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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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순서

이 책 후에 냈던 '죽는 게 뭐라고'를 읽고 이 책 '사는 게 뭐라고'를 읽었다.
자고로 책은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야 한다.
나처럼 많은 분들이 '죽는 게 뭐라고' 책을 읽은 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난 정말 만족했다. 이유는 이렇다. 사노 요코 할머니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2년 산다고 했다.
2년 사는데 딱 1억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2년 남은 생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쓴 책이 바로 이 '사는 게 뭐라고'라는 책이다. 내가 처음 읽은 '죽는 게 뭐라고'는 2년이 지난 후 이야기다. 삶이 덤으로 주어진 것이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2년이 지났다고 "깰꼬닥" 죽으면 얼마나 좋으련만(잉?) 그러질 않았네-그래서 우리 사노 요코 할머니는 다시 의사에게 가서 따진다. 2년 후 죽는다고 해서 실컷 돈도 펑펑 쓰고 해서 빨리 죽어야 한다고. 죽기 직전까지 온 힘을 다해 쓴 책이 이 책 후에 나온 '죽는 게 뭐라고'다. 그렇기에 사노 요코 할머니 유머는 살짝 약했다. 세상에!!! 그 드립과 그 유머, 현실을 잊고 웃었던 그 글들이 죽음을 문턱에 놓고 온 힘을 쥐어짜서 쓴 글이라니! 그렇기에 '사는 게 뭐라고'는 내게 대단한 책이었다

죽음이 좋을 수도 있다.
오빠, 오빠는 모르는 채 죽었지만 사는 것도 정말로 고단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도 몇 번이나 있었는데 사는 동안은 죽을 수가 없어. (62)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243)

사노 요코 할머니는 죽음으로 자유를 얻었다. 그림책을 내고 비평을 들을 필요가 없다. 항상 나를 향하는 자괴감도 없어졌다. 2년이라는 시간 안에 스스로를 평가까지 해 나가기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2년 남았다는 말을 듣자마자 항상 사고 싶었던 재규어 자동차를 샀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 예전 우울증이 있었을 때 친구들은 모두 떠나갔다. 하지만 시한부 암 환자에게 사람들에겐 관대하다. 갖고 싶다는 욕심도, 못된 사람에 대한 분노도 줄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한다. 싫어하고 분노하는 것은 하나씩 사라진다.
 이 책은 날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구난방으로 글이 진행된다. 내 나름대로 요코 여사님 생각에 대해 정리를 해봤다.

1. 사람들은 요코를 싫어해.(인간관계)
2. 요코는 한국을 사랑해.(한류에 빠지다.)
3. 요코는 자신이 제일 어렵다.
(요코 '할머니'를 생략합니다.)

1. 사람들은 요코를 싫어해.

이 책 처음은 요리로 시작한다. 이 책은 음식 이야기가 제법 된다. 이에 비해 그다음 책은 먹는 이야기가 없다. 유유코씨 리버 페이스트를 좋아했던 요코 여사님. 대지진을 겪은 유유코씨에게 뜬금없이 전화해 요리법을 물었단다. 유유코양은 이 일을 계기로 분노했단 사실을 뒤늦게 안다. 어느 잡지 편집자 청탁에 자신 의견에 따르지 않는 태도에 화가 나 말을 비꼬며 끊어버리고 후회한다. 시한부라고 재규어를 샀다는 요코 앞에서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며 악담을 퍼붓는 사람도 있다.(생각해보면 오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코한테는 재규어보다 페라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또 책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는 요코 여사님은 혼자 산다. 결혼을 두 번 실패했다.
 여기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인연은 사촌 언니인 모모코다. 요코 여사보다 여섯 살 정도 나이 많은 독거 할머니다. 40년 동안 착실히 회사를 다녔다. 이다음 책에서는 모모코 언니가 정말 좋다는 내용만 있어서 이런 큰일이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 했다. 모모 언니는 정말 우아한 여성이다. 교양 있고 멋지다. 게다가 항상 요코에게 베풀고 돌보아 준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모모 언니가 살아가는 힘은 '강박증'이다. 요코는 항상 고민하고 자신조차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에 우울증이 온다. 모모코 언니에게 우울증이 올 리 없다. 일본은 최고 국가라는 자부심에 차 있고 일본과 중국은 우매하다 생각한다. 모모 언니는 가장 우월한 인자다. 왜냐면 내가 정한 일에 최선을 다했고 다른 사람들을 항상 이겨 왔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이 하는 일에 집착이 강하다. 화장실에 가는 길에 저자가 보기에 쓸 데 없는 점수 쓰기를 하지 않았다고 온갖 비난을 쏟아낸다. 결국 둘은 이후 10년 동안 절교했다.

"아, 난 결혼 안 해서 다행이야. 요즘 정말 절실히 느낀다니까. 자식도 없어서 다행이야. 모두들 자식 때문에 고생하는걸."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두 번이나 결혼했고, 이혼했고, 변변찮은 자식 가지 있다. 계속 침묵을 지켰다.(171)

이 부분을 보고 나 자신에게 도취돼서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얘기했던 그때가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내가 다 창피했다. 그러면서 요코 여사는 그런다.

친구들은 이런 나와 어울려준다. 모두들 나를 참아가며 어울려주는 것이다. 모두들 아, 또 저런다. 요코가 또 저런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겠지. 남이 어떤 의견을 말하면 나는 반드시 휙 하고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186)

인간관계란 완벽할 수 없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 그래도 서로 만나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결점을 참을 수 있을 정도일 때가 아닐까 싶다. 그걸 깨닫고 하늘나라에 간 저자다.

2. 요코는 한국을 사랑해.

이 부분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사진에 나온 요코 할머니 눈이 하트가 되어 욘사마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욘사마를 보기 위해 본 드라마는 굴비 엮듯이 다른 남자 배우를 소개해주었다. 그렇게 dvd가 늘어가고 결국은 욘사마 체취를 느끼기 위해 한국 땅을 밟는다.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한 달 동안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턱까지 돌아가셨으니까요. 전에 독일에 살던 요코는 반일 감정이 가득한 남자와 인연을 맺었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일본인임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연배가 있는 사람들이 일본어로 웃으며 말을 걸면 화들짝 놀라면서 죄송합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아시는 건 일제 탓이지요, 죄송합니다. 하는 기분이 들어 천연덕스럽게 관광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130)

내가 저자를 더욱 가깝게 느끼는 건 이런 마음 때문이다. 이 분은 유난히 한국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그림책에 느껴지는 요코 할머니 사랑 코드와 한국인이 갖는 '정'이라는 감정이 같다는 증거 같았다. 그래서 이 분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가진 한국에 대한 사랑은 더욱 커져 심오한 결론도 내려주신다.

"한국은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습니다."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의 정은 내부를 향해 있고 애증도 그 안에서 소비되니까 외부로 나갈 여력이 없는 것이다. 북한도 남한도, 한 민족의 애증이 내부에서 부딪히는 거겠지. 한국인이 들으면 큰일 날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137)

아마 요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라면 일본도 무조건 덮어놓고 미워하면 안 되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할머니, 괜찮아요. 한국인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3. 요코는 자신이 제일 어렵다.

요코는 주위 사람들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엉망이고 관심도 없던 마작을 배웠던 이야기, 싱글벙글 씨와 인연, 90대지만 아직도 멋진 친구 엄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도 항상 요코 할머니 마지막은 스스로에 대해 끝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끝은 또다시 자신을 향한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182)

그중 이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왜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했지? 왜 내 마음은 이러지? 그런 스스로에 대한 이해 때문에 우울할 수밖에 없던 요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비단 요코 할머니뿐 아니다. 종교가 답이라고 의지하지 않거나 확실한 진리를 무조건적으로 믿지 않는 이상 인간은 항상 부족하고 그렇기에 외롭다. 항상 의문과 반론을 제기하는 숙명을 지닌 작가 요코 할머니에게 왔던 정신병은 직업병이자, 숙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할머니는 노력한다.

'애 낳는 기계'라는 말을 듣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여자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네네, 맞아요, 남자는 단순한 종마랍니다. 기계보다 못하지요, 모쪼록 힘내세요, 하고 웃으면 될 일을.(209)

삐딱한 시선으로 분노하고 화내기 보다 뼈 있는 유머로 넘기길.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기보다는 희망으로 바라보려 항상 노력한다.

사람은 태평스러운 존재다. 그간 실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는 나조차도 '내 인생은 썩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로 나뿐일까?(245)

이 부분은 요코 할머니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코 할머니 마음은 많은 부분 내 마음과 맞닿아있다.

자존심 상하지만 말입니다.

 내가 싫어했던 일본인이 좋아졌다. 항상 겉과 속이 다른 듯한 위선자라고 생각하며 일본인 전체를 싸잡아 일반화한 날 반성했다. 어쩌면 이제껏 읽었던 일본 문학은 이런 내 편견으로 폄하한 건 아닐까? 급한 마음에 '설국'을 펼쳤다. 확실히 예전과 다른 느낌이다.
 만약 이 분이 살아계시다면 나이는 숫자일 뿐 친구처럼 수다를 떨고 싶다.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보셨다니 어느 정도 한국어도 아시겠지. 나도 이 분 덕분에 일본어를 배울 의지가 불탄다. 참 안타깝다. 같은 하늘 아래 이 분이 없다는 게. 그래도 그분 글은 이 세상에 있으니 적잖이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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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6-03-06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에 대한 진리입니다.


˝ 오빠, 오빠는 모르는 채 죽었지만 사는 것도 정말로 고단해.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도 몇 번이나 있었는데 사는 동안은 죽을 수가 없어. (62)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243) ˝


최고의 리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책한엄마 2016-03-06 18:54   좋아요 1 | URL
와-과찬이세요.
다시 읽어보니 몇 개 문장이 이상해서 좀 더 고쳐야겠습니다.ㅠㅠ

커피소년 2016-03-07 00:06   좋아요 1 | URL
완벽에 또 완벽을 추구하시는 모습..ㅎㅎ 아름답습니다..ㅎㅎ

정시연 2016-03-06 1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최고에여!!!

책한엄마 2016-03-06 19:03   좋아요 1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서니데이 2016-03-07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꿀꿀이님, 즐거운 저녁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책한엄마 2016-03-07 21:29   좋아요 2 | URL
벌써 끝났나요?@0@

서니데이 2016-03-07 21:30   좋아요 1 | URL
네. 오늘은 정답자가 많으셔서 9시에 정답 말씀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