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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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성일
2007.12.25 20:30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는 것은

아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에 선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구가 해결책을 발명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출현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대개는 무의식적인] 요구,

사람의 출현에 선행하는 요구의 제2단계에 불과하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을 빚어내며,

우리의 욕망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구체화된다.

 

[그러나 우리의 정직한 면 때문에 이런 기만은 결코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 속에서 상상했던대로 현실 속에서도 존재하느냐,

그 사람은 사랑이 없을 때 불가피하게 찾아오는 붕괴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발명해낸 환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심의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순간 나는 클로이의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오는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보았다.
의미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길래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미오에게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클로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부분적으로는

내 행복의 원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그래서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관계를 일찌감치 끝내고 싶은 유혹이 생겼다.

다른 사람이나 습관이나 익숙함이 관계를 끝내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클로이나 나 둘 중의 하나가 끝을 내버리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연애가 자연스러운 종말에 이르기 전에 끝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증오에서 나온 살인이 아니라

지나친 사랑에서 나온, 아니 지나친 사랑이 가져올 공포에서 나온 살인이었다.

연인들은 그들의 행복의 실험에 수반되는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견딜 수 없을 때에만

자신들의 사랑의 이야기를 끝낼 수 있다.

 


정체성과 자아-

어느것 하나 혼자서 만들어지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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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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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31 22:54

 

낯선 곳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내가 동경하는 그런 일상.

 

*하치하니

 

-추억이 너무 많아 맞거울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거의 무한에 가까운 둘의 세계가 있고, 지금은 그곳에서 떨어진 세계에 있다.

 

-이래도 괜찮아,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해. 낯선 도시에서 낯선 소리를 들으면서, 타인의 집의 딱딱한 소파베드에서 나는 매일 밤 생각했다. 시간을 버는 거야. 그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아생동물이 열이 나는 몸을 치유하기 위해 어둠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상처를 핥으며 기다리는 것처럼, 정신이 서서히 회복되어 제대로 숨을 쉬고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이렇게 지내는게 가장 좋아. 그렇게 생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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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퍼니 발렌타인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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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30 04:08

 

마치 투명한 비닐팩처럼 다 까발려 놓았어.

 

노골적인 성묘사.

와인.

노래.

사랑.

하룻밤의 관계.

 

자유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모순된 감정을 가진다. 사실은 너무 가까이 하고 싶은데, 괴롭고 불안해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진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곁에 있어줘> - 무라카미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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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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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10:18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사라지는것이 아니라, 잠시 잊고 사는 것.

내가 잠시 잊고 살다 이책을 보며 하나씩 떠올린

여고시절의 추억이 그렇다.

그다지 뭐 무슨 추억이 있었을까 생각 했지만.

생각해보니 놀란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하나하나 열거 해 볼 순 없지만.

 

 

멍한 표정으로 에미가 말했다.

"나는 초록 고양이가 되고 싶어. 다시 태어나면."

보라색 눈의 초록 고양이, 라고 말하고 에미는 꿈을 꾸듯 미소지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그 생각만 했다고 한다.

"그 고양이는 외톨이로 태어나

열대우림 어딘가에 살고,

죽을 때까지 다른 생물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아."

에미는 열대우림을 어떤 류의 숲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_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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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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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12 12:57

 

 

"그렇게 시큰둥한 표정 짓지 마, 살아 있으니까.


하나하나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실화니까. 어딘가서 들은 이야기 하고 제 아무리 닮았어도,


지금 여기에, 너만을 향하고 있는 살아 있는 언어니까."

 

카자미,오토히코,사키,스이..

 

스이가 가장 매력적으로 끌리는 캐릭터다..

 

전날 술을 진탕마시고 정신이 혼미하여 다음날 저녁에서야 정신을 조금 차려 밖으로 나갔을때, 아직도 꿈인것 같은 그런 느낌의 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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