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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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그려진 이별 이야기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밝지만은 않은 감성들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아직 한참은 남았다고 하지만, 우리의 수명이 100세를 예상하게 되었다하더라도 젊음은 20대에 절정으로 이르고 그 뒤로는 천천한 노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 100세를 산다는 것 치고는 젊음의 시기는 짧다. 관리하기 나름이겠지만 절정의 젊음에서 지나고 나면 전과 같지 않은 것들이 느껴진다. 건강이든 기억력이든. 점차로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읽고 있다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내가 잃었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안타까운 기분이 되살아난다. 

 

 처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도 이야기의 어느 길목쯤에 와 있는 것일까 아리송해졌다. 할아버지와 노아노아가 어디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살펴보려고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봐도 어딘지 모르게 모호했다. 판타지 세계인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일상적인 공간에서 길을 잠시 잃은 것 같기도 했다. 기억을 조금씩 잃어버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느껴보게 된 것 같다.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내 몸을 가득 채웠던 힘과 건강이 스러지고 그 자리에 어쩔 수 없는 노화와 병이 찾아든다는 것은 큰 괴로움이고 공포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하려고 운동하고, 식이를 조절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일테다. 신체적으로 찾아오는 병들도 물론 고통스럽고 거동의 제약을 주는 불편함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머리속으로 찾아오는 알츠하이머의 경우가 가늠을 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줄 것 같다. 곁을 지켜야 하는 가족들에게도 그렇고.

 

 어린시절부터 항상 뭔가를 배우고 기억하도록 훈련하며 지내왔는데 그 익숙함을 놓아야 하는 때가 온다면 익숙해질 수 있을까.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은 뒤라 웬만한 것들을 놓아버릴 준비가 된 후라 할 지라도. 삶이 영원하지 않지만, 그렇기때문에 더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추억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느 장소를 여행가더라도 그 순간의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수백, 수천의 사진을 남긴다. 때로는 두눈으로 보는 것보다 렌즈로 담아두기 위해 렌즈를 통해서 보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은 아닌가 싶도록. 그토록 간절한 기억들인데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가 버려 남아있는 반짝임을 바라보며 저 반짝임이 무엇이었더라 의문스레 바라보아야만 하다니.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그마저도 이별의 날들이 짧은 것만 같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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