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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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지역 갈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출신을 따지고 들면서 친해지기도 하지만, 서로 아웅다웅 다투는 모양새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좁은 땅 덩어리에서 그렇게 사람들끼리 편을 가르고 적과 동지를 만들며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거. 물론 지금은 예전과 다르게 많이 퇴색이 됐다며 애써 부인하고 지내지만, 이게 웃긴 건, 잊고 살만하면 특히 선거철에 다시 불거지는 지역색을 띤 갈등들, 특히 영호남으로 대표되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이전투구 양상은 오래된 한국의 문화유산?처럼 아직도 자리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이런 갈등의 양상은 또 다르게 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로 주목을 끌고, 또는 책이나 드라마로 나오는 대표적 단골소재이기도 하다.

영호남의 지역 갈등을 소재로 만든 연애가족담 <위험한 상견례>

그리고 이번에 제대로 지역색을 띤 영호남의 인간 군상들을 그리며 이것을 코미디로 승화시켰으니 바로 영화 <위험한 상견례>다. 이미 유료 시사회를 통해서 이상하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 영화의 장르는 단연코 코미디다. 물론 우리네 소소한 일상을 다루지만 이미 소재에서 알다시피 영호남으로 대표되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사투리가 가열하게 내뿜으며 때론 폭소를, 나이든 어른들에게는 때론 향수에 젖게 만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강호도 그런 맛을 적잖이 느꼈는데, 물론 영화적 소재는 대충 알고 가 시대적 배경이 현재 21세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은 80년대 말 198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88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의 사회적 풍경을 추억케 하는 또 다른 맛도 제공했으니, 영화 <위험한 상견례>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말리면 말릴 수록 붙는다?! |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 (위험한 상견례)

‘현지’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순정만화 작가인 전라도 순수 청년 현준(송새벽). 펜팔에서 만난 경상도 여인 다홍(이시영)과 알콩달콩 연애하며 사랑을 키워가던 그는 아버지의 강요로 선을 봐야 한다는 다홍의 말에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뼛속까지 경상도 남자인 다홍의 아버지로 인해 현준은 전라도 남자임을 감춰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서울말 특별 과외를 거쳐 압구정남으로 변신한 현준. 드디어 결혼을 승낙 받기 위해 부산에 위치한 다홍의 집으로 향하고, 다홍 가족과 대면한다. 왠지 음침한 다홍의 오빠 운봉(정승화)을 시작으로 호시탐탐 현준의 흉을 찾으려는 노처녀 고모 영자(김정란), 경부선 밖은 나가본 적 없는 우아한 서울 여자인 어머니 춘자(김수미), 첫만남에 악수 대신 야구 공을 던지는 초강력 적수 아버지 영광(백윤식), 거기에 언제 뒤따라 왔는지 현준의 아버지가 스파이로 보낸 형 대식(박철민)까지.. 과연 현준은 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다홍과 사랑을 이뤄낼 수 있을까?


(경상도 처녀와 전라도 청년의 만남, 이 세상의 무엇도 우릴 갈라놓을 순 없당께요..)

여기 줄거리에서 보듯 사실 스토리는 아주 간단하다 못해 초간단하다.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전라도 청년과 경상도 처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 양쪽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에 골인한다는 게,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이자 줄거리다. 그래서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중점으로 그들의 연애담을 좇으며 관련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그런 모양새가 웬지 촌극처럼 흐르면서도 정극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시작은 전라도 순수 청년 현준이 군에서 제대한 1987년, 그 자리에 다홍이 쑥스럽게 서 있다. 아마도 그때 처음 본 사이인 것 같다. 그리고 2년이 흐른 1989년, 이미 둘은 현준이 군에서 펜팔로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그동안 편지로 줄기차게 연애질을 해왔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요, 오로지 러브레터를 통해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 거. 물론 가끔 집으로 통화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두 청춘의 연애는 참 지금하곤 다르게 꽤 정석대로 순수하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같이 만난 데이트는 양식집 가서 폼나게 칼질하고, 스프를 오뚜기스프로 시키는 센스를 작렬하며, 밥 먹은 후 다방가서 차 한잔 하고, 버스를 놓쳐서 모텔 방에 들어가 거기시한 분위기 속에서 다홍의 완곡한 부탁으로 손만 잡고 자게 된 이 남자 현준. 실은 그는 순정 만화를 그리는 인기 만화작가 '현지'로 통하는 남자다. 물론 다홍은 이런 사실을 알고 현준의 매력에 더 빠졌고, 그것은 현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두 커플의 만남을 반대하는 이가 있었으니 양쪽 집안의 아버지들이다. 현준의 아비는 전라도 광주에서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 사장으로, 그의 비서 겸 몸빵 대식(박철민)이 현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어떻게 그 집안에 가서 잘 하는지, 여차 싶으면 나오라는 언질까지 준 것인데, 그리고 다홍의 아버지는 부산에서 제일 잘 나가는 예식장 사업을 하는 나름 거부(巨富)다. 그래서 집도 앞마당이 넓은 대저택으로, 한마디로 다홍은 지역 유지의 딸인 셈. 그런 다홍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전라도 청년과 사귀니 아비는 미칠 노릇이다.


(식사 도중, 다홍의 아비가 '전라도' 남자만 아니면 된다는 말에 식사 중 체증이 걸린 현준..ㅎ)

물론 처음엔 몰랐다. 인사를 드리러 온 현준이 다홍의 집에서 며칠 숙식을 하게 되는데, 현준은 서울 사람이라며 속이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같이 식사를 하고, 식사하다 체증이 걸려 몸저 눕다가 저도 모르게 전라도 사투리가 나오면서 서서히 의심을 받는다. 심지어 다홍의 오빠마저 소녀 취향의 만화에 빠져 살다가 현준이 그것을 그린 작가라는 사실에 그만 그의 팬이 되고 만다. 그리고 다홍의 어머니는 나름 현준을 잘 대해주는데, 문제는 다홍의 아비가 뼈속까지 전라도를 싫어하는지라,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함께 이 커플을 예의주시하며 현준의 정체를 터트려버린 다홍의 고모까지.. 이렇게 두 커플은 사실 결혼 입성까지 순탄치 않는다. 더군다나 현준의 아비조차도 뼈속까지 경상도를 싫어하는지라, 아들 놈이 그 집안에서 그런 푸대접을 받고 있으니, 당장 집으로 올라오라고 대식한테 시키는데.. 과연 이 커플은 어떻게 결혼에 골인했을까.. 이게 코미디로써 새드가 아닌 이상 당연히 결말은 그렇게 나온다.

물론 이런 내막엔 이들 두 아버지의 과거지사가 나와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보여준다. 군시절의 고생한 경험과 고교에서 잘 나가던 야구선수로써 악연 등, 실은 어찌보면 두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고향이라는 그런 지역색 이전에, 이런 경험들이 더욱더 지역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 것인데, 그런데 이게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설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어디 한번 데이면 소위 학을 띌 수도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어쨌든 영화는 지역색을 단단히 띠고 있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가족을 통해서 그려내는 남녀의 연애담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연애가 어떻게 방해를 받고 난관에 부딪치고 종국에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코믹한 드라마다. 그런 코미디에는 이른바 거시기한 전라도 사투리가 가열하게 펼쳐지고, 경상도 사투리 또한 만만치 않게 펼쳐지며, 마치 사투리 경연장을 보듯, 우리네 방언적 문화 코드를 끄집어내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다양한 캐릭터에 빵빵한 조연들의 사투리 향연,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이다.)

이런 역은 리얼한 사투리의 호연을 펼친 두 주인공 배우에게 있는데, 이미 작년 한 해 영화계에서 <방자전>, <시라노:연애조작단>, <해결사> 등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3번 씩이나 신인상을 거머쥔 충무로의 블루칩 '송새벽'과, 다소 새침하면서도 남성적인 스포츠도 즐겨한다는 매력적인 처자 '이시영',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추며 80년대가 물씬 풍기는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를 제대로 만들어냈다. 지금 보면 소위 닭살이 돋을 정도로, 그들 커플의 연애담은 마치 우리네 삼촌과 아버지의 연애담을 보는 기분이 들게 만든 것인데, 또한 이 두 배우 말고도 여기는 소위 빵빵한 조연들의 출연으로 극을 제대로 코미디로 만들고 있다.

이미 전작 <시라노..>에서 같이 출연하며 에피소드 1에서 송새벽을 보고 '말투가 금강 하류쪽이시네요.." 로 그를 코치한 '난 애드립 치는 사람이 제일 싫다''박철민'이 송새벽의 삼촌격으로 나와 제대로 웃음을 선사했다. 전라도 아저씨의 걸죽한 입담을 제대로 선보였는데, 이와 함께 다홍의 고모로 나온 김정난 누님도 역시 늙은 노처녀의 경상도식 히스테리를 제대로 보여주며 폭소를 자아냈고, 다홍의 오빠로 나온 소녀 취향의 다소 변태스런 정성화, 그리고 다홍의 엄마로 나온 김수미의 우아하면서도 내면에 전라도 사투리의 피가 흐르는 작태까지.. ㅎ 물론 두 아버지 역으로 다홍의 아비인 백윤식과 송새벽의 아비로 나름 악역 전문 중견배우인 김응수 이분도 만만치 않게 전라도 어르신의 포스를 제대로 선보였다. 그리고 까메오인지 몰라도 현준에게 서울 말투를 가르쳐 준 DJ 이한위 옹까지.. ㅎ


(정말로 두 커플이 전라도 청년과 경상도 처자로 보인 '위험한 상견례')

이렇게 이 영화는 남녀커플 주인공 송새벽과 이시영 이외에도 막강한 조연들의 파워를 위시로, 이들의 맛깔난 영호남의 사투리 속에서 극을 제대로 코미디스럽게 만들며, 이들의 위험하면서도 사람 냄새나는 상견례를 지켜보게 만들었다. 특히 박철민이 차 사고난 후 빨간 공중전화를 쓸 때 가게 여주인과 입담에서 정말 뿜었는데, 그외 정란 누님도 웃겼고, 정승화까지.. 물론 두 주인공도 기본 이상은 했다.

지역색을 뛴 연애가족사 코미디물 <위험한 상견례>, 가족과 볼만하다.

이렇듯 이 영화는 어찌보면 고리타분한 소재일 수 있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 지역색을 가지고 메스를 가한 영화다. 그렇다고 영화가 소위 가르치려 드는 건 아니다. 영호남이 어디서부터 잘못돼 이런 골이 깊어졌는지에 대한 물음이 아닌, 우리네 지역적 정서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며, 종국에는 인간사 특히 남녀간의 연애와 결혼이라는 문제에 있어, 그것이 결국은 지역색을 뛰어넘는 진실한 사랑으로 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메시지가 정극스러운 건 아니고 코미디 장르이다보니 다소 촌극스런 분위기는 감지되지만, 그래도 영화는 꽤 산뜻한 기분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아직도 지역색으로 사람의 잣대를 들이대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영화조차도 구시대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갔지만, 종국에는 화합하며 '잘 살아보세'로 그려낸 본격 휴먼틱한 코미디 영화 <위험한 상견례>, 그래서 이 영화는 지금의 청춘 남녀들이 보면 그 시절 연애담과 과거를 배우며, 우리시대 부모님들이 보면 그 시절의 추억 때문에 더 빵터질 영화가 아닌가 싶다. 물론 가족끼리 보면 더 좋다. 아무튼 강호는 재밌게 잘 봤다. 나도 이쪽 출신인지라.. ~~


ps : 특히 우리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보면 더욱 와 닿는 영화라는 점.. 극장에서 얼마나 웃던지.. ㅎ
10대는 이해불가?! 20대는 그저그런 코미디, 30대 이상은 나름 빵 터지는 게, 특히 그 지역 분이라면.. ㅋㅋ

ps2 : 영화에서 전라도 출신으로 나온 송새벽(군산)과 박철민(광주)은 실제로 전라도 출신이고..
그래서 같은 출신인 김수미 여사가 모 인터뷰에서 이들을 주로 챙겼다는 뷰티풀한 후담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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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헤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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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갈마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후세계다. 즉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살아 남은 자들은 어떻게든 죽은 자의 원혼을 달래고 그들을 추모하며 천상의 세계를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그것이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가 됐든 인간의 무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천상의 세계는 살아 있는 인간들에게 주목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면서 보통 '천국과 지옥'으로 양분되는 그 천상을 보게 되는데, 여기 제목처럼 '낭만적인 천국'이라 명명한 '로맨틱 헤븐'은 그런 점에서 바로 '지옥'이 아닌 '천국'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천국에 모여든 인간 군상을 그리며 그들의 원혼을 달래고 종국에는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우리네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 영화가 바로 <로맨틱 헤븐>이다.

장진 감독의 연출과 각본으로 선보인 뉴 판타지 드라마 <로맨틱 헤븐>

제목처럼 무언가 착한 구석의 낭만적인 천국, 그 지점에서 이 영화를 연출한 '장진' 감독은 스스로 각본까지 써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천국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어필을 하며 우리 인간사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려 했다. 충무로에서 소위 대박치는 감독은 결코 아니지만, 그만의 새로운 형식과 다소 엉뚱한 이야기, 그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 군상을 그리며 특유의 재치와 센스를 보인 감독 '장진'. 모 영화 프로그램에 나와 '영화를 잘 만들데까지 계속 만들겠다'는 그 귀여운? 아집처럼 그는 분명 그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 아니 감독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그가 그려낸 이 영화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보편적 윤리와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상의 천국에서 만나 조율하고, 결국에는 가족애와 부부간의 사랑까지 찾는다는 어찌보면 흔해 보이는 그런 휴먼드라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꽤 자극적이지 않고 달콤하거나 달달하지도 않게 그냥 봄기운의 산들바람처럼 불며 스쳐 지나갔으니, 이 영화 <로맨틱 헤븐>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지상에서 천국까지! 꼭 한번 만나고 싶어도 절대 만날 수 없는 사람들..
그러나, 간절히 원하면 그 곳도 열린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민규.
암 투병 중인 엄마의 마지막 희망을 찾아나서는 미미.
평생 가슴에 묻어둔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나는 지욱.
이들의 간절한 사랑이 마침내 천국의 문을 연다!


('미미'는 골수암을 앓고 있는 엄마의 골수와 일치하는 자를 찾고 있다.)

영화는 세 명의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운다. 먼저, 골수암을 앓고 있는 엄마를 살리고 싶은 소녀 아니 20살의 풋풋한 아가씨가 있다. 그 '미미'라 불리는 아가씨는 어릴 적 모래시장에서 주운 오백원을 기적이라 믿으며 엄마와 같은 골수 일치자를 찾는다. 그런데 찾아낸 그 일치자가 어느 젊은 여자를 죽인 살인용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경찰서에서 출퇴근을 하고 잠복근무도 마다 하지 않는 등, 다소 엉뚱한 면을 선보인다. 이런 역은 실제 '오란씨걸'로 뜬 92년생의 20살 처자 '김지원' 양이 이번에 제대로 스크린에 첫 신고를 한 것인데, 나름 풋풋하게 극에 잘 녹아들며 나름 호연을 펼쳤다. 예쁜 마스크에 이목구비도 뚜렷하니 앞으로 기대가 되는 여배우다. 어쨌든 여기 '미미'는 그렇게 엄마를 살리고자 하는 예쁜 마음의 아가씨다.

 
(교통사고를 당해 천상으로 올라온 '지욱'은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나고 찾아주려 한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격인 '동지욱' 배역을 맡은 '김동욱'이라는 배우. 이미 그는 꽤 히트를 쳤던 영화 <국가대표>에서 이름 석 자와 나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눈길을 끌었고, 작년에 나왔던 영화 <반가운 살인자>에서는 동네 어리숙한 형사로 나와 '유오성'과 함께 범인을 찾는 다소 코믹한 범죄 드라마를 찍은 바 있다. 그리고 여기 <로맨틱 헤븐>에서는 조실 부모하고 조부모와 같이 사는 택시기사로 나온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치매로 병상에 누워있고, 할머니와 같이 사는 속정 깊은 남자, 늘 V자를 그리는 그는 때론 코믹하면서도 활기찬 모습으로 이야기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 그런 그가 예기치 못하게 교통사고를 당해 천상으로 올라가게 되고, 거기서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나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나름 천사표? 같은 손자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그는 위의 '미미'랑 같은 병원에 있어 그녀에게 찝쩍대지만, 미미는 그가 찌질해 보일 뿐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민규, 그에게 삶은 절망과 그리움 뿐이다. 내 아내를 돌리도..)

그리고 또 하나의 캐릭터는 김수로가 분한 '민규'역으로, 사실 놀랍다. 김수로가 이렇게 묵직하게 어깨에 힘을 잔뜩 뺀 듯, 센치해지다니.. 그간에 그가 주로 보여주었던 '웃음종결자'로써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코믹적인 색깔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정통 멜로에 도전한 느낌으로, 그는 여기선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변호사 '민규'로 나온다. 그러면서 그는 위의 모습처럼 매우 힘들어하고 생의 절망에 빠져있다. 그녀가 남긴 일기, 수첩, 사진들이 담겨 있던 빨간 가방을 찾아 부인과의 추억을 되찾고 싶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는 힘들어진다. 물론 옆에서 도와주는 여자 변호사 '유선'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그는 아내가 더욱 그리워질 뿐이다. 검사시절 자신의 실수인지 몰라도 한 남자를 옥살이시켜 그 남자가 찾아와 위해를 가해도, 그는 무덤덤하게 대하듯 모든 게 지쳐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위의 세 명의 캐릭터를 통해서 우리네 모습을 일상적으로 담고 있다. 암 투병중인 엄마의 마지막 희망을 찾아나서는 '미미'와 평생 가슴에 묻어 둔 할아버지의 첫 사랑을 찾아주려는 '지욱',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보낸 '민규'까지.. 이들은 그 어떤 생의 활력 보다는 자신과 관련된 가족이 병마에 시달리고 사고로 잃으며 상처를 받은 현세의 영혼들이다. 그렇다고 이 세 명의 캐릭터들이 신파조로 일관하며 극을 이끌진 않는다. 미미는 마치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그렇게 당차진 않아도, 나름 엄마를 잘 병구완하며 풋풋하고 엉뚱한 면을 보이는 아가씨로, 택시기사 지욱은 다소 코믹한 모습이지만, 보통 우리가 볼 수 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또 아내를 잃고 방황하고 절망하는 민규까지도.. 그러면서 영화는 이들 셋을 어떻게든 해결해주는 천상의 세계로 이끈다.

장진이 그린 천국의 세계 '로맨틱 헤븐', 낭만이 깃든 삶과 죽음의 판타지

바로 위의 그림이 이른바 '자연주의' 컨셉으로 지평선 없는 벌판을 찾아서 만들었다는 천상의 세계다. 길조차 없는 탁 트인 간척지에서 아름다룬 신세계를 만들었다는 시퀀스는 분명 산뜻한 느낌이 드는 천상의 세계지만, 그렇게 매력적인 그림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좀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천국의 세계에서 하얀 정장을 빼입은 이순재옹이 바로 하느님.. 이 분이 바로 인간 세계를 창조한 창조주요, 모든 이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능력자로 나와 여기에 모인 인간들을 조율한다. 그러면서 교통사로 이곳에 온 지욱은 앞에 마주 앉은 '심은경' 양이 할아버지 첫사랑임을 알게 되고, 민규의 아내가 건네준 빨간 가방을 가지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그 임무를 다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골수암을 앓고 있던 '미미'의 엄마는 어떻게 됐을까.. 그 그림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미미가 찾고자 했던 인물과 같이 나오며 매우 의미있게 갈무리를 짓는다.

이렇게 영화는 그 제목과 소재답게 천상의 세계를 통해서 가족애와 사랑을 찾는 일종의 휴먼드라마다. 그렇기에 장르는 판타지 드라마로 볼 수가 있는데, 어릴 적부터 누구나 죽으면 '천국 or 지옥'으로 간다는 그 보편적 의식 속에서, 지옥도 천국과 같다는 여기 하느님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이 올망졸망 모여사는 헤븐.. 그 헤븐에서 그들은 잃어버린 삶의 한 의식과 단편을 찾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플롯이자 주제의식이다. 그것이 바로 장진이 꿈꾸는 천국에 대한 그림이자 또 그가 그리고자 했던 낭만적인 판타지라 볼 수가 있는데, 즉 산들바람이 부는 봄기운처럼 봄 마실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그려낸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 판타지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세 명의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각자 봄소풍 오듯 그려낸 느낌이 다분하다. 

결국 여기서 '천국' 헤븐은 그 내포된 의미처럼 따스함의 기운을 안고, 우리의 가열한 인간사의 경계에서 사람들을 다시 삶으로 이끌어준다는 거. 그것이 이번에 새롭게 합류된 장진 사단이 그려낸 그림이 아닌가 싶다. 전작의 <퀴즈왕>처럼 다소 코믹하고 위트로 점철된 영화라기 보다는 약간의 감동과 코믹으로 저자극의 순한 영화로 만든 장진식 낭만 판타지 <로맨틱 헤븐>, 개인적으론 김수로가 센치하게 분한 그 연기가 나름 와 닿았다. 그의 모습도 그렇지만, 아내의 유서로 남겨진 편지의 대목에서 순간 뭉클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 영화지만, 우리네 삶과 죽음이라는 이 영원한 철학적 메시지를 이렇게 보편적으로 그려낸 한 편의 봄나들이 같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정말로 천국이 저렇다면 누구나 사후에 당장 천국에 가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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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 Little Black 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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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예쁘고 산뜻하고 상큼한 봄처녀를 연상케 하는 4명의 처자들이 봄 마실을 나왔다. 그런데 마실도 아주 매력적으로 온갖 치장을 하고 나왔으니 그녀들에게 이번 마실은 인생의 황금기였나 보다. 하지만 그네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황금기가 아닌 대학의 연영과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참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그렇게 방황하고 허위허위 대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질 않는다. '솔까말'로 부모 잘 만나서 아무런 걱정없이, 온실 속 화초처럼 그렇게 보였으니.. 그녀들의 일과 사랑은 사실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요, 심지어 공허하기까지 하다. 

이것이 진정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20대 처자들의 이야기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직도 작금의 청년실업이라는 파고 앞에서 오늘도 내일도 힘들어하는 20대 청춘들이 보기엔 이 영화는 꽤 불온할 정도로 예의가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기존에 히트를 쳤던 <싱글즈>처럼 20~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현실감있게 그린 이야기라기 보다는, 대한민국 상위 5%에 속한 이들이 명품을 사랑하고 클럽문화를 즐기며, 삶에 아무런 고뇌없이 지내는 그녀들의 배부른 방랑과 방황기라 감히 평하고 싶으니,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꿈은 명품관 현실은 아울렛 | 이 시대의 Must Have Item

명문대 연영과 학생 유민, 혜지, 민희, 수진은 졸업만하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쌓아놓은 스펙이라고는 그저 그런 몇 번의 연애와 클럽생활 뿐...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같은 처지에 놓인 서로를 위로하며 지내던 중, 혜지가 스타덤에 오르게 되자 묘한 질투심이 생기면서 그들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누구보다 눈부시게 살고 싶었던 그들에게 찾아온 인생의 20사춘기! 킬힐 보다 아찔하고 아메리카노 보다 씁쓸한 방황을 마치고 화려한 인생의 2막을 열 수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이들은 클럽에서 모인다. 그녀들에게 맥주나 소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4명의 예쁘고 매력적인 연영과 출신의 20대 처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왔다. 그런데 이들은 각기 개성이 나름 뚜렷하다. 절대로 구차하거나 궁색해 보이질 않는다. 다들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일 정도다. 박한별이 분한 '혜지'라는 처자는 실제 그녀의 정형화된 이미지처럼, 탁월한 비주얼을 무기로 쿨한 성격에 빵빵한 집안을 배경으로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능력녀다. 아니 능력녀가 아니라 그녀는 소위 날라리에 밉상녀다. 주야장천 클럽에 도장찍는 죽순이로 오늘도 클럽에서 놀다가 우연찮게 CF 감독에게 발탁돼 연예계로 입성한 그녀다. 운도 좋다. 그리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의 친구로 나와 통통튀는 아영 역을 통해서 급부상한 '유인나'. 그녀가 분한 '민희'라는 처자는 이혼을 앞둔 부잣집 딸내미로 세상 물정 모르고 사는 심각한 것 없이, 그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로 여기 4명 중에서 유일하게 코믹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인물이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 먹고, 유학을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는 게 일과다.

4명의 캐릭터 색깔은 분명 다르지만, 그조차도 배불러 보인다.

그리고 현재 수목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 나름 좋게 보고 있는 처자이자 공회장 막내딸로 나오는 조현진 역의 '차예련'. 그녀는 여기서 꽤 시크하면서 자존심이 강한 차도녀 '수진'으로 나오는데, 그녀의 외모적 이미지와 꽤 부합돼 보인다. 네 명 중 가장 머리 좋고 스펙이 좋으면서도 이성적인 그녀지만, 매번 도전하는 영화 오디션은 실패요, 이런 자신의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 자존심이 강한 그녀다. 그래서 그녀는 혜지가 하룻밤 사이에 CF 스타로 떠오르는 걸 보고, 못 마땅해하며 그녀와 대판 싸우게 된다. 영화는 그 지점을 그녀들의 '갈등'이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캐릭터는 소녀장사 이미지가 아직도 굳건한 윤은혜가 분한 '유민'. 어찌보면 그녀가 가장 와 닿는 캐릭터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대한민국 가정의 딸로 나오는데, 명품관에서 우아하게 쇼핑하고 브런치를 즐기기를 꿈기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요, 그래도 먹고 살려고 공중파의 보조작가로 들어가 나름 직장의 생활전선을 보여준다. 작가님 아이들 뒷치닥거리부터 해서.


(그녀들이 몸푸는 곳은 찜질방이 아닌, 고품격 '스파'다. 요즈음 처자들은 다 이렇게 노남?!)

이렇게 여기 4명의 처자들은 각기 개성과 역할이 뚜렷이 구분되게 보인다. 명품으로 치장한 클럽의 죽순이부터 해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준비중인 예비 유학생,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차도녀, 그리고 다소 평범하게 보이는 유민까지 말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그녀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지내고 활동하는지를 그려내고 있는데, 이게 솔직히 말해서 와 닿지가 않는다. 너무나 잘 풀리고 안 풀리고를 떠나서 이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엿보이질 않는다. 주인공 격이자 화자로써 접근하는 유민은 혜지가 소개해준 오렌지족같은 느끼남한테 원나잇스탠드로 빠져들다가 임신까지 가면서 후회하고, 다만 이들이 방황하고 고민한 것은 클럽의 죽순이 혜지가 일약 CF로 뜨고 영화판에서 주연급은 아니지만 조연급 배우로 활동하면서, 이들 지켜본 차도녀 수진과 대판 싸우고 다시 봉합되는 것이 사실 다다. 

그녀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에 대한 이야기, 영화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녀들의 일과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꽤 헐겁고 공허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게 본 씬도 있었다. 주인공 유민의 고등학교 친구로 나왔던 '영미'와의 이야기, 유민 입장에서는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드라마 작가의 꿈을 포기 못하고 계속 한 길을 파온 거. 이때 유민은 보조 작가지만 그래도 명색이 공중파 출신이었고, 하지만 영미는 이름없는 방송국에서 매번 낙방하고 고배를 마시며 자신의 꿈을 못버린 진심으로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유민을 통해서 위안받고 잘 지내나 싶었는데, 돌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씬은 나름 의미가 있는 시퀀스였다. 실제 한두 달 전 모 작가가 생활고와 병마를 못 이기고 죽은 것처럼 말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마블미', 예쁜 처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일 뿐.

이렇듯 영화는 시종일관 20대 처자들이 처한 일상을 좇듯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일상은 작금의 청년실업이라는 파고가 무색할 정도로 꽤 괴리감을 주고 있다. 유민과 수진이 직장내 모습과 구직의 모습을 그나마 보여주었지만, 이마저도 그냥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나마 차도녀로 나온 수진의 고민이 좀 와 닿을 뿐, 혜지와 민희는 소위 말해서 된장녀로 현실에서도 따 당하기 쉬운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영화가 안고 있는 그리고자 하는 그 어떤 소명의식이 잘 전달이 되질 않고, 심지어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도 이런 느낌은 지속이 된다. 즉 이 세상은 그녀들에게 아직도 뷰티풀하고 나에겐 내일의 희망이 항시 뜰 거라는 기대치로 부풀려진 그녀들의 배부른 방랑과 방황, 무엇이 잘못되고 꼬였는지도 모른 채, 그저 두 친구간에 싸움을 봉합하는 수준으로 이들이 처한 고민과 고뇌를 대신했다면 이건 영화적 미스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누구나 여자든 남자든 고민으로 가득차고 구차하게 소위 폼 안나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남부럽지 않게 눈부시고 뷰티풀하게 살고 싶은 욕망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현실의 벽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슬기롭게 이기고 헤쳐나가는 게 중요한 것이지, 여기 영화처럼 그냥 세월 좋아서 갖은 게 기본적으로 있다 보니, 그냥 그렇게 실실되고 클럽과 스파를 오가면서 되는 건 아닐지다. 그렇기에 영화는 꽤 현실감이 떨어지게 리얼리티를 못 살렸다. 초반에는 트렌디풍으로 그려내며 드라마적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후반에는 그냥 의무적 갈등과 화해라는 식상한 코드를 집어넣으며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이라는 주제는 꽤 공허하고 피상적인 성장통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현실에선 보기 힘든 4명의 예쁜 처자들이라 더욱 공감하기 힘들 정도다. 결국 영화의 긴 제목을 줄인 '마블미'처럼 '경이로운 나'에게 바치는 그녀들의 엣지있는 라이프스타일 보고서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상위 5%에 속한 20대 처자들의 이야기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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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백 - The way bac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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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살기를 원한다. 간혹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있어도, 어쨌든 인간은 죽기보다는 살기를 위해서 몸부림치는 영장류다. 그런 인간이 어떤 고통과 억압에 의해서 통제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아마도 그 압제의 현장 속에서 죽지 못해 사는 그냥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며 스스로를 위로할 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시련과 고통이 더 혹독할수록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무한의 자유의지가 있음을 견지한다면, 여기 이 영화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담아낸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즉 죽기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그 가열한 본성이 지배한 채, 이들은 그 대자연 속에 한 몸을 던지고 만 것이다.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를 담아낸 리얼한 대서사 <웨이 백>

이것이 바로 대자연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웨이 백>의 플롯이자 기본 스토리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큰 줄거리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그 머나먼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 여정을 담은 일종의 '로드무비'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출은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피터 위어' 감독이 그려냈으며,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깊이 박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트루먼쇼>를 잇는 감동 3부작의 완결판으로 이 영화는 방점을 찍는다. 감동을 일부러 자아내는 것이 아닌, 그들이 살고자 하는 대탈주의 여정을 날것 그대로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이목을 끌었으니, 영화 <웨이 백>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40년, 역사상 최악의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라 불리는 '캠프 105'! 7명의 수감자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살을 파고드는 시베리아의 살인적인 추위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고비사막의 폭염을 이겨내며 오직 자유를 찾아 6,500KM라는 믿을 수 없는 거리를 탈주한 이들의 리얼 감동 실화가 시작된다!


(강제 노역으로 끌려가던 중, 눈폭풍을 맞아 엎드린 채 한 노인이 버티자 총을 겨눈다.)

이렇듯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다. 한마디로 줄이면 '강제 노동수용소를 탈출한 이들의 살아남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1940년 전후로 전세계가 대전으로 몸살을 앓으며 특히 유럽쪽이 그 포화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고 이른바 수용소로 끌려가는 그때, 여기 악명이 높기로 소문난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 '캠프105', 이곳에 유럽 각 지역의 정치범과 범죄자들이 끌려와 수용돼 살고?있다. 그러면서 거기 소장이 말한다. '이곳에서 너희들을 감시할 필요도 없이 시베리아 한복판이기에 도망치는 거 자체가 죽음이다' 라는 거. 그렇다. 그곳은 영하 30도를 오르락하는 맹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곳, 그러니 도망가다가 얼어죽을 판이다. 하지만 이곳에 부인의 피치못할 밀고로 끌려온 주인공 야누스(짐 스터게스)는 터줏대감으로 오래 눌러있던 정치범 스미스(에드 해리스)와 탈출을 감행하기로 한다.

시베리아 강제 노동수용소를 탈출 후, 가열한 여정의 시작과 끝

이 두 명과 함께 몇몇 인사도 가담하고, 뼈속까지 러시안이지만 악명 높은 범죄자 발카(콜린 파렐)도 가세하며 총 7명이 야밤에 그곳을 탈출하고 만다. 앞을 못볼 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그 밤에. 물론 이를 알게 된 수용소측에서 그들을 쫓지만 허사다. 그렇게 그들은 우선 탈출엔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생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거친 눈보라의 혹한 속에서 무작정 걷기가 시작되고, 그 속에서 한 명이 동사하고, 점점 식량과 마실 물마저 떨어지며 그들은 지쳐간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몇 주를 걸어 드디어 큰 호숫가를 발견하며 한 고비를 넘긴다. 그런면서 어디 집단농장에서 탈출한 가녀린 소녀 이레아(시얼샤 로넌)가 이들 일행에 가담한다. 처음에는 안 받아 줄려고 했지만, 소녀도 일행과 함께 대탈주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들의 고달픈 여정은 계속된다.

이제는 혹한을 넘어선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을 횡단하며 이들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다. 바로 마실 물이 떨어지며 그 강렬한 태양빛에 일사병으로 죽기 일보 직전,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사막 한 가운데서 우물가를 발견해 한숨을 돌리고, 또 긴 여정은 계속된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지 않는 남쪽나라.. 이 사막을 횡단하며 무려 3명이나 죽게 된다. 그 속에는 바로 가녀린 소녀 이레아도 끼어 있었으니, 완전 메말라버린 소녀의 육신은 그렇게 사막 한 가운데 묻히고 만 것이다. 결국 살아남은 자들은 야누스와 스미스 할배를 비롯해 이젠 4명.. 그렇게 그들은 또 계속 걷고 걸으며 마지막 순간에 결국 티베트 고원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그곳의 마을에서 칩거를 하게 되고, 결국 그 자유를 향한 의지는 계속 되는 가운데 또 험준한 산맥을 넘고 넘어서 결국 인도 땅을 밟게 된다. 그리고 그들 세명은 그곳 사람들한테 나름 환송을 받는다. '어디서 오셨수? 시베리아에서요.. 아니 그 먼 곳에서.. 어떻게.. 걸어서 왔지요..' ;;;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걷기'다. 눈밭이든 사막이든..)

이렇듯 이 영화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감행한 대탈주의 가열한 여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 초반에 자막 설명에도 나오듯이 여기 세 명의 남자가 인도까지 살아서 왔고, 이 영화를 그들을 위해서 바친다는 조사(弔詞)로 포문을 연다. 즉 그들이 걸었던 거리는 시베리아에서 인도까지 장장 6,500km나 되는 목숨을 건 사투였던 것이다. 그 7명 중에서 4명은 죽고 3명이 살아남은 영화 같은 실화, 그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자 리얼하게 그려낸 여정이다. 그런 그림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마치 리얼 다큐를 보듯 광활한 대자연을 있는 그래도 담아내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베리아의 매서운 혹한과 사막의 강렬한 태양빛 아래의 폭염, 그러면서 살고자 물을 찾는 이들의 사투, 자세히 설명 안해도 그림이 그려지는 시퀀스다.

대탈주의 가열한 여정 속에서 광활한 대자연을 탐미한 영화 <웨이 백>

그러면서 영화는 이들의 탈주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쫓기는 탈주의 긴박감 보다는 인간이 고통의 탈주 속에서 어떻게 메말라가며 살고자 하는지 그 자유의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그려낸 느낌이 많다. 즉 보통의 탈주영화들이 쫓고 쫓기는 자의 액션적 그림으로 그려냈다면, 이 영화는 그 대자연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그려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런닝타임이 2시간이 훌쩍 넘을 정도로 길다. 초반 30여 분 강제 노동수용소 생활과 탈주 후부터는 이들 여정을 로드무비를 보듯 날 것 그대로 담아낸 거. 특히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사막씬은 보는 이가 목이 탈 정도로, 그들의 목마름은 정말로 와 닿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이 직접 몸을 불사하며 연기한 모습은 리얼 그 자체였다. 특히 가슴에 스탈린 초상을 문신으로 새긴 러시아 출신의 범죄자 '발카'는 중간에 이들과 헤어지게 됐지만, 얼추 모습이 '브래프 피트'인줄 알았지만 바로 매력남 '콜린 파렐'이었던 거. 제대로 호연을 펼쳤는데, 또한 주인공 야누스 역의 '짐 스터게스'도 이들의 탈주를 이끄는 리더로서 끝까지 살아남는 열연을 펼쳤다. 그는 실제로 전쟁이 끝나고 조국 폴란드가 공산주의로부터 해방된 그때, 50여 년이 지나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를 맞이한 것은 이젠 다 늙어버린 부인.. 캐감동이 밀려오지 않을 수 없다. 눈물 찔금.. ~~


(정치범 스미스 역의 '에리 해리스'와 가녀린 소녀 탈주범 '이레나' 역의 '시얼샤 로넌')

<웨이 백>, 감동 이전에 7인의 생존본능의 자유의지를 보시라..

또한 극 중에서 미국인 정치범으로 끌려와 이들 대탈주 여정에 동참한 최고참인 할배 '스미스'역의 '에드 해리스'도 호연을 펼치며, 갈수록 수척해지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가열한 여정의 유일한 홍일점 '이레나' 역의 '시얼샤 로런'은 결국 일사병으로 쓰러져 메말라진 육신으로 사막 한 가운데 묻히고 말았다. 그런데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는데, 찾아보니 바로 죽어서도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그린 영화 <러블리 본즈>에 나왔던 그 소녀 주인공이었다. 여기서는 고통의 탈주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소녀 역이었는데, 그렇게 장렬하게 산화하고 만 것이다. 아...

아무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이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는 그 여정을 담아낸 일종의 로드무비다. 그렇지만 절대 가벼운 영화가 아니거니와 꽤 묵직한 그림과 울림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서 큰 화면 속에서 광활한 대자연을 만끽하는 비주얼과 영상까지 한 편의 리얼 다큐를 보듯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감동 이전에 그들의 사투를 날것 그대로 담아내며, 그토록 살고 싶은 그들의 무서운 생존본능과 자유의지를 향한 그들의 몸부림을 만나보시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화가 그들 앞에 아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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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 Beastl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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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하나의 판타지 무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판타지는 액션과 스릴러가 아닌 지극히 로맨스로 일관하며, 그 어떤 액티브한 활동극을 원한 이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겨준 영화가 바로 <비스틀리>(Beastly)다. 제목대로 어떤 야수의 야성미를 들어낼 것처럼 '야수다운, 야수답게' 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런 비주얼은 사실 없었다. 대신에 유명한 애니메이션 동화 <미녀와 야수>를 원작으로 새롭게 실사판으로 현대적인 재해석했다는 홍보만이 남을 뿐이다. 여기에 전작 SF 액션물 <아이 엠 넘버 포>에서 주인공 '넘버 포'로 살고자 지구로 날아온 외계인으로 나와서, 파란 장풍을 가열하게 보여주었던 떠오르는 신예 스타 매력남 '알렉스 페티퍼'만이 고생했을 뿐이다.

신예 매력남 '알렉스 페티퍼' 주연의 판타지 로맨스 <비스틀리>

왜냐? 그가 이번에는 금발의 매력은 잠깐, 영화내내 피어싱 같은 이미지의 문신 투성이로 점철된 모습만을 임팩트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외적인 모습과 함께 오로지 로맨스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것도 흔하디 흔한 헐리웃판 로맨스다. 소위 '밀당'을 즐긴다는 한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야기, 그렇다고 여기선 '밀당'도 없다. 야수의 일방적 사랑을 중점으로 그리며, 여기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시켜 주인공 남자에게 마법을 걸어 얼굴을 저런 식으로 만들어 놓고, 그 마법을 풀려면 진실로 너를 사랑해주는 여자를 만나면 풀린다는 미션을 던지며, 이목을 끌었으니 영화 <비스틀리>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모든 것을 잃고 야수가 된 남자,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세상에 맞서다!

그 화려함만큼 어둠이 공존하는 도시, 뉴욕. 완벽한 외모로 완벽한 삶을 누리던 카일(알렉스 페티퍼)은 한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저주를 받게 된다. 창백한 피부를 뒤덮은 흉터와 문신, 남들과 다른 능력까지- 끔찍한 야수로 변해버린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뉴욕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단 하나의 희망, 린디. 린디를 향한 거대한 위협은 카일의 앞을 가로막는데…


(나.. 너에게 다가설 용기가 없어.. 왜 그러니.. 날 좀 봐봐..)

위처럼 내용은 간단하다. 그냥 얼굴이 흉측하게 변해버린 한 남자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진실한 사랑을 찾는 여정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다. 그렇다며 이게 끝인가? 그렇다. 이게 끝이다. 더이상 볼게 없다. 런닝타임도 90분도 채 안되게 짧다. 그래도 무언가 있겠지 싶은 분들에게 좀더 설을 풀어 본다면..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이렇게 흉물스럽게 변하기 전에 사실 잘 나가는 소위 간지남이었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매력적인 외모와 몸짱은 물론 엄친아보다 뛰어나다는 부친아로 돈과 능력까지 완벽히 갖춘 '카일', 하지만 그런 '카일'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는 한 마녀 '켄드라'가 있다. '저 오만방자한 녀석을 내가 혼구녕을 내주겠어..' 바로 그 잘생긴 외모를 한 순간에 그로테스크 흉측한 몰골로 바꿔 버린다.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아이 러브 유'를 들어야 하는 미션, 성공했을까?

그리고 마녀는 미션을 던진다. 1년의 시간을 줄테니 '너를 진정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서 그녀로부터 '아이 러브 유'를 직접 듣도록 하거라.. 그렇지 못할시에는 넌 평생 그 몰골로 살 줄 알아라..' 이런 식이다. 그러니 카일 입장에서는 미치고 대성통곡할 일이다. 잘못했다고 빌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결국 돈 잘 버는 아비덕에 어느 큰 저택을 구해서 그곳에서 두문불출 칩거하게 된다. 훈육을 담당할 맹인 가정교사와 함께 살아온 흑인 가정부와 함께 셋이서. 잘 나가던 시절에는 뻔질나게 싸돌아 다녔지만, 지금은 이 몰골로 어디도 나갈 수가 없기에, 그는 밤마다 검정색 후두 점퍼를 입고 배회한다. 자신을 사랑해줄 여자를 찾아서.

바로 찾은 여자가 지난 학생회장 선거 때 3년 만에 처음으로 말을 건넸던 착한 모범생 린디(바네사 허진스). 즉 그녀를 타켓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접근이 아닌, 먼발치에서 그녀의 동선을 좇으며 그녀만의 순수한 매력에 빠져드는 카일. 급기야 그녀의 아비가 사고를 치는 댓가로 린디를 자신의 저택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면서 그들만의 생활이 시작되는데, 물론 카일로써가 아닌 새로운 이름 '헌터'로 그녀를 대한다. 즉 예전의 모습을 기억할까봐 숨긴 것인데, 어쨌든 이때부터 옥상에다 온실을 만들고 그 속에서 꽃도 키우고, 시도 읽으면서 그들은 점점 빠져든다. 하지만 린디는 아직 마음은 열지 않고 헌터를 친구로만 생각하는데, 이에 헌터 아니 카일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녀 홀로 떠나게 된 여행길에 배웅을 한다. 그리고 그 배웅길에서 드디어 듣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되는데...



'미녀와 야수'의 캐릭터를 제목처럼 매력적으로 못 살린 '비스틀리'

이렇게 이 영화는 한 남자와 여자의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무비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동화 '미녀와 야수'의 원작처럼 한 남자를 야수로 만들어 버리며 나름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그 야수로 분한 '알렉스 페티퍼'의 모습만 눈에 띄게 임팩트할 뿐, 그가 보여주는 사랑의 행위나 동선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어떤 초능력도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밍숭맹숭 하기까지 한데, 그렇기에 그로테스크한 모습 만큼이나 매력적이지 못하게 스토리 전개도 틀에 짜 맞추듯 전개되면서 많이 식상한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야수에게 '사랑해'를 말해 줄 여자 주인공 '린디'의 모습도, 분명 많이 봐온 헐리웃의 섹시녀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으로 일관돼, 사실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않다. 물론 꼭 섹시한 게 다는 아니지만서도, 아쉬움은 있다. 즉 착한 순정녀처럼 분했지만, 이마저도 색깔이 없긴 마찬가지다. 다만 마녀 '켄드라' 역의 '메리 케이트 올슨'이 다소 매력적인 히피같은 모습으로 나와 인상적이긴 했다. (아래 그림)

어쨌든 영화는 짧은 런닝타임인지 몰라도 아쉬움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한 남자가 야수로 변해서 진실한 사랑 찾기의 판타지 로맨스가 그 피어싱 같은 모습만 남았을 뿐, 매력적인 캐릭터나 이야기로 시선을 끌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홍보대로 '강렬하다! 매혹적이다! 치명적이다!, 판타지의 세대교체'가 무람없이 무색할 정도로, 이들이 홍보하며 그려낸 야수다운 판타지 로맨스는 꽤 때꾼하게 그저 그런 로맨스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메시지는 있다. 남자든 여자든 잘난 외모 하나만 믿고 설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거.. 여기 마녀가 언제 당신의 얼굴을 그렇게 바꿔 놓을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카일의 아비까지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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