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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혜지가 독서토론 모임에서 첫번째로 읽은 책과 감상문
강은 문학 작품에서 인생에 비유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강이 인생의 시작과 끝처럼 개울에서 시작해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리버 보이”는 이런 강을 소재로 한 성장소설이다. 전에 또 다른 성장소설을 지루하게 읽은 탓에, 리버보이도 별로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리버보이”는 예상 밖으로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리버보이”는 생애 마지막으로 <리버보이>라는 그림에 도전하는 할아버지와 리버보이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손녀 제스의 이야기이다. 제스는 할아버지의 그림에 제목과 달리 왜 소년이 없는 건지 의아해한다. 그리고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할아버지가 너무 걱정되고 강에서 만난 리버보이가 누군지 궁금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런 힘든 때에 제스는 우연히 리버보이를 만나고, 할아버지와 함께 그림을 완성한 후 리버보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한다. 마침내 힘겹게 그림을 완성한 후 다시 리버보이를 만난 제스는 바다까지 헤엄쳐 가자는 리버보이의 부탁을 거절하고 만다. 그 후 할아버지의 친구이신 알프레드 할아버지를 통해 그림 <리버보이>가 할아버지의 얼굴을 그린 자화상이었다는 것을 보고, 진정으로 할아버지가 원하시던 꿈이 무엇인지 알게 된 제스는 리버보이의 뒤를 따라 70km의 강을 헤엄쳐 간다. 제스는 장장 11시간을 헤엄쳐 바다에 도착했지만 리버보이는 이미 사라지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제스는 그 사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제스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할아버지를 사랑했다. 할아버지도 이에 못지않게 손녀를 사랑해서 제스에게 그림 <리버보이>와 함께 그의 이루지 못한 꿈을 남겨 주신 것이 아닐까? 제스만은 자신의 진정한 꿈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소망에서 말이다. 그리고 제스는 할아버지의 소원을 이루었다. 할아버지의 진정한 꿈을 알고 있었던 알프레드 할아버지처럼, 그녀의 눈에도 “리버보이”, 즉 할아버지의 소년시절의 꿈이 그림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리버보이가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라고 말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는 죽음이 또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그가 사랑했던 강과 닮아 있다. 삶의 끝인 죽음이 또 하나의 시작이듯, 강이 끝나는 곳에서 넓은 바다가 또 시작되니까. 그러고 보면 '끝'을 뜻하는 단어 'End'의 글자 하나만 바꾸면 '그리고'를 뜻하는 단어 'And'가 되지 않던가! 할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이 꿈의 끝이 아니라 제스를 통해 또다른 시작으로 이어지기를 원했던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죽음과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는 죽음이 단지 ‘끝’이라는 것만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리버보이의 말을 통해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꿈을 잊지 않고, 손녀에게 남겨서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하는 할아버지의 행동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나도 그처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꼭 이루어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