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를 읽는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올해 초였는지 때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서가에서 마침 눈에 띄는 제목이 있길래 집어들었다. 그게 이병률 시인의 시집이었고, 그 제목은 '찬란'이었다. 그 시집을 읽고 시인이 좋아졌다. 그 이름 세글자와 시집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늦여름 서점가를 온통 그 이름으로 도배한 화제의 작가로 그 이름을 다시 만났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여행산문집으로 그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바랜듯한 민트빛 표지에는 언뜻보면 모르고 지나갈 작은 제목과 이름이 써있다. 그리고 그 안의 책장을 넘기면 온통 낯이 선 이국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시인의 글들이 빼곡하다.

 

 세상의 그 많은 곳엘 얼마나 열심히 떠났는지 시인의 발에 염료를 바르고 확인해보면 산넘고 바다건너 이 땅, 저 땅에 발자국으로 닿지 않는 곳 없는 길이 촘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시인의 걸음에서부터 아닐까 생각했다. 그가 스치고 가는 자리마다 인 바람이 여기까지 불어와 그와 그의 글과, 그의 시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여행을 떠나 다녀간 곳, 만난 사람들, 그리고 키웠던 토끼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얘기가 여기저기 책 속에 들어와있다. 시인은 마치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세상 곳곳을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보물처럼 여기저기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지도를 하나 구해서 그것들을 찾으러 온 세상을 그토록 도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지도는 시인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 시인이 가는 길, 시인이 보는 것, 그래서 시인이 쓰는 것은 오로지 시인만의 것처럼 그만의 분위기가 체취처럼 배여 책장을 넘기면 내게로까지 전해지는 것이리라.

 

 시인은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삿포로나 파리에 가자고 말하곤 한단다. 왜 꼭 삿포로나 파리인지 명확한 이유는 없어도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이 나와버린단다.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 말을 한 사람이 또 너무 많아서 이제는 그 말을 삼가야겠다고 했는데, 나도 언젠가는 삿포로나 파리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인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그도 아니면 내가 나도 모르게 삿포로나 파리에 가자고 말이 나와버린 좋은 사람과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로 여행기가 아닌 여행하며 살아온 삶에 대한 궤적을 그려놓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 내가 누군지 알아봐줘서...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조진국 작가는, 드라마로 먼저 알고 그 뒤로는 산문집 외로움의 온도를 통해 만났다. 그리고 세번째로 이 책, 고마워요, 소울메이트를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감성적인 표현들과 순간에 대한 묘사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뭔가 다른 필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건가, 혹은 사랑에 대한 감정이 남들보다 배로 예민하고 풍부한 것일까 모르겠다. 연애를 할 때 생기는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표현해 낸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시작은, 이제 막 헤어짐을 앞둔 연인들의 이야기다. 소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인데, 연인들은 점차 어긋나기만하고, 식어가기만 하고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놓아버린다. 운명이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남자때문에 여자는 술도 마시고 괴로워하게 된다. 이렇게 헤어져버리면 소울메이트는 어떻게 되는거지? 하고 의아해하는 찰나 실연의 아픔 속에서도 새로운 만남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여자의 아프고 힘든 모습까지도 천천히 기다려주는 사람, 서로를 이해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여자와 남자는 결국 서로의 진실한 소울메이트가 된다.

 

이 연인들의 짧은 이야기 사이사이로 사랑과 만남, 아픔과 상처에 대한 조진국 작가의 짧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또 사랑해주는 법을 생각하기 위해 지내왔는지 모르겠다. 섬세하고 생생한 글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작가에 대해 궁금해진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글을 쓰는 걸까, 쓸 수 있는 걸까. 글을 쓴 사람이 궁금해지는 책. 서정적이고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혜영 작가의 책은 오래간만이다. 학부시절 누가 시켜서 읽은 것도 아니고 어쩐지 낯익은 듯한 제목에 이끌려 아오이가든이나 사육장 쪽으로를 읽으면서 편혜영 작가를 알게 되었다. 당시 그 책들이 주었던 불편함이란 것이 꽤 강렬한 것이어서 그 뒤로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편혜영 작가, 그리고 그녀의 전작들, 그 전작들을 통해 유추해봄직한 신간 서쪽 숲에 갔다의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어렵지 않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도 전에 작가와의 만남 자리를 통해 편혜영 작가를 만나고 서쪽 숲에 갔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낭독회였는데, 그 후기를 쓰고 나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써야겠다는 여력이 한풀 꺾여서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책장을 볼 때마다 갚지 못한 빚처럼, 쓰지 않은 리뷰가 떠올라 뒤늦게 짧은 감상이나마 적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미지의 공간, 서쪽 숲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지의 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서쪽 숲은, 짙은 초록과 울창함이 주는 어두움을 가진, 생기가 지나쳐 요요함이 되어 흐르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치부하려면 할 수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뒤가 휑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다. 결코 닿을 수 없거나 알 수 없는 곳은 아닌데 섬마섬마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곳.

 

그리고 그 서쪽 숲에서 사라진 형을 찾아간 동생. 형은 숲이 부엉이가 울고, 나무들이 달려드는 곳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형의 뒤를 쫓던 동생은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마을의 이상한 구조,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 서쪽 숲에 갔다는 서늘한 의문을 점점이 남기고 그 뒤로 독자가 따르도록 만드는 책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다른 작가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를 내는 편혜영 작가만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의 신간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책이 완성되기전 독자 모니터링이 꽤 큰 규모로 있었다. 전작이 워낙에 큰 인기를 한몸에 받은 책이라, 아픈 20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책도 안 읽고 저자 이름은 몰라도 책 제목 만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정도로 흥했다. 그리고 지난 8월 말. 신간 천 번이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나왔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이미 읽고, 읽는 것을 넘어서 샅샅이 살펴본 책이었는데, 완성되어 나온 책을 보니 또 새롭다. 가제본과는 다른 부분도 있고.

 

지난 책이 아픈 청춘들.. 대학생들 정도를 대상으로 두고 쓴 책이라면, 이번 책은 이제 졸업을 하고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한... 어른의 길에 접어든 어른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고민을 털어놓은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사회생활이 생각과 같지 않고, 내가 원하던 건 이게 아닌 것만 같아서 일을 그만두고 이제라도 늦기전에 어릴 적 꿈을 찾아 길을 바꾸고 싶다는 제자에게 일을 그만두기에 앞서 잘 생각해볼 것을 충고하며 운을 띄운다. 그냥 남들처럼 원래 사회 생활이 다 그런 것이니 무조건 1년만 참아보라, 는 말이 아니라, 일을 그만두고 꿈을 찾아가고 싶다는 희망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진정으로 원해서 나온 생각인지, 지금이 너무 힘들고 그만두고 싶어서 꿈을 떠올리게 된 것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지금 흔들리고 노력하고 힘든 것이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로 오지 않음을, 그래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것이라고 이해하는 한 편, 이 시기에 바로 보이는 성공이 없는 대신 모죽처럼, 비등점을 앞에 둔 끓는 물처럼 서서히 성장하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 되는 것이라고 희망도 심어주는 책이다.

 

단순히 미래나 일 등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성, 결혼에 대한 이야기 등 사회 초년생들이 고민할만한 문제들을 아울러 담고 있다.

 

지금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 갈피를 잃고 괴롭다면 이 책을 찾아 읽어보면 위안과 희망이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착란 - 어느 젊은 시인의 내면 투쟁기
박진성 지음 / 열림원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시집을 잘 읽지 아니하는 철부지의 나는 박진성을 몰랐다. 그런데, 바로 이 산문집 '청춘착란'을 접하고 나니 왜 박진성을 몰랐을까 생각하게 된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으니 몰랐을것이고 그건 내 부족함이 팔할이 넘는데도 어딘가에 책임을 씌워 불평하고 싶어진다. 아무 기대없이 받은 꾸러미 안에 생각지도 못했던 귀한 것이 들어있었던 것만 같은, 의외의 발견이자 만남이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좋은글,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쓰는 작가를 만나, 그 사람의 책을 읽는 시간은 설레면서도 달콤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지나온 장과, 남은 장을 헤아리며 아쉬워할 수 있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작가라도 개개독자와의 상성이 맞아야 한다. 시인 박진성과 운명의 만남을 했다.

 

책을 처음 접하면서 저자가 '공황장애'로 인해 고생을 했다는 부연설명을 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공황장애에 대해 그저 연예인병이란 수식어나 떠올릴 줄 아는 가볍디 가벼운 나에게 걸림돌로 작용될 줄은 몰랐었다. 그것이 이 책과 완전한 별개의 것으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오직 그것만의 틀로 가둬놓고 바라보았던 것이다. 무지로 인한 오해였다. 시인의 삶에서 분명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지만 그것이 시인의 삶 모두를 말하는 전부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이 공황장애에 대한 내용으로 팔할 정도는 나와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책의 초반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도 있고, 처음 공황장애를 겪게 된 날의 기록도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점점 책장을 넘길 수록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것, 짧고 길게, 순서도, 흐름도 없이 그저 적어내려간 사유와 생활의 흔적들이 어떤 사소한 것들을 전부 뛰어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이 책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표현으로 글을 쓰는지 음미해보길 바란다. 시인이 담아내는 삶의 조각들은 편편이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한 색조를 띄며, 마치 이채로우면서도 조화로운 패치워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당신이 굳이 어디 아파 병원 신세를 지고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슈퍼마켓에서 오렌지 주스나 홍삼 같은 것을 들고 찾아갔던 병원 복도. 그곳에 컴퓨터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곳에서 글을 쓴다. 그대들이 지나는 복도에서 알코올 가득 묻은 바람이 불었을 것이고 어딘가로 급하게 전화를 하는 목소리, 어딘가에서 급하게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

 

개인적인 이유로 책을 읽다가 불현듯, 한동안 이 책에서 손을 놓게 한 부분이었다. 이 문단을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밀려와 한참을 내 생각만으로 보내야했다. 주스를 들고 찾은 병원, 병원 복도에 있던 카드식 공용 컴퓨터, 복잡한 복도 안에서 전화 통화를 하던 사람들,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닌데 어딘지 늘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것처럼 느껴지던 복도의 분위기 등 하나하나 떠오르는 것도, 생생한 것도, 비수처럼 가슴에 박힌 것도 참 많았던 부분이다. 단순히 병원의 일부를 떼어다 옮겨적었을 뿐인데, 사실 매우 일상적인 표현인데도 개인적으로는 할말도 많고 생각도 많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부분이었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부분에 이르러서 어떤 개인적인 이유로 나처럼 손을 놓고 자기 안에 담긴 생각을 감내하느라 한동안 서성일 사람들이 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오늘을 이렇게 적을 수 있겠다.

"없다."

어떤 날은 정말로 아무 것도 없다. ""

 

이 부분은 책 속의 한 단락을 그대로 옮겨와 적은 것인데,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라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짧은 하루의 기록을 남기면서 가볍게 '일상에 깨알같이 이러저러한 일이 생기는데 잘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안하고 지나가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어! 가 아니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날도 있다!'고 적었었는데 바로 그 내용이 시인의 잘 정제된 표현으로 책 속에 담겨있었다.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는 것이 반가웠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이 바로 이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한 표현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하루를 채우지 못하고 흘려보내 버리고 있다. 그 하루가 모여서 벌써 1년을 채워가고, 내 삶의 대부분이 흘러갔다. 저 이야기를 쓰면서 일상 자체를 무료하고 권태롭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날을 채우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차마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저렇게 표현했던 것인데, 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날에 대해 이야기 했을까 궁금해진다.

 

이 외에도 시인이 다양한 시들을 적고 그 시들과 관련된 글을 써놓은 부분도 있고, 폐경기의 어머니를 떠올리고 쓴 글 등 여러 부분이 하나하나 다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마 곧 그의 시집을 찾아서 시를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