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그럼, 우리 1차원이 세계에 머무르자."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_130
 
 
그 시절 우리가 겪었던 일.
 
캔모아의 무한 리필 토스트와 눈꽃 빙수, 무엇보다 핫했던 공중 그네.
버디버디 아이디 꾸미기에 열광했던 그 시절.
싸이월드 미니홈피, 도토리, 미니미, 다이어리.
친구따라 만화방에 입성하고 열심히 드나들던 기억, 로맨스소설을 열심히 빌려 읽던 '비디오왕자와 책공주' 
애니콜 폴더폰, 모토로라, 스카이, CD플레이어, 피엠피, MP3.
매주 놀토였으면 좋겠다하며 놀토를 열렬히 기다렸던 그 때 그 시절.

학창시절 기억을 소환하게 하는 <1차원이 되고 싶어>
중간중간 나오는 단어들에, 절로 과거 기억 속으로 들어가며 몰입하며 읽었다.
 

그 순간 세상이, 우리가 속한 차원의 세상이 멈춰버렸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였고, 우리였으며, 우리인 채로 고유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심지어 나머지 인생 전부와도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_218
 
 
2002년 월드컵이 열렸던 10대 시절,
남들과 다른 정체성을 자각한 '나', 나의 첫사랑 '윤도', 엄마 친구 아들 '태리', 여사친 '무늬'.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내가 알고 있는 윤도의 세계는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내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남들도 자신 몫의 비밀을 짊어지고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짐작도 하지 못할 만큼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다. _125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수성못'의 분위기가, 머큐리랜드도, 윤도의 컨테이너의 모습이 절로 머릿속으로 그려지게 된다.
서툴었을 그 시절. 정체성을 숨기고 보호하려는 '나'의 마음도, 윤도의 마음도, 태리의 마음도, 그들의 감정이 안타까우면서 혼란스러웠을 마음들이 이해가 가고, 불안정한 그 시기를 지나 지금은 잘 살아가기를 바라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나(소설 속 '나'말고 진짜 나)의 학창시절에 첫 고백 아닌 고백이였던 발렌타인데이, 그날의 기억이 자꾸 떠나질 않는다.


"예쁘다. 밤인데도 하늘에 색깔이 있네. 마냥 까만 게 아니네. 짙은 파란색 같기도 하고, 보랏빛도 있고."
"모든 하늘은 유리색이야. 마음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거든." _217
 
"그냥, 그건 진짜였다고. 너희 둘이 무슨 말을 주고받았고,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 그 순간은 진짜였다고."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의 눈 속에 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것. 
그 순간들이, 그때 우리의 마음이 다 진짜였다는 것. _395

 
영화 <중경삼림>과 <해피투게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