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궁쥐였어요!] 서평단 알림
나는 시궁쥐였어요! 동화는 내 친구 57
필립 풀먼 글, 피터 베일리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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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궁쥐였어요!>라는 제목만 놓고 보자면 이 책은 약간 시시해 보이기도 할 것 같다. 표지 그림만 봐도 시궁쥐가 아이로 변해 어느 마음 착한 부모를 만나 행복하게, 인간답게 살아가려고 했지만 예기치 않은 고난을 겪다가 결국은 다시 부모에게 돌아간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겠거니 하는 추측이 가능했고 따라서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예측에 이 책을 가볍게 여긴다면 그건 커다란 실수라고 말하고 싶다. 200페이지가량 되는 이 책을 펼치면 첫 장부터 필립 풀먼이라는 작가의 상상력과 유머, 그리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꿰뚫는듯한 그의 통찰력에 놀라게 될테니까...

책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독특하다. 필립 풀먼이 어린 독자들도 암울하고 현실비판적인 이야기들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작가소개에 나와 있는데, 이 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작가는 이야기의 전개 중간중간에 <진실의 회초리일보>라는 신문 지면을 끼워넣는데, 신문 기사를 통해 세상을 풍자하는 그의 이야기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맨 첫장에 나오는 바람둥이 왕자의 결혼에 대한 신문기사만 봐도, 왕자와 오릴리아양의 결혼기사 바로 밑에 "바람둥이로 유명한 왕자의 예전 여자친구들에 대한 기사 - 2,3,4,5,6,7,8면"이라고 끝내 왕자의 사생활을 폭로하고야 마는 언론의 저속한 속성에 독자들은 웃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풀먼은 이 신문을 통해 언론매체가 대중들에게 진실을 어떤 식으로 호도하고 은폐하는지, 때로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도 않은 언론의 가식적인면을 매우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필립 풀먼이라는 작가의 장점이 세상을 풍자하고 비트는 솜씨가 뛰어난 것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는 구두 수선공인 밥 아저씨, 어느날 밤 무도회에 나타나 왕자와 사랑에 빠진 왕자비, 쥐였다가 소년으로 변한 로저, 로저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학대하는 탭스크루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주인공들이 아닌가?! 이야기 속에 신데렐라, 구두장이와 난장이, 올리버 트위스트등의 동화 이미지가 섞여 있는데, 이 또한 너무나 자연스럽고 재치있게 인용된지라, 그저 작가의 상상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그의 상상력이 단순히 재미만 선사하지는 않았다. 그는 주인공 로저를 편견에 치우치고 자기 욕심만 챙기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에게 내던져 버린다. 탭스크루가 로저를 이용해 돈을 벌고 학대하는 모습이나 학교 선생님, 경찰관, 철학자, 의사등의 직업을 가진, 소위 교육을 받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로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의 눈으로 판단해버리는 모습은 오늘날의 수많은 사회부조리 그 자체다. 나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이 로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동안 나는 과연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를 되짚어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 작품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지만 청소년과 어른이 읽어도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인것 같다. 중2인 딸아이가 읽고 나서 한 말은 "재미있어!! 하지만 쉬운 작품은 아니야~"였으니까...수많은 천조각을 정성껏 바느질 해 하나의 작품이 되는 퀼트처럼 풀먼은 이야기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집어넣은것 같다. 그런데 결코 그것이 조잡해 보이지 않는것은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품의 밑바닥에 끊임없이 흐르는 인간에 대한 "사랑"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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