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뜻에 따라 저희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제 아이와 아내를 돌보아 주소서.’

  소방관의 기도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온조의 아버지는 위급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생명과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소방대원으로 활동하던 중 속도광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가족들과 살가운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도 못했는데 영원한 이별로 다시는 이승에서 볼 수 없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의 딸은 예기치 않은 불행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정을 나누며 의미 있는 활동을 잇는 일이 절연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온조는 모범생이었던 아이가 학교 옥상에서 투신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을 때 안타까움이 더했다. 숨통을 끊을 만큼 힘든 일을 함께 나누고 싶은 바람은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저버리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더한다.  

 

  주인공은 재정 상태가 열악한 시민단체 간사로 일하는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과점과 쌀국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도하였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돈 버는 일을 접고 시간과 속도에 대한 탐구를 접목한 인터넷 카페‘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었다. 시간의 경계를 나누고 관장하는 크로노스 신을 카페 대문 사진으로 내걸고 온조는 카페 운영 규칙을 정하여 의뢰인들을 맞았다. 첫 의뢰인 네 곁에는 장물한 PMP를 해당 반의 제자리에 놓아달라고 부탁하였다. 작년 이 학교에서 MP3 도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훔친 친구는 그 사실이 알려지자 이튿날 보자는 담임 말을 뒤로 한 채 투신한 사건이 떠올라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하는 당위성에 사로잡혔다. 끊임없는 시간을 조각내어 치밀한 계산 아래 움직이는 활동은 의미 있는 운영으로 가치를 발현해 갔다. 어떤 공간에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균질적인 시간이 갖는 의미는 달라진다. 호수그릴 레스토랑에서 할아버지와 점심을 맛있게 먹어 달라던 강토의 의뢰로 만난 할아버지는 속력을 내며 내달리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출세를 위한 명분을 앞세워 속력을 내다 벽에 부딪혔을 때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잔인한 기억을 남기고 흘러 가버려 안타까웠다. 삶의 목적을 헤아려 인간적인 유대를 쌓는 대신 물질을 토대로 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안달재신하며 사느라 살피지 못하며 지낸 시간에 대한 대가를 치르며 회한에 젖는 할아버지를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의 집합체가 소중해 보인다.

   규범 속에 들어있는 것 같지만 자유분방해 보이는 온조가 궁금하다는 가네샤 닉네임을 쓰는 혜지는 유료 카페를 열어 이윤을 추구하는 상거래는 부당한 것이라며 카페 주인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뜻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였다. 자신의 생각은 유폐해 둔 채 부모의 매뉴얼대로 움직이던 혜지는 온조에게 속내를 열어 보이고 싶어 시간을 파는 상점 운영에 대한 의의를 제기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한정된 시간을 쪼개어 행복을 전하는 일에 함께 하려는 뜻이 강하였기 때문이다. 시간을 팔아 의뢰인의 부탁을 들어주며 그들이 행복한 생활을 시작하게 되자 카페 주인은 자기 나름대로의 뿌듯함에 동시간대를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행복한 삶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PMP를 훔쳤던 아이가 투신자살을 연상케 하는 문자를 받고는 자살을 막기 위해 아파트 옥상을 찾았을 때 첫 번째 의뢰인 정이현임을 알게 되었고, 오지랖이 넓은 명랑 소녀 홍난주 가슴에 짝사랑의 열병을 지핀 상대가 바로 그였음이 밝혀졌다.

 

  자신의 생각은 철저히 외면당한 채 부모의 생각대로 걸어야 했던 아이는 어릴 때 겪은 일이 초래한 극도의 불안감으로 나의 물건에 손을 대게 된 경위를 전하며 학교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가 전해 온 깃털 같은 엽서 한 장이 일으킨 파장은 컸고 시간을 파는 상점 카페가 표면화될 위기에 봉착하였지만 의뢰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행복한 시간으로 치환하는 정성으로 카페 활동은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길을 내고 다져둔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발톱이 깨지고 피가 흘러 고통이 더했지만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죄를 씻고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마련하려고 시도하였다. 지나 온 시간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열여덟 살 청소년들의 절정은 미래에 있음을 인지하며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 아래 시간을 파는 상점은 다른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의미가 커 보인다. 

 

 

  한정된 시간을 유한한 것처럼 여기며 후회막급한 일을 서슴지 않고 살아왔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 하면 모레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게으름을 부추기며 지내왔다. 연속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끊어서 하루를 스물 네 시간으로 정하여 시계추처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을 보면서 정해진 시간에 매몰되지 않고 의미 있는 활동으로 가치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일은 현재적 삶에 충실한 일상으로 가능하여 보인다. 들꽃 자유가 의뢰한 편지를 배달하러 갈 때는 자신의 용돈을 보태고, 엄마와 교제를 하는 불곰 선생님에게 서운한 생각을 내비칠 때는 온조 역시 영락없는 십대 소녀이다. 엄마와 선생님의 만남을 통해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환사모의 활동을 이해하며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성숙함은 시간을 파는 상점이 건넨 선물이었다. 의뢰인들은 소중한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어느 새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점을 깨닫고 표준화된 시간을 이탈하여 스스로 선택한 시간의 영역에서 행복의 의미를 발견하여 허탈해 하지 않길 바란다. 눈에 잡히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점점 퇴색해 가는 추억 속 빛바랜 풍경 속에 함께 했던 기억 속 인물을 불러내 희미해져 가는 생각을 동여매고 싶을 때가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기억의 지속’에 녹아내린 세 개의 시계는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여 지속하고 싶은 기억의 순간을 의미를 부여하며 왜 뛰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 온 삶의 길 위에 서서 삶의 존재 가치를 꿰뚫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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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라디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결핍에 익숙해져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야 했던 십대에 별이 빛나는 밤에프로그램을 애청하며 청취자들이 보낸 사연에 울고 웃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라디오만이 유일한 문화생활을 가능케 하였다. 주파수를 맞추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몸을 맡기며 흔들거리던 시절 프로그램 진행자는 상상하는 세상 속으로 이끄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여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며 꿈을 키워주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느티나무 아래로 몰려든 동네 아이들은 장기자랑으로 무료함을 달래며 라디오 방송국에 경쟁적으로 엽서를 보냈다. 사연이 당첨되면 원하는 바를 들어주기 내기를 걸고는 정성을 다해 엽서를 꾸미고 깨알 같은 글씨로 사연을 담아 신청곡이 방송을 타면 환호했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 <<마술 라디오>>는 무미건조한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전하여 준다

   

    책을 즐겨 읽고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가슴 속에는 각박한 세상을 살게 하는 활기가 묻어난다. 가슴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은 욕망에 불을 지펴 온 라디오 프로그램 PD로 쉽게 범접하기 힘든 사상적 가치를 지니고 살아온 이들을 만나 그들이 창조하는 세상을 전하는 목소리는 명징한 깨달음을 준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의 본질을 찾아 떠난 길에서 만난 사연의 주인공들의 질박하면서도 정성이 묻어나는 삶은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표류하는 인생이 아니었는지 성찰케 하였다. 다양한 모습으로 삶의 무늬를 아로새기는 이들의 일상 속에는 소중한 씨앗이 자리하여 귀한 열매를 맺고 있었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공명하기 시작할 때 우리의 일상은 더 넓은 세계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저자의 말은 소통의 영역을 확장해준다.

 

 

 

   연간 소득에 관심을 보이며 봉급이 많은 직장을 찾아 욕망하는 세상에 높은 소득에 걸맞은 소비를 통한 지출은 생활인들의 관심사로 모아졌다. 윤택한 생활 소비자로 살고 싶었던 일상에 제동을 걸어 준 인터뷰 속 주인공들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할지 성찰케 하였다. 라디오 피디로 수많은 삶의 형태를 전하며 살아갈 방법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삶의 좌표가 될 만한 방송을 진행하는 일이 지금까지 저자가 걸어온 길의 총체였다. 저자는 처세에 능하지 않는 사람들의 진솔한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방송으로 사연을 전달함으로써 칙칙한 세상을 밝게 만드는 힘을 주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일희일비하는 인생에 존재 방식을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 속 여백에 새로운 의미를 각주로 붙이는 마술 라디오의 매혹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도 지킬 것을 지키는 늙은 어부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그건 내가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답했다는 대목에서는 자신을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으며 살아가려는 강한 집념이 자리한 것처럼 보였다. 자폐아를 둘이나 둔 빠삐용 아버지는 세상에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은 없다며 오히려 자신이 아들을 핑계로 삼을 수 있음을 경계하며 자식이 아니어도 인생은 힘든 것이라고 말할 때 콧잔등은 시큰해졌다. 히로시마 원전 폭파의 후손으로 피해가 대물림되는 원치 않은 인생의 굴레로 빠져들었지만 사회적 약자들 편에 서서 책무를 다하려 했던 청년의 이야기는 평화를 사랑하며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움직임으로 비춰졌다.

 

   사랑하던 여인을 떠나보내고 난 뒤 상실감에 무작정 떠난 도시에서 동행한 군인과 들른 식당에서 사랑의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게 특별한 요리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식당을 연 남성의 일화는 쇠진하여 가는 한 인간을 살게 한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라디오가 좋아.’라는 유언을 남긴 아버지의 유품인 라디오는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유족들에게는 아버지를 추억하는 매개물로 작용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을 상상하며 그것을 무한히 사랑할 때 환상 속의 현실이 마술을 부린 듯 현실화되는 일이 흙집에 살고 있는 장승 깎는 노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저마다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인생에서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안타까운 사연에 공명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살아가는 일은 외롭고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데 위로를 받는다. 낚시를 좋아하는 제주 이민자가 들려주는 부부의 균형 잡힌 삶은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것으로 버려진 나무로 유일한 찌를 만들어 선물하는 지혜가 발현되어 나왔다.

 

   영상으로 효율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송 매체보다 라디오는 인간의 청각에 의존하는 방송으로 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그 한계가 있다. 수단과 목적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음울한 사회적 병리를 걷어내고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진행자의 노력은 우리가 사로잡고 있는 것을 갈망하게 하고 동경하게 만들어 새로운 변화를 이끈다. 소리를 통해 보는 것처럼 상상하며 현재적 삶에 믿음을 가지고 살 만한 세상이라고 믿으며 희망을 버리지 않을 때 마술을 부린 듯 살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 세상으로 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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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한 해의 절반이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황량함으로 마음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하루하루가 힘들어진다.

그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산다고 여겼는데 올해는 유난히 그 업이 무거운 해라서

마음에 댓돌을 얹고 부채를 안고 사는 느낌이다.

여행과 독서를 즐기는 생활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날

가슴을 적셔 줄 책들로 모았다.

 

 

제주도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저자의 제주도에서의

삶이 궁금해진다. 제주 이민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인지

자꾸만 제주도로 시선이 간다.

제주도 올레길 걸으러 가고 싶은 날 랄랄라 콧노래 부르며

걷고 싶다.

 

 

 

 

 

 

 

 

 

정여울 작가의 글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어서인지 그녀가

출간하는 책에는 관심이 쏠린다. 사랑하는 유럽 10에 이어 나만 알고 싶은 유럽 10을 접하여 보고 싶다.

2년 뒤 떠날 동유럽 여행을 대비하여 미리 찾고 싶은 곳이

이 책에도 있으리라 여긴다.

 

 

 

 

 

 

 

푸른 하늘은 답답한 마음을 거두어 가는 힘이 있어 좋아하지만

마시면 배만 불러오는 맥주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시는 맥주는 감로수가 따로

없을 듯하다.

등을 돌리고 맥주 한 병을 따서 하늘과 건배하는 남자의 호기로움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왜 저러고 앉았는지 궁금해서 책을 펴 보고 싶을

정도다.

 

 

 

 

 

 

 

 

 

낯선 땅을 밟는 여행자들에게 그 나라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함께 한다면 생생한 감각은 살아나 또 다른 꿈을 꾸게 할 것이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축제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핀다.

 

 

 

 

 

 

 

 

조국 교수는 조각 같이 멋스러운 외모만큼이나 통찰력 있는

삶의 지혜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법대 교수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지 원론적인 문제를 되짚고

있을 것 같다. 정의의 실현자로 부정을 척결하는 일에 책임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일까? 그보다는 16세에 서울대 법대를 입학했고 26세에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인생 이력에 호기심이 더하여 이 책을 접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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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 틈새로 바람이 불어와 오들오들 떨며 달빛을 받은 설산을 호위하는 하늘에는 이름 모를 별들이 반짝이며 시린 겨울의 환영을 드러내고 있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들르는 곳 포카라에서 침낭과 스틱을 빌리고 방한용 점퍼를 대여한 뒤 이튿날 나야풀로 향하였다. 고르지 않은 흙길을 따라 걸으며 시작된 34일 간의 트레킹은 푼힐 전망대를 찍고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고용한 포터들과 잘 통하지 않는 말로 소통하며 눈 덮인 산을 쳐다보면서 네팔 민요를 부르고 우리 가락을 전하며 멀리 보이는 큰 봉우리들을 우러러보며 걸었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려던 움직임과 함께 가슴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택한 여행지는 네팔이었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찾아 발품을 팔았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설가 둘이 의기투합하여 트레킹에 나선 길을 따라 걸었다. 신들의 눈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고봉들을 보면서 숲길을 걸으며 쉬엄쉬엄 걸으며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자고 말하였던 일들이 떠올라 특별한 산악 훈련도 없이 나선 초보자들의 강행군에 도전의식과 불굴의 용기에 외경심이 들었다. 푼힐 전망대를 다녀 온 뒤 다시 그곳을 찾으리라 다짐하였으면서도 일상에 묶여 살아가는 소시민적 근성에 소설가가 내디딘 17일간의 히말라야 환상종주는 또 다른 꿈을 심어준다.

 

   집필하던 소설을 끝내고 지친 영혼을 달래며 새로운 일상을 살게 하는 여행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떠돌다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소화해 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열이 올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팠던 고산병, 특유의 향신료인 마살라를 넣은 음식 때문에 고생한 일, 변비 등을 겪으면서 정점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발 5416m의 쏘롱라패스를 넘는 험난한 길에 순응하기에는 영하의 극심한 기온에 체력은 고갈되고 동상으로 감각이 마비되는 시간을 감내하여 다시 길 위에 서기까지 길잡이 검부의 정성은 컸다. 뭉쳐 두었던 사과 봉지를 풀어 사과 한 개를 저자와 혜나에게 건네며 사랑을 보인 검부의 마음에 온기가 전해진다.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세수는커녕 배설도 제대로 못 한 채 허기를 면하는 정도로 끼니를 때우고 걸어야 했던 시간들은 잃어버린 자아와 대면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으로 비춰진다.

 

   4남매의 맏이로 가장 못지않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사느라 편할 날이 없었던 만큼 그녀의 강인한 정신은 희생으로 중무장하여 위기를 헤쳐 나가는 주춧돌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마다 남은 식구들을 부양하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랐다. 간호사로 일하다 소설가로 변신하여 유명세를 띠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고백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그녀의 통과의례는 커보였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부리고 오롯한 자신과 만나는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누리는 영혼의 자유로움에 젖어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그녀의 일화에 목울대가 시큰해지고 만다. 혹독한 고산병과 동상으로 죽음을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그녀는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에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속에 우리는 철이 든 어른으로 자리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죽는시늉하지 말라던 어머니의 뜻대로 그녀는 자존심을 지키며 쉽지 않은 길을 걸었고 마침내 열이레 동안의 라운딩을 끝낼 수 있었다. 마살라 없는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자이언트 오이로 뭉친 배를 풀어주며 사과 한 알의 식감에 행복해하던 이들의 영혼은 맑고 선하였다. 라운딩 중에 만난 독자가 건넨 라면을 끓여 먹을 때의 행복은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매년 인명 사고가 일어나는 고약한 고개 쏘롱라패스를 힘겹게 넘으며 병마의 고통 속에 이승을 뜬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떠올렸을 때 이제는 그녀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니 원하는 바를 성취하며 힘을 얻고 그것이 내적 동기의 불을 지펴 질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방황이 이뤄지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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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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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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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짓는 생각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고 싶은 갈망이 모여 현재적 삶에 반하는 행동으로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는 여행은 미답의 공간에서 맞닥뜨릴 불안함과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라는 설렘이 날실과 씨실로 엮어지는 인생의 틀이다. 여행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만큼 길손들의 여행기는 또 다른 시선을 끈다. 피사체에 담긴 풍광과 인물은 특정한 곳에서의 만남이 빚어낸 이미지처럼 호기심을 부추기고 궁금증을 돋운다. 정해진 길을 따라 대학교를 졸업한 뒤 회사원으로 살아오던 저자가 여행자로 인생의 전환점을 찾은 것은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였을 것이다. 현재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 떠난 여행이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살아가는 길임을 깨닫고 여행지에서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고 기억해뒀다가 감흥을 풀어내는 글에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 위에 서고 싶은 열망을 더한다.  

   같은 마음으로 인생 길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고독은 켜켜이 자리하고 가슴에 똬리를 튼다. 너와 나가 한자리에서 함께 걸을 수 없더라도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혼자 걸어도 둘이 걷는 것과 다름없다는 여행자의 말은 고독을 견뎌 고비를 만날 때마다 힘듦을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차기보다는 타인을 위한 마음이 더 커질 때 행복은 스멀스멀 피어오름을 베풂으로 알아차린다.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야 할 인생에서 문제없기를 바라는 일은 헛된 욕망인지도 모른다. 삶의 햇수가 거듭될수록 예측 불가능한 일련의 문제로 피폐해질 때도 있지만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과정이 인생임을 길 위에서 깨달을 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

 

   고열과 잦은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꼴까닥 넘기었을 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여겼던 적이 있다. 마흔 중반에 이렇게 스러져 간다면 그동안 일상에 얽매어 사느라 유예해 뒀던 여행을 못 가고 회한으로 덮인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건강을 회복하고 난 뒤 맨 처음 한 일이 공정 여행 운영업체에서 기획한 라오스 여행을 감행했었다. 극빈 나라에서 순박한 라오인들의 웃음 속에 아픔의 상처를 위로받고 루앙프라방의 새벽 탁발 순례에서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일깨웠다.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한 이들이 여행하기에는 걸맞지 않을 인도에서의 나날은 먼지와 소음, 오물로 뒤범벅이 되어 피곤함을 더했지만 먼지를 씻어내고 단잠에 빠져들었다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던 때가 있다.

 

   여행자로 나설 때면 현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시도할 때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둘 것이란 후회가 밀려들 때가 있다. 길 위에 오랫동안 서 있었던 여행자는 통하지 않는 말보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더 견디기 힘들어한다니 진정성에 바탕을 둔 소통의 시도가 절실하여 보인다. 닫힌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발길이 닿았던 곳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의 조합처럼 엉켜 있던 마음의 잔해들이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힘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일은 청춘의 속성 중 하나일 것이다. 계절에 따라 풍광이 자아내는 현상에 눈길을 주고 내면의 소리를 조율하며 살아갈 때 오롯한 자신으로 제자리를 찾게 된다고 여행자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그 선택이 주는 작은 것을 고마워하며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을 사랑하는 여행은 보편적인 삶에 쉼을 주는 정서적 지지로 인생의 비타민으로 자리할 것이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들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사랑과 희생이 떠오른다. 한 달 남짓 여행을 떠나는 이를 배웅하고 돌아서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남은 자들은 떠난 이를 대신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면서 빈자리를 채워가야 하므로 손을 재게 놀려야 한다. 이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지켜야 할 대상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전제를 마련해 주어 길 위의 방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에서도 생업을 위해 집을 나섰다가 다시 집으로 회귀하여 일상을 정리하며 피로를 풀고, 여행지에서는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며 새로운 물상을 접하고 여행자들이 머무는 숙소로 돌아와 고단한 몸을 푼다는 점에서 일상과 여행은 닮았다. 끝이라고 명명한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시작점에 서 있을 여행자의 어깨에 걸쳐진 배낭을 떠올리며 가보지 못한 길 위에 서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것이라 믿는다. 마음으로 차며 나아가는 걸음을 옮기는 여행길에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한 만큼 머지않아 도달할 마음의 언덕을 그려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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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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