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북거, 아북거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3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차 세계대전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격추당해 '기념비적인 한 방을 얻어밪고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로알드 달!!! 그 '기념비적인 한 방' 덕분일까?^^ 그의 동화에는 언제나 보통 사람들은 생각해 내지 못하는 상상력과 따스함, 그리고 위트가 넘친다.
아북거 아북거...언뜻 책 제목을 보니 거북이가 나오는 내용일 것이라고 얼핏 짐작이 갔지만 왜 말을 거꾸로 써놓은거야 하는 호기심에 아이가 읽기전에 내가 먼저 읽어 버렸던 책이기도 하다. 이 말이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실버부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주인공 호피씨가 급조해 낸 주문이란걸 알게 되자 사랑을 얻기위한 남자들의 노력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창의적이면서도 조금은 유치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 여자들 또한 나이에 상관없이 그 창의적이고도 유치한 노력에 얼마든지 감동받을 준비가 되어있단 말이지...^^)
은퇴해서 외롭게 사는 수줍은 호피씨는 아래층에 사는 실버부인을 몇년간이나 사모해 오다가 급기야는 그녀의 애완 거북 알피를 질투하기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호피씨는 실버부인에게서 알피가 너무 작고 자라지 않아 고민중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호피씨는 이것이 실버부인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기회임을 번개처럼 깨닫고 그녀의 환심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그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치밀하고 깜찍하고 또 엉뚱한지 책을 읽다보면 "어디 나의 매력에 한번 빠져 보시겄습니까~~"하고 호피씨가 약간은 엉큼한 살인미소를 날리는듯 한 느낌도 든다.
어린이 동화에 은퇴한 할아버지와 매력적인 중년 부인이 주인공으로 나와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렇게 따스하게 묘사할 수 있는것은 그 작가가 로알드 달이기때문에 가능한 일일것이다. 그닥 책읽기를 즐기지 않는 우리 아들도 이 책을 읽고 큭큭거리며 재밌어 하는걸 보니 호피씨의 그 매력이 보통은 넘지 싶다. 숫기없고 마음약한 우리 아들도 호피씨의 엉뚱하고도 귀여운 사랑쟁취 작전에 홀딱 넘어간것 같으니... 이 녀석 훗날 자기가 반한 여자애를 이런 식으로 꼬시는건 아닌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