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 곱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그 속에 담긴 인간도 덩달아 아름다워 보이는 공간... 제주의 올레 안으로 들어가다."  

 내가 그 속에 있어도 될까? 올레꾼이 되어서 제주의 돌틈, 바위틈, 숲과 나무 틈, 도로와 다리틈... 그 틈과 틈을 발로 직접 밟으며 들어간 2박 3일... 

그렇게 많이 걷는 여행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즐거운 여행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나를 사랑하게 된 여행도 처음이었다.  

감사로 채워지는 하루하루! 얼마만인가? 16.3Km를 이틀이나 걸어낸 나의 다리가 너무 감사하고, 햇빛에 벌겋게 타오른 나의 목덜미가 감사하고, 나와 함께 걸어 온 나의 벗들이 너무 감사하고, 그 길을 만들어준 많은 사람들이 감사하고, 서로 스치며 지난 올레꾼 모두가 감사하고, 길목마다 만난 너무도 정겨운 제주인들이 감사하고, 물 한모금이 너무 감사하고, 바다를 스쳐 나에게로 와 준 바람이 너무 감사하고, 그 아름다운 공간을 나에게 허락한 신이 감사했다. 

좋은 경험이란 말... 이럴때 쓰는 것이구나. 올레는 내 삶에서 참으로 귀한 소중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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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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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 연인이다.” 그런 연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작가 이주헌이 말하는 미술은 이렇게 착하고 예쁜 연인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처음 이주헌의 책을 보았다. 그 당시 나에게 미술은 상처이고 아픔이고 그리고 그리움이었다. 미술은 나에겐 4B 연필의 가격이었고, 간절한 그리움 대신 포기란 단어를 가슴에 묻기로 결심한 최초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림을 다시 가슴팍에서 살려낸 사람이 이주헌이었고, 한동안 난 그를 미워했다. 그가 소개하는 쉽고 즐겁고 행복한 그림 속의 산책을 사치라 여기면서도 난 도서관 어귀 이주헌의 책들 앞에 서서 그의 책 속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사랑하고 그 그림을 결코 배반하지 않은 한 인간의 치열한 정열을 엿보고 있었다.

<지식의 미술관> 일단 이주헌의 책이란 점에서 난 고민하지 않고 읽었다. 마그리트의 <골콘다>는 일상에 젖어 힘들어하던 나에게 상식을 넘어서는 일탈이 주는 묘한 아름다움을 전해 주었다. 데페이즈망 말도 어려운 용어가 피 흘리는 석고상으로 쉽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이주헌스럽다 생각을 했다. 김재홍의 <거인의 잠>은 그 어떤 민중 문학보다 강열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내 무릎을 덮고 있던 클림트의 <키스>에서 남성과 여성의 공존을 읽어냈다. 남성과 여성의 누드가 전해주는 이야기며, 절대 권력을 행사하며 한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이 전해주는 그림의 정체성, 그림 이전에 또는 그 배후에 가려져 있는 진실들까지... 쉽지 않은 많은 내용을 잘 정리해서 전하고 있는 책이었다. 그 덕분에 이번 가을도 그림과 더불어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 난 20년을 접어둔 가슴 속 포기를 다시 만나고 있다. 10대에 꿈꾸던 그림을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그림과 친해지면서 배우고 있다. 지움과 비움의 아름다움을 조금 아주 조금 알아간다. 움켜쥐고만 살았던 삶, 놓으면 없어질 것 같았던 치열한 욕심 속에 30년 넘는 생을 살다가 지금은 이젤 앞에서 삶을 철학을 배우고 있다. 데생을 하면서 선으로 가득채운 면들을 지우개로 적당히 지워야 더 아름답다란 것을 알았고, 그림 속 색의 조화를 살리는 것은 아무 색도 지니지 않은 투명한 물의 조화며 더불어 너무 과한 색은 지워내야 더 곱다란 것도 알았다. 삶도 이렇게 지우고, 비워야 조화롭다고 아직은 많이 어색한 나의 그림이 가르쳐주고 있다. 다시 만난 연인같은 그림... 이주헌에게 그림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 연인이고, 나에게 그림은 내가 결코 버릴 수 없는 그리운 연인인 것 같다. 이젤 앞에서 어색하게 색을 섞는다. 그렇게 내 삶도 섞어간다. 고맙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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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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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님아, 내님아 물을 건너지마이소. 보이소. 님아 내가 다 알지만 그래도 물을 건너지는 마이소. 알았지예. 이 세상이 더럽고, 힘들고, 던적스럽고, 슬퍼도 그래도 여기서 나랑 같이 살아예. 알았지예. 님아! 물을 건너지마이소. 알았지예”  

 

  기르던 개에게 날개를 달아주던 한 아이는 그 개에게 물려 죽고, 그 어미는 TV에서 아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도 도망을 쳐야하는 세상. 의붓 여동생을 상습적으로 강간하던 아버지를 아들이 21Kg 절구로 때려죽여야하고, 오늘의 친구들을 미끼로 내일을 살아야 하는 청춘들이 버티어야하는 세상. 모범 소방공무원은 불구덩이 속에서도 보석 덩어리를 허리춤에 숨겨 삶을 살아가야 하고, 베트남에서 돈 몇 푼에 이 땅까지 시집 온 한 여인은 차가운 바다를 헤집고 고철을 찾는 고단한 삶으로 명을 잇고, 폐기선 귀퉁이에서 먹는 초코파이 하나에 감동해야하는 세상. 돈이 필요한 누군가는 자신의 신장을 뜯어 팔고, 돈을 훔친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그 신장을 새로 달아야하는 세상. 학교 보낸 딸아이는 크레인에 짓이겨 돌아오고, 그 아비는 딸자식 명과 바꾼 보상금을 몰래 받아 고향을 등져야하는 세상...  이런 세상의 한 귀퉁이 딱 그 아이 키만큼 슬픈 비석은 갈매기의 똥으로 눈물을 대신 흘리고, 돌덩어리로 굳은 소녀는 해망 바닷가 언덕에서 머리를 푼다.

 

“그래도 물을 건너지 마이소. 저 파미르 고원 꼭대기 닮은 맵고 독한 파뿌리도 달걀하나 훠이훠이 풀면 둥글게 둥글게 맛나지 않소. 그러니 님아! 나랑 파같이 달걀같이 부둥켜 살게 물 건너지 마이소.”  

 

  김훈은 나에게는 고단하게 달려온 우리 역사의 한켠을 참 담담하게도 표현하는 잔인한 작가였다. 과거의 삶 속에 살면서도 항상 오늘을 이야기하는 작가, 그가 보여준 어제는 곧 다가올 우리의 오늘이었고 그래서 조금은 무서웠다. 언제나 영웅이었던 사람을 한 인간으로 우리 앞에 세우고, 가야금의 선율이 왜 슬픈지를 한 악공의 처절한 삶으로 알려주었다. 잊고 살았던 전쟁을 살리어 내고 치욕의 역사를 바로 눈앞에 펼쳐 보인다. 어쩌란 말인가? 다 지났는데... 그런데 그것이 오늘이란다. 그 옛날 원효가 먹은 바지락의 맛이 지금 우리가 먹는 것과 다를까? 작가는 또 이렇게 날 몰아세운다. 진짜 슬픈 이야기를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전하는 사람! 나에게 김훈은 그런 사람이다. 그를 따라 자전거 여행이나 하면 좋겠구만... 그의 소설은 항상 맵다. 엉엉 울면 바보 같다고 할 것 같아서 돌아서서 컹컹거리며 숨을 고르고 몰래 물 한 잔 삼키면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괜찮다고 우겨야 할 것 같이...

<공무도하> 그는 말한다. 다 안다고. 더럽고, 비열하고, 던적스럽고, 슬프고, 힘들다는 것... 말도 안 되는 세상이고, 말로 할 수도 없는 세상이란 걸... 그래도 건너지 말고 살자고 한다. 김훈이 세상을 향해 뜯는 공후소리가 참 맵다. 그의 소설은 나에게 또 맵다.

 

  피울음을 토하며 죽어가는 태양과 그 울음으로 가득한 하늘이 가엾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노을이 토해내는 해망의 해안가 넋 놓은 울음소리가 깊고, 맵고, 아프다. 책장을 덮고도 한참이 아프다. 물 한 잔 삼키며, 꿀꺽 목에 걸리는 삶을 넘겨본다. 계란하나 맛나게 풀어서 파한뿌리 대강 뜯어 넣고 라면하나 끓여서 먹어야겠다. 꿀꺽 그렇게 삶을 또 넘겨야 겠다.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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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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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만남 2009-06-2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 동네의 소설은 재미있다. 더불어 아껴서 읽고 싶은 만큼 좋은 글들이 많다. 그래서 자주 그 동네의 어귀를 어슬렁거리나 보다.
 



웅장한 검은 돌이 보내는 미소가 너무 낯설지 않아 오히려 그것이 낯설었던 여행이었다. 크메르의 미소라 불리는 앙코르 왓트 사원의 거대한 미소가 난 참 반갑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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