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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평점 :
내가 쓴 책들을 회고컨대,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었을 때일수록 나는 어김없이 생명력 없는 책들을 썼고 분홍색의 화려한 단락과 의미없는 문장과 수식형용사들 속으로 속아넘어갔으며 그래서 대체로 허튼 소리들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조지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중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일명 '101호실'에 끌려가 등뼈가 부러질듯한 끔찍한 고문을 받고 난 후에도 불구하고
2+2=4라고 당당히 진실을 이야기한다.
계속되는 고문에 이가 몇개밖에 남아 있지 않고, 머리카락은 움큼움큼씩 빠져 대머리가 되는 남루한 육신의 껍데기만 남았을때까지도 그들이 자신의 생각은 지배할 수 없다고 고집을 피웠다.그러나 지독한 육체적 고통 후에 주어진 잠깐의 휴식에 고문을 주도하는 오브라이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모든 걸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백하고, 없는 일까지도 줄줄 그들의 입맛대로 읊어댄다.
그 순간에도 내 내면의 깊숙한 곳에 있는 신조는 변화시킬 수 없으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사상경찰인 오브라이언은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의 마음속 신념까지도 철저히 개조시키고 나서 총살시키는게 목적이라 한다.
예전의 독재자들과 다른 점이 그것이라 한다. 섬찟하지 않은가.
'결국 윈스턴은 모진 고문과 세뇌를 받은 끝에 연인마저 배반하고,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가치를 상실한 채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되고, 조용히 총살형을 기다린다.'-439쪽
내면의 신념만은 지키려는 노력은 끝내 무너지고, 자기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도, 거짓말한다는 사실자체도 의식하지 못하고 총살당한다.
'싸움은 끝났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417쪽
요즘 청문회를 보고 있자니 빅시스터를 사랑하는 '이중사고'의 달인들이 넘쳐난다.
국정교과서로 과거를 지우고, 현재에 부단한 공작정치를 해대며, 미래까지 살아남기 위해 말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빅시스터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신념'하나는 끝내주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 싸움의 결말은 곧 끝나고, 결국은 서로를 배반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일 날이 올 것이다.
'싸움은 시작되었다. 국민은 빅시스터를 증오했다'
서서히 그들의 최후가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