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안전가옥 오리지널 9
이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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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코지 미스터리 부문 대상 수상작
 
여수의 한 동네,
재개발에 성공한 1단지와 실패한 2단지. 그리고 그 둘의 경계에 있는 작은 세탁소.
백조 세탁소. 
 
다니던 대학이 부실 대학으로 폐교가 되고, 세탁소를 운영하는 엄마 아빠가 은퇴를 하고, 물려받은 세탁소를 이어 가려고 여수로 돌아온 백은조.
동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데...!
 


세탁소는 사실 다른 사람들이 지나온 계절을 보관하는 박물관 같은 공간이다. 
이 안에서는 늘, 이미 지나 버린 계절의 흔적들이 수장고 깊은 데 보관되어 있는 유물처럼 두 달이고 세 달이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계절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_33


이 책은 '코지 미스터리' 장르다. 사건 자체(마약, 실종, 도난 등)는 무겁지만,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생활 밀착형 추리소설로 코지답게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힌다.

주인공 백은조의 특유의 눈썰미로 형사 이정도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이 둘의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좋았다. 전체적으로 드라마 보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 왜 난 러브라인을 기대하는 것일까? 드라마엔 러브라인이 빠질 수 없다는 이 강한 생각!!! 쬐금은 아쉬웠지만ㅋㅋㅋㅋㅋ 러브라인까지 있으면 이도저도 아니였겠지. 그냥 나 혼자만의 상상을..

세라 원장님, 캔디 사장님, 미숙 부장님. 얄미웠던 이 삼총사는 점차 미워할 수 없게 되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삼총사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인물들과의 티키타카까지 빠질 수 없었다.

고향인 여수를 어쩔 수 없이 내려온 은조가 점차 마주보는 동네의 모습.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동네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진짜로 여수의 어느 곳엔가 백조 세탁소가, 그 안에 은조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론 여수 가고 싶다.
 
음악 '여수 밤바다'와 드라마 '추리의 여왕'이 생각나는 책.




"형사님. 형사님이 아는 유일한 토박이가 누구랬죠?"
형사 양반이 "백은조요, 백은조" 작게 속삭이며 얼굴을 쓸었다.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다. 적어도 이 동네에서만큼은, 이정도는 백은조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내가 등에 업은 저 언니들도 더는 무시할 수 없는 것 또한 두말하면 입 아픈 일이고. 
서울 촌놈의 완벽한 패배다. _186

여태 내리마길 끄트머리에 서 있던 은조가 멀리 바다 쪽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이제 완전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저 바다 위로 어선들이 내는 불빛이 별처럼 점점이 흩뿌려질 거다. 옹기종기 모여 가끔 별자리 같은 모양을 하기도 하는 불빛이.
모두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기에만 있는 이야기다.
작고 사소한 것들은 늘 이렇게 은조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현실은 늘 은조가 상상하고 그리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했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_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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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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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언어형식을 배운다는 건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것과 같지요. 이 언어는 미래의 언어입니다. 멋진 기회와 새로운 만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_56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주인공 남훈은 67세의 굴착기 기사이다. 은퇴를 결심하고, 과거에 기록했던 '청년일지' 내용을 실천하려 한다. 그렇게 스페인어와 플라멩코를 배우게 되고, 다른 과제들도 끝까지 수행할 수 있을까?
 
과제1 남보다 먼저 화내지 않기
과제2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과제3 외국어 배우고 해외여행하기
과제4 건강한 체력 기르기
(...)
과제7 (...)

 
1997년 겨울,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을 하며 쓰여진 소설. _작가의 말 中

 
책을 펼치고, 이야기가 술술 흘러 앉은 자리에서 2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중간에 플라멩코 영상을 찾아보며 플라멩코 분위기도 함께 느껴줬다.  
새로운 언어(스페인어)와 건강한 체력(플라멩코).
이건 나도 매 년 새해 계획에 빠짐없는 목록인 영어 공부하기, 운동 시작하기... 하지만 매 년 지켜지지 않는닼ㅋㅋㅋ(먼 산)
주인공 남훈은 예순이 넘은, 곧 일흔이 되어가는 나이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쉽지만은 않을텐데, 그것을 행하는 용기가 부러웠다. 나에게도 이런 열정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고, 나의 계획들도 하나씩 채워가고 싶어진다. 곧 정년 퇴직인 우리 아빠도 하고 싶은 것이,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기를 바래본다. 그렇게 달라질 일상에 조금은 미리 준비해보고 싶어졌다.
 
주인공 남훈의 성격이나 과거가 답답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굴착기에 대한 애착이, 천직이라는 자부심 뿐 아니라, 점점 변화하려는 모습이 좋았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아내의 마음, 갑작스레 혼란스러웠을 선아와 보연의 마음까지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소설 속에도 코로나 현실이 반영되어 있고, 결국 남훈이 스페인에 갔다는 것에 조금의 희망이 보였다고 할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가고 싶은 곳들이 늘어난다. 예전부터 가족 여행을 간다면 스페인으로 가고 싶었는데, 함께 스페인 광장을 돌아다니는 그 날을 생각해 본다.


"플라멩코를 출 때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입니다. 그건 이성 간의 사랑만 뜻하는 게 아녜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거죠. 그것이 타지를 떠돌며 살고 사랑한 집시의 정신입니다." _254

'배우기 시작했어. 아빠의 언어.' _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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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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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1차원이 세계에 머무르자."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_130
 
 
그 시절 우리가 겪었던 일.
 
캔모아의 무한 리필 토스트와 눈꽃 빙수, 무엇보다 핫했던 공중 그네.
버디버디 아이디 꾸미기에 열광했던 그 시절.
싸이월드 미니홈피, 도토리, 미니미, 다이어리.
친구따라 만화방에 입성하고 열심히 드나들던 기억, 로맨스소설을 열심히 빌려 읽던 '비디오왕자와 책공주' 
애니콜 폴더폰, 모토로라, 스카이, CD플레이어, 피엠피, MP3.
매주 놀토였으면 좋겠다하며 놀토를 열렬히 기다렸던 그 때 그 시절.

학창시절 기억을 소환하게 하는 <1차원이 되고 싶어>
중간중간 나오는 단어들에, 절로 과거 기억 속으로 들어가며 몰입하며 읽었다.
 

그 순간 세상이, 우리가 속한 차원의 세상이 멈춰버렸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였고, 우리였으며, 우리인 채로 고유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심지어 나머지 인생 전부와도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_218
 
 
2002년 월드컵이 열렸던 10대 시절,
남들과 다른 정체성을 자각한 '나', 나의 첫사랑 '윤도', 엄마 친구 아들 '태리', 여사친 '무늬'.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내가 알고 있는 윤도의 세계는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내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남들도 자신 몫의 비밀을 짊어지고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짐작도 하지 못할 만큼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다. _125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수성못'의 분위기가, 머큐리랜드도, 윤도의 컨테이너의 모습이 절로 머릿속으로 그려지게 된다.
서툴었을 그 시절. 정체성을 숨기고 보호하려는 '나'의 마음도, 윤도의 마음도, 태리의 마음도, 그들의 감정이 안타까우면서 혼란스러웠을 마음들이 이해가 가고, 불안정한 그 시기를 지나 지금은 잘 살아가기를 바라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나(소설 속 '나'말고 진짜 나)의 학창시절에 첫 고백 아닌 고백이였던 발렌타인데이, 그날의 기억이 자꾸 떠나질 않는다.


"예쁘다. 밤인데도 하늘에 색깔이 있네. 마냥 까만 게 아니네. 짙은 파란색 같기도 하고, 보랏빛도 있고."
"모든 하늘은 유리색이야. 마음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거든." _217
 
"그냥, 그건 진짜였다고. 너희 둘이 무슨 말을 주고받았고,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 그 순간은 진짜였다고."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의 눈 속에 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것. 
그 순간들이, 그때 우리의 마음이 다 진짜였다는 것. _395

 
영화 <중경삼림>과 <해피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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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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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행복한 순간을 하나식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112]

이 책이 출간되었을 즈음, 정유정 작가의 책이 궁금해 <종의 기원>을 읽었었다. 흡입력이 대단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기엔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어 끊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정유정 작가의 '악의 3부작'을 다 읽고 싶었는데, 다른 책은 텀을 주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역시 흡입력이 굉장했다. 읽으면서도 뭔가 결말이 예상되는데도 뒤의 내용이 궁금해 손에서 떼기 어려웠다.  

<종의 기원>은 몇 일을 끊어 읽고, 처음부터 끝까지 숨막힐 듯한 바다 속에 잠긴 느낌이였다면, <완전한 행복>은 점점 지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종의 기원>은 악인의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어 나 스스로 피폐해져감을 느꼈다면, 반대로 <완전한 행복>은 악인이 아닌 주변인들의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어 나도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입장으로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던 것 같다. 다만 뒤에 찾아오는 공포와 찝찝함이 남을 뿐...

자신의 '완전한' 행복을 위하여 타인의 행복을, 삶을 얼마나 짓밟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

과연 완전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_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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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하와이 에디션)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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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에 이어 내가 읽은 정세랑 작가님의 세 번째 책, <시선으로부터,>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심시선 여사의 10주기를 맞이하여 처음이자 마지막 제사를 하와이에서 지내게 된다. 

"기일 저녁 여덟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 주기니까 딱 한 번만 지낼 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83]

"각자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기쁘고, 내년부터 평소대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한 번 정도는 하길 잘한 것 같네요. 서로의 보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과 엄마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지며 오늘밤을 보냅시다." [314]



<심시선 가계도>가 없었으면 읽기 힘들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읽다가 가계도 봤다 반복하다 결국 종이에 적어서 옆에 두고 읽었다. 읽다보면 점점 가족들 한 명 한 명 다 익숙해진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이 한 권에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이것이 또 하나의 덩어리로 묶여서 이야기 되는 것이 나에게 좀 새로운 느낌을 준 것 같다.

앞서 읽은 두 권의 책도 좋았지만, <시선으로부터,>를 읽고나니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왜 정세랑, 정세랑 하는지 알 것 같다. 정세랑월드가 괜히 있는게 아니였어.

제목의 중의적 표현도 좋고, 쉼표(,)가 들어가있어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는 느낌이 들어 여운이 오래 가는 것 같다.

각 장 시작 부분이 심시선 여사의 글이나 인터뷰가 실려있어, 심시선 여사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어렵지 않았다. 가족 각자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심시선 여사의 모습에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그리움을 주는 느낌이 추석 연휴 기간에 딱 맞춤책 같았고, 나의 외할머니를 추억하게 만들어주었다. 

등장인물도 많아 각자 애정을 갖는, 이입이 되는 인물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지수'가 더 궁금해지고, 마음이 간다. 나와는 다른 성격에 닮고 싶은 부분이 보이고, 안아주고 싶은 부분도 있고, 지수의 외전도 궁금해져서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하와이에서의 독특한 제사. 심시선 여사를 기리기 위해 각자의 보물찾기 시간과 선물들이 궁금하다면 펼쳐보세요.
 

시선과 관련된 '한번은' 시리즈는 각자 몇 개씩 가지고 있어서 게임처럼 밤새 되풀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떤 일화는 스물다섯 번쯤 반복되어 누구든 똑같이 말할 수 있었다. [315]

"심시선 여사 닮았으면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그러나 난정도 명혜의 말에 어느 정도 위안을 얻었다. 우윤이는 약해 보이지만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왔지. 지지 않고 꺾이지 않을 거야. 그걸로 충분할 거야.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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