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베틀북 그림책 13
프리드리히 헤헬만 그림, 미하엘 엔데 글, 문성원 옮김 / 베틀북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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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동화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꿈과 모험의 상징 피터팬이 아닐까? 그런데 여기 그림자를 모티브로 한 또다른 동화가 있으니 바로 미하엘 엔데의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이다. 이 동화에도 피터팬에서처럼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가 나오는데 한두개도 아니고 오필리아의 방이 어둑어둑해질정도로 수많은 그림자들이 "떼"로 등장한다.^^ 아무에게도 속해 있지 않고 아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소위 "남아도는 그림자들"... 그들은 자신의 처지가 너무 슬프고 외롭기때문에 자꾸만 오필리아를 찾아온다.

사실 그림자들이 오필리아를 자꾸 찾아오는것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인생의 대부분을 극장에 있는 무대앞 작은 상자(관객에게는 보이지 않는)속에 들어가 배우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대사를 불러주는 일을 하며 인생을 보내고 할머니가 됐으니까... 그녀 자신이 바로 배우와 관객들에겐 그림자 같은 존재였던것이다!

 

 

영화관과 TV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오필리아에게 찾아오는 그림자수는 날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급기야 그림자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위해 싸우기까지 한다. 소외된 그림자들의 소외되지 않기 위한 또다른 경쟁.... 그 경쟁에서 서로 상처받지 않고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방법으로 오필리아는 연극대사를 멋지게 활용한다. 온 인생을 연극에 바치고도 그 일자리에서 내쳐진 오필리아와 아무에게도 소속되지 못해 내쳐진 그림자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그림자 연극! 그들은 비로소 그들의 인생에서 주연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결국 오필리아는 이 그림자 극장때문에 유명해지고 돈도 벌게 되지만 어느 눈보라 치는 날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큰 그림자가 불쑥 나타난다. 바로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오필리아는 그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그래, 나한테 오려무나."라고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 당당함은 한 평생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충만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오필리아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 오필리아는 그 동안 그녀가 받아들여 준 수많은 그림자들과 함께 으로 가득한 천국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동화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인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문제가 환상적이고도 신비한 이야기 속에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 읽고 나면 "역시 미하엘 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그림자가 내포하는 이미지와 연극의 요소를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잘 결합시킨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건 오필리아라는 할머니 주인공의 풍부하고도 사랑스러운 표정!! 하느님이 주신 작은 목소리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과 관련된 일을 평생토록 하는 오필리아, 결코 주인공이 되고자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는 오필리아, 외롭고 쓸쓸한 그림자들을 받아들이는 사랑이 넘치는 오필리아, 그리고 죽음앞에 의연하고 물러서지 않는 오필리아...책의 내용만큼이나 환상적인 프리드리히 헤헬만의 그림을 보면 이런 오필리아의 모습을 그만큼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을것 같다. 주름 가득한 할머니의 미소가 너무너무 아름답고 따뜻하여 그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단하고 힘든 일상이 잊혀지는듯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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