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위한 7일
마르크 레비 지음, 박철화 옮김 / 문학세계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우연, 그것은 바로 신이 몰래 다녀갔다는 증거이다. 

신문의 서평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이 한 줄의 글때문에 책을 사서 읽게 되었는데, 결국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책의 맨 앞장에 나오는 이 글귀뿐이다.

저자 마르크 레비는 <천국 같은>, <다음 생에>등의 작품으로 프랑스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고 소개되는데, 전작들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영원을 위한 7일>보다는 더 잘 쓰여진 소설이겠거니 짐작할 따름이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작가에게 설득되지 못한 채 천사와 악마의 사랑이야기를 좇아 왔기때문이다.

이야기는 7일동안 일어나는 천사와 악마의 대결과 사랑에 관한 것이다. 선과 악의 절대 상징인 신과 루시퍼가 인간에 대한 지배권을 걸고 마지막 대결을 벌이게 되고, 그들을 대신하여 천사 조피아와 악마 루카스가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루카스와 조피아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세상을 무너뜨리기 위한 루카스와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한 조피아가 그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선택 앞에서 약간 마음이 움직이려는 순간, 소설은 나로 하여금 어느 새 해피엔딩을 맞이하라고 권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주인공들에게 동화되지 못하게 만드는 몇몇가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첫번째가 페이지 페이지마다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는듯한 (그렇지만 아주 긴박감 넘치는것은 아닌...) 장면 묘사였다. 별다른 개연성 없는 폭발 사고, 부두 노동자의 추락, 고급차를 매번 훔쳐타고는 이유없이 버리곤 하는 루카스 등등...

더군다나 신과 사탄의 마지막 대결을 위해 최정예요원들이 이 지상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루카스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함께 일하며 부두 노동자들의 파업을 유도하는 것이고, 조피아는 부두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을 갖고 동시에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라니....저자는 왜 이들의 활동 배경으로 샌프란시스코 80부두를 선택한 것일까?

또한 조피아의 주변 인물들, 즉 친구 마틸다와 하숙집 주인 렌, 감시관 천사 쥘등이 하는 말들도 사건 전개에 어울리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을 번역하신 분도 책의 말미에 이에 대해 언급해 놓았는데, 작가의 위트가 프랑스어의 말놀이에 의해 많이 표현되는데 이 뉘앙스를 살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번역하신 분은 이 책을 즐겁게 읽었고 즐겁게 옮겼다고 하지만 그 즐거움이 읽는 이가 느낄정도까지는 안 되는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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