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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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고전동화가 스크린으로 옮겨졌을 때 기대하는 감흥은 크기 마련이다. 상상 속의 이야기가 큰 화면의 애니나 실사로 펼쳐지며 재미와 감동을 주기 때문인데, 그런 경우 이야기는 보통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동화적 스토리를 보면 그렇듯이. 그렇다면 이번에 스크린으로 옮겨진 18세기 때 '조너선 스위프트'가 남긴 고전  '걸리버 여행기'는 더욱 그러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걸리버'가 상상 속 소인국에 불시착해 졸지에 거인으로 행세하며 좌충우돌한 이야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걸리버'역. 그 역할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승패가 날 정도로 중요한 포지셔닝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걸리버 여행기'에 동참한 '잭 블랙'의 걸리버 배역은 딱 제격이 아닐 수 없다. 


(대표 사진부터 범상치 않다. ㅎ)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 '잭 블랙', 이번엔 '걸리버'다.

'잭 블랙', 잘 생긴 미남자도 그렇다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닌 몸꽝에다 일견 '쩌리', '루저'같은 이미지의 배역들로 이상하게 각인된 배우, 하지만 유명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등에서 그만의 목소리를 내고, 주로 코미디물에서 제대로 웃음의 포인트를 아는 배우이자 때로는 진중한 면까지.. 그는 알다시피 인기가 꽤 있는 헐리웃 대표 영화배우다. 그렇기에 '잭 블랙'이 나오는 '걸리버 여행기'는 일견 코믹 쪽일 거라는 기대치가 있기 마련이고, 또 그렇게 '코믹 블록버스터' 표방했듯이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소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감도 클 수 있기에, 그렇다고 이 영화가 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 '잭 블랙'은 주인공 걸리버 역을 나름 충실히 소화했다. 그만의 코미디적 색깔로 소인국에서 좌충우돌하며 원맨쇼를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른 문제이긴 하지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뉴욕 신문사에서 10년째 우편 관리만 하고 있는 남자 걸리버(잭 블랙). 그의 하루 일과는 짝사랑 그녀 달시(아만다 피트)의 여행 칼럼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언젠가 자신도 유명한 여행 작가가 되는 꿈에 젖어 있지만, 막상 세상에 나가 도전하기에는 너무도 겁이 많다. 그저 입만 열었다 하면 뻥으로 경력을 부풀려 성공한 척 하던 그가 짝사랑 그녀에게도 본의 아닌 허풍을 늘어놓은 덕분에 졸지에 버뮤다 삼각지대 여행기를 맡게 된다. 하지만 여행 도중, 난데없는 급류에 휘말리면서 소인국 ‘릴리풋’에 표류하게 된 걸리버. 뉴욕에서는 그저 찌질남이던 그가 이곳에서는 수호자이자, 영웅으로 불리게 된 걸리버.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즐~’하게 바꿀 수 있을까..?



이렇듯 걸리버는 자신의 회사에서도 인정은커녕 같은 일만 10년째 해온 남자다. 그런 그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 앞에서 없는 장기를 억지로 끌어내다가 졸지에 여행기를 쓰게 된거. 그 여행기의 배경이 될 '버뮤다 삼각지대'로 그는 홀로 무작정 떠나는데.. 비행기든 배든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다는 그곳을 말이다. 결국 걸리버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폭풍우를 만나 감쪽같이 바다 속으로 빨려들어 가더니, 불시착 아니 몸이 꽁꽁 묶인 채 도착한 곳은 '릴리풋'이라는 소인국. 이때부터 그의 굴욕과 고생이 시작된다. 소인국 사람들이 무슨 신기한 괴물을 보듯이 그를 다루며 일을 시키는 등, 걸리버는 제대로 노예가 된 거. 하지만 왕국의 공주를 구하고, 불난 궁정을 자신의 오줌발로 끄는 등 그의 활약이 펼쳐져 일약 영웅으로 등극, 이때부터 그는 '릴리풋'의 수호신으로 변모한다.



한편 이들 왕국을 해치려는 또 다른 왕국이 있어 그들을 뱃살포 반사로 제압하고, 릴리풋 왕국 내에서 공주의 사랑을 빼앗고 권좌를 노린 어느 한 인물과 충돌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트랜스포머와 아이언맨을 합쳐놓은 조종로봇과 한판 대결을 멋지면서도 우스꽝스럽게 처단하며 걸리버의 활약상은 정점을 찍는다. 제대로 왕국을 구한 셈인데, 이렇듯 영화는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펼치는 활약상을 담아낸 영화다. 물론 중간에 다른 섬에 보내져 어린 여자아이 앞에서 졸지에 걸리버가 소인이 돼 굴욕을 맛보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걸리버는 소인국을 구한 영웅이 되었다. 말미에 이쪽으로 온 여친과 사랑에도 골인하고 그에게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잭 블랙'의 원맨쇼 영화 '걸리버 여행기', 그걸로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렇게 영화는 제목처럼 또 오래된 고전 이야기처럼 '걸리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 걸리버 역의 '잭 블랙'은 마치 원맨쇼를 하듯 제대로 큰 '인간'의 모습으로 그만의 유머적 감각으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배분이 잘 안 된 측면도 있다. 즉 초반에는 지루한 감이 좀 있었는데, 중반 이후는 급격하게 그의 활약상 위주로 집어 넣다보니 빠르게 갈무리한 불균형한 면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 전개가 마치 근엄한 영국 왕실을 B급스럽게 패러디한 느낌처럼 진중한 맛이나 내밀함은 떨어진다. 대신에 걸리버와 릴리풋 왕실이 충돌하며 만든 웃음의 코드는 있다. 분명 그런 몫은 거의 잭 블랙이 혼자서 고군분투한 것이지만서도.

그렇기에 이 영화는 잭 블랙의 원맨쇼이자, 영화가 안고 있는 장르적 재미의 시작과 끝도 그로 인해 지탱했다는 점을 견지하게 된다. 바로 그에게 또 그로 인해 '올인'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그의 육중한 몸매 만큼이나 영화적으로 그가 걸머진 무게도 만만치 않음을 보게 된다. 그래도 '잭 블랙'이 분한 21세기형 '걸리버 여행기'는 퀼리티를 떠나서 그만의 색깔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작품이긴 하다. 그것으로 만족했으면 볼만했던 영화고, 그게 아니라면 실망만 안겨준 '잭 블랙'의 그저 그런 또 하나의 '필모'가 될 뿐이다. 어찌보면 크게 왈가왈부할 영화도 아니다. 재밌으면 그만 아니면 실망.. 그게 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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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호넷 - The Green Ho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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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영화에서 '액션'이라는 장르 중에서도 '히어로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름 크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시리즈만 봐도 그렇고, 이들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아니면 도시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 시민을 살리는 영웅으로 그려지며 꽤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다. 물론 이런 '맨'시리즈 이외에도 수많은 영웅들이 사람들 상상 속에서 활약을 펼치며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히어로물의 영웅들은 보통 우리와 같은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절대강자가 아닌 꽉낀 슈트를 입고 멋진 가면을 써도 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총을 피해야 하는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모습으로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즉 완전체가 아닌 불완전한 영웅의 모습으로 말이다. 최근 학원 히어로물 <킥 애스>만 봐도 그렇고..

2011년 첫 액션 히어로물 <그린 호넷>,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러면서 여기 그런 완성되지 못한 영웅의 모습 아니, 불완전한 정도가 아닌 똘끼충만의 꽤 머저리같은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묘하게 이목을 끈 영화가 있다. 전작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을 통해서 자신만의 영상미학을 공구리쳐 왔다는 '미셸 공드리'감독, 그만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블록버스터급의 액션 히어로물로 탄생시켰으니 이름도 엣지있게 발음좋게 '그린 호넷'이다. 그리고 '그린 호넷'에서 영웅을 맡은 이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이제는 살집이 올라 마치 '잭 블랙'같아 보이기도 한 미국 코미디계의 샛별 '세스 로건'과 아시아의 젊은 미남자에 엄친아 '주걸륜'이 도시의 영웅으로 분전했다. 그리고 그런 영웅을 돕는 섹시한 비서역으로 '캐머론 디아즈'와 영웅에 맞설 악당으로 분전한 '크로스토프 왈츠'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철없는 백만 장자,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다! | 우리의 룰대로 세상을 튜닝한다!

미디어 재벌의 외아들인 브릿 레이드(세스 로건)는 정의로운 언론인 부친과는 달리 매일 파티만 즐기며 소일하는 한량 중에 한량.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에 충격을 받은 그는 부친의 뜻을 따라 처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다짐한다. 결국 브릿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직원이었던 케이토(주걸륜)와 힘을 합쳐 수퍼 히어로의 삶을 선택하는데! 도시를 타락시키는 악당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브릿과 케이토는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며 눈에 띄는 방법을 택한다. 마침내 완성시킨 엄청난 장비와 화력을 겸비한 수퍼카 ‘블랙 뷰티’를 타고 밤의 거리를 장악한 그린 호넷 콤비는 암흑 세계의 보스 추노프스키(크리스토프 왈츠)와의 전면 대결을 선포하는데…



이렇듯 영화의 줄거리나 구도는 지금껏 히어로물들이 그러하듯 '영웅 대 악당'의 플롯이다. 즉 영웅이 악당이 물리치는 이야기, 이 초딩스런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사골국 우려내듯 유구한 원작 시리즈를 빌어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내는 헐리웃 시장은 역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영웅은 분명 기존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통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초능력자도 아니요, 총을 맞으면 곧바로 죽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데 그 인간은 돈이 너무 많아 한량짓으로 허송세월하는 미디어 재벌의 아들 '브릿'(세스 로건)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죽자 그 거대 신문사를 맡게 되면서 그는 한량짓을 그만두고 일에 매진하려 한다. 그런데 놀기만 했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다.

'그린 호넷'의 히어로는 둘, '블랙 뷰티'를 타고 악당의 속을 긁는다.

바로 아버지의 숨겨둔? 비서이자 차량 정비공에 무기 제조술은 물론 무술 실력까지 뛰어난 케이토(주걸륜)가 합세하며, 브릿은 공상에 들어간다. 곧바로 케이토와 함께 그가 만들어낸 범퍼카 아니 '블랙 뷰티'를 타고 밤의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아버지 무덤가에서 동상의 머리를 잘라와 그것을 가지고 신문에 대서특필해 이목을 집중시키게 하고, 그런 짓을 한 자를 '그린 호넷'이라 명명하며 이른바 '안티 히어로'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한다. 참.. 남는게 돈이요 시간이다 보니 이런 발상을 한 것인데, 그 와중에 범죄학을 전공한 자존심 강한 미녀 비서 '르노어'(카메론 디아즈)까지 가세해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그녀는 '그린 호넷' 콤비의 활동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뭐.. 그렇다고 디아즈가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린 호넷' 콤비 브릿과 케이토는 그 도시의 우범지대로 들어가 '블랙 뷰티'를 타고 무법천지인 그곳에서 제대로 불을 지핀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아니 도시 전체에 '그린 호넷'이 주목을 받게 되자, 그 무법지대의 보스인 '처드놉스키'는 앙앙불락되며 자신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그린 호넷'을 제거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고, 결국에 음모까지 꾸미며 누구와 손을 잡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브릿과 케이토는 미녀 비서 때문에 티격태격 싸우기까지 해 서로가 잠시 떨어져 있게 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수를 뻗쳐 온 처드놉스키 악당.. 그러면서 이들의 대결은 마지막에 액션물답게 총격전은 물론 자동차 추격씬으로 쫓다가 들어간 그 신문사에서 쏘고 터지고 부수고 아주 제대로 터뜨리며 액션 히어로에 방점을 찍는다.

과연 그린 호넷 콤비는 악당을 무찌르며 영웅으로 등극했을까..
아니면 계속 정체를 숨긴 채 다음 꺼리를 찾아 나섰을까.. 마지막도 뻔한 히어로물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세스 로건'이 분한 히어로, 진정한 모습이 아닌 머저리 영웅이다.

이렇듯 영화는 '그린 호넷'이라는 영웅으로 분전한 두 남자의 활약상을 액션물답게 그린 영화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들의 모습은 그렇게 슈퍼 히어로답지 않다. 특히 세스 로건이 분한 '브릿'이라는 인물은 무술 실력은 고사하고 살집도 다소 있어 외견상 히어로스럽지 않거니와 겁도 많아 기실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한껏 폼만 잡는 품행이 방정맞은 놈으로 리얼 히어로와는 반대다. 더군다나 그가 왜 '그린 호넷'이 되어 이 마구방발식 무람없는 안티 히어로의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개연은 전혀 안 보인다. 그냥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니 제대로 설명이 안 된 셈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영웅들과는 달리 악행을 저질러 악당의 심기를 건드리는 톡특한 전략을 구사하며 살길을 찾는 방식이다. 즉 그는 완전체 영웅이 아닌 것이다.

이에 반해 '브릿'과 다른 느낌으로 주걸륜이 맡은 '케이토' 역. 먼저 이 시리즈가 가장 유명해진 것은 1966년 미국 <ABC>의 TV시리즈에서 케이토 역을 '이소룡'이 맡으면서 부터다. 그 역을 바로 79년생의 홍콩의 또 다른 미남자 '주걸륜'이 맡으면서 새롭게 눈길을 끈 것인데, 소문으로는 이 역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서 한국의 이소룡을 자처하고 싶어한 배우 '권상우'가 맡을 뻔 했다가 언어문제로 고사했다는 후문이 있다. 아무튼 주걸륜이라는 배우는 영화 <황후화>에서 당 고조의 셋째 아들 '이원걸'역을 했는데 눈여겨 보질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강호는 제대로 봤는데, 같은 남자가 봐도 무언가 매력이 물씬 풍기는 배우이자 그런 마스크를 지녔다. 마치 미소년같은 모습도 보이면서도 강인함 보다는 유연함이 돋보이는 게, 참 매력적이다.



여기 극 중에서 중요한 배역인 '케이토' 역은 바로 뒷골목에서 험난하게 자란 덕분에 온갖 무술에 능통, 기상천외한 발명품도 척척 만들어내는 천재이자 브릿의 아버지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그를 도와 슈퍼히어로의 삶을 살게 되는 배역이다. 물론 브릿의 보조로 나오지만 그는 절대 보조가 아니다. 또 '블랙 뷰티'를 계속 운전하다보니 마치 조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브릿과 다른 제대로 된 영웅심리가 내재돼 있다. 그래서 그가 악당을 무찌를 때 시퀀스는 무언가 집중을 하면 시야가 멈춘듯 느려지며, 그는 나비처럼 날아 벌같이 쏘는 신개념의 무슬 액션으로 새로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연출은 정말 돋보이게 제대로 볼만했다. 나중에 브릿도 이걸 따라하다가 마지막에 실패했지만, 아무튼 '그린 호넷'에서 제대로 된 영웅은 '케이토'로 분한 주걸륜이 아닐까 싶다. 

'케이토'로 분한 '주걸륜', 매력적인 게 '그린 호넷'에서 그나마 볼만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면서도 또 기존의 히어로물과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 다분히 많은 영웅물이다. 절대강자도 아닌 절대약자도 아닌 '블랙 뷰티'라는 슈퍼카로 중무장하고 밤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그들은 블랙슈트를 입고 배트맨 같은 반면 가면을 썼지만 좌충우돌 악당과 부딪치면 무언가 임팩트한 면을 보이진 않는다. 이게 다 품행제로 '브릿'으로 분한 '세스 로건' 배역 때문인데, 그런 다소 코믹적이고 머저리같은 모습이 불완전체 영웅을 보듯 일견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게 다다. 그래도 명색이 슈퍼히어로를 다룬 블록버스터급이라 표방했다면 기대치가 있기 마련인데, 사실 이 영화는 불친절하게도 꽤 임팩트한 면을 보이지 않았다. 액션씬의 시퀀스도 마지막 장면을 빼고는 다소 평이한 수준이다.

특히 '블랙 뷰티'라는 슈퍼카의 존재도 꽤 복고적인 느낌으로 기실 '배트맨'이 타고 다니는 그 슈퍼카보다 못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도 사실 치밀하지 못하고, 이들의 펼친 악당과의 한판 사투는 여자 비서까지 얽히고 무람없이 전개돼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다. 즉 블록버스터급은 절대 아니고, 소소한 오락 액션물로는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대신에 '그린 호넷'에서 몇 번의 무술씬을 영화적 연출로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 '주걸륜'<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 독일장교로 한 포스한 '크리스토프 왈츠'가 분한 기이한 무법보스의 이미지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뭐.. '카메론 디아즈' 누님은 그냥 탱큐고..

아무튼 개인적으로 영화 '그린 호넷'은 사실 '미셀 공드리' 감독의 위명에 못 미친다는 혹평이 있는 걸 안 상태에서 봤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대치를 낮추고, 본 것이라 그런지 그러저럭 볼만했다. 특히 주걸륜의 무술 액션씬은 색다른 재미를 준 백미다. 그렇다면 '케이토' 그가 진짜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브릿'은 전형적인 입만 살은 영웅, 보는 내내 그런 밉상도 처음이다. 사실 히어로물 이야기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시리즈도 간다면.. 다음에 '케이토'를 원톱으로 한번 내세워라.. '세스 로건'은 진짜 아니다. 물론 그게 컨셉이긴 하지만, 역시 이래서 히어로물이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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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 Shang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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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를 정말로 묻지 않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상하이'가 아닐까? 영화적 규모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미중일 배우들을 대대적으로 쓰면서 홍보에 열을 가했던 영화 '상하이', 더군다나 그 어떤 근대의 역사 속으로 안내를 하듯 '1941년, 진주만 공격의 거대한 음모가 밝혀진다'로 주목을 끌었던 이 영화는 사실 어느 장르 하나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또한 '초호화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명시에 드라마적 블록버스터까지 불렸지만, 정작 '상하이'라는 세트 안에서 서로 허우적대며 참 때꾼하게 그려진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영화 평론가들은 물론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인데, 블록버스터는 고사하고 참 심심하게 전개되는 등 어느 것 하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세계 열강이 다투는 화약고이자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격정의 도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이들이 펼친 드라마적인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41년, 진주만 공격의 거대한 음모가 밝혀진다

1941년, 진주만 공격 60일 전… 세계 열강의 세력 다툼과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격정적인 도시 상하이. 미 정보부 요원인 폴(존 쿠삭)은 동료의 의문에 싸인 죽음을 밝히기 위해 기자로 위장해 상하이에 잠입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폴은 혼란의 도시 상하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강대국간의 거대한 음모를 눈치챈다. 폴은 음모의 중심에 있는 상하이 지하조직 삼합회 보스인 앤소니(주윤발)와 그의 매혹적인 아내 애나(공리), 그리고 비밀의 열쇠를 쥔 일본 정보부의 수장 다나카 대좌(와타나베 켄)에게 접근해 전쟁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일본은 비밀리에 함대를 빼돌려, 제2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알리는 진주만 공격을 시작하는데…

이렇게 영화는 역사적 사건이기도 한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 60일 전이라는 명제를 던지고, 세계 열강의 화약고로써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격정의 도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네 명의 군상을 통해서 다소 얽히고설킨 구도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런 네 명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바로 '폴'(존 쿠삭), 그는 뼈속까지 미국인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는 관중으로 나선다. 그래서 어떤 정보 입수에 최우선인 CIA 첩보원 출신으로, 그와 같은 동료가 여기 상하이에서 암약중에 어느 날 한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폴은 기자로 위장해 상하이에 잠입하고 사건을 조사하는데, 그러면서 폴 주변으로 세 명의 군상이 꼬약꼬약 꼬여든다. 그런데 꼬인다기 보다는 폴 주변에 서성이는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로 일본 정보부 수장인 '다나카'(와타나베 켄)가 초반에 그를 매질로 취조를 하며 우선 나오며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데, 상하이 마피아 보스 '앤소니'(주윤발)는 어느 무도회장에서 나타나더니, 바로 앤소니의 아내이자 '상하이를 뒤흔든 치명적 아름다움의 소유자'라 언급된 애나(공리)까지 가세하며, 이렇게 이들 셋은 미 정보부 요원인 '폴' 주변에 나타나 그를 위기에 빠뜨리는 식으로 전개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애나'의 알 수 없는 무언가 미스터리한 매혹에 빠진 폴은 임자있는 그 여자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등, 영화는 기본적인 첩보와 스릴러라는 장르에 로맨스인 멜로까지 집어넣는 무리수를 둔다. 그것이 바로 극의 흐름을 깨는 것으로, 왜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에 대한 개연성도 부족하다.

'초호화 글로벌 프로젝트'가 무색하게 때꾼한 영화 '상하이', 최선입니까?

그러면서 여기 '애나'만이 어찌보면 고군분투하듯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그녀는 바로 중국 저항군 출신, 그래서 이 상하이에서 일본군 세력에 맞서 싸워는 보스의 아내로 분하며 혼자서 애를 썼으니, 이제는 40대 중반이지만 공리의 매력은 어찌됐든 많이 발산된 셈이다. 하지만 폴의 동료가 죽은 것이 결국에는 다나카의 애인과 관련되면서 이 영화는 그 거대한 음모에 맞선 군상의 대결을 한 순간에 치정으로 극화시키며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영화 말미에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하게 됐으니, 어서 그 불똥이 이곳으로 튀기 전에 위험한 상하이를 떠나게 된 폴, 물론 사건 조사차 들어 올때는 혼자였지만, 나갈 때는 그 옆에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애나였다. 그렇다면 그는 성공한 인생?!

이렇게 영화는 '역사도 맞지 못한 그들의 운명이 시작된다!'는 홍보 문구처럼, 또 '전쟁보다 잔인한 사랑이 온다!'처럼 가열하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문구로 결국에는 첩보멜로의 로맨스로 귀결시키고 있다. 하지만 동료의 죽음을 조사하는 폴의 첩보적 활동의 스릴러와 폴이 사랑하게 된 애나의 멜로는 혼란스럽게 뒤섞이며 잘 융화가 되지 못했고, 죽음의 배후를 밝히려는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무시로 멜로 코드가 등장하며 맥을 끊어놓았다. 그렇다고 이들 멜로가 그렇게 파격적이고 위험스럽지도 않게 그냥 때꾼할 뿐이다. 더군다나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동양의 파리'라 불리는 그곳 상하이를 무슨 '인형의 집' 놀이하듯 만들어 낸 세트적 분위기를 풍기며 상하이 자체가 주는 공간적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쉽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이 맡은 배역은 눈에 띄고 영화적 연출을 기대케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다가온다. 거대조직의 보스와 그의 매혹적인 아내, 이들과 단단하게 결탁된 일본군과 정보수 수장, 이들 내막에 얽힌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상하이로 날아온 미국 요원까지 구도는 좋다. 그런데 이런 매력적인 배역과 소재를 갖고서 영화는 잘 버무리지 못했고, '초호화 글로벌 프로젝트'는 사실 이런 말을 하기에 깔끄장할 정도로, 그렇게 초호화스럽거나 글로벌하지 못했다. 첩보도 스릴러도 그렇다고 멜로적 로맨스도 어느 것 하나 생동감있게 내밀하게 이야기를 조여들 듯 몰입감을 주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 '상하이', 잘 알려진 세계적인 배우들의 출연만으로 능사가 아닌, 물론 배우들의 호연은 있었지만 특히 '공리' 혼자서 애를 쓴 느낌으로 다가오며 많은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결국에 1940년대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그 '상하이'를 담아내는 것이 시대적 배경의 혼란스러움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도 고스란히 혼란스럽게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하고 '초호화 글로벌 프레젝트'라는 명제 앞에서 블록버스터라 표방한 '상하이', 확실해요? 이게 최선입니까? 이렇게 정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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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전세계 탐정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셜록홈즈'에 맞서 한국형 고전탐정이 나왔으니 이름은 바로 '조선명탐정'이다. 사실 이런 유의 탐정은 책이나 드라마를 통해서 많이 나왔지만, 이렇게 대놓고 '조선명탐정'이라 불리는 영화는 없었다. 그래서 제목의 각인 때문에 끌리기도 한 것인데, 그런 명탐정으로 분한 이는 알다시피 2005년 최고의 드라마로 대상을 받은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서 장엄미가 넘치는 이순신 장군의 연기를 제대로 선보인 '김명민', 그가 이렇게 오랜만에 사극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장군에서 명탐정이 된 것인데, 그와 함께 충무로 영화판에서 조연같은 주연으로 아니면 주연같은 조연으로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페이스'로 승화시킨 '오달수' 형님이 가세하며 주목을 끌었다.

세 명의 캐릭터로 주목을 끈 조선 최초 탐정극 <조선명탐정...>

하지만 이런 눈길에 더욱더 이목을 끈 것은 마냥 참하고 순수미가 있어 보이는 '한지민'이-(이게 다 사극 '이산'에서 맡은 성송연 역 때문일지도)- 팜므파탈에 뇌쇄적인 몸매 반전을 드러내며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가 바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다. 그래서 눈에 띄는 이 세 명의 캐릭터를 통해서 조선시대 특히 조선의 막바지 르네상스를 구가한 개혁군주 정조 시대의 한복판으로 관객들을 안내했으니,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그전에 부제목에서 언급한 '각시투구꽃'의 정식 의미는 각시같은 새침스런 모습과 전장의 투구처럼 이면을 감춘 듯한 독이 있는 식물로 높은 산의 계곡에서 자라며, 한국의 함경과 중국의 만주 등지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야생화다.



정조 16년, 조선을 뒤흔들 거대한 스캔들… 조선 제일 명탐정이 나가신다!

정조 16년, 공납 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짐작한 정조는 조선 제일의 명탐정(김명민)에게 사건의 배후를 찾으라는 밀명을 내린다. 수사 첫날부터 자객의 습격을 받은 명탐정은 개장수 서필(오달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서필과 함께 사건의 결정적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향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들은 조선의 상단을 주름잡으며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객주(한지민)를 만나게 되는데.. 비밀을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거대한 음모의 실체 2011년 1월, 조선 최초의 탐정극이 온다.



이렇게 영화는 정조시대 조선을 뒤흔든 대규모적 공납 비리를 파헤치는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예나 지금이나 고관대작의 정경유착의 비리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당시 봉건적 사회에서 이런 큰 비리는 좌시할 수 없는 왕권에 대한 도전인 셈, 그러니 군왕 정조는 정5품에 해당하는 '탐정'이라는 직급을 비밀리에 언사해 말 그대로 탐정에게 이 비리를 조신하게 수사하라 시킨다. 정조 역은 '남성진'씨 은근히 어울린다. 그런데 그가 내밀하게 수사하러 지시한 명탐정은 기실 명탐정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마치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가 분한 '셜록홈즈'처럼 그는 꽤나 쫄싹맞은 구석이 있다. 정중하지 않고, 가볍고 겁도 많아 쪼잔해 보이기까지 한 그는 한마디로 '허당천재', 한량 같은 허술함과 능청스러움으로 신분을 감추고 수사를 진행한다.

허당천재 명탐정과 눈치백단 개장수의 좌충우돌 탐정극, 정신없다.

그러는 가운데 공납 비리에 연루된 벼슬아치들이 차례로 살해당하고, 그 살해 흉기로 사용된 강철 대침과 시체에 남은 독성 꽃가루인 '각시투구꽃'을 단서로, 그 꽃의 원산지인 적성으로 향한다. 물론 이런 수사는 비밀리에 하고 외형적으론 '열녀감찰'이라는 미명하에 떠난 것이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다. 이미 명탐정이 수사 도중 감옥에 갇히자, 탈옥할 수 있게 도와준 어디서 부지불식간에 나타난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그 여정을 떠난다. 여기 개장수 캐릭터 '서필'은 사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을 정도로 눈치백단의 수완 좋은 개장수다. 우연한 계기로 명탐정을 만나 사건 수사에 동참하게 되면서 그와 티격태격 늘 말썽이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명탐정을 돕는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역시 오달수답다.

그러면서 이들은 셜록홈즈와 왓슨같은 구도로 이때부터 '적성'이라는 고을에서 좌충우돌 왔다리 갔다리 그 꽃의 비밀을 캐기 위해서 접근하고, 그 마을에서 각시투구꽃 재배를 위해 원예농장을 운영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또 그 농장과 관련된 고관대작의 사연을 접하면서 열녀같은 슬픈 사연이 드러나게 된다. 즉 그 집의 며느리가 이 농장을 운영하다가 죽게 된 것인데, 그러면서 농장이 한객주로 넘어간 것을 알면서 이 사건 배후에 한객주가 있음을 간파하고 그에게 아니 그녀에게 접근한다. 여기서 한객주로 나온 인물은 남자가 아닌 여자다. 그녀는 대규로 상단을 이끌고 있는 미모의 객주로 횡령된 공납이 객주를 통해 정치계로 흘러 들어갔다고 명탐정에게 의심을 받게 된다. 하지만 첫 대면을 한 명탐정의 한마디는 "완전 이쁘십니다" 로 소위 얼을 빼놓을 정도의 미색을 갖추었는데, 한지민이 제대로 가슴골을 내비치며 영화내내 눈길을 끌었다. @@



그렇다면 이런 공납 비리는 한객주가 진정한 배후였을까? 이 지점부터 관객들을 추리로 이끄는데, 그런데 이 추리라는 게 어찌 참신함을 떠나 요령부득한 전개로 무람없기까지 한 느낌이 든다. 즉 한객주는 대규모 상인으로 조선 조정의 실세이자 노론의 영수인 임판서(이재용)와 거래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그 임판서가 배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게 만든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추리는 답이 없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이 한객주라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반전이자 재미일 수 있지만, 이것 또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구도가 나온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강호도 전혀 예상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것은 XXX였다. 물론 그 결과는 마지막에 다소 때꾼하게 밝혀진다.

한지민의 뇌쇄적 반전몸매도 죽게 한, 마구방발식 탐정극 '조선명탐정'

이렇게 이 영화는 마치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시리즈를 보듯 한 편의 에피소드를 110여 분 지켜보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영화로 보자면 작년에 개봉한 중국영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을 보는 듯 한데, 하지만 중국의 명탐정이라는 '적인걸'이 어떤 액션 추리활극으로 나름 재미를 선사했다면, 여기 '명탐정'은 액션활극이라 치기에는 그 액션이 다소 코믹적이다. 더군다나 두 주인공인 명탐정과 개장수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그림들로 전개된 여러 상황들은, 다소 내밀하지 못하면서 요령부득한 스토리텔링으로 마구발방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즉 완벽한 추리물로 보기에는 꽤 부족한 추리 수사물로 다소 얽힌 이야기의 구조를 제대로 치밀하게 그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의 많은 양의 대사가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어 깔끄장한 기분도 드는 게, 차라리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인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 두 권의 책을 통해서 관계도를 되짚어 본다면 더욱더 영화적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만큼 이 영화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아무리 캐릭터가 코믹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어떤 외형적인 느낌일 뿐, 명탐정이라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명탐정다운 내밀한 추리 수사물은 아니었으며, 그 전개 또한 마구방발식 요령부득한 스토리로 보는 이들을 때꾼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그것은 부제목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전혀 비밀스럽지 못하고 매끄럽지 못하게 마지막에 다소 심각한 척 풀어내는 모양새가 조금 느닷없다는 생각까지 들게한 것이다.

이렇듯 '조선명탐정'이라는 거창한 제목하에 첫 포문을 연 명탐정의 활약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별순검'처럼 또 전세계 탐정 고전의 정수 '셜록홈즈'같이 시리즈로 간다면, 여기서 극에 녹아든 김명민과 오달수의 콤비는 좋아 보인다. 이들 캐릭터는 분명 정중하지 않지만 그 개성이 돋보이는 매력으로 이 영화를 지켜보게 하는 근원적인 이유다. 대신에 스토리텔링의 내밀감을 높일 필요는 있다. 시리즈도 간다면 그 점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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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성
영화
평점 :
개봉예정


 

보무도 당당하게 나서는 인물 군상들이 삼국시대 역사 속으로 다시 살아서 돌아왔다. 정확히 역사적으로 황산벌 전투 때 나당연합군에 의해서 백제가 멸망한 660년 이후 8년이 지나, 이제는 고구려가 누란지세에 빠져 평양성에서 패망을 보게 됐으니 때는 668년이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사건을 코믹한 사극으로 만들어진 것이 2003년작 <황산벌>이고, 8년이 지나 2011년 <평양성>이 그것이다. 충무로 영화판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세우며 유달리 사극에 애착을 보여온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이준익 감독이 작심하고 시리즈로 가겠다는 전언이 있듯이, 감독의 역량과 의도적 연출대로 꽤 볼거리를 제공한 신 버전의 스펙타클한 코믹 역사물 <평양성> 되시겠다. 물론 이 영화는 알다시피 사극물이다.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 이후 8년 만의 역사전쟁물 '평양성'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시대 사극은 묵직한 정통을 벗어나 TV 드라마 등에서 소위 '퓨전사극'을 쏟아내며 이제는 사극이라는 장르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쉽게 다가오는 느낌으로 많이 배여 있다. 즉 절대 정중하지 않고 무언가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시키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복식이나 고증 등 역사적 사실을 벗어나게 그리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 '평양성'을 본다면 그런 우려가 보이기도 하지만, 우선 사극이라는 장르적 배경 속에 이건 다분히 코미디물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삼국시대의 편견 중 하나인 소위 '난 고구려편', '난 백제편', '난 신라편', 아니면 '난 당나라편' 이런 초딩스런 발상만 아니라면 나름 중립적으로 그려냈고, 심지어 역사적 신파까지 아우르는 다소 닭살스러움으로 이 감독의 재롱적 역량을 선보였으니 영화 <평양성>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황산벌’전투를 기억하시는가? 그 후 8년, 백제를 손안에 넣은 신라가 이번엔 고구려 평양성을 타겟으로 콕~ 점 찍었다. 삼국을한꺼번에 꿀꺽~ 삼키기위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 그곳이 고구려 평양성 되시겠다. (중략) 동상이몽- 꿍꿍이가 다른 그들이 평양성에서 펼치는, 우리가 몰랐던 역사의 뒷 이야기! 손 안대고 코 풀고, 피 흘리지 않고 승리하기 위한 김유신의 노망난 척, 생떼 작렬, 미션임파서블 작전이 펼쳐지고, 기상천외한 에코무기와 최첨단 신무기로 적들을 교란시키며 고군분투 하는 외로운 카리스마 남건. 그 잘난 놈들 틈바구니에서 거시기는 상상초월 전투 중 오매불망 님자 갑순이와 사랑에 빠져 고구려로 국적 세탁까지 감행하려 하는데… 2011년 1월,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기상천외한 전쟁이 시작된다!



이 영화의 시작은 삼국의 협상 테이블부터 나온다. 660년 백제 멸망 이후 이제 남은 고구려를 접수하기 위해서 당황제 고종과 신라의 문무가 협상하려 하고 저쪽 너머 테이블에는 연개소문이 버티고 있다. 즉 나당이 연합해 고구려를 먹자는 것인데, 연개소문(이원종)과 휘하 장수들 그리고 남생(윤제문) 남건(류승룡)이 앙앙불락되며 막이 오른다. 그러면서 전작 <황산벌> 전투에서 백제가 멸망한 그 초토화된 현장에서도 유일무이하게 살아남은 백제출신의 '거시기'(이문식)가 바로 차출된다. 신라군으로 끌려간 것인데, 이제야 어머니랑 살려고 했더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재수없게 군대를 두 번이나 가게 된 것이다. 그것도 백제출신이 신라군을 위해서 목숨을 받쳐야 할 터. 그러니 그는 못마땅하고 어떻게든 전투에서 빠질려고 꼼수만 부린다.

평양성을 둘러싼 나당연합군과 고구려의 전쟁 속, '거시기'의 살아남기

병영내에서 자기와 같은 백제출신을 모아서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을 설파한다. 첫째 나대지 마라, 둘째 자세를 낮추라, 섯째 군대는 줄이다. 이렇게 그만의 생존전략을 내세우며 1차 평양성 공격에 투입된다. 바로 숨기 바빴던 그는 신라 출신의 '문디'(이광수)에게 딱 걸려 설렁설렁 전투를 해댄다. 그렇게 1차 공격 때는 고구려의 신무기 앞에 신라가 죽을 써 돌아오고, 2차 공격 때는 나당연합군 총사령관 당나라 이적(이대연)이 작심하고 신라군을 선봉에 세우려 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다 노장이 되버린 김유신(정진영) 장군에게 신라 본진을 어서 오게 하라며 압박을 가한다. 이때부터 김유신은 짱구 아니 머리를 굴린다. 당이 자신들 신라를 앞세워 화살받이로 삼아 고구려를 먹겠다는 심보를 간판한 그는 평양성 전투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한다. 

하지만 당나라 군이 가세한 2차 공격때는 대규모적 공성전이 벌어지면서 백제출신의 거시기도 더이상 숨지 못하고, 급기야 그 전쟁터에서 좌충우돌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평양성 안으로 어떻게 날라가더니 포로로 잡힌다. 물론 이때 전투도 고구려의 승으로 끝났고, 권력다툼 중에 당나라와 협상하겠다는 남생을 남건이 더이상 좌시하지 않고 신라 본진을 향해 투석기로 날려버렸다. ㅎ 또한 거시기는 그 평양성에서 포로로 잡히면서 급기야 고구려인이 되고 말았다. 죽지 않고 산 것인데, 백제 찍고 신라 찍더니만 마지막으로 고구려까지 찍으며 제대로 된 삼국인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고구려의 속사포같은 독설녀 갑순(선우선)과 사랑에 빠지고 이들은 평양성 안에서 결혼까지 하게 된다. 물론 갑순은 원치 않았지만 남건이 거시기의 소원을 들어 준 것인데.. 여튼 거시기는 참 운도 좋은 놈이다.  



삼국전쟁 속 캐릭터들의 향연장 '평양성', 재미로 충만하다.

이렇게 2차례 공성전을 코믹하게 대규모적으로 그려내며 양쪽 진영은 서로 동상이몽을 꿈꾼 채 마지막 3차 총공격을 남겨두게 된다. 이때 남생은 이적을 구워삶아 동생 남산과 이야기를 해놓은 것이 있다며, 평양성 문을 열테니 그때 안으로 짓쳐 들어가 고구려를 쑥대밭으로 만들면 된다고 제안을 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알게 된 신라의 김유신은 어떻게든 평양선 문을 열지 못하는 특공대를 조직하는 등 마지막 공성전은 쾌 스펙타클하게 그 평양성 안에서 마지막 사투를 남겨두게 된다. 그러면서 위험에 빠진 고구려는 마지막 배수진을 치며 결사항전했지만 결국에 무너지고 마는데, 그 와중에 갑순이를 구하겠다는 신랑 거시기는 또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 것이며, 신라의 김유신은 평양성 함락 후 당나라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마지막에 반전식으로 펼쳐진다. 뭐.. 반전이라기 보다는 668년 평양성 함락을 보면 그림은 나름 그려진다. 신라의 입장이라면 당연한 대응일지 모른다.

이렇게 영화는 제목처럼 668년 고구려 패망의 계기가 된 평양성 함락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그렇다고 외국 역사적 전쟁 영화들처럼 대서사의 웅장함과 거대한 스펙타클을 자랑하는 영화는 아니다. 물론 여기서도 3차례 공성전을 통해서 나름 대규모적으로 보여주긴 했지만 그렇게 웅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볼만하다. 대신에 이 영화는 캐릭터들의 잔재미가 가득하다. 주인공으로 백제출신의 신라 병사이면서 나중에는 고구려로 전향한 '거시기'는 삼국을 아우르는 습관성 입대자로 그만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을 마음껏 펼치며 나중에는 고구려 여군과 결혼까지 한 나름 성공한 케이스다. 이문식이 아주 제대로 연기한 것인데, 물론 고구려 여장부를 보여준 '갑순' 역의 선우선도 거침없는 독설녀에 무술 실력까지 선보여 이 영화의 유일한 홍일점답게 눈에 띄는 매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거시기를 어떻게든 전사적으로 싸우게 만들려는 신라 출신의 출세하러 군대 온 청년가장 '문디' 역의 이광수까지 극을 제대로 살렸다. 이 배우가 누구냐면 드라마 <동이>에서 나왔던 그 인물이다.



그외 연개소문의 삼형제중 가장 문제가 된 두 형제, 남생과 남건, 특히 남생은 역사적으로 알다시피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당나라에 붙어 고구려를 넘기려했던 인물, 그 역에 조폭같은 눈매에 한 카리스마하는 '윤제문'이 맡아 계략정치의 달인답게 전쟁보다는 당나라와의 협상만이 살길이라 믿으며 이 평양성을 파국을 이끈 장본인으로 활약했다. 이에 반해 남건은 아버지의 대업을 이어받듯 고구려의 폭풍 카리스마를 자랑하며 평양성을 지키는 '차평남'(차가운 평양 남자)으로 '류승룡'이 제대로 열연했다. 가끔 코믹도 하면서, 그리고 신라의 중심에는 바로 김유신 장군, 이제는 시기상으로 많이 늙어서 쇠약해져 풍까지 왔지만 정치 9단처럼 두뇌 회전은 탁월한 지략가답게 신라의 국민할배로 변모했다. 그 역은 <황산벌>에 이어 '정진영'이 또 맡으며 평양성 전투에서 당나라의 선점을 빼앗으려는 계책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곤기라!" 멘트로 이 전쟁을 갈무리 짓는다. 그외 신라의 문무왕으로 다소 호모스럽게 나와 웃음보를 터트려 준 '황정민'까지.. 이건 개봉 전부터 나오지 않은 거라 의외로 빵 터진다. ㅎ

삼국통일의 대업을 영화적 재미로 풀어낸 '평양성', 부담없이 볼만하다.

이렇게 이 영화는 삼국통일의 마지막 관문인 '평양성' 전투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아내며 각기 개성강한 캐릭터를 배치해 이야기의 힘을 이끌고 있다. 3차례 벌어진 공성전은 제작비 17억이 투입된 세트장 부터해서 100포대 쌀공격, 대규모 벌떼 공격, 최첨단 신무기등 이색 전투씬까지 볼거리를 제공했으며, 경상도와 전라도, 평안도 등 전국 8도를 넘나드는 사투리의 향연장으로 8년 전 <황산벌>의 재미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결국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사투리와 코믹 연기, 또 삼국통일이라는 대업 앞에서 당나라의 야욕에 맞선 마지막 노장 김유신의 계책까지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삼국전쟁의 소재를 절대 무겁지 않고 때로는 가벼우면서도 무언가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것은 영화 <평양성>만이 가지는 톡특한 색채감이다. 그 어떤 전쟁의 대서사가 아닌 한 인간, 여기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백제출신의 병사이자 살아남기와 줄서기의 달인 '거시기'를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즉 삼국통일이라는 대업이라는 명제 앞에 한 개인이 전쟁터 속 코믹한 고군분투를 통해서 페이소스 같은 웃음과 울림을 전달하려 했던 거. 하지만 전개 과정에서 다소 억지스런 상황이 보이기도 하고, 마지막 급작스런 느낌의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면 나름 잘 빠지게 그렸다. 그것은 현시대에서 있긴 힘든 군대를 두 번 간 '거시기' 신라병사를 통해서 삼국통일의 마지막 관문인 '평양성' 전투를 이렇게 코믹하면서도 한바탕 쇼처럼 그린 것도 역량이라면 역량이다. 그것이 또 영화적 재미이기도 한 것이고, 역시 이준익 감독답다. '황산벌'의 아우라는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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