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토지 전12권 세트
박경리 원작, 토지문학연구회 엮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혜지가 독서토론 모임에서 여섯번째로 읽은 책과 감상문

한국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아픔은 아마 일제 치하에 있던 시간이 아닌가 싶다. 일제 강점기는 20세기 초부터 중반까지 약 35년동안 지속되었다. "토지"는 바로 이 아픔의 시기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이다. 보통 일제 강점기를 주제로 한 책들은 우리 민족이 일본에 당한 고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토지"는 우리 민족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한 시대를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너무나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남지방이 무대인것도 "땅"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일반 백성들의 삶을 더 잘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토지"를 읽으며 서희가 잃은 것들, 그리고 지켜낸것들이 토지와 재산이지만 이것이 곧 우리 민족이 일제 강점기때 일본에게 빼앗기기도 하고 또 지켜내기도 했던 수많은 문화 유산을 상징하는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숭례문이 불타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이 일본에게 가장 많이 빼앗김과 동시에 필사적으로 지켜낸 것 중 하나가 바로 문화가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문화가 무엇이길래 일본이 그토록 우리의 문화를 파괴하고 빼앗으려 애를 썼으며 또 우리는 피나는 노력과 무수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것을 지켰던 것일까?

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 사회가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활동의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이룬 물질적 정신적인 소득"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선조들의 생활 즉, 종교적인것이나 예술, 일상적인 모습 등등 민족의 정신과 얼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것을 모두 문화라 해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문화에는 민족 고유의 혼이 깃들어 있기에 문화를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고 그 민족을 죽이는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문화를 보존하는것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버팀목을 지키는것이 아닐까?

"토지"는 특히 3부에서 <민족개조론>을 통해 민족정신과 문화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민족개조론>은 한민족은 정신상태가 해이해서 독립할만한 능력이 없으니 민족성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바꾸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민족성에는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여 있는데 이를 바꾸라는 것은 민족의 근간을 흔들어대는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주장은 애국자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서희의 서릿발 같은 도도함, 길상이의 은근한 총명함, 백성들의 우직함이 모여 일궈낸 그들의 삶은 그 자체가 우리 민족이 일제 강점기를 헤쳐나온 삶이요, 역사이다. 그런데 이들이 <민족개조론>에 의해 바뀐다면 우리의 삶, 역사, 문화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 것인가?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역사와 문화를 지켜왔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역사와 문화를 대하는 태도는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문화재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자랑거리다." 등등 문화유산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저작 보호시설을 제대로 설치해 놓은 것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제대로 보호시설을 갖춘 곳은 문화재 100곳 중 37곳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키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해이함때문에 결국 우리는 국보 1호 숭례문을 불태우고 말았다.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었을때도 스러지지 않고 몇백년동안 굳건히 서있던 숭례문이 우리의 무관심때문에 단 몇시간만에 그 모습을, 역사와 문화를 품고 사라져버린것이다.

계속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우리나라는 단 하나의 문화재나 전통도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하루 빨리 깨닫고, 지금까지 우리의 행동을 반성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제 2의 숭례문 사건을 막고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도 조금씩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희가 지닌 약간의 오만함과 자신감은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우리 스스로 지니고 있어야 할 태도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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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0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토지를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로 본 해석이 참신합니다. 저는 토지 21권을 40일간 걸쳐 읽고 어찌나 감동과 감격했던지 많이 울었습니다.
우리글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어하는 정부가 해야할 것은 '영어몰입'이 아니라, 우리것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이겠죠.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우리말 낱말보단 영어로 해야 잘 알아들으니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ㅠㅠ

책향기 2008-03-11 11:07   좋아요 0 | URL
참신하다고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전 약간 삼천포로 빠지지 않았나 싶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