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의 에메랄드
쥘리에트 벤조니 지음, 손종순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차 안에서 애들 기다리는 시간에 잠깐 잠깐씩 읽어낸 소설 “예언자의 에메랄드”. 이 소설의 작가 쥘리에트 벤조니는 남편과 사별한 후 40세 때 등단하여 1년에 평균 2편씩 60여편이 넘는 소설을 발표한 86세의 할머니라고 한다. 그녀는 특히 역사를 좋아해 도서관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후 소설을 쓰는 프랑스 역사소설의 거장이라고 하며, “예언자의 에메랄드” 또한 실제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팩션 소설이다.




에메랄드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신록의 상징 보석이다. 초록색 돌의 왕으로 꼽히는 에메랄드는 수많은 보석 중에서 최초로 장식용으로 이용되었으며,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즐기던 보석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에메랄드를 지니고 있으면 사랑이 변치 않으며, 다가오는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도 했고 또, 누구나 성실 해지고 정직해지며 낭비를 멈추어 점차적으로 부를 누리게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러한 에메랄드의 상징성 때문에 작가는 이 소설의 모티브로 에메랄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나오는 에메랄드는 우림과 툼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귀걸이인데 각각의 에메랄드 속에는 조그만 해와 가느다란 초승달이 들어있다고 묘사되었다. 우림은 “우르”의 복수명사로 “빛들”이라는 뜻이고 툼밈은 “완전”을 뜻하는 “톰”의 복수명사인 동시에 동사로 쓰이면 “완수하다(타맘)”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우림과 툼밈에 의해 하나님의 빛이 강력하게 세상을 비추며 그 빛은 반드시 성취되고 완성된다는 뜻이다.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베네치아의 왕자 알도 모로지니 왕자와 그의 친구 고고학자 아달베르 비달 펠리코른이 등장한다. 알도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성이라 어쩐지 추리소설보다는 순정만화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왕자라는 신분, 보석전문가라는 직업, 매력적인 미소, 게다가 아내 리자를 향한 절절한 사랑까지 그의 캐릭터는 여자라면 누구나 마음을 빼앗길만한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셈! 한편 알도의 친구 아달베르는 유능한 고고학자이며 알도와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이지만, 한 때 미모의 여인에게 정신을 뺏기기도 하는 인간적인 캐릭터이다.




전설의 에메랄드를 차지하고자 하는 두 축은 이스라엘 민족의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골드베르크 랍비와 저명한 고고학자 퍼시벌 클라크경이 차지하고 있다. 골드베르크 랍비는 여호와가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사한 흉패에 박혀있던 에메랄드 우림과 툼밈을 되찾아 옛 이스라엘 민족의 영광을 되살리길 원하고, 퍼시벌 클라크는 고고학자로서의 명성과 욕심 때문에 에메랄드를 원하지만 알도와 아달베르에게 그의 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들이 떠나는 에메랄드를 향한 여정에 수많은 여인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다섯 명의 여인네들이 있다. 모두 상당한 미모를 가졌지만 캐릭터는 모두 제각각이다. 첫 번째는 알도 왕자의 부인 리자 왕자비. 스위스 은행가의 딸로 랍비 골드베르크가 알도 왕자에게 에메랄드를 찾아오면 풀어주겠다는 조건으로 납치해 간 후 행방이 묘연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나타난다. 사건 발생의 동기 부여만 해 주고 내내 별다른 역할이 없어 사실 존재감 그리 크진 않다. 둘째는 퍼시벌 클라크의 딸 키프로스. 아버지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집을 나와 동굴에서 사는 미지의 여인이다. 세 번째는 점술가 살로메. 상당한 미모를 가진 젊은 여인으로 알도왕자에게 에메랄드의 위치를 알려주는 조건으로 모종의 거래를 제시한다. 그녀에게서 알도는 에메랄드에 얽힌 전설과 역사에 대해 듣게 된다. 네 번째 여인은 대공작 부인. 저주받은 에메랄드의 실제 소유자로 알도왕자는 그녀로부터 에메랄드를 사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마지막으로 고고학자 힐러리 도슨. 어느 날 갑자기 아달베르와 함께 알도 앞에 나타나 사사건건 알도의 신경을 긁는다. 게다가 아달베르는 도슨양에게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게 되니, 리자를 빨리 구해내야 하는 알도에겐 그녀가 눈엣가시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미모의 여인들을 거치면서 알도와 아달베르는 예루살렘을 비롯해서 터키, 프랑스, 체코, 루마니아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니, 비록 책 속이지만 이들을 따라다니며 상류사회의 무도회에도 참석해보고 오리엔트 특급열차도 타보고, 각 나라의 경치를 감상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내용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재미가 있어져 읽는 속도가 더해지는데 결말부분에 가서는 갑자기 모든 사건이 쉽게 해결되어버려 맥이 탁 풀리는 느낌도 든다. 또, 사건전개에 따른 복선도 충분치 않아 읽다보면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혹자는 중동의 왕조부터 루마니아의 드라큐라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역사소설이라고 칭찬하고 있지만 나는 “갑자기 왠 드라큐라??”하고 어이없어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몇몇 거슬리는 점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점점 책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원석을 갈고 다듬어 빛나는 보석을 만들듯이 역사를 역사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속에서 로맨스와 모험을 찾아낸 노작가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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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리뷰 잘 읽었습니다. 문학동네서 이런 책들도 나오는군요~
어쩐지 리뷰상으로만 본다면 코엘료의 연금술사 같은 이미지도 느껴지는데요?

책향기 2007-08-2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금술사에 우림과 툼밈이 나와서 그런가요? 제 생각엔 그다지 비슷하지 않은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