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하와이 에디션)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에 이어 내가 읽은 정세랑 작가님의 세 번째 책, <시선으로부터,>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심시선 여사의 10주기를 맞이하여 처음이자 마지막 제사를 하와이에서 지내게 된다. 

"기일 저녁 여덟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 주기니까 딱 한 번만 지낼 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 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83]

"각자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기쁘고, 내년부터 평소대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한 번 정도는 하길 잘한 것 같네요. 서로의 보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과 엄마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지며 오늘밤을 보냅시다." [314]



<심시선 가계도>가 없었으면 읽기 힘들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읽다가 가계도 봤다 반복하다 결국 종이에 적어서 옆에 두고 읽었다. 읽다보면 점점 가족들 한 명 한 명 다 익숙해진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이 한 권에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이것이 또 하나의 덩어리로 묶여서 이야기 되는 것이 나에게 좀 새로운 느낌을 준 것 같다.

앞서 읽은 두 권의 책도 좋았지만, <시선으로부터,>를 읽고나니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왜 정세랑, 정세랑 하는지 알 것 같다. 정세랑월드가 괜히 있는게 아니였어.

제목의 중의적 표현도 좋고, 쉼표(,)가 들어가있어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는 느낌이 들어 여운이 오래 가는 것 같다.

각 장 시작 부분이 심시선 여사의 글이나 인터뷰가 실려있어, 심시선 여사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어렵지 않았다. 가족 각자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심시선 여사의 모습에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그리움을 주는 느낌이 추석 연휴 기간에 딱 맞춤책 같았고, 나의 외할머니를 추억하게 만들어주었다. 

등장인물도 많아 각자 애정을 갖는, 이입이 되는 인물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지수'가 더 궁금해지고, 마음이 간다. 나와는 다른 성격에 닮고 싶은 부분이 보이고, 안아주고 싶은 부분도 있고, 지수의 외전도 궁금해져서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하와이에서의 독특한 제사. 심시선 여사를 기리기 위해 각자의 보물찾기 시간과 선물들이 궁금하다면 펼쳐보세요.
 

시선과 관련된 '한번은' 시리즈는 각자 몇 개씩 가지고 있어서 게임처럼 밤새 되풀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떤 일화는 스물다섯 번쯤 반복되어 누구든 똑같이 말할 수 있었다. [315]

"심시선 여사 닮았으면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그러나 난정도 명혜의 말에 어느 정도 위안을 얻었다. 우윤이는 약해 보이지만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왔지. 지지 않고 꺾이지 않을 거야. 그걸로 충분할 거야.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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