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명장 관우 - The Lost Blade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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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 고전물 중에서 단연코 인기가 제일 많은 걸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삼국지'일 것이다. 소싯적 누구나 한두 번씩 접해봤을 아니, 국내 작가들의 완역본이라는 홍보로 판에 찍듯이 10권 세트로 나온 나관중의 삼국지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로써 아직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아닌 픽션이 가미된 '삼국연의', 어쨌든 수학 정석이 '집합'부터 시작하듯 '도원결의'부터 시작되는 삼국지는 동양인이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교과서적 역사 판타지자,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충과 의를 주입시키는 덕후스런 흥미만점의 고전으로 아직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거. 이미 삼국지 관련 드라마가 90년대에 2010년에는 '신 삼국'으로 재탄생했고, 영화로는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삼국지:용의부활>이나 조조 대군에 맞선 오와 촉 연합군의 가열한 전투 <적벽대전1,2>를 비롯해서 유명한 코에이 삼국지 게임까지, 이렇게 삼국지는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고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삼국지기에 어느 하나의 에피소드만 봐도 끌리는 게 당연한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삼국지: 명장 관우>의 이야기는 바로 삼국지 최고의 인기 장수 캐릭터인 관우의 일생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그 일생이 '용의 부활'처럼 일대기식이 아닌, 198년 하비성 전투 이후 조조에게 붙잡혀 휘하로 들어가게 된 관우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펼쳐낸다. 바로 유비 형님과 떨어져 지내며 조조의 보호?아래 잘 지내지만, 러브콜을 마다하고 그곳을 도망쳐 유비 형님께 한달음에 달려가기 위해서 5개 관문을 통과하며, 6명의 장수들을 엣지있게 무찔렀다는 오관돌파의 '오관참육장' 고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삼국지: 명장 관우'다. 그리고 그 관우 역에는 '엽문' 시리즈 등, 자신만의 무술 액션 실력을 고수하고 있는 '견자단'이 맡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 유명한 배우기에, 그래서 더욱더 끌리기도 한 것인데, 그렇다면 견자단이 그린 '관우'는 어땠을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거대한 운명을 결정짓는 역사 속 가장 비장한 전투가 온다!

늑대의 용맹함과 양의 마음을 가진 영웅, 관우(견자단). 하비성 전투 후 조조의 휘하에 들어가게 된 관우. 술 한잔이 식기 전에 적의 장군들을 물리치는 용맹함과 백성들을 살피는 세심함으로 조조의 군에서조차 존경의 대상이 된다. 조조(강문)의 신임이 더욱 커가던 어느 날, 도원결의로 맺어진 주군 유비의 생사 소식을 확인하게 되는데.. 형제에서 칼을 품은 적으로.. 관우를 절대 돌려 보낼 수 없다! 적토마를 선물하며 자신의 휘하에 두고 싶어하는 조조는 관우를 회유하지만 관우의 결심은 변하지 않는다. 그를 다시 적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위험한 조조와 주군 유비에게 돌아가야만 하는 관우, 유비에게 돌아가는 길은 하후돈의 장수 진기를 비롯해 조조의 신임을 얻는 장군들이 버티는 5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관운장으로 분한 견자단 형님, 그에 앞엔 적이란 없다. 어서 비키라 카이~~)

이 영화는 삼국연의에서도 재미난 에피소드 중 하나인 전체 이야기 구도에서 중반으로 넘어 가기 전 1/3쯤에 해당하는 조조에게 잡힌 관우를 조망하고 있다. 이 대목부터가 사실 끌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진수의 삼국지 정사 기록에도 나오지만 조조에게 잡혔다는 관우를 후대에 나온 나관중의 삼국연의는 최고의 인기 장수인 '관우'에게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부여하며 그를 무장의 신으로 승화시켰다. 이미 동탁 진영의 최고의 장수 '화웅'을 술이 식기 전에 단칼에 무찌른 그였기에, 또 원소군의 대장군 '안량'마저도 저승으로 보낸 그였기에, 오관에 버티고 있는 조조의 휘하 장수들과 대결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조조가 풀어주고 그냥 보냈다는 선심성 처사가 있었다지만, 이를 뒤늦게 안 장수들은 그를 막아보려지만 중과부적, 역시 관우는 무장의 신답게 오관을 돌파한다.


(오관돌파에 희생당한 6명의 장수들, 실제 역사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오관돌파' 관우의 활약상과 고뇌를 중점으로 그린 삼국지 무비 '명장 관우'

위처럼 나름의 포스를 갖춘 그들이었지만, 동령관 관문을 시작으로 이들은 관우 앞에서 추풍낙엽 신세, 관우로 분한 견자단이 예의 그 무술 액션 실력을 뽐내며 손발이 아닌 이번에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이들을 물리친다. 독침을 맞는 와중에 달려드는 패거리들도 그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견자단의 무술 실력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 오관을 코에이 게임처럼 미션을 수행하듯 돌파하며 다시 조조와 맞닥뜨리며 위기에 처한 관우, '왜 나를 이리도 못살게 구느냐, 난 어서 형수님을 모시고 가야 된다, 다시 길을 열어달라'는 그 제안에, 이번 영화에서 아주 인간적이며 대인배스럽게 나온 조조는 그와의 간담상조한 전례를 생각하며 그를 보내고 만다. 그리고 조조는 20여 년 뒤 오나라 '여몽'에 의해 사로잡혀 죽게 된 관우의 관을 새롭께 짜며 그만의 아우라를 꼽씹어 보더니 진정한 충절의 무장 '관우'를 되새긴다.

이렇게 영화는 관우의 생과 사 아니, 오관돌파를 중점으로 한 관우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오관돌파의 액션을 기본으로 해서 견자단식의 무술 액션이 빛을 발하며 충분히 볼거리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크다고는 할 수가 없다. 견자단 무술 액션에 청룡언월도가 가미됐을 뿐, 새로운 건 없다. 어찌보면 그것보다는 더욱 인간적인 고뇌에 애써 휩싸이게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형수님과의 잠깐 러브?에 빠진 뻘한 상황을 그리면서 여기 조조와의 관계 묘사를 중점으로 더욱 어필한 느낌이 크다. 특히 조조 역을 맡은 '강문'이 돋보일 정도로, 기존의 간웅 조조가 아닌 대인배적 조조의 새로운 면을 부각한 것도 눈에 띈다. 조조 중심의 삼국지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ㅎ

결국 영화는 전체적으로 '용의 부활'이나 '적벽대전'처럼 스케일이 크지는 않고, 그런 스케일 보다는 '무간도'를 연출한 맥조휘 감독의 스타일인지 몰라도, 관우의 고뇌를 더욱 돋보이게 할려는 조금은 감상적인 액션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게 주인공 '관우'라는 캐릭터 그 자체 보다는 견자단이 거기에 완벽하게 빙의돼지 못하게 다가온 건 왜일까? 조조 역을 멋지게 소화한 '강문'은 나름 포스를 보여주었는데 말이다. 그것은 견자단이 외견상, 우리가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굳어진 8척 관우의 모습과 달라서일까? 견자단 형님은 확실히 짧은 느낌이 있다. 물론 황비홍 이연결보다는 좀 낫지만서도.. ㅎ



이것이 중국 원판용 포스터다. 보시라.. 무언가 언밸스런한 게 좀 아니지 않는가? ~
기럭지도 그렇고, 얼굴에서 관운장 포스가 임팩트하게 묻어나지 않는다. 죄송스럽게도..



차라리 중드에 나온 94년작 '삼국연의'와 2010년 '신 삼국'에 나온 관우의 모습이 더 와 닿는게 사실이다.
저 눈매하며 수염빨이 어울려 보이는 게 흡사 둘이 닮아 보이지만, 서로 다른 배우다.



'신 삼국'에서 나온 관운장의 일기당천의 모습.. 이게 레알이다. ㅎ



이것은 영화 '적벽대전1, 2'에 나온 도원결의 삼총사들, 여기선 '관우'가 앞선 중드보다 못한 느낌이지만, 이분도 나름 호연을 펼쳤던 기억이 난다. 물론 영화에서 주인공은 제갈량으로 나온 금성무와 주유 역의 양조위 둘이 중심이었지만.. ㅎ


(황석영 삼국지 앞면에 나온 관우 인물과 프로필,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관우는 이 모습이다. ㅎ)


견자단이 분한 '명장 관우', 또 다른 삼국지 무비로 기억되다.

아무튼 '삼국지 : 명장 관우'는 삼국지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관우와 관련돼서 중반 전에 조조에게 잡힌 부분을 발췌해 만든 역사 무협 영화다. 영화의 지점이 '오관돌파'라는 에피소드이기에 액션이 필요했고, 그래서 무술 액션의 일가견이 있는 '견자단'을 영입해서 그 액션의 방점을 찍으며 호쾌한 액션을 선보였다. 그것만 봐서는 분명 볼만했지만, 영화는 제목처럼 진정한 '명장 관우'를 살리지 못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즉 관우와 견자단이라는 두 인물이 상반되게 공존한다는 느낌 때문일까? 그게 비록 우리에게 익숙했던 관우의 모습과 달라서일 수도 있지만, 고뇌하는 관우의 모습도 그렇고, 영화 속 관우는 그 자체보다는 그냥 견자단의 모습으로 일관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다소 무리수 같은 느낌으로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물론 다르게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관우는 아직도 神으로 추앙받고 있으니, 이런 영화도 그런 일환의 한 방편으로 보면 될 터. 
제목부터가 벌써 '명장 관우' 아니겠는가.. 실제 역사에서 어떠했는지는 떠나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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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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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그 4편이 지난 주에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온 가족이 팝콘무비로 즐기면서 봐도 무방한 이 가열한 어드벤처에는 꿈과 희망이 서려 있는 아니, 중세인지 근대인지 모르는 판타지한 역사의 한 가운데에 어느 한 해적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담고 있다. 2003년 1탄인 부제 '블랙펄의 저주'를 시작으로, 2006년 '망자의 함', 2007년 주윤발까지 나왔던 '세상의 끝에서', 그리고 이번 2011년에는 '낯선 조류'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거. 앞선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이라도, 설사 못 본 사람이라도 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말이다. 물론 강호도 이 '캐해' 시리즈를 다 봤다. 장르가 장르인지라 그것도 가족과 함께.. 이번에는 혼자 보게 됐지만서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4편이 돌아왔다. '낯선 조류', 소문만큼 어땠을까?

그런데 이 시리즈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는 딱히 자세히 생각나지가 않는다. 다만 '조니 뎁'만이 임팩트하게 남아 있을 뿐, 이야기 자체 보다는 얼렁뚱땅한 매력으로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 '잭 스패로우' 선장으로 분한 '조니 뎁'의 좌충우돌 모험담이 얼마나 재미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인 영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4편도 기본은 해주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대에는 많이 못 미친 느낌이 다분하다. 2시간이 훌쩍 넘다보니 사실 지루하기도 해서 중간에 그리고 마지막에도 심히 졸기까지 해, 그냥 그저 그런 임팩트가 없는 어드벤처물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강호와 다르게 아주 재밌게 본 이들도 있지만, 이번 4편은 분명 해적의 모습보다는 조니 뎁의 개인기에 의존하며 펼쳐내는 '인디아나 존스'풍의 모험과 종국에는 '미이라' 같은 판타지로 귀결시키며 갈무리 된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4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보자.

그 명성을 넘어 그들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영원한 젊음을 선사한다는 샘을 찾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캡틴 잭 스패로우… 사랑인지 사기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안젤리카.. 바다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냉혹한 해적 검은수염과 아름답지만 잔인한 바다의 괴수 같은 배 ‘앤 여왕의 복수’ 호…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와 초자연적인 대혼란의 거대한 막이 오른다!


(과거 연인이었다는 잭과 안젤리카, 적이면서도 동지인 둘의 모험은 과연 성공했을까?)

영화의 시작은 3편에서 이어진 것인지 몰라도, 해적 잭 스패로우 선장이 영국 왕실에 잡힌 상황부터 나온다. 자신의 수족인 '깁스'라는 그 인물과 함께, 그리고 그는 그곳을 도망친다. 성룡식 주변 사물을 이용하는 액션을 조금은 어설프게 선보이며, 물론 걸음걸이는 항상 그 모양새다. 왜 잡히고 도망간 것일까? 여기엔 새로운 떡밥이 던져진다. 어디 저 멀리에 있는 '젊음의 샘'을 찾아가 거기에 물을 마시면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는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거. 그래서 이들은 이곳을 찾으러 여정을 떠난다. 자신의 함선인 '블랙 펄'이 사라진 잭에게 있어, 이젠 선장이 아닌 갑판원으로 몰락한 그 상황에서도 그곳을 찾으러 가는데, 여기에 두 세력이 가세한다.

바로 영국 왕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전편에서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선장 '바르보사'(제프리 러쉬)가 이끄는 영국 함선과 이번 시리즈에 새롭게 선보인 '검은 수염'이라는 불리는 전설의 그 해적(이완 맥쉐인)이 이끄는 '앤 여왕의 복수'호가 나서며 이들 여정을 충돌시킨다. 물론 잭은 처음에 그 검은 수염의 해적 일행과 동행하게 되고, 그 공포스런 함선에는 예쁜 미모의 여자 해적이 있었으니 바로 '안젤리카'(페넬로페 크루즈)다. 과거 연인이었다가 잭에게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한 그녀에게 잭은 처치가 곤란한 상대이자 때론 동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는 검은 수염의 딸이었다.


(74년생 페넬로페 크루즈, 얼추 보면 '소피 마르소' 같은 눈망울이 참 인상적인 여배우)

실제 눈매가 비슷해 보이는 게, 이번에 새롭게 영입한 '페넬로페 크루즈'는 나름 합격점이다 할 수 있다. 기존 3편에서 멋진 해적 액션을 선보인 '키이라 나이틀리'보다 캐릭터적 매력이 떨어지지만, 여자 해적으로 분전해 임신 중에도 고생했다는 전언이 있듯이, 페넬로페 크루즈 역시 기본은 해주었다. 강호가 개인적으로 잘 봤던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 아우라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그녀다.



어쨌든 그 '젊음의 샘'을 찾아 떠나는 그림이 중반 이후 재미나게 펼쳐진다. 특히 그 샘을 찾은 육지에 정착하는 순간에 벌어진 인어 좀비들?과의 그림은 정말 볼만했던 게, 졸리던 기운이 싹 달아나 버렸다. ㅎ 이때부터 더 이상 바다에서 좌충우돌이 아닌 육상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촌극 같은 모험담이 또 펼쳐진다. 바르보사가 이끄는 영국 함선과 검은 수염이 이끄는 그로테스크한 해적 일행, 그리고 여기에 나중에 가세한 스페인 무적 함대까지, 결국 그들은 그 '젊음의 샘'이라는 공간에 맞닥뜨리게 되며 영생을 서로 차지할려고 하는데, 과연 누가 그 샘물을 마시며 영생을 누렸을지.. 아니면 누가 죽고 살았을지.. 마무리는 어느 정도 예상되게 그려진다. 다음 편을 예시하는 듯한 그림과 함께 말이다.

이렇게 영화는 기존의 '캐해' 시리즈처럼 '조니 뎁'의 여러 캐릭터중 나름 성공한 '잭 스패로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큰 변화없이 그의 얼렁뚱땅한 이미지와 좌충우돌하는 그림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힘겨운 보이는 건 왜일까? 전편과 같이 '올랜드 블룸' 배우와 대적할만한 캐릭터의 부재인지 몰라도, 여기서 여자 해적으로 나온 '페렐로페 크루즈'도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초중반에 지나가듯 보여주는 주변 기물을 이용한 성룡식 액션은 잠깐이요, 이후 그 젊음의 샘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보여주는 액션의 시퀀스는 전편과 같이 함선에서 벌어지는 그런 재미난 활극이 아닌 그냥 몇 번의 칼싸움 수준, 그리고 육지에 도착한 후부터는 마치 해리슨 포드 주연의 유명한 에드벤처물 '인디아나 존스'를 보듯 전개가 되면서 밀림 속을 헤매고만 다녔다.


(인어 언니들, 유혹에 넘어가면 저 바다 속으로 고고씽.. 시레나?였나.. 너무 인상적이었다는..)

조니 뎁의 '인디아나 존스'풍 어드벤처물, 임팩트는 없고 그냥 '팝콘무비'

종국에는 이번 '캐해'의 주요 소재이자 득템할 요소인 샘물과 영생, 찻잔과 눈물이라는 아이템은 마치 판타지와 신화의 경계에 선 어드벤처물 '미이라'의 신기루를 보듯 펼쳐졌다. 밧줄이 자동으로 사람 몸을 감아내고 칼 한번 휘두르면 배 앞면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마지막 검은 수염 해적의 생과사를 보면 딱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딸 안젤리카를 살리는 결과가 됐지만서도, 결국 최후의 승자는 바르보사?! 여기에다 스토리 전개도 좀 지루한 감이 있다. 스피드함 대신 대사처리가 많아 두 함선 대결은 고사하고, 이들이 물리고 물리는 판을 무람없이 펼쳐만 보였다는 거. 이게 1편부터 3편까지 연출했던 감독 '고어 버번스키'가 아닌 이번에 새롭게 4편을 맡은 '롭 마샬' 감독의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의 연출작들 '게이샤의 추억', '시카고', 나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뮤지컬스런 기법으로 이번 4편도 그렇게 담아내며 총체적으로 보여 주었지만, 한바탕 쇼에 그친 임팩트는 떨어진다.

하지만 강호가 유일하게 재밌게 본 졸리던 기운을 단박을 깨운 시퀀스가 있었으니 바로 위의 저 인어 언니들 되시겠다. 인어하면 항상 뷰티풀하고 착한 소녀적 감성을 떠올리는 동화 판타지 속 캐릭터인데, 이게 아주 뒤집어놨다. 마치 서양 고전의 오래된 백미로 꼽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쌍벽을 이루는 '오디세이아'에서 그 오디세우스가 항해를 하던 중,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한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새의 모양을 갖춘 '세이렌'의 공격을 받듯이, 여기서도 그렇게 그려진다. 뱃사람들을 노래로 유혹하더니, 갑자기 좀비스런 모습으로 돌변해 날치처럼 날아올라 해적들을 낚아채고 그들을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 바로 이 액션이 정말 볼만했는데, 여기에다 이번 '젊음의 샘' 찾기 여정에 동참한 선교사가 어느 인어 아가씨와 잠깐 러브에 빠지며 그의 생사는 오리무중이 되버린다. ㅎ

이렇게 영화는 신화 속 이야기를 차용하기도 하면서 알 수 없는 미지의 샘물이 주는 영생이라는 소재와 주제로 어드벤처를 그려냈다. 마치 잭 스패로우의 오딧세이를 보듯 펼쳐낸 것인데, 그리 임팩트는 없어 아쉽다. 거기에 대영제국과 스페인 함선의 세력 다툼이라는 전략도 선을 보였지만, 그마저도 때꾼할 뿐. 종국에는 정말로 해적스런 모습의 어드벤처 보다는 육지에서 보여주는 '인디아나 존스'풍의 밀림 여행기와 '미이라'풍의 판타지로 귀결시킨 적당한 수준의 어드벤처 '팝콘무비'가 아니었나 싶다. 굳이 3D로 안 본 게 다행일 정도로, 그 안경 쓰고 봤으면 더 곤욕일 뻔 했다. 전작들과 같은 '익숙한 재미'가 있긴 하지만 그리 신선함이 없이 임팩트한 맛은 떨어지고, 다만 '조니 뎁'의 분전과 '인어 아가씨' 만이 기억에 남는 '캐해' 4편 '낯선 조류' 였음이다.

그나저나 정말 그 선교사는 어떻게 됐을까.. 그게 참 궁금해진다.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8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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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보단 3D - 3D Sex and Zen: Extreme Ecs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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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가열한 에로티시즘으로 단단히 무장한 성인 에로 무비가 개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하여 바로 '옥보단', 과거 이 에로물을 접한 이들이나 못한 이들이나 그 이름 자체만으로 '옥보단'은 대표적인 성인 에로물의 좌장격이다. 17세기 중국 고전으로 후세에까지 전해진 이 관능소설은 중국 3대 금서 중 하나지만, 내용은 자세히 몰라도 무언가 에로틱한 맵시로 성인들의 색욕에 대한 갈망을 무람없이 펼쳐보이며 회자돼 온 거. 특히나 90년대에는 에로물 고전 시리즈로 양산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옥보단이 세월이 흘러 이제는 바야흐로 영상기술 혁명의 손을 타 3D로 포팅돼 나왔다.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극장의 큰 화면으로 그것도 입체적으로 색욕을 즐기라니, 성인으로써 구미가 당기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강호도 오전 댓바람에 달려가 봤다.

그런데 나 밖에 아니, 저 앞에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랑 둘이서 조촐하게 감상하고 왔다. 거시기한 분위기 보다는 나름 몰입하게 해준 나만의 씨어터를 갖춘 거기에 3D 안경까지 보게 된 '옥보단 3D', 결과는 어땠을까? 그런데 이미 본 사람들의 평가는 가히 안 좋다. 이런 쓰레기도 없다, 차라리 '야동'이 낫다, 너무 엽기적이고 모자이크 처리가 많다, 젖같은 영화다, 스토리가 없이 섹스만 난무하다 등, 이렇게 주로 안 좋은 평가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강호는 의외로 나름 잘 봤다. 섹스씬이야 성인적 기호와 구미가 당기게 잘 그려냈고, 스토리도 어느 정도 있는 편, 그런데 영화가 중반 이후 앞에서 보여준 섹스의 판타지가 하드코어 같은 엽기적으로 흘러 B급스런 오감에 방점을 찍었으니, 역시 달래 중국 고전 에로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가열한 성적 판타지의 내용은 무엇일까?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시놉을 오랜만에 글이 아닌 갭쳐 사진으로.. 클릭하면 커진다.. ㅎ)

사실 '옥보단' 과 함께 중국 관능 고전소설 중 하나이자 서문경이 나오는 '금병매'는 얼추 내용도 기억이 나는데, '옥보단'은 읽어 보질 못했고, 한창 나올 때 시리즈도 제대로 보진 못했다. 그래도 어떤 그림으로 전개되고 펼쳐지는지 감은 있다. 그런데 여기 시놉시스에도 보듯이 이 내용도 줄거리가 나름 탄탄하다. 남자 주인공 '미앙생'이 자신의 거시시해진 거기시를 키우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그림으로 점철되는데, 이게 나중에는 나락으로 떨어져 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는 일종의 성 판타지라 볼 수 있다. 즉, '색즉시공 공즉시생'을 외쳤던 여기 어느 노스님처럼 말이다. 이분도 마지막에는 '하라 사오리' 앞에서 무너졌지만.. ㅎ 

여기 꽃미남 귀공자 스타일의 '미앙생'이 친구 대신 절세미인 '옥향'과 결혼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신혼이기에 이들은 사시사철 밤낮을 안 가리고 그짓에만 몰두한다. 그런데 이 놈이 넣기만 바로 싸 버리는 '토끼'인 거. 그래도 옥향은 그런 신랑이 밉지 않다. 왜 사랑하니까.. 하지만 미앙생은 불안하고 이래선 안 돼겠다 싶어 어느 절간 아니, 산꼭대기에 위치한 '절세루'라는 다소 괴기스러운 곳에 가게 된다. 그것은 온갖 음기로 충만된 색녀들이 즐비하게 섹스를 즐기는 곳으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곳곳에서 그룹 섹스는 물론, 동성애로 온갖 신음소리가 난무한다. 이곳을 지배하는 자는 바로 '영왕'(하화초)이라 불리는 자, 남근의 대표답게 위풍당당하다. 그러면서 미앙생에게 성기술의 조언과 주변의 처자들과 섹스를 즐기게 해주는데, 그 첫 번째 상대는 '서주'(하라 사오리)라는 최고의 색정녀, 그녀와의 정사를 아주 농도짙게 나눈다. 그러면서 침을 맞으며 조루증을 고칠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온갖 색기로 충만된 '영왕'이 지배하는 '절세루', 이곳은 색의 무릉도원이다.)

이렇게 미앙생은 이곳 절세루에서 영왕이 데리고 있던 시녀와도 거시기를 하고, 또 다른 색녀와 즐기는 등, 색정에 빠져든다. 그러면서 조강치처 '옥향'(남연)과 이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 옥향도 만만치 않다. 이미 신랑으로부터 만족을 못 느끼고 과부로 늙어 죽을 판에 다른 남자와 거시기를 하게 되면서 이들 부부는 각각의 색욕에 빠진다. 그러는 사이, 미앙생의 성기는 고쳐질 기미가 안 보이자, 결국 성기를 자르고 큰 것으로 교체?하는 무리수를 둔다. 몸은 여자요 말투는 남자인 극락선생(뇌개흔)의 추천으로, 바로 말의 거시기와 교체할려다 실수로 당나귀 것으로 달고, 점점 색욕에 빠져든다. 그런데 여기에는 나름의 음모?가 있었다. 바로 영왕이 성기에 집착하는 미앙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려 해치려는 거. 자신에 대한 안 좋은 말을 한 죄로, 또 황제에게 자신을 고해 바쳤다는 것으로 미앙생과 그의 처 옥향을 불러들여 '절세루'에서 엽기적인 고문을 가하며 파국을 맞이한다. 과연 미앙생은 이 난관을 어떻게 해치고 살 수 있을까? 섹스머신 영왕이 지배하는 그곳 '절세루'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중반 이후 마지막까지 이곳 '절세루'에서 엽기적인 코드로 이들 성적 판타지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렇게 영화는 에로물답게 또 중국 고전 성인물답게 가열하게 색욕을 펼쳐내고 있다. 그 색욕이 처음에는 교과서적으로 흐르다가 판타지적인 섹스로 변질되며 종국에는 엽기적인 코드까지 그려낸 것이다. 그런데 평가가 어찌됐든, 이 영화가 안고 있는 결국에 그리고자 하는 또 보여주고자 하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강호의 느낌대로 간략히 3가지로 정리해 본다.


(미앙생으로 분한 '히로 하야마'를 온갖 색기로 유혹하는 '하라 사오리', 아주 제대로다.)

메이킹 필름 기사 : http://reuters.donga.com/bbs/main.php?no=12801&tcode=10111

1. 별의별 섹스씬은 볼만하고, 신음소리가 난무하다.

갓 결혼한 미앙생과 옥향의 신혼방을 엿보는 심리로 이 영화는 본격적인 색욕전을 달린다. 짧게 지나는 그림으로 수차례 보여주며 이들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미앙생이 절세루에 가서 펼치는 섹스씬은 나름 리얼하다. 수많은 처자들의 슴가는 기본으로 노출이요, 아크로바틱을 방불케 하는 파격적인 베스씬에 여기저기 교성으로 보는 이의 청각을 자극한다. 그러면서 동성애와 그룹섹스는 물론, 영왕이 후배위로 가열하게 성교 중에 살인까지 하는 등, 꽤 잔혹?하게 그려진다. 공중에서 쇠사슬에 묶어서 성교하는 그 괴이함까지, 남근에 대한 성적 판타지의 방점을 찍는다. 어느 패러디를 보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게 중국 영화 특유의 허황된 설정에 기초한다지만, 거북한 느낌이 드는 특히 여성 팬들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나중에 옥향을 데리고와 그녀의 성기에 가해진 고문이나, 정조대를 차기 전 성행위는 정말 이런 새디스트도 없다. 정말 '남연'이라는 여배우가 불쌍할 정도다. 아무튼 기본적인 섹스씬은 물론 하드코어 같은 섹스씬이 난무해 마지막까지 눈을 못 띄게 만든다. 착한? 것만 보고 자란 성인들에겐 나름 충격일 수도.. ㅎ

2. 3D 효과는 반반, 성기 노출은 죄다 하얀색 모자이크 처리

3D라서 내심 기대하는 건 바로 섹스씬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생생하느냐 인데, 이건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보통의 섹스씬을 보듯 그냥 좀더 가깝게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 뿐, 입체감은 별로다. 대신에 정사씬 이외에 중간중간에 물건이 깨쳐 파편이 튄다는지, 욕조 정사신에서 물방이 튄다든지, 중반 이후 절세루에서 한바탕 소동으로 무협 액션이 펼쳐질때 날라오는 총알이나 칼날 등은 나도 모르게 피하게 돼 볼만하다. 그런데 여기에 다들 한가닥 하는 액션을 보이면서도 갑자기 참 어이없게 죽는 것도 이 영화의 유머코드기도 하다. 영왕도 그렇고. 아무튼 3D의 정사신에서는 보통 2D처럼 보일 뿐, 가깝게 보인다는 이외에 입체감은 별로고 대신에 액션 장면에서 많이 차용이 돼 몇 번을 깜놀케 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과도한 섹스씬에서 중요하게 보이는 성기 노출에 대해서 죄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버렸다. 그것도 하얀색으로 칠해 그들이 움직일때마다 마치 유령처럼 따라다닌다. 아놔.. 이건 진짜 아니다.. 보여주면 그냥 가는 거지.. 어디서 블러쉬질이야.. 우리나라 '영등위' 문제있다. ㅎ

3. 섹스 판타지에 엽기적 코드, 중국 고전의 지존 에로물답다.

사실 '옥보단'은 이야기의 소재와 방향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어찌보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 하지만, 지금도 남성의 페니스는 남녀간의 섹스와 정사를 나누는 데 있어서 피하기 싫어도 꺼낼 수밖에 없는 매개체다. 바로 '남근'으로 대표되는 이 코드를 '옥보단'은 가열하게 담고 있고 있는 것인데, 방중술 같은 성기술 연마라든지 크기에 대한 환상들이 무람없이 펼쳐지기에 인간의 근원적 색욕으로 그 지점을 바라본다. 그래서 B급의 컬트적인 모양새가 다분하다. 물론 이른바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어의없고 깔끄장하고 거시기만 아는 남자들이라고 보겠지만, 여자도 그렇고 어차피 인간의 성적 욕망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기에, 이런 '옥보단'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번에 '옥보단 3D'는 섹스의 판타지를 담아내면서도 마지막에는 엽기적 코드가 펼쳐져 그로테스크한 고전으로 방점을 찍었다. 그래서 달리 지존이 아닐 수 없는데, 거기에 마지막에는 섹스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게 중요하다는 인간 육욕의 허망함을 전하며 교과서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성인물답게 나름 포팅이 잘 돼 있다. 어느 네티즌의 평처럼 한마디로 처자들 젖가슴이 기본으로 점철돼 '젖같은 영화'라고 평하듯, 비주얼은 볼만하다. 특히 남성들에게는..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한 평가 중에서 주류를 이루는 것 중 하나, 소위 '야동'보다 더 낫다 아니다를 떠나서, 그냥 인기 고전 에로물을 큰 화면으로 3D 안경쓰고 본 것만으로 색다른 체험이긴 하지만,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느낌은 지배적이다. 다만 지존의 분위기답게 영화적 퀄리티를 떠나서 '옥보단' 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마냥 부러울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나저나 영화가 다소 아쉬운 건 있다. 유부 경력 10년차 강호가 봤을 때, 그 어떤 방중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냥 답습한 수준 뿐이었다는 거. 아.. 된장.. 나중에 무삭제판으로 나오면 마눌님과 다시 봐야겠다. ㅎ


ps : 아래는 강호의 동전통, 여기엔 이처럼 거기시를 형상화한 이미지가 많다.
특히 거기시가 발기돼 물이 나오는 분수대는 욱기다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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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 - A Chinese Fairy Ta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과거 8,90년대 홍콩영화에 익숙한 강호같은 팬들에게 '천녀유혼'하면 떠오르는 건 바로 두 주인공 '장국영' '왕조현'이다. 물론 그 원작을 봤던 못 봤던 간에 이 영화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이미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세월도 많이 흘렀다. 1987년에 나왔던 이 한 편의 판타지 로맨스는 고전으로 회자돼 시리즈로 나왔다가 다른 아류작까지 양산하며 동양적 판타지 고전의 로맨스물로 자리매김해 온 것이다. 요괴녀와 평범한 서생같은 한 남자와 로맨스, 이 뻔한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게 그렸으면 당시 우리는 감동과 애잔함을 느꼈던 것일까? 이젠 고인이 되신 장국영과 원조 미녀 왕조현의 신비스런 앙상블에다 낯익은 그 BGM이 아직도 입가에 맴돌게하는 힘까지, 영원히 잊지 못할 한 편의 영화는 아직도 이렇게 갈마들고 있는 것이다.

87년작 '리메이크' 보다는 '리부트' 된 2011년 천녀유혼, 어땠을까?

그리고 이번에 세월이 20년도 넘게 흘러 2011년에 새롭게 천녀유혼이 리메이크돼 태어났다. '리메이크'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새롭게 만든다는 것인데, 특히 영화에서는 지금의 시대나 상황에 맞게 재포장하여 다시 만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래서 그런가.. 2011년 버전의 '천년유혼'은 재포장한 리메이크 보다는 완전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된 '리부트'가 아닌가 할 정도의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왜냐? 원작은 오로지 장국영의 영채신과 왕조현의 섭소천, 이 둘의 이루지 못할 사랑이 중심을 이루면서 퇴마사 '우마'의 활약이 펼쳐졌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천녀유혼에서는 퇴마사 본연의 임무를 잊은 채, 이들 사랑에 집어넣어 삼각관계까지 그리며 도리어 퇴마사로 분한 '고천락'의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했으니, 그가 오히려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에 요괴 섭소천을 위해서 산화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리부트' 됐다고 보는 2011년 천녀유혼의 시놉시스는 어떤지 보자.

사랑은 끝나지 않았고 운명은 다시 시작되었다!!


아주 오래 전, 한 남자가 훌륭한 퇴마사가 되기 위해 수행을 결심하고 흑산으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의 이름은 연적하(고천락). 하지만 흑산의 난약사라고 불리는 사찰엔 오래된 요괴들이 살고 있었다. 연적하는 흑산의 요괴들이 인간을 살해하고 원기를 빼앗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루하루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때문에 주민들은 ‘흑산’과 ‘난약사’라 불리는 사찰에 들어가길 꺼려한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 인간이었지만 죽은 후 100년 묵은 나무요괴의 영향으로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섭소천(유역비)과 연적하는 사랑을 하게 된다. 수 년 후, 흑산 아래 모든 물이 갑자기 마르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이러한 갑작스런 가뭄에 생활의 위기를 느낀다. 생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나라의 관리인 영채신(여소군)과 함께 흑산의 상류로 물을 찾아 떠나고 난약사에서 물을 발견한 영채신은 그곳에서 섭소천을 만나게 되지만 요괴들이 영채신과 일행들을 죽이려 하자 그녀와 함께 도망치는데…


(요괴녀와 퇴마사의 운명 같은 사랑이야기, 우리 이대로 러브하게 해주세욤.. ㅎ)

영화의 시작은 한 퇴마사의 뷰피풀했던 사연이 소개되며 시작된다. 이미 영화의 지점과 분위기를 알리는 셈인데, 바로 퇴마사 연적하(고천락)가 요괴녀 섭소천(유역비)과 정인(情人)사이라는 거. 위 그림처럼 말이다. 퇴마사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다른 요괴들은 잘만 없애더니, 섭소천을 보고 삐리리해서 그녀와 러브에 빠진 것인데, 이에 섭소천은 자신을 죽이라 했지만 연적하는 차마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이들은 그렇게 정분만은 간직한 채 헤어진다. 그리고 수 년이 흐른 뒤, 한 어리버리한 서생 출신의 영채신(여소군)이 한 마을에 오게 되고, 물이 말라 버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과 흑산으로 수맥을 찾으러 떠난다. 그런데 그곳은 요괴들이 득실거리며 살고 있는 난약사라는 곳, 이곳에서 그만 빼고 다른 사람들이 요괴들에게 정기가 빨리면서 죽는다.

그러면서 영채신에게 달려든 섭소천 요괴, 그를 잡아 먹을려는 순간, '아하 이놈 봐라.. 꽤 귀여운 녀석인걸..' 섭소천은 잡아 먹길 관둔다. 서로가 첫눈에 반한 건지 몰라도 이때부터 섭소천과 영채신은 붙어 다닌다. 그녀의 정채도 모른 채,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위험해지니 자신을 놓아주라는 등, 그녀가 서서히 피하자 다시 나타난 퇴마사 연적하에 의해서 그녀의 정체가 드러난 거. 이에 영채신은 놀라지도 않는다. 그도 그녀에게 단단히 빠져든 것인데, 자신이 그 요괴들로부터 섭소천의 원혼을 구해주겠다며 앞장선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퇴마사 연적하는 못마땅하다. 어디서 나만의 섭소천을 이 서생 같은 넘이 빼앗으려 한다 말인가, 연적하는 영채신이 미울 뿐이다. 그러다가 한눈을 판 사이 둘에게 결박을 당하는 등 체면이 구겨지는 퇴마사 연적하.. ㅎ


(섭소천 요괴, 이것이 진정 요괴녀의 모습인가.. 이러시면 안 돼와요~~)

이렇게 세 명의 인물이 삼각관계를 묘하게 형성하며 영화는 중반까지 로맨스적으로 흐른다. 그러는 가운데 난약사의 요괴들을 무찔러야 하는 퇴마사 연적하가 섭소천에 빠져 갈팡지팡하는 사이, 또 다른 제대로 된 퇴마사가 등장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잡아들인 섭소천을 아예 없애려는 처사에 연적하가 그녀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며, 이들은 섭소천을 데리고 난약사로 들어가 마지막으로 요괴와의 사투를 펼친다. 바로 천년 묵은 나무요괴 할망구를 무찔러서 섭소천의 원혼을 구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온갖 무공과 신기로 무장한 무서운 할망구 요괴 앞에서 중과부적, 하지만 연적하와 동료 퇴마사가 힘을 합쳐 어느 정도 힘을 빼놓고, 무찌르나 싶었지만 연적하가 그 요괴 몸속으로 들어가며 위기를 맞는다. 그렇다면 연적하는 죽었을까? 아니면 자신을 산화시켜 이 난약사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고 섭소천마저 그렇게 함께 묻혔을까? 영화의 마지막 지점은 퇴마사 연적하의 연정을 담아내려는 의도로 갈무리 된 듯 싶다.

이렇듯 영화는 흔한 판타지 로맨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느낌이 다분하다. 여자가 됐든 남자가 됐든 한 사람의 희생정신, 그것이 누구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기로에 선 문제 같은 거. 그런데 이게 원작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건 확실하다. 그것은 바로 퇴마사 연적하의 역할인데, 말 그대로 섭소천을 죽여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도리어 그녀와 정분에 빠지고 구할려는 그림으로 연적하를 새롭게 재창조한 것이다. 원작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이즘에서 1987년 천녀유혼과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을 비교해 보았다. 무엇이 다른지를 한 번 보자. ㅎ



67년생의 왕조현 누님과 87년생 유역비 처자.. 둘은 딱 떨어지게 20년 차이다. 유역비에겐 왕조현 누님이 젊은 엄마이거나 아니면 큰 이모 뻘 정도..ㅎ 그런데 이번 2011 천녀유혼 때문에 유역비가 제2의 왕조현이라 불린다는데, 하지만 유역비는 이미 신예가 아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거. 자세한 건, 저 아래에서.. ㅎ
 


너무나도 유명한 이제는 스스로 고인이 되버린 홍콩배우의 영원한 스타 '장국영', 56년생으로 살아 있었다면 그는 벌써 50대 후반이다. 그런 그가 당시 맡았던 영채신 역은 꽤 신선했고 그의 노래 또한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런데 이번에 영채신은 조금은 낯선 배우인 83년생의 여소군.. 얼추 장국영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건 이 영화의 패착으로, 역시 원작의 포스처럼 장국영의 그림자를 지우기란 힘든 게 아닌가 싶다.



보시라.. 퇴마사 연적하를 맡은 두 배우를, 좌측은 정말 퇴마사 기운이 돋는 43년생의 '우마'라는 배우다. 이분 홍콩영화에서 보면 조연으로 참 많이 나오신 분인데, 그는 당시 천녀유혼에서 정말 본연의 퇴마사 임무에 충실했다. 그런데 이번에 퇴마사를 맡은 '고천락'을 보시라.. 이게 퇴마사인가.. 미끈한 귀공자지.. ㅎ 그래도 나이는 솔찮이 드셨다. 70년생 개띠다. 개인적으로 '고천락'이라는 배우는 현대물 영화보다는 중드 특히 사극 '심진기'에서 제대로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가 강호에겐 낯설지가 않게 호감이 사실 간다. 그리고 이번에 여기서 퇴마사를 맡으며 섭소천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아니, 죽일 수 없는 그런 퇴마사로 나오며 그녀를 위해 산화한 매력남으로 나온다는 거. 역시 잘 생기고 볼 일이다. 역비 꾸냥과 그런 딮키스를 하다니.. 우마 할배가 왕조현과 그럴 수 있냐 말이다. ㅎ



천년 묵은 나무요괴인 할망구 마녀, 과거에는 분장으로 무언가 임팩트를 주면서 만만치 않았지만, 2011년 요괴는 좀더 원숙미를 보이며 요술을 제대로 선보이지 않았나 싶다. 그 역에는 60년생의 '혜영홍'이라는 여배우가 맡았는데, 마지막에 백발마녀전 같은 모습은 나름 좋았다. 예전에 임청하를 보는 듯한 시퀀스라니..ㅎ



지금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원작인 '천녀유혼'의 분위기를 단박에 알려주는 한 장면이다. 아.....



그리고 시간이 20여 년이 흘러 섭소천은 이렇게 유역비로 재탄생됐다. 왕조현의 아우라가 아직도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유역비가 분한 섭소천은 2011년에 걸맞게 나름 어울려 보이기 하다. 유역비, 그녀가 누구던가? 이미 중드 팬이라면 아니 중국 역사무협 소설의 대가인 김용 선생의 팬이라면 그 유명한 영웅문 시리즈 중 2편인 '신조협려'의 소용녀를 잊을 수가 없다. 애제자 양과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선녀 같은 포스로 너무나도 예쁘고 환상적으로 나온 한 편의 몽환적인 무협드라마 2006년 '신조협려', 그렇다. 그 작품으로 인해서 유역비는 국내 삼촌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신비스럽고 동양적이면서도 무언가 서구적인 외모의 매력적인 그녀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홍콩스타 배우다.

'리부트' 2011 천녀유혼, 유역비와 '고천락'의 판타지적 존재감만 남다.

이후에도 조연급으로 '천룡팔부'나 주연으로 다시 '선검기혈전'에도 나왔지만, 누가 뭐래도 유역비 하면 바로 '신조협려'에서 모습이 甲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계승해 나온 게, 이번 천녀유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습이나 분위기는 많이 닮아 보인다. 다만 신조협려에서는 무언가 병자처럼 가녀린 모습으로 양과만을 위해서 사는 그런 소용녀였다면, 여기 천녀유혼에서는 그런 여린 모습보다는 요괴이기에 다소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결국엔 두 남자를 어장 관리를 한 듯한 모습으로 정분을 그렸다. 대신에 큰 활약이 없이 묻어가는? 스타일로 나와 그 점은 아쉽긴 하다. 그래도 5년이 흘러 본 유역비는 그 자리 그대로 있었음이다. 역비 꾸냥~~ ㅎ

아무튼 2011년 천녀유혼은 예전 홍콩영화의 아성을 직접 지켜보고 향수를 간직한 이들에게 남다른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쾌찬차, 폴리스 스토리, 영웅본색, 첩혈쌍웅, 아비정전, 천장지구 등, 그리고 여기 천녀유혼까지.. 8,90년대를 풍미했던 그 홍콩영화를 이렇게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팬들은 원작과 어떻게 다르거나 같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보는 게 사실이다. 그 지점에서 때로는 실망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것인데, 누구나 영화를 보는 관점과 시야가 다르듯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이번 2011년 천녀유혼은 87년 원작을 리메이크 한 것보다는 '리부트' 즉 재창조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은 바로 퇴마사 연적하의 비중을 상당히 높혀서 도리어 영채신보다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섭소천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지점에 연적하를 넣은 것이다. 그러니 원작과 다를 수 밖에. 그렇기에 유역비와 고천락, 이 둘의 판타지 로맨스를 중점으로 그린 게 이번 2011 천녀유혼의 주요 포인트로 봐야 할 것이다. 여기 견자단의 엽문 시리즈를 연출한 '엽위신' 감독이기에 그런 로맨스적 액션은 좀더 화려하고 보기 좋게 포장이 됐지만, 원작에서 보여준 영채신과 섭소천의 오지리널 로맨스를 이 영화에서 그대로 느끼기는 힘들다. 그 자리를 퇴마사가 꿰차고 들어가며 고천락이 甲이 돼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장국영을 추모하며 그 음악이 흐를 때, 웬지 모르게 가슴이 아련해지는 게, 역시 원작의 아우라는 아직도 살아 있음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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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털 같은 나날
류전윈 지음, 김영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인기 작가를 꼽는다면 국내 독자들은 '위화''쑤퉁'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들과 함께 신사실주의적 기법으로 더욱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류전윈'(劉震云)이다. 이미 앞서서 잠깐 소개를 했지만, 그는 현재 1급 작가 신분으로 루쉰문학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고, 중국의 주요 문학상을 모두 수상하며 작품 중 다수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중에서 국내에는 7권 정도의 작품이 나와 있는데, 이중 강호는 그의 대표작이자 중편집 3권을 모은 소설집 <닭털 같은 나날>을 첫 번째로 읽게 됐다. 기존에 웬만한 건 다 읽어본 '위화'와 '쑤퉁'의 작품과 비교했을시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색다른 사실적 구조가 돋보이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이 3편의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닭털 같은 나날'은 한마디로 거시기한 일상을 다룬 이야기다. 바로 '일지계모'(一地鷄毛’)라는 고사성어로 대표되는 이 말은 닭을 잡은 뒤에 피와 털이 난무하는 비참한 현실을 나타내기도 하고,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상황이나 허섭스레기 같은 일상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그렇다. 뜻은 보다시피 평범한 일상이 아닌 제대로 부대끼고 지리멸렬한 일상사를 그린 작품인 것이다. 여기 주인공 남자 '린'과 그의 부인 '리'가 있다. 이 젊은 부부에게 있어 일상은 바쁘고 고달픔의 연속이다. 매일 새벽 값싼 두부를 사기 위해 국영 상점 앞에서 줄을 서고, 물 값을 아끼려고 수도검침을 조작하다 망신당하고, 아내의 직장을 옮기려는 이직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뇌물을 쓰다가 좌절하고 망신당하는 등,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기에 세살 난 딸을 유아원에 보내는 입학문제로 손을 쓰고, 집에서 부려먹던 가정부와 불화로 집안은 조용할 날이 없다. 이외에도 직장에서 '애국배추' 사기 해프닝이 벌어지고, 친구 대신 오리를 팔기도 하는 등, 여기 '린'에게 있어 일상은 부대끼는 나날의 연속이다. 그래도 그는 불만이 없다. 아내와 함께 닭을 구워먹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두 번째 이야기 '기관'은 그 제목에서 얼추 알 수 있듯이 중국인의 직장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앞선 '일지계모'가 한 남자의 가정의 일상을 다루었다면 여기는 바로 중국 사회의 '단위單位'라는 특수한 직장 시스템과 그 안에 속해 있는 개인들에 대해 그린 작품이다. 즉 직장내 선후배와 상사와의 관계가 아주 밀도감있게 펼쳐지는데, 주요 등장인물은 총 다섯 명, 오래된 짠밥의 동기생 '허와 쑨', 여성인 '펑과 차오', 그리고 부국장으로 승진한 '장'과 신출내기 '린'이 있다. 여기 '린'이 앞선 그 '린'이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이들 다섯 명의 직장내의 쏠라닥질같은 이야기가 가열하게 펼쳐진다. 먹는 '배' 배급 문제부터 포문을 열더니 회식자리에서 허와 쑨이 처장 승진문제로 작당해 장에 맞서기로 하고, 젊은 린은 '합거'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차오'에게 잘 보이다가 난관에 부딪치고, 장의 출장에 쑨과 린이 동행하며 묘한 대립을 보이는 등 직장내 이야기가 소상히 그려진다. 여기에 두 여성인 펑와 차오의 대립각부터 해서 장 부국장 이사 때 다들 도우는 풍경과 장과 차오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정직 처분 받다가 다시 복직되고, 차오는 퇴직돼 린과 이별 인사를 하는 등, 이들 직장은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아무런 문제 없다는 듯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1942년을 돌아보다'는 다소 독특하다. 앞선 2개의 이야기와 다르게 소설이 아니라 르포 형식으로 쓴 작품이다. 허구가 아닌 실재의 이야기로 작가의 고향이자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두 번째로 많다는 허난성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바로 1942년에 몰아닥친 가뭄과 대기근 앞에서 당시 3천만명 중 10%인 3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아비규환의 현장을 생생히 다루고 있다. 물론 작가 류전윈은 58년 생으로 당시 그 체험을 할 수 없었지만, 그의 할머니와 외삼촌의 증언을 통해서 당시 상황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다 당시 신문 기사 기록 등을 첨부하고, 특히 <타임>지의 외국기자 '화이트'의 활약상을 다루며 그가 국민당 위원장 '장제스'를 만난 일화를 소상히 밝혀 당시의 시대 상황을 제대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왜 '장제스'가 허난성의 이 대재해를 외면하고 지원을 제대로 못했는지에 대해서 나름의 이유를 말하는데,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문제로 인해 여기 허난성의 3백만 명 아사와 몰살은 중요치 않았다는 거. 여기에다 당시 '허난성 재해실록' 논평을 다룬 <대공보>가 정간을 먹었던 사연을 소상히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타임>지 화이트 기자의 노력으로 그가 장제스에게 보여준 개가 사람 시체를 먹는 그 처참한 상황의 사진 한 장으로 허난성은 구조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완벽한 구호는 아니었고 외국인 선교사들 도움과 함께 그 와중에도 중국 정부의 착복과 수탈은 이루어져 인민들 죽음은 계속 늘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을 내비친다. 1943년 일본군이 허난성에 들어와 도리어 목숨을 살리면서 인민들이 매국노가 될지언정 말이다. 그만큼 당시 허난성은 과거에 중국의 중원답게 모든 게 어지러운 상황이자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세 편의 신사실주의 기법의 이야기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수작'들이다.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중편집 '닭털 같은 나날'은 꽤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닭털 같은 나날'의 '일지계모' 이야기는 한 남자가 가정내에서 부딪히는 고민거리 같은 다반사를 다루며, 평범한 듯 하면서도 부대끼고 사는 삶의 한 단면을 다소 유머스럽게 그리며 생생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질퍽하기 보다는 담백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 '기관'은 가정이 아닌 바로 직장인 그것도 관공서에 일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 속에서 그들이 생존을 위해서 서로 불신하고 감시하고 비방하는 쏠라닥질 같은 풍경으로 그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면서 그걸 조장하는 중국 사회 특유의 정치문화, 권력의 역학 관계도 밝히는 등, 작지만 무시하기 힘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마지막 '1942년을 돌아보다'는 앞선 두 이야기와는 다르게 소설이 아니라 르포 형식의 이야기로 작가 류전윈의 고향인 허난성에서 1942년 가뭄과 기근으로 3백만 명이 굶어 죽은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아비규환 같은 그 현장을 생존자들의 회상담과 함께 밝히고, 여러 가지 기사와 책 등을 인용하면서 취재하는 형식으로 쓰인 작품인 것이다. 그러면서 눈에 띄는 대목은 <타임>지의 화이트 기자가 국민당 장제스 위원장을 독대한 장면인데, 당시 장제스의 진퇴양난의 상황이 나름 소상히 들어 있어 근대중국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 기록문학처럼 보이지만, 작가 자신의 내면적 독백이 평행선처럼 함께 진행되고 있어 1942년 허난성 사건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살펴 봤듯이, 여기 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인의 일상과 삶 그리고 직장내에서 관계 등을 신사실주의 기법으로 제대로 그리고 있다. 여기에다 1942년 허난성 대재해 기록과 당시 국민당 위원장 장제스의 고민과 상황까지.. 단순히 소설 책이라 치부하기엔 얻을 것이 많은 '닭털 같은 나날'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류전윈만의 역량이자 그만의 작품세계인데, 이미 황석영 작가도 류전윈이야말로 '지옥 같은 세상을 능청스럽고, 냉정하게 그리고 있다'고 추천했듯이, 여기 '일지계모'에 담긴 이야기 세 편은 중국인의 일상은 물론 그들의 삶과 지난했던 과거, 그 시절의 리얼리티를 떠올리게 하는 수작이 아닌가 싶다. 바로 현대 중국의 눈물나는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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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털같은 나날이라..제목한번 의미심장합니다.

북스강호 2011-05-18 18:32   좋아요 0 | URL
바로 '일지계모'로 대표되는 일상들, 바로 우리네 삶의 이야기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