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런, 월레스와 그로밋을 제작한 드림웍스와 아드만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도전한 CG애니메이션이다. 사실 아이들과 함께 어지간한 애니메이션은 두루두루 다 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플러쉬가 그리 끌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미적거림은 주인공 로디가 변기의 물살에 휩쓸려 들어가 지하세계로 떨어지면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영화는 럭셔리 애완쥐 로디가 싱크대에서 역류되어 올라온 시궁창 쥐 시드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아한 자신의 생활 속에 느닷없이 끼어들어 막무가내로 삶을 방해하는 시드는 로디를 지하세계로 안내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보아하니 다운타운냄새가 폴폴 나는 행색이니 변기를 보았을 리 없겠지 생각한 로디는 시드에게 변기를 월풀 스파라고 속이는 얄팍한 수를 썼다가 오히려 그에게 떠밀려 변기에 빠지고 마는 어수룩함을 보인다.

시드가 변기 물을 내리는 통에 하수도로 쓸려 내려간 로디가 도착한 곳은 쥐들이 모여 사는 지하세계 래트로폴리스! 그곳은 쥐들이 재활용품을 이용해 세운 또 다른 런던으로 여기 사는 쥐들은 영국 국민들처럼 축구에 열광하는 것까지 닮았다. 안락한 생활을 빼앗기고 온 로디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보트를 소유하고 있는 리타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이 순탄할리는 없는 법! 리타와 함께 지하세계의 악당 두꺼비 토드, 토드를 도와 주러온 프랑스 개구리 개굴레옹, 토드의 부하 쥐들에게 쫓고 쫓기는 모험이 변기 물살보다 더 강력한 속도로 그를 몰아치게 된다.

그 와중에 로디는 가난하지만 대식구들과 행복하고 시끌벅적하게 살아가는 리타네 집을 보고 애완쥐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뒤돌아보게 된다. 로디는 결국 리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하지만, 하필 집에 오고 나서야 두꺼비 토드의 거대한 음모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될 줄이야.... 결국 시드에게 자신의 럭셔리 생활을 넘겨주고는 다시 한 번 변기물살을 타고 지하세계로 향하는 로디! 모든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로디도 두꺼비 토드의 음모로 지하세계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에 수많은 쥐들의 목숨을 구해낸다.

결말은 변화 없는 로디의 럭셔리 애완쥐 생활처럼 너무나 뻔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요소가 웃음을 터뜨려주기에 식상한 스토리 구도는 용서가 되고도 남는다. 게다가 클레이 애니메이션인데도 엄청난 속도감을 보여주는 화면이 퍽이나 신선하게 보였으니 영화를 만든 스텝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미루어 짐작이 간다.
영화의 잔재미는 주연보다는 조연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타나 로디를 위로(?)해 주는 민달팽이들의 감미로운 노래, 덤앤더머도 울고 갈 토드의 부하쥐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웃게 만드는 유머 제조기이다. 그리고 "지"자가 들어가는 단어는 모두 "쥐"로 바꾸어 놓은 번역자의 반짝이는 센스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호화 출연진인 목소리 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개굴레옹의 느끼~~함이 듬뿍 묻어나는 프랑스 액센트가 일품이었다. 알고보니 개굴레옹의 목소리는 레옹의 장 르노가 맡았다고 한다. 주인공 로디는 반 헬싱의 휴 잭맨, 리타는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 두꺼비 토드는 반지의 제왕의 이안 멕켈렌이 연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투사부일체팀의 배우들이 더빙
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