 4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1월
평점 :
이 소설의 시작에서 중반까지는 정말 가슴을 움츠리고 읽었다. 의외로 이 소설의 주인공, 시연이 같은 아이들이 주변에 많다. 친구가 없지만 별로 친구를 그리워하지도 않는 부류들이다. 그 아이들이 말 수가 적고 소극적인 모습이라서 보이는 것이 다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주인공인 시연이가 충분히 이해 되고, 이온이의 범죄에 경악했다. 그런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깔끔한 결말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솔직히 이 소설의 인물 구도가 좀 억지스러웠다. 소설 속 시연이는 스스로 자초하여 반 아이들 모두를 왕따 시키고, 혼자 조용히 있고자 하는 아이다. 그런 시연이를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바보로 본' 이온이가 자기가 하기 껄끄러운 나쁜 짓을 시킨다. 시연이는 한 번 물면 절대 뱉지 않는 이온이와 얽히기 싫어서 딱 한 번 이온이의 제안을 들어 주기로 한다. 그 뒤에는 자기와의 관계를 끊는다는 조건이었다. 여기까지는 이해 했다. 초반에 나오는 이온이는 전형적인 일진의 모습이니까. 그 뒤부터, 미리는 뭐지? 이온이 빵셔틀인가? 그렇지는 않았다. 친구들 심부름을 해주는 알바다. 정말 이런 아이들이 있다면 이 것도 엄청 무서운 일이 아닐까? 돈을 받고 친구의 소소한 부탁을 들어준다? 이런 관계라면 아이들 사이에서 참 된 우정이 쌓일 수 있을까? 돈이면 다라는 생각이 아이들 세계에서도 팽배해 있다는 말이 아닐까?
이온이와 유재으 관계도 좀 당황스럽고.
이온이가 시연이를 끌어들여 벌이는 짓뿐 아니라 음악선생님에게 한 짓은 한 사람 인생을 통째로 망치는 어마어마한 범죄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이온이는 일진이 아니다. 그냥 애정결핍으로 성격이 비뚤어진 아이정도다.
시연이는 유재를 함정에 빠뜨리는 범죄에 자신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노심초사 한다. 그러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시연이를 안타깝게 여긴 미리와 자신이 범인으로 몰린 동주에 의해 해결 된다.
물론 [안녕 기차역]의 주제는 이게 다가 아이다. 시연이 가족, 이온이가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된 이유, 미리가 시연이를 돕는 까닭이 주저리 주저리 나오지만 내 시각으로는 이 소설이 무척 경악스럽다.
이온이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친구들이 용서했고, 피해 입은 돈도 모두 돌려 주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온이가 음악선생님에게 자신의 잘못을 말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하지만 이미 학교에서 쫒겨난 선생님은 다시 복직할 수 있을까? 정말 무섭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결말을 내버린 작가님께 동의할 수가 없다. 일을 바로 잡는 주체가 동주보다는 시연이여야 하지 않을까?
結者解之라고 했다. 사건에 얽혀들때의 시연이는 소극적이고 겁많은 아이라서 이온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싫어, 안 해"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달호가 보낸 기차표를 받아서 기차를 탔지 않은가! 그렇다면 새로운 어떤 하루에는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과 음악선생님의 억울함을 스스로 푸는 방향으로 해결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시연이 혼자 해결할 수 없었다면 미리와 동주의 도움을 받아서 풀면 되었다.
작가는 사건의 해결보다 미리와 시연이의 우정에 더 촛점을 맞추어 이 소설을 쓴 것 같다.
이소설이 내 기준에는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단숨에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