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980년 이른 봄 학교에 입학한 후로 줄곧 학교를 오가며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동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교사로 생활한 지 26년째에 접어들었다. 돌이켜보면 회한으로 얼룩진 날들이 많았지만 독서로 생각의 깊이를 더하면서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 생활을 잇는 제자들을 보면서 희망을 읽는 날이 늘어났다.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읽기로 지평을 넓혀가는 공부의 본질에 가까운 독서는 내실 있는 인생의 고갱이로 자리하여 예기치 않은 문제들에 직면할 때마다 크고 작은 지혜를 주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것인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언제까지 현역으로 일하며 살 것인가?'

   등의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리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살아가려고 실천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지내서인지 매너리즘에 젖어 일상이 주는 달콤한 안락에 젖어 관성대로 살아가는 자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질 때면 살던 곳을 떠나 색다른 공간을 찾아 나서기를 즐겼다. 가보지 않은 길을 동경하며 낯선 곳을 밟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단조로움에 변화를 시도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아들의 건강상 이유로 잠시 유예해두고 지낸다.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 여기면서도 왜 나에게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생겨 불행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하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 몫만큼만 고통도 오는 것이라 여기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3월은 유난히 길게 느껴져서인지 3월 31일이 되는 날 스스로 쾌재를 부르며 캔 맥주로

자축하며 청명한 4월이 훈풍을 타고 오기를 바랐다.  2학년 아이들과 함께 문학 시간에 만나 타자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살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심드렁한 채로 발문에 답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질문의 질이 떨어져서 대답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적이 신경쓰인다. 무엇이 아이들 입을 다물게 하였나를 떠올리며 호기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질문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배경지식을 활용하여야겠다는 다짐이 앞선다.

신간 평가단으로 활동하며 신간 도서 중심의 책을 선정하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4월에 읽고 싶은 도서를 추천해 본다. 

 

 지난 토요일 중학교 동기회가 열렸다. 불원천리 멀다하지 않고 고향을 찾은 친구들은 화개장터에서 하동 악양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소리로 왁자하였다. 긴 시간을 도로 위에 서 있으면서도 고향을 찾은 마음은 어머니 품속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발로였으리라.

반백의 나이에 주름살은 깊게 자리하고 머리 숱은 비어가는데다 뱃살은 늘어나 D형으로 변화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시대를 살면서 비슷하게 나이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나이가 들면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는 통찰력이 늘고 이해 안 될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 여겼건만 여전히 이해조차 안 된다고 항변하기 일쑤다. 젊은 나이에 부리던 객기도 잦아들고 서로를 입장을 고려하는 넉넉한 마음이 생겼다.

 

 

 

 1학년 아이들과 국어 수업을 하면서 글스기 단원 공부에 앞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평소 귀찮아서 잘 안 썼던 글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메모하고 표현함으로써 표현력을 기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아이를 만나는 시간은 반갑다.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하는 삶을 지향하는 실천 중 하나가 여행이라고 여기며 지낸다. 여행지의 감흥을 풍경에 실어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여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는 여행 작가의 꿈을 실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법을 익히기 위한 독서도 지속하여야겠지.

 

 

 

생물학적 나이를 먹고 순차적인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내면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만 간다. 저자 자신의 유소년과 청년 시절의 경험을 써내려간 회고록이 눈에 띄는 이유는 평범함을 넘어서는 특별함이 자리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이다. 지금의 자신을 형성하는데 토대가 되었던 어렸을 적 체험부터 지금의 부인이 된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편지까지 기록한 사적인 글이라니 그의 내면이 자못 궁금해진다. 내면 보고서를 펴내기까지 용기를 낸 저자의 도전이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이가 들어도 팔딱거리며 호흡하는 심장이 있다고 확인받고 싶을 때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을 떠올린다. 청춘 시절 사랑했던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할 때가 있다. 무탈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면서 그 때는 왜 그리도 용기를 내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가슴앓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회한에 젖기도 한다. 제목이 내포하는 절박한 어구가 현실에서 성취하기 힘들었던 연애 이야기를 끌어내게 한다. 서로 다른 별에서 살다 온 이들이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끈을 이어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미쳐 해결해주고 싶은 숙제를 풀고 싶어진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에서 열심히 일할 것을 강요받으며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삶에서 비껴나 열심히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는 저자의 결단이 눈길을 끈다.

명예퇴직자 수요 조사에 명퇴 수당이 얼마인지 계산하며 정년까지 남은 햇수를 헤아려보니 16년이다. 생일이 늦어 정년까지 일한다면 교직 경력 42년이 되는 셈인데 그 시간을 다 채울 수는 없을 것같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을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오느라 행복한 시간을 미래로 유보한 채 현재적 삶에 안달재신하며 사는 일이 어리석은 일임을 자각하며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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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이념의 극렬한 대립이 야기한 동족상잔의 비극은 분단의 고착화로 냉전 이데올로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흔한 나라에서 살아서인지 사상의 통제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잇고 있는 이들의 아픔에 공감한다.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주도 하에 살아온 시간에 익숙한 이들에게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는 중심을 잃고 부유하는 인생의 표적을 곳곳에 남기고 살아야 할 운명에 놓이게 했다. 국가를 우주로 여기며 국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친 이들에게 남은 회한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증오로 바뀌는 순간이 고착화되었다.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상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았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시장 경제로 전환된 세상에서 자유를 누릴 만한 상황이 아님을 절감하는 시간이 늘기만 하였다.

배급 쿠폰으로 생필품을 받아 사느라 냉전 시대의 사회주의가 와도 자본주의가 와도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에는 별반 달라질 게 없다고 회고하는 민초의 푸념에 공감하며 숱한 희생자들을 떠나보낸 상처가 깊이 자리한 이들의 엄혹한 현실의 부조리함을 자명하게 드러냈다. 평범함 삶을 살았던 이들이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뒤 달라진 세상에서 누리며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상황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은 컸지만 현재를 충실히 사는 방법은 딱히 보이지 않을 뿐이다. 첫사랑의 대상을 떠올리며 전쟁으로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을 생각하는 시간에는 전쟁에서 비껴나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는 낭만성을 드러내기도 하였지만 전쟁으로 무고한 이들이 죽어가 혈육을 잃고 애끊는 형제애를 토로하는 대목에서는 전쟁의 가혹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한 뒤 모두가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에 부풀었다가 무위로 돌아간 시간임을 절감한 이들의 냉전 체제 전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반문케 한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토로이카 정책으로 철옹성 같은 공산 정권은 무너지고 민중들은 자유를 얻은 듯했지만 극심해진 빈부격차로 자산가 중심으로 재벌이 들어섰고 극빈자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이념의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의 젊은이들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모른 채 마르크스·레닌 티셔츠를 입고, 스탈린을 추앙하는 정치가로 꼽는 당대의 풍속도에 객관적인 정보 제공으로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나눠준 쿠폰을 들고 국영상점에서 여러 생필품을 바꾸어 생활했던 국가 중심의 전체주의의 폐단을 개혁하기 위해 1985년 페레스토로이카는 시행되었다. 스탈린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지만 이 정책은 사회주의의 붕괴를 촉발시킨 정책으로 평범한 이들이 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결핍으로 이어진 생활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정책이 시행된 이후 어떻게든 살아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고대 스파르타식 교육에 길들여진 이들이 달라진 체제에 순응하며 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탈린을 닮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운전수, 당원증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갖은 핍박에 시달려야 했던 이들이 부지기수였던 점만 들어도 미래를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공산주의 세상을 건설하여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이들에게 돌아온 허무감은 불행은 가장 좋은 스승이라는 말을 위안으로 지낼 뿐이었다. 러시아인들은 감옥소 생활과 전쟁으로 지우기 힘든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니 제국의 붕괴가 희생자들을 양산하였을 뿐이다.

어떻게 살았어?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어떻게 살 수도 있어?’

라는 공포를 수반하는 질문은 대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목격한 참혹한 살상은 지울 수 없는 잔상을 남기고 가슴에 멍울을 남겼다. 선량한 사람들이 아르메니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어나갔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혔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게 정해진 대로 움직이며 따라야 했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은 서둘러 러시아를 떠나갔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스러져 간 영령들의 혼을 애도하며 숱한 주검을 초래한 환경을 탓하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이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유기체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궁극적으로는 개체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는 일로 귀결되어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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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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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한 만남이 쌓이면 필연한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삶에서 이별 뒤의 재회는 현실적 감각을 잃고 갈구하는 여인을 추적하는 심리적 격전에 빠져들 때가 있다. 데이지와 재회한 뒤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는 개츠비의 갈망이 자기 파멸로 이끈 이지러진 사랑으로 여겼던 <<위대한 개츠비>> 작품에 대한 재평가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리며 이 고전을 50번 이상을 읽은 저자의 해석은 스콧 피츠제럴드에 대한 생애를 관통하는 궤적을 넘나들며 베일에 가려진 한 사람의 본질까지 밝히고 있어 앎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소설을 어떻게 읽었고 다시 어떻게 읽었는지를 밝히며 작품과 저자 속으로 흘러든다

 

   웨스트에그에 살면서 이스트에그에 사는 데이지에 닿기를 바라며 휘황한 불빛 아래 향락적 생활에 젖어 있는 그녀의 환심을 얻기 위해 골몰하지만 불안한 사회적 지위는 한계로 작용했다. 그는 범법 행위로 부를 축적하며 다른 사람을 짓밟는 일을 서슴지 않은 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지만 종국에는 불행한 삶을 이었을 뿐이다. 계층적 갈등을 허물기라도 하듯 한데 잘 섞인 물을 좋아했던 개츠비는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마다 수면 밖으로 나오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속에 가라앉고 말았다는 결말은 공허함을 준다.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함으로써 광란의 파티를 열었지만 모든 일이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렸다.

 

   ‘난 유령 도시에서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젤다가 그런 도시가 되었어요.’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가 정신질환을 앓으며 투병하며 거액을 치료비로 써야 했고 그녀의 오랜 투병 생활로 지쳐가던 와중에도 아내를 돌보며 빚을 떠안고 생활하느라 힘겨운 생활은 지속되었다. 생활고에 시달릴 때마다 그는 술을 찾았고 지병이었던 결핵으로 노쇠해진 그는 마흔네 살에 심장마비로 요절한 작가라니 안타까웠다. 열아홉의 젤다와 스물 셋의 피츠제럴드는 양친 모두 참석하지 않은 채로 혼례를 치르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평범한 가족의 화목한 생활과는 비껴나 있었다. 실제로 돈을 모으는데 관심이 많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좋아하였던 그는 개츠비를 통해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길게 손을 뻗어 건널 수 없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개츠비의 수영장을 롱아일랜드 해협의 축소판으로 해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데이지의 사촌인 닉은 소설 속 화자로 유복한 사람들의 상류사회와 하류층의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를 오르내리며 서사적인 구성을 이끌어간다. 녹색 불빛으로 물질적인 안정을 구가하는 데이지는 상류 사회를 표방하고 허영을 좇는 그녀에 대한 환상을 품은 개츠비만큼이나 닉은 개츠비에게 환상을 품고 현실 너머의 세상을 갈구하였다. 데이지네 부두 끝 녹색 불이 끝에 추가됨으로써 시작 부분에 배치된 녹색 불과 상응하는 장치로 낭만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었던 미국에서의 생활로 연결하고 싶었던 개츠비의 마음을 투영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추정은 공감도가 컸다.

 

   영화와 오페라, 발레 등의 연출로 무대 위에서 재해석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 사후 성공으로 재발견돼 실력을 평가받으며 번역본이 새롭게 나와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다. 뉴욕 공교육 시스템의 영어 교과 교육과정 개발 지침에서 성공을 향한 미국인의 욕망단원에 추천하는 목록에 오를 정도로 소설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녹색의 불빛을 믿은 개츠비는 절정의 순간 같은 미래가 올 것이라 낙관하며 팔을 길게 뻗으면 된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닿기 힘든 환상이었음을 자각해야 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최고의 소설로 여긴 저자는 후학들과 만나 소통하는 수업을 이끌 때도 좋아하는 소설을 계속 읽으며 세밀한 부분까지 재발견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보편성을 얻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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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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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한 채 허둥대며 등교한 아이들은 4교시 종이 채 울리기도 전에 급식소로 달려 나간다. 3학년부터 밥을 먹는 게 통념처럼 자리한 지 오래지만 급식소까지라도 빨리 달려가 줄을 서야 직성이 풀리는지 달음질을 하다 고꾸라지는 일도 있어 안전하게 걸으라고 하지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절박한 마음은 달리기로 시작된다. 오늘의 식단 차림표를 챙기며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도란거리며 음식을 나누는 자리는 정겨운 광경이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친구의 말에 웃어젖히던 아이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머쓱해한다.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말하지만 음식을 섭취하며 생활을 유지하는 일 못지않게 지인과 만나 한 끼를 함께 나누는 소통의 자리는 인간관계를 두텁게 하는 자리이다. 홀로 지내는 노인들의 괴로움 중 하나가 혼자 눈을 뜨고 끼니를 마련하여 텔레비전 을 보면서 밥을 먹는 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나이 들어도 누군가와 함께 밥을 나눌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흔이 넘은 엄마는 지금도 딸이 좋아하는 들깨 탕을 쑤어 맛보게 하는 일로 농한기를 보낼 정도로 한사람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라는 생각에 미치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딱히 떠오르지 않으니 그동안 엄마를 생각지 않고 지낸 시간이 회한으로 차오른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축을 형성하는 음식은 지난한 세월 속 추억을 환기하는 매개로 현재를 살아갈 무형의 힘을 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생생한 현장 기록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숨죽여 보면서 촉발된 관심은 한 개인의 역사까지 확장되어 옥중 생활과 유형의 땅인 제주도에서의 삶, 베트남 전쟁 참전, 행자 생활 등에서 맛보고 익힌 음식으로 이어졌다. 군대에 입영하면서 거세당한 자유는 정해진 대로 훈련하며 끼니를 해결하는 생활에 젖게 했지만 가족의 면회 때마다 맛보는 별미는 주림의 시간을 채우는 일로 맞바꿀 수 있었지만 과식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니 안타까움은 더했다. 규율을 중시하는 사회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옥중 생활에서의 별미인 김치 부침개는 수인(囚人)의 마음에 그리움을 심어준 사랑이었다.

 

   나이 들수록 연정을 나누었던 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쇠약해진 몸과 마모된 삶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 삶의 활기를 줄 때가 있다.

  “너만 먹어!”

   라며 누룽지를 건네 준 여아에서부터 호박시루떡을 건네 준 소녀, 양념 없이 진한 소금물을 부어 만든 장아찌 맛을 알려준 그녀 등은 노년의 삶을 위무한다. 암 투병 중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먹고 싶다던 녹두 빈대떡 모양의 노티는 밥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주었던 장떡으로 결핍의 시간을 버티게 한 음식이었다. 지방마다 음식 조리법과 맛이 다른 이유는 기후와 풍토를 포함한 자연 조건에 따랐기 때문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그릇에 담아 비벼 먹을 때 뜨거운 국물을 부어 먹었던 것처럼 망명자로 나라 밖에서 생활하며 맛본 갖가지 수프는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시절에 비견할 만한 음식에 대한 향수를 더한다.

 

   특별한 날 가정에서 음식을 나누기보다는 외식으로 번거로움을 피하자는 의식이 확산되어 함께 할 이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던 때의 풍경은 기억 속에 가물가물해진다. 제철에 맛볼 수 있는 그 지역의 토박이 음식을 준비하며 밥을 같이 먹던 시간은 추억을 되새기며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영혼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숙원이었던 자퇴와 가출을 병행하였던 10대의 정점에 저자는 범어사에 머물며 여러 가지 푸성귀로 싸 먹던 쌈밥들의 다양한 맛을 떠올리며 여러 경험이 잣는 쌉쌀함과 싱그러움이 공존하는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고봉밥을 먹어치우는 밥도둑 짱둥어탕과 떡갈비, 쌀밥 반찬의 진수인 지역의 젓갈 등이 즐비한 남도 음식은 팔순이 넘은 외숙모가 정성스레 차려준 밥상을 떠올리게 한다.

 

   각박해진 세상살이에 소통할 시간이 줄어들어서인지 음식 만들기에서부터 음식을 맛보는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먹는 즐거움과 음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의 의미를 조명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방송을 타게 되면 음식점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기도 하지만 점점 평준화되어 가는 음식 맛에 씁쓸한 반응을 보이는 고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결핍으로 이어지던 시대 썩어가는 생물을 응용하여 만든 음식으로 이웃들과 나누어 먹던 감자떡의 추억은 고향 친구들이 생각날 때면 떠오르는 명물로 자리한다. 작가로 살기를 바랐던 저자가 보낸 시간 속 세월은 부침(浮沈)의 인생에 걸맞은 경험이 변주한 음식의 나눔으로 <<밥도둑>>은 지난 추억의 장터로 사람 사는 냄새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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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든 일곱인 어머님을 뵈러 갈 때마다 노년의 삶이 길어지는 게 축복이 아님을 깨닫는다. 1주일에 세 번 도우미가 와서 청소를 돕고 밑반찬을 만들어주고 있지만 혼자서 모든 일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어 탄식할 때가 늘어난다. 넷째 아들이 20분 거리에 살고 있어 어머니 집을 자주 왕래하고 있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는 어머니는 아들이 애써 번 돈을 자신 때문에 축 내는 것을 죄스럽게 여기며 일찍 죽어야 하는데 숨이 왜 이리 질긴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아들은 어머님을 봉양하는 일은 인륜지도의 근본으로 여기며 지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질병의 고통은 커질 것이고 큰돈은 더 많이 들 것이라 걱정이 앞선다.

 

   NHK 스페셜 제작팀이 펴낸 노후파산-장수의 악몽에 따르면 일본 홀몸노인 수가 600만 명에 달하고, 그 중 절반은 빈곤 상태에 처해 있다 종국에는 노후 파산에 이르고 말 것을 예상하고 이를 대비하는 노후 설계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외동아들을 먼저 보낸 부부는 서로 상실의 아픔을 위무하며 견뎠으나 남편이 세상을 뜬 뒤 의지할 대상을 잃은 아내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였고 질병의 고통 속에서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국민연금 생활자라도 예금 등의 자산이 없으면 생활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질병으로 큰돈이 들어갈 수 있으니 예금 통장을 쉽게 헐 수 없는 상황에서 고령자 노인의 생활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후생 연금 없이 국민연금인 65만 원으로 광열비와 보험료 등을 지출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어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며 식비를 줄이는 노인은 한 달을 살아내는 일이 힘에 부쳤다. 병이 악화되면 목돈이 들어가니 의료비를 절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금해 둔 돈을 지출하다 보면 통장 잔고는 바닥을 드러내 노후파산에 몰리고 만다.

   ‘정든 내 집에서 죽고 싶다.’

   수중에 남은 예금이 유일한 버팀목인 가와니시 씨는 집을 매각하여 생활보호를 받기보다는

주택연금 제도를 통해 사후 집을 처분하는 편을 택하겠다며 예금이 바닥날 때까지 오래 살고 싶지 않다며 장수가 악몽인 시대를 말하고 있었다.

 

   고령자가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면 노후파산은 엄습하여 그동안 지내 온 삶의 질서를 파괴하고 만다. 함께 했던 이들과 떨어져 고립된 채 노년을 보내는 여든의 노인은 까마귀 같은 새들이 유일한 친구라니 언론에서 보도하는 무연고 고독 사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가난한 농민인 기타미 씨는 자급자족을 위해 밭에 채소를 기르고 주변에 나는 채소를 이용하지만 이 역시 무한으로 이용할 수 없는 일이라 안심하며 지낼 수는 없다. 죽고 싶어도 논이 있으니까 죽을 수 없다는 노인의 땅에 대한 애착은 가난한 농민의 애환으로 비춰져 처연함이 더한다

   

   햇수를 거듭할수록 고령자들의 기억력은 퇴화하여 이들이 치매에 걸리는 경우도 흔하니 정신이 있을 때, 성년후견인 제도에 따른 절차를 밟아 돌연한 사태를 준비하는 일은 과제처럼 여겨진다. 길어진 노년의 삶에 가족에게 돌봄의 책임을 다하라고 할 수 없는 일인 점을 감안하여 창설한 돌봄 서비스 제도를 적절히 이용할 때 가족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길어진 노년을 재앙으로 치부하며 세금 부담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기보다는 노후 파산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적절히 강구하여 노후파산의 재생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역시 고령화 문제에 따른 노후 파산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길어진 노년을 안정적으로 지내기 위한 방안을 찾는 일에 주력하여 사회 문제로 파생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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