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1
낸시 파머 지음, 백영미 옮김 / 비룡소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갈의 아이! 붉은 색의 전갈 실루엣이 그려져 있는 책 표지와 제목만 놓고 보자면 이 책이 고대 이집트나 중동을 배경으로 한 미스테리한 환타지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는 클론의 정체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윤리의식이고 자신이 처한 운명을 헤쳐나가는 한 소년(클론)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 SF 동화이다.

주인공 마트는 클론이다. 아편을 재배하며 막대한 부와 권력을 거머쥔 엘 파트론의 세포에서 복제된 여덟번 째 클론! 마트는 자신이 클론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파트론의 요리사 셀리아의 보호 아래 외부와 단절된 채 성장한다. 발바닥에 "알라크란가의 자산"이라는 문신이 찍힌 엘 파트론의 클론이라는 이유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고 경멸하고 혹은 두려워한다. 태어나자 마자 뇌를 파괴당하는 보통의 클론들과 달리 마트는 엘 파트론으로부터 복제되었다는 특별함때문에 뇌를 파괴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능이 있건 없건간에 그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엘 파트론에게 장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뇌에 칩을 이식해 명령에만 따르게 되어 있는 이짓, 멕시코의 황량한 풍경, 아편을 이용한 권력과 부등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가라앉아 있는 무채색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내용 전개가 빠르고 마트가 겪는 여러가지 모험과 반전이 꽤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한 때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와 그 윤리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었던 만큼, 이 책을 읽고 난 후 장기 이식과 클론의 정체성, 인간의 영혼과 죽음, 삶의 질등에 대한 입장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단, 이 책에서 부가적으로 유전자나 클론, 장기 이식등에 대해 자세한 과학적 지식을 얻기를 원하지는 말 것!!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을 일찍 맛 본 청소년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일랜드"라는 영화와 여러가지 면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될것이다. 클론이 경제력 있는 상류층의 질병 치료용으로 사용된다는 점, 클론의 정체성, 클론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깨닫고 탈출을 시도한다는 점등..."전갈의 아이"와 "아일랜드"는 장르만 다를 뿐, 우리에게 던져주는 똑같은 메시지는 앞으로 인류가 풀어내야 할 무거운 숙제인것 같다. 영혼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가?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된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