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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명장 관우 - The Lost Blades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중국 역사 고전물 중에서 단연코 인기가 제일 많은 걸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삼국지'일 것이다. 소싯적 누구나 한두 번씩 접해봤을 아니, 국내 작가들의 완역본이라는 홍보로 판에 찍듯이 10권 세트로 나온 나관중의 삼국지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로써 아직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아닌 픽션이 가미된 '삼국연의', 어쨌든 수학 정석이 '집합'부터 시작하듯 '도원결의'부터 시작되는 삼국지는 동양인이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교과서적 역사 판타지자,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충과 의를 주입시키는 덕후스런 흥미만점의 고전으로 아직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거. 이미 삼국지 관련 드라마가 90년대에 2010년에는 '신 삼국'으로 재탄생했고, 영화로는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삼국지:용의부활>이나 조조 대군에 맞선 오와 촉 연합군의 가열한 전투 <적벽대전1,2>를 비롯해서 유명한 코에이 삼국지 게임까지, 이렇게 삼국지는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고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삼국지기에 어느 하나의 에피소드만 봐도 끌리는 게 당연한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삼국지: 명장 관우>의 이야기는 바로 삼국지 최고의 인기 장수 캐릭터인 관우의 일생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그 일생이 '용의 부활'처럼 일대기식이 아닌, 198년 하비성 전투 이후 조조에게 붙잡혀 휘하로 들어가게 된 관우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펼쳐낸다. 바로 유비 형님과 떨어져 지내며 조조의 보호?아래 잘 지내지만, 러브콜을 마다하고 그곳을 도망쳐 유비 형님께 한달음에 달려가기 위해서 5개 관문을 통과하며, 6명의 장수들을 엣지있게 무찔렀다는 오관돌파의 '오관참육장' 고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삼국지: 명장 관우'다. 그리고 그 관우 역에는 '엽문' 시리즈 등, 자신만의 무술 액션 실력을 고수하고 있는 '견자단'이 맡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 유명한 배우기에, 그래서 더욱더 끌리기도 한 것인데, 그렇다면 견자단이 그린 '관우'는 어땠을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거대한 운명을 결정짓는 역사 속 가장 비장한 전투가 온다!
늑대의 용맹함과 양의 마음을 가진 영웅, 관우(견자단). 하비성 전투 후 조조의 휘하에 들어가게 된 관우. 술 한잔이 식기 전에 적의 장군들을 물리치는 용맹함과 백성들을 살피는 세심함으로 조조의 군에서조차 존경의 대상이 된다. 조조(강문)의 신임이 더욱 커가던 어느 날, 도원결의로 맺어진 주군 유비의 생사 소식을 확인하게 되는데.. 형제에서 칼을 품은 적으로.. 관우를 절대 돌려 보낼 수 없다! 적토마를 선물하며 자신의 휘하에 두고 싶어하는 조조는 관우를 회유하지만 관우의 결심은 변하지 않는다. 그를 다시 적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위험한 조조와 주군 유비에게 돌아가야만 하는 관우, 유비에게 돌아가는 길은 하후돈의 장수 진기를 비롯해 조조의 신임을 얻는 장군들이 버티는 5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관운장으로 분한 견자단 형님, 그에 앞엔 적이란 없다. 어서 비키라 카이~~)
이 영화는 삼국연의에서도 재미난 에피소드 중 하나인 전체 이야기 구도에서 중반으로 넘어 가기 전 1/3쯤에 해당하는 조조에게 잡힌 관우를 조망하고 있다. 이 대목부터가 사실 끌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진수의 삼국지 정사 기록에도 나오지만 조조에게 잡혔다는 관우를 후대에 나온 나관중의 삼국연의는 최고의 인기 장수인 '관우'에게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부여하며 그를 무장의 신으로 승화시켰다. 이미 동탁 진영의 최고의 장수 '화웅'을 술이 식기 전에 단칼에 무찌른 그였기에, 또 원소군의 대장군 '안량'마저도 저승으로 보낸 그였기에, 오관에 버티고 있는 조조의 휘하 장수들과 대결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조조가 풀어주고 그냥 보냈다는 선심성 처사가 있었다지만, 이를 뒤늦게 안 장수들은 그를 막아보려지만 중과부적, 역시 관우는 무장의 신답게 오관을 돌파한다.
(오관돌파에 희생당한 6명의 장수들, 실제 역사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오관돌파' 관우의 활약상과 고뇌를 중점으로 그린 삼국지 무비 '명장 관우'
위처럼 나름의 포스를 갖춘 그들이었지만, 동령관 관문을 시작으로 이들은 관우 앞에서 추풍낙엽 신세, 관우로 분한 견자단이 예의 그 무술 액션 실력을 뽐내며 손발이 아닌 이번에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이들을 물리친다. 독침을 맞는 와중에 달려드는 패거리들도 그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견자단의 무술 실력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 오관을 코에이 게임처럼 미션을 수행하듯 돌파하며 다시 조조와 맞닥뜨리며 위기에 처한 관우, '왜 나를 이리도 못살게 구느냐, 난 어서 형수님을 모시고 가야 된다, 다시 길을 열어달라'는 그 제안에, 이번 영화에서 아주 인간적이며 대인배스럽게 나온 조조는 그와의 간담상조한 전례를 생각하며 그를 보내고 만다. 그리고 조조는 20여 년 뒤 오나라 '여몽'에 의해 사로잡혀 죽게 된 관우의 관을 새롭께 짜며 그만의 아우라를 꼽씹어 보더니 진정한 충절의 무장 '관우'를 되새긴다.
이렇게 영화는 관우의 생과 사 아니, 오관돌파를 중점으로 한 관우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오관돌파의 액션을 기본으로 해서 견자단식의 무술 액션이 빛을 발하며 충분히 볼거리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크다고는 할 수가 없다. 견자단 무술 액션에 청룡언월도가 가미됐을 뿐, 새로운 건 없다. 어찌보면 그것보다는 더욱 인간적인 고뇌에 애써 휩싸이게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형수님과의 잠깐 러브?에 빠진 뻘한 상황을 그리면서 여기 조조와의 관계 묘사를 중점으로 더욱 어필한 느낌이 크다. 특히 조조 역을 맡은 '강문'이 돋보일 정도로, 기존의 간웅 조조가 아닌 대인배적 조조의 새로운 면을 부각한 것도 눈에 띈다. 조조 중심의 삼국지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ㅎ
결국 영화는 전체적으로 '용의 부활'이나 '적벽대전'처럼 스케일이 크지는 않고, 그런 스케일 보다는 '무간도'를 연출한 맥조휘 감독의 스타일인지 몰라도, 관우의 고뇌를 더욱 돋보이게 할려는 조금은 감상적인 액션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게 주인공 '관우'라는 캐릭터 그 자체 보다는 견자단이 거기에 완벽하게 빙의돼지 못하게 다가온 건 왜일까? 조조 역을 멋지게 소화한 '강문'은 나름 포스를 보여주었는데 말이다. 그것은 견자단이 외견상, 우리가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굳어진 8척 관우의 모습과 달라서일까? 견자단 형님은 확실히 짧은 느낌이 있다. 물론 황비홍 이연결보다는 좀 낫지만서도.. ㅎ
이것이 중국 원판용 포스터다. 보시라.. 무언가 언밸스런한 게 좀 아니지 않는가? ~
기럭지도 그렇고, 얼굴에서 관운장 포스가 임팩트하게 묻어나지 않는다. 죄송스럽게도..
차라리 중드에 나온 94년작 '삼국연의'와 2010년 '신 삼국'에 나온 관우의 모습이 더 와 닿는게 사실이다.
저 눈매하며 수염빨이 어울려 보이는 게 흡사 둘이 닮아 보이지만, 서로 다른 배우다.
'신 삼국'에서 나온 관운장의 일기당천의 모습.. 이게 레알이다. ㅎ
이것은 영화 '적벽대전1, 2'에 나온 도원결의 삼총사들, 여기선 '관우'가 앞선 중드보다 못한 느낌이지만, 이분도 나름 호연을 펼쳤던 기억이 난다. 물론 영화에서 주인공은 제갈량으로 나온 금성무와 주유 역의 양조위 둘이 중심이었지만.. ㅎ
(황석영 삼국지 앞면에 나온 관우 인물과 프로필,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관우는 이 모습이다. ㅎ)
견자단이 분한 '명장 관우', 또 다른 삼국지 무비로 기억되다.
아무튼 '삼국지 : 명장 관우'는 삼국지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관우와 관련돼서 중반 전에 조조에게 잡힌 부분을 발췌해 만든 역사 무협 영화다. 영화의 지점이 '오관돌파'라는 에피소드이기에 액션이 필요했고, 그래서 무술 액션의 일가견이 있는 '견자단'을 영입해서 그 액션의 방점을 찍으며 호쾌한 액션을 선보였다. 그것만 봐서는 분명 볼만했지만, 영화는 제목처럼 진정한 '명장 관우'를 살리지 못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즉 관우와 견자단이라는 두 인물이 상반되게 공존한다는 느낌 때문일까? 그게 비록 우리에게 익숙했던 관우의 모습과 달라서일 수도 있지만, 고뇌하는 관우의 모습도 그렇고, 영화 속 관우는 그 자체보다는 그냥 견자단의 모습으로 일관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다소 무리수 같은 느낌으로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물론 다르게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관우는 아직도 神으로 추앙받고 있으니, 이런 영화도 그런 일환의 한 방편으로 보면 될 터.
제목부터가 벌써 '명장 관우' 아니겠는가.. 실제 역사에서 어떠했는지는 떠나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