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 - A Chinese Fairy Tal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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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과거 8,90년대 홍콩영화에 익숙한 강호같은 팬들에게 '천녀유혼'하면 떠오르는 건 바로 두 주인공 '장국영' '왕조현'이다. 물론 그 원작을 봤던 못 봤던 간에 이 영화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이미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세월도 많이 흘렀다. 1987년에 나왔던 이 한 편의 판타지 로맨스는 고전으로 회자돼 시리즈로 나왔다가 다른 아류작까지 양산하며 동양적 판타지 고전의 로맨스물로 자리매김해 온 것이다. 요괴녀와 평범한 서생같은 한 남자와 로맨스, 이 뻔한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게 그렸으면 당시 우리는 감동과 애잔함을 느꼈던 것일까? 이젠 고인이 되신 장국영과 원조 미녀 왕조현의 신비스런 앙상블에다 낯익은 그 BGM이 아직도 입가에 맴돌게하는 힘까지, 영원히 잊지 못할 한 편의 영화는 아직도 이렇게 갈마들고 있는 것이다.

87년작 '리메이크' 보다는 '리부트' 된 2011년 천녀유혼, 어땠을까?

그리고 이번에 세월이 20년도 넘게 흘러 2011년에 새롭게 천녀유혼이 리메이크돼 태어났다. '리메이크'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새롭게 만든다는 것인데, 특히 영화에서는 지금의 시대나 상황에 맞게 재포장하여 다시 만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래서 그런가.. 2011년 버전의 '천년유혼'은 재포장한 리메이크 보다는 완전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된 '리부트'가 아닌가 할 정도의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왜냐? 원작은 오로지 장국영의 영채신과 왕조현의 섭소천, 이 둘의 이루지 못할 사랑이 중심을 이루면서 퇴마사 '우마'의 활약이 펼쳐졌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천녀유혼에서는 퇴마사 본연의 임무를 잊은 채, 이들 사랑에 집어넣어 삼각관계까지 그리며 도리어 퇴마사로 분한 '고천락'의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했으니, 그가 오히려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에 요괴 섭소천을 위해서 산화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리부트' 됐다고 보는 2011년 천녀유혼의 시놉시스는 어떤지 보자.

사랑은 끝나지 않았고 운명은 다시 시작되었다!!


아주 오래 전, 한 남자가 훌륭한 퇴마사가 되기 위해 수행을 결심하고 흑산으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의 이름은 연적하(고천락). 하지만 흑산의 난약사라고 불리는 사찰엔 오래된 요괴들이 살고 있었다. 연적하는 흑산의 요괴들이 인간을 살해하고 원기를 빼앗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루하루 격렬한 전투를 벌인다. 때문에 주민들은 ‘흑산’과 ‘난약사’라 불리는 사찰에 들어가길 꺼려한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 인간이었지만 죽은 후 100년 묵은 나무요괴의 영향으로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섭소천(유역비)과 연적하는 사랑을 하게 된다. 수 년 후, 흑산 아래 모든 물이 갑자기 마르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이러한 갑작스런 가뭄에 생활의 위기를 느낀다. 생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나라의 관리인 영채신(여소군)과 함께 흑산의 상류로 물을 찾아 떠나고 난약사에서 물을 발견한 영채신은 그곳에서 섭소천을 만나게 되지만 요괴들이 영채신과 일행들을 죽이려 하자 그녀와 함께 도망치는데…


(요괴녀와 퇴마사의 운명 같은 사랑이야기, 우리 이대로 러브하게 해주세욤.. ㅎ)

영화의 시작은 한 퇴마사의 뷰피풀했던 사연이 소개되며 시작된다. 이미 영화의 지점과 분위기를 알리는 셈인데, 바로 퇴마사 연적하(고천락)가 요괴녀 섭소천(유역비)과 정인(情人)사이라는 거. 위 그림처럼 말이다. 퇴마사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다른 요괴들은 잘만 없애더니, 섭소천을 보고 삐리리해서 그녀와 러브에 빠진 것인데, 이에 섭소천은 자신을 죽이라 했지만 연적하는 차마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이들은 그렇게 정분만은 간직한 채 헤어진다. 그리고 수 년이 흐른 뒤, 한 어리버리한 서생 출신의 영채신(여소군)이 한 마을에 오게 되고, 물이 말라 버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과 흑산으로 수맥을 찾으러 떠난다. 그런데 그곳은 요괴들이 득실거리며 살고 있는 난약사라는 곳, 이곳에서 그만 빼고 다른 사람들이 요괴들에게 정기가 빨리면서 죽는다.

그러면서 영채신에게 달려든 섭소천 요괴, 그를 잡아 먹을려는 순간, '아하 이놈 봐라.. 꽤 귀여운 녀석인걸..' 섭소천은 잡아 먹길 관둔다. 서로가 첫눈에 반한 건지 몰라도 이때부터 섭소천과 영채신은 붙어 다닌다. 그녀의 정채도 모른 채,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위험해지니 자신을 놓아주라는 등, 그녀가 서서히 피하자 다시 나타난 퇴마사 연적하에 의해서 그녀의 정체가 드러난 거. 이에 영채신은 놀라지도 않는다. 그도 그녀에게 단단히 빠져든 것인데, 자신이 그 요괴들로부터 섭소천의 원혼을 구해주겠다며 앞장선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퇴마사 연적하는 못마땅하다. 어디서 나만의 섭소천을 이 서생 같은 넘이 빼앗으려 한다 말인가, 연적하는 영채신이 미울 뿐이다. 그러다가 한눈을 판 사이 둘에게 결박을 당하는 등 체면이 구겨지는 퇴마사 연적하.. ㅎ


(섭소천 요괴, 이것이 진정 요괴녀의 모습인가.. 이러시면 안 돼와요~~)

이렇게 세 명의 인물이 삼각관계를 묘하게 형성하며 영화는 중반까지 로맨스적으로 흐른다. 그러는 가운데 난약사의 요괴들을 무찔러야 하는 퇴마사 연적하가 섭소천에 빠져 갈팡지팡하는 사이, 또 다른 제대로 된 퇴마사가 등장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잡아들인 섭소천을 아예 없애려는 처사에 연적하가 그녀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며, 이들은 섭소천을 데리고 난약사로 들어가 마지막으로 요괴와의 사투를 펼친다. 바로 천년 묵은 나무요괴 할망구를 무찔러서 섭소천의 원혼을 구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온갖 무공과 신기로 무장한 무서운 할망구 요괴 앞에서 중과부적, 하지만 연적하와 동료 퇴마사가 힘을 합쳐 어느 정도 힘을 빼놓고, 무찌르나 싶었지만 연적하가 그 요괴 몸속으로 들어가며 위기를 맞는다. 그렇다면 연적하는 죽었을까? 아니면 자신을 산화시켜 이 난약사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고 섭소천마저 그렇게 함께 묻혔을까? 영화의 마지막 지점은 퇴마사 연적하의 연정을 담아내려는 의도로 갈무리 된 듯 싶다.

이렇듯 영화는 흔한 판타지 로맨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느낌이 다분하다. 여자가 됐든 남자가 됐든 한 사람의 희생정신, 그것이 누구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기로에 선 문제 같은 거. 그런데 이게 원작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건 확실하다. 그것은 바로 퇴마사 연적하의 역할인데, 말 그대로 섭소천을 죽여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도리어 그녀와 정분에 빠지고 구할려는 그림으로 연적하를 새롭게 재창조한 것이다. 원작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이즘에서 1987년 천녀유혼과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을 비교해 보았다. 무엇이 다른지를 한 번 보자. ㅎ



67년생의 왕조현 누님과 87년생 유역비 처자.. 둘은 딱 떨어지게 20년 차이다. 유역비에겐 왕조현 누님이 젊은 엄마이거나 아니면 큰 이모 뻘 정도..ㅎ 그런데 이번 2011 천녀유혼 때문에 유역비가 제2의 왕조현이라 불린다는데, 하지만 유역비는 이미 신예가 아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거. 자세한 건, 저 아래에서.. ㅎ
 


너무나도 유명한 이제는 스스로 고인이 되버린 홍콩배우의 영원한 스타 '장국영', 56년생으로 살아 있었다면 그는 벌써 50대 후반이다. 그런 그가 당시 맡았던 영채신 역은 꽤 신선했고 그의 노래 또한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런데 이번에 영채신은 조금은 낯선 배우인 83년생의 여소군.. 얼추 장국영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건 이 영화의 패착으로, 역시 원작의 포스처럼 장국영의 그림자를 지우기란 힘든 게 아닌가 싶다.



보시라.. 퇴마사 연적하를 맡은 두 배우를, 좌측은 정말 퇴마사 기운이 돋는 43년생의 '우마'라는 배우다. 이분 홍콩영화에서 보면 조연으로 참 많이 나오신 분인데, 그는 당시 천녀유혼에서 정말 본연의 퇴마사 임무에 충실했다. 그런데 이번에 퇴마사를 맡은 '고천락'을 보시라.. 이게 퇴마사인가.. 미끈한 귀공자지.. ㅎ 그래도 나이는 솔찮이 드셨다. 70년생 개띠다. 개인적으로 '고천락'이라는 배우는 현대물 영화보다는 중드 특히 사극 '심진기'에서 제대로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가 강호에겐 낯설지가 않게 호감이 사실 간다. 그리고 이번에 여기서 퇴마사를 맡으며 섭소천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아니, 죽일 수 없는 그런 퇴마사로 나오며 그녀를 위해 산화한 매력남으로 나온다는 거. 역시 잘 생기고 볼 일이다. 역비 꾸냥과 그런 딮키스를 하다니.. 우마 할배가 왕조현과 그럴 수 있냐 말이다. ㅎ



천년 묵은 나무요괴인 할망구 마녀, 과거에는 분장으로 무언가 임팩트를 주면서 만만치 않았지만, 2011년 요괴는 좀더 원숙미를 보이며 요술을 제대로 선보이지 않았나 싶다. 그 역에는 60년생의 '혜영홍'이라는 여배우가 맡았는데, 마지막에 백발마녀전 같은 모습은 나름 좋았다. 예전에 임청하를 보는 듯한 시퀀스라니..ㅎ



지금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원작인 '천녀유혼'의 분위기를 단박에 알려주는 한 장면이다. 아.....



그리고 시간이 20여 년이 흘러 섭소천은 이렇게 유역비로 재탄생됐다. 왕조현의 아우라가 아직도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유역비가 분한 섭소천은 2011년에 걸맞게 나름 어울려 보이기 하다. 유역비, 그녀가 누구던가? 이미 중드 팬이라면 아니 중국 역사무협 소설의 대가인 김용 선생의 팬이라면 그 유명한 영웅문 시리즈 중 2편인 '신조협려'의 소용녀를 잊을 수가 없다. 애제자 양과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선녀 같은 포스로 너무나도 예쁘고 환상적으로 나온 한 편의 몽환적인 무협드라마 2006년 '신조협려', 그렇다. 그 작품으로 인해서 유역비는 국내 삼촌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신비스럽고 동양적이면서도 무언가 서구적인 외모의 매력적인 그녀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홍콩스타 배우다.

'리부트' 2011 천녀유혼, 유역비와 '고천락'의 판타지적 존재감만 남다.

이후에도 조연급으로 '천룡팔부'나 주연으로 다시 '선검기혈전'에도 나왔지만, 누가 뭐래도 유역비 하면 바로 '신조협려'에서 모습이 甲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계승해 나온 게, 이번 천녀유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습이나 분위기는 많이 닮아 보인다. 다만 신조협려에서는 무언가 병자처럼 가녀린 모습으로 양과만을 위해서 사는 그런 소용녀였다면, 여기 천녀유혼에서는 그런 여린 모습보다는 요괴이기에 다소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결국엔 두 남자를 어장 관리를 한 듯한 모습으로 정분을 그렸다. 대신에 큰 활약이 없이 묻어가는? 스타일로 나와 그 점은 아쉽긴 하다. 그래도 5년이 흘러 본 유역비는 그 자리 그대로 있었음이다. 역비 꾸냥~~ ㅎ

아무튼 2011년 천녀유혼은 예전 홍콩영화의 아성을 직접 지켜보고 향수를 간직한 이들에게 남다른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쾌찬차, 폴리스 스토리, 영웅본색, 첩혈쌍웅, 아비정전, 천장지구 등, 그리고 여기 천녀유혼까지.. 8,90년대를 풍미했던 그 홍콩영화를 이렇게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팬들은 원작과 어떻게 다르거나 같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보는 게 사실이다. 그 지점에서 때로는 실망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것인데, 누구나 영화를 보는 관점과 시야가 다르듯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이번 2011년 천녀유혼은 87년 원작을 리메이크 한 것보다는 '리부트' 즉 재창조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은 바로 퇴마사 연적하의 비중을 상당히 높혀서 도리어 영채신보다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섭소천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지점에 연적하를 넣은 것이다. 그러니 원작과 다를 수 밖에. 그렇기에 유역비와 고천락, 이 둘의 판타지 로맨스를 중점으로 그린 게 이번 2011 천녀유혼의 주요 포인트로 봐야 할 것이다. 여기 견자단의 엽문 시리즈를 연출한 '엽위신' 감독이기에 그런 로맨스적 액션은 좀더 화려하고 보기 좋게 포장이 됐지만, 원작에서 보여준 영채신과 섭소천의 오지리널 로맨스를 이 영화에서 그대로 느끼기는 힘들다. 그 자리를 퇴마사가 꿰차고 들어가며 고천락이 甲이 돼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장국영을 추모하며 그 음악이 흐를 때, 웬지 모르게 가슴이 아련해지는 게, 역시 원작의 아우라는 아직도 살아 있음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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