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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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의 책은 오래간만이다. 학부시절 누가 시켜서 읽은 것도 아니고 어쩐지 낯익은 듯한 제목에 이끌려 아오이가든이나 사육장 쪽으로를 읽으면서 편혜영 작가를 알게 되었다. 당시 그 책들이 주었던 불편함이란 것이 꽤 강렬한 것이어서 그 뒤로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편혜영 작가, 그리고 그녀의 전작들, 그 전작들을 통해 유추해봄직한 신간 서쪽 숲에 갔다의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어렵지 않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도 전에 작가와의 만남 자리를 통해 편혜영 작가를 만나고 서쪽 숲에 갔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낭독회였는데, 그 후기를 쓰고 나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써야겠다는 여력이 한풀 꺾여서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책장을 볼 때마다 갚지 못한 빚처럼, 쓰지 않은 리뷰가 떠올라 뒤늦게 짧은 감상이나마 적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미지의 공간, 서쪽 숲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지의 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서쪽 숲은, 짙은 초록과 울창함이 주는 어두움을 가진, 생기가 지나쳐 요요함이 되어 흐르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치부하려면 할 수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뒤가 휑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이다. 결코 닿을 수 없거나 알 수 없는 곳은 아닌데 섬마섬마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곳.

 

그리고 그 서쪽 숲에서 사라진 형을 찾아간 동생. 형은 숲이 부엉이가 울고, 나무들이 달려드는 곳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형의 뒤를 쫓던 동생은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마을의 이상한 구조,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 서쪽 숲에 갔다는 서늘한 의문을 점점이 남기고 그 뒤로 독자가 따르도록 만드는 책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다른 작가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를 내는 편혜영 작가만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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