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차를 마십니다 - 건강한 약차, 향긋한 꽃차
김달래 감수 / 리스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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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은 읍내 거리를 돌다 보면 영업 중인 커피 전문점을 여럿 보게 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면 코끝에 스미는 커피 향에 끌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주한다. 분위기에 끌려 커피를 마셨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불편함이 더한다. 커피를 마시는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녹차를 마신 지는 35년이 넘어섰다. 차 동아리 회원으로 만난 녹차는 지친 영혼을 달래며 삶의 여유를 선물하였다. 녹차는 성난 기운으로 차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혀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늘도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나를 돌보고 살피는 시간은 자아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 함께한다.

 

   매일 적당량의 물을 마시는 습관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데 기본이라는 말과 함께 성인은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정설이 내려온다.

   ‘하루에 어떻게 물을 마셔야 하나?’

   신진 대사가 원활하지 못한 이들은 물을 많이 마시지 말고, 무를 마실 때에는 천천히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하루 생수 2리터를 마시기 힘든 경우, 카페인 없고 체질에 맞는 곡물이나 약재로 끓인 차를 마셔 수분을 섭취한다. 내 몸에 더 좋은 기능을 갖춘 물 한 잔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차를 마신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을 만드는 것처럼 자신에게 맞는 차를 마시며 건강을 지키는 습관 형성은 필요하다. 한 잔의 녹차가 내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찻잎을 채취하여 차를 덖고 비벼 말리기를 반복하는 수고가 함께한다. 정갈한 마음으로 우려낸 한잔의 녹차에는 그 차를 만든 사람의 정성까지 합해져 깊은 맛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개인의 입맛과 체질, 건강 상태에 맞는 재료를 골라 손쉽게 차를 끓여 마시며 효험을 볼 수가 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한 약차 40가지, 눈과 코, 입으로 세 번으로 즐기는 꽃차 20가지는 몸에 좋은 향기로운 습관을 갖도록 이끈다.

   항온동물인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냉기를 달래고, 더울 때는 시원한 성질을 가진 약재나 곡물로 냉차를 끓여 마시며 열을 식힌다. 차를 꾸준히 마셔 노폐물을 배출하여 몸속 유해성분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여 면역력을 기를 수 있다. 차에 함유된 비타민C는 피로를 풀고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고, 차에 함유된 카테킨은 바이러스를 약화시킨다.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는 스트레스 줄여주는 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힘을 북돋워 활력을 제공한다.

 

   태음인은 비만이 되기 쉬운 체질로 혈압이 높고, 당뇨병이나 동맥경화 등 성인병 발병률이 높은 편이라 녹차, 귤껍질차, 도라지차, 작두콩차, 국화차, 율무차, 연잎차, 칡차, 오미자차, 오디차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 티백이나 가루는 침출법으로 우려 마시고, 다양한 기능이 있는 차 탕기를 이용해 일정 온도로 약재를 넣어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다. 요리하다 남은 채소들을 말린 후 덖어서 뭉근히 끓여 차를 마시며 몸 안에 쌓여 있는 독성 물질을 제거해 면역력을 높인다. 겉보리를 볶아 물에 넣고 끓인 고소한 보리차는 무기질이 풍부하여 몸속 전해질의 균형을 맞춰 준다. 몸속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는 우엉차는 껍질에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므로 우엉 껍질까지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목을 많이 쓰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로 도라지와 생강, 배를 넣어 만든 차를 즐겨 마신다.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은 기관지의 점액 분비를 촉진하여 가래와 기침을 완화하므로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등이 있는 경우 도라지차를 꾸준히 음용하면 좋다. 맵고 쓴맛이 많은 도라지를 차로 끓일 때에는 생강과 배를 함께 넣고 푹 달이면 온 가족이 먹기 좋은 차가 된다.

디톡스 용으로 유명세를 탄 레몬차는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여 염증을 없애고 면역력을 강화하며 노화를 막는다. 차로 끓여 마시면 신맛이 줄어 마시기 편한 레몬청을 만들 때에는 레몬을 잘 닦아야 한다.

 

   5월 중순인데도 한낮에는 기온이 올라 때 이른 더위로 땀을 흘리며 지낸다. 노출의 계절이 다가올수록 비만한 사람들은 여름 나기가 고역인 터라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나서는 이들에게 도움 될 차가 있다.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는 돼지감자의 이눌린은 칼로리가 낮은 다당류로 비만과 당뇨를 예방한다. 편으로 썬 돼지감자를 말린 후 이를 볶아 여름철에는 찬물에 우려 시원하게 마시면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볶은 팥에 물을 붓고 팔팔 끓인 뒤 팥알을 거르고 물을 마시는 팥차는 사포닌과 칼륨이 많아 혈압 조절, 붓기 완화, 노폐물 배출에 탁월하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 바이러스 대유행 시대를 살아내느라 고단한 때일수록 정신 건강에 좋은 차는 심신을 인정시켜 준다. 뇌파를 자극하는 성분이 있는 오미자차는 정신을 이완시키고 머리를 맑게 한다. 선명하게 붉은 오미자를 골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오미자와 설탕을 동량으로 준비하여 밀폐용기에 켜켜이 담아 100일 후 알맹이를 걸러낸 액을 물에 희석해 마신다. 녹차와 홍차의 중간 성질을 가진 우롱차는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 된다. 우롱차의 폴리페놀 성분은 강한 항산화작용으로 활성산소를 없애고, 세포 조직의 재생을 촉진해 노화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기초대사량이 줄고 호르몬 변화가 오는 중년 여성이 앓는 갱년기 증후군으로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머리를 맑게 하고 신경을 인정시켜 두통을 가라앉히는 계피차는 혈액 순환을 도와 수족 냉증을 완화해 준다. 향이 뛰어나고 새콤달콤한 과육인 석류는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갱년기 증상인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설탕에 재어둔 석류를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 밀봉한 뒤 7일간 냉장 보관하였다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 좋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야뇨증을 없애고 골격을 튼튼하게 하는 산수유차, 눈이 밝고 시원해지는 결명자차 등을 음료처럼 마시게 하면 좋겠다.

 

   사계절 피는 꽃이 다양한 만큼 꽃차로 음용할 꽃들이 즐비하다. 저마다 다른 색과 향, 맛으로 과다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귀한 꽃차이다. 꽃차를 우릴 때에는 경도가 낮은 연수를 이용하고, 팔팔 끓는 물로 우려야 풍미가 좋아진다. 특별한 날 선물을 보내 온 황국화차를 마시며 어지러운 마음을 진정한다. 끓인 물을 다관에 붓고 황국을 넣고 5분 정도 우려 마시니 뒷머리가 당기던 것이 조금 덜했다. 마법에 걸린 날이면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딸에게는 작약꽃차를 선물하고, 위염으로 고생하는 조카에게는 캐모마일 꽃차를 준비해 건네야겠다.

    

   몸에 좋은 약재와 곡물, 꽃을 이용하여 만든 차의 종류가 다양하여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만성 질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체질에 걸맞은 차를 마시는 것이 한 방편이다. 차를 여러 종류 구비해뒀다 시의 적절히 차를 끓여 마시며 오늘도 건강을 챙긴다. 이른 저녁을 먹고 황국화차 한 잔을 마시며 장 건강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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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생존 도시 - 만능 백신은 없다
홍윤철 지음 / 포르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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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5 00시 기준 확진자 발생이 680명으로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는 국경을 초월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함께할 사람들과의 만남은 끊어지고 가상 세계에서나 모임이 이뤄지는 비대면 시대에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는 피하게 된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집과 직장을 거쳐 집으로 움직이는 건전한 생활인들이 늘어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조용한 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이가 생겼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바이러스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환경을 지배하고 축적된 자원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만들어 사는 문명의 시대가 도시 중심으로 이뤄졌다. 도시 간 교역의 발달, 지역 간의 활발한 전쟁 등으로 주민들은 전염병 감염에 취약해졌다. 전염병 역사상 피해가 막심했던 페스트 대유행은 1330년대 중앙아시아에서 발병해 1830년대 종식될 때까지 500년이나 지속되었다. 산업화와 함께 도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데다 불량한 상태의 주택이 증가하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환경을 초래했다. 위생 상태가 나쁜 주거 환경이 180년대 뉴욕의 폐결핵을 일으킨 주된 원인이었다. 도시화가 수반하는 생활양식의 변화와 도시가 갖고 있는 환경의 영향들이 건강상 위험을 기중시켜 왔다. 도시에 몰려 사는 바쁜 현대인들의 식생활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심혈관질환이 급증하였고, 수많은 화학 물질 노출로 만성 질환에 시달리며 면역체계의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모은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대규모 노동자들이 도시로 모여들었고 제대로 된 시설에서 생활하지 못하는 이들은 건강 격차를 벌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도권에 양질의 의료 자원이 집중돼 있어 의료 이용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의료서비스의 잘과 의료에 투입되는 재정의 개선이 지역사회에서의 의료체계 강화와 같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사회의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하고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형평성 있는 공급 시스템을 달성해 미래 도시의 의료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 질병 유행을 예방하기 위한 도시 건설은 스마트 도시 건설과도 연결된다.

  사람들이 집중되는 도시화가 야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도시계획 수립으로 주민들의 삶이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시 환경을 조성하여 가야 한다. 고층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에너지 사용 절감이 한 예이다. 편의성 위주의 교통 정책에서 탈피해 목적지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대기오염을 줄여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는 탄소 배출이 적고 지속 가능한 교통 체계를 확립하여 주민들에게 안전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도시 재생 사업과도 맥을 함께한다.

  다양한 재화들이 늘어서 있는 공간, 욕구 충족을 위한 위락 시설, 교육 시설과 문화적 향유 공간의 집중 등 도시가 갖는 매력은 크다. 궁벽한 농촌에서 생활하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울에 갈 때면 자본으로 유지되는 거대한 조직이라는 생각에 아찔할 때가 있다. 편의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도시인들에게 돌봄과 보살핌을 제공하는 일은 도시 외양을 가꾸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지역사회 복지시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활성화로 사회적 돌봄 체계가 구축돼 노인 돌봄이 가족 중심으로 이뤄지느라 파행되는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코로나 19 사태는 그동안 살아왔던 형태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주도하였고, 당혹스런 현실에서도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정책을 따르며 전염병 시대를 함께해 왔다. 필요에 의해 종성된 도시 공동체가 문명 생활을 이끌어가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진원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질환의 온상으로 직시되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자료에 의하면 경기, 서울 지역의 인구수가 남한 인구수의 40%이상이 모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구 밀집이 높은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도시에서도 질 높은 의료 서비스, 교육, 일자리 등의 수요가 충족되어야 한다. 도시에 사는 인구가 늘면서 도시 내 지역 간 불평등 문제가 커져 주민들 간의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인구 분리를 위한 도시계획을 시행하였다. 지속적으로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구조로 재편성해야 한다. 미래의료의 중심축이 병원에서 환자 혹은 집으로 옮겨가는 구조이다. 의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도 전달되는 의료 플랫폼 정보로 환자의 건강을 확인하고 진단하는 자족적 형태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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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8체질 자가진단 - 5분이면 끝나는 8체질(사상) 셀프진단법
이상원 지음 / 문예춘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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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이치를 알고 순리대로 살아갈 것이라 여기던 지천명의 나이가 훌쩍 지났지만 세상의 이치를 알기는커녕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한 사람의 본질을 규정하는 경험은 보이지 않는 체질을 형성하는 데에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원인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속담이 일깨우는 것처럼 우리가 앓고 있는 몹쓸 병도 인과적 구조의 지배 아래 놓인다.

   ‘인간의 8체질을 알지 못하고서는 건강도 없다.’

고 주장하는 저자는 쉽게 자신의 체질을 진단할 수 있음을 밝힌다.

 

    8체질은 사상체질을 음양으로 다시 쪼개어 8개 체질로 세분화한 학문이다. 외모는 체질 판단의 중요한 자료이지만 개인차가 있어 기존에 제시된 체질별 특성에 오류가 있어 이를 절대시할 필요는 없다. 건강 상태와 병증으로 알아보는 8체질 자가 진단, 체형을 중심으로 한 망진을 살피며 열태음인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편인 독자는 손발이 크고 굵으며 전체적으로 펑퍼짐한 원통형으로 살이 찐 편이다. 책의 내용으로 체질을 자가진단하면서 우울해진 이유는 소화력이 왕성해 식탐이 많은 편이라 비만일 확률이 높다는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여러 변수가 있어 체질 진단이 어려워 맥진, 망진, 오링, 문진, 사주, 엑스레이 사진, 머리카락 검사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체질을 진단한다.

 

    양의 기운이 강한 태양인은 폐가 가장 강한 장부로 어깨부터 머리까지의 기능과 크기가 매우 발달하였다. 간이 최약 장기인 태양인은 근과 인대가 약해지기 쉽다. 열태양인은 비위 기능이 좋아 소화흡수는 원활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져 배설 기능이 약하다. 이 부류에 속한 이들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말이 많으며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워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자초할 수도 있다. 한태양인은 간이 열태양인보다 더욱 약해 사소한 일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나 화를 내는 빈도가 높은 편이다. 감정 상태를 숨기지 못하고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태양인은 자기 통제가 다소 필요하다. 태양인은 간의 활동 부진으로 담즙 생성이 잘 되지 않으므로 채식과 곡류 위주로 섭취하면서 단백질을 적절히 보충해주는 것이 좋은 섭생이라 한다.

 

   전형적인 음적 체질인 태음인은 간 기능이 가장 강한 체질로 간이 위치한 가슴 부위가 발달해 있다. 남의 잘못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쉽게 용서하는 열태음인, 약한 폐의 슬픈 감정에 비위의 과도한 성격이 결합해 우울증으로 비화할 수 있다니 한국의 전통적 여성상에 부합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사려 깊고 배려심이 많은 친구는 따뜻하고 정이 많고, 싫어도 싫은 내색 않고 감내하는 한태음인이었다.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려 안정을 찾기 힘들다고 하더니 커피가 비위에 부담을 주었기 때문임을 알아차린다. 성욕과 방사는 화기의 작용으로 성적 장애가 있는 태음임과 소음인에게는 비아그라가 체질에 맞는 정보까지 실어 아무리 다급해도 체질에 맞는지 살펴야 함을 강조한다.

 

   비위가 최강 장부인 소양인은 양적 성향이 강하고 사교성이 좋아 어디에서든 모임을 주도하며 인기몰이를 한다. 소양인은 외부로 발산하는 기운은 양()이지만 근본 바탕은 음에서 나온 체질이다. 비위가 가장 튼튼한 열소양인은 남자 같은 여자 기질을 지닌 이가 해당하고 소화력이 뛰어난 만큼 식탐을 조절해야 한다. 소양인 중에는 양의 성질인 이성과 관련된 두뇌활동이 활발해 창의성과 표현력이 뛰어난 이들이 두드러진다.

 

   소음인은 바탕은 양이지만 현상은 음으로 나타난다. 몸이 몹시 냉하고 여성적, 내향적, 감성적, 꼼꼼함, 소심함, 부드러움과 같은 음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소음인은 비허(脾虛)신실 체질로 비위가 허약해 살집이 적고 허리가 잘록하지만, ()이 튼튼해 엉덩이가 상대적으로 크다. 이는 기가 피부 표면에 집중되어 있고 혈액과 진액이 부족하므로 진액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운동은 땀이 많이 날 정도로 하면 해로운 만큼 산책, 명상. 요가 등이 적절하다. 열소음인보다 한소음인은 속이 더 냉하고 몸이 차며 소화 기능이 무력하지만 배설 기능은 8체질 중 가장 강해 살이 찐 경우는 드물다.

 

   사상의학 창시자 이제마 선생은 오장육부 크기에 따라 4개 체질로 나눴다.

태양인: 폐대 간소(폐가 크고 간이 작음.)

태음인: 간대 폐소(간이 크고 폐가 작음.)

소양인: 비대 신소(비가 크고 신이 작음.)

소음인: 신대 비소(신이 크고 비가 작음.)

   허약한 장부는 약해지지 않게 하고 강한 장부는 그 힘을 억제해야 장부 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가 있다. 음식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체질 섭생을 고려한 섭식으로 장부의 불균형 상태를 잡아 병을 예방해야 한다. 100% 체질 섭식을 고집할 필요 없이 체질에 이로운 식품을 조금 더 많이 먹고 그렇지 않은 음식은 조금 적게 먹으며 태양인이라면 태음인에 비해 육류 섭취량을 적게 하면 된다. 육류 섭취가 체질에 맞는 태음인이지만 육류 섭취를 잘하지 않는 편인데 해독에 없어서는 안 될 아미노산 부족으로 인체에 해로운 활성산소가 대량 발생한다니 식물성 단백질 섭취로 대체해왔던 점을 반성한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닭 가슴살 섭취를 늘려 오장육부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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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5-2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양과 소음 사이 그 어디인듯 한데 참 애매합니다.
친구도 8체질 진단을 받고 식단조절을 그야말로 빡!세게 하느라 저에게 자신이 먹으면 안되는 꿀, 매실청, 김치를 잔뜩 줬는데요, 한국인이 고추가루를 먹으면 안된다니 참 안됐다 생각하지만 본인은 그럭저럭 잘 견디더라구요.
건강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는 자세죠.
꼼꼼히 리뷰정리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늘 소양과 소음 사이에서 고민입니다. 😅😅

자성지 2021-05-21 17:22   좋아요 1 | URL
태음인이라 간이 발달해서인지 마셔서는 안 될 음료를 조금 마시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육류를 섭취해야 한다니 채식을 즐기는 저로서는 조금 힘들기는 합니다. 걷기 운동하며 오늘도 긍정의 힘을 발휘하며 한 주 무탈하게 지낸 자신을 다독입니다.

2021-07-18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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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흔여섯의 어머니를 찾는 시간은 존재의 알갱이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이 자식을 질책할 때에도 어머니는 그럴 만한 일이 있어서였을 것이라며 딸을 믿고 정서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얼굴도 기억 못 하는 아버지는 상상 속에나 자리하였고 기박한 세월을 보낸 어머니는 억척스럽게 오누이를 길렀다. 신산한 삶에 자애로운 한마디 건넬 줄 모르는 어머니였지만 자식을 향한 어머니 마음은 화톳불처럼 타올라 목울대를 적실 때가 많았다. 내리사랑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인 어머니는 사랑의 결정체이자 헌신적 사랑의 정수로 자리한다. 점점 땅과 가까워져 가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려오지만 음성으로 안부를 전하고 단걸음에 찾아갈 수 있는 곳에 머무르는 어머니가 있어 든든하다. 노쇠한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며 소통할 수 있어 다행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엘리스와 로즈의 자백 속으로 빠져든다.

 

   그 시간, 그 공간에 머무르지 않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는 회의는 지금 상황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기 때문일 테다. 누군가를 만나러 나간 거리에서 그 대상을 만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미로 속에 갇힐 때가 있다. 스무 살 엘리스는 기다리던 남자를 만나지 못한 대신 서른여섯 살 코니를 만나 헤어나기 힘든 사랑에 빠져들었다. 카페 종업원, 국립극장 안내원, 모델 일을 하며 지내던 엘리스는 코니의 보호를 받으며 그녀의 삶 깊숙이 들어갔다. 코니는 마치 엘리스를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어내려는 듯 자신보다 열여섯 살이나 어린 그녀를 나만의 작품으로 창조하려는 욕망이 컸다. 환희의 세계로 안내하는 여인의 손길이 머무는 시간을 탐닉하던 엘리스는 코니와의 생활에서 점점 자아를 잃어갔다. 코니의 사랑을 느끼고 확인하며 존재의 기쁨을 느끼던 엘리스의 감정은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휘발되어갔다.

   

  욕망 때문에 편협해진 머리 작은 새

   라고 여긴 엘리스는 코니와의 동거가 점점 자신을 무능하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행복을 발견하는 양가성에 의문을 품는다. 런던을 떠나 콘을 따라다닌 엘리스는 언젠가는 그녀가 자신을 어딘가로 치워두고 싶어 할 수도 있음을 가늠하였다. 누군가에게 관찰되고, 누군가에게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 엘리스는 특별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잃어가는 일을 용인하기는 힘들었다. 코니의 작품 밀랍심장을 영화 촬영으로 그녀를 따라 할리우드에 왔지만 엘리스가 할 일은 없었고 무료함으로 채워질 뿐이었다. 엘리스의 생일도 기억하지 못한 날, 코니는 매력적인 여배우 바버라와 점점 가까워지면서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발견한다. 엘리스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모델 일을 자처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여기던 때, 인생에서 여자보다는 바다를 더 원한 남자 맷에게 서핑을 배운 엘리스는 또 다른 환락의 세계로 향한다. 코니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변심한 그녀에게 보란 듯이 맷과 함께 바다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종국에는 그의 아기를 갖게 되었다.

  임신한 걸 알게 되면 아이를 꼭 낳아요.’

   뱃속에 품었던 아이를 잃고 힘들어하는 샤라는 남편의 아이를 잉태한 엘리스와 약속을 한 뒤였다. 상대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엘리스는 로즈를 낳았고 그녀의 생물학적 어머니가 되었다.

저는 엄마를 몰라요. 아기일 때 엄마가 떠났어요.’

엄마의 부재로 아버지와 함께 지낸 로즈는 어딘가로 사라진 엄마의 소식을 찾아 나섰다. 아버지는 엄마의 일화를 들려주기보다는 콘스탄스 홀든이 쓴 두 권의 소설을 말하며 작가가 엄마와 연인이었다는 말만 전했다.

 

   ‘어머니는 지금 어디에? 재규어가 사는 나라로 가고 싶어.’

건너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며 엄마의 궤적을 찾기 위해 아빠에게 물음을 던졌지만 아빠는 딸 스스로 어머니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기를 바랐다. 자기 집착에 사로잡혀 감정적으로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조와 지낸 햇수가 쌓일수록 로지는 지리멸렬한 관계를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딸 로즈는 작가가 쓴 소설을 읽고 작가 콘스턴스를 찾아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세상을 제 뜻대로 주무르는 데 익숙한 작가는 타자를 칠 수 있는 가정부가 필요했다.

 

   엄마의 소식을 찾아 나선 로라 브라운은 놓쳐버린 길 어딘가에 진정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작가와 함께하였다. 자신감이 적고 두려움이 많았던 로즈에서 대담하고 능률적이며 재미있는 로라로 변신한 딸은 엄마의 자취를 찾아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 상황을 조작해 코니 집에서 일하게 된 로라-로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진짜 누구인지 무시한 채 지내게 되었다. 비밀을 간직한 양파처럼 껍질을 벗겨내도 진실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로라는 변심타이핑이 끝나가면서 처음보다 알기 힘든 어머니에 대한 생각에 머무르자 코니 곁을 떠날 때가 머지 않았음을 예감했다.

 

   오랜 시간을 보낸 삶의 궤적보다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지 못할 때 우리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연인으로 보낸 시간의 다감했던 일들보다 남은 시간이 슬픔으로 채워질 수도 있음을 간파한 이들은 이별을 선택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서로 가꾸지 않으면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처럼 허탈감을 남긴다. 엘리스가 코니를 떠나 다른 선택을 한 것처럼 로즈 역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아 나섰다. 로즈 역시 아이를 출산하고 생물학적 아버지를 묻어 둔 채 가보지 않은 곳으로 향하며 인생 여행에 오른다. 코니는 연인이었던 엘리스와 딸 로즈가 함께 만든 초록 토끼 그림을 액자에 담아 그녀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삶을 지속하듯 로즈 역시 여행에서 돌아와 지난 시간을 정리하며 새 길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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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아버지 부음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가는 길, 부인도 없이 5남매를 키워낸 노인의 깊은 주름살이 떠올랐다. 며칠 전 어머니 일손을 거들기 위해 찾은 친정에서 치매가 와서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는 아버님의 소식을 들었는데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니 황망했다. 독성이 강한 제초제 그라막손 병이 시신 옆에 뒹굴고 있어 음독자살로 사건은 종결됐다.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들고 정신이 들 때면 자식들에게 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리를 그는 이웃에게 종종 전하였다고 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병세 악화로 생활이 마비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동네 어른들의 추정이었다. 뒤늦게 주검을 발견한 그의 동생은 도시로 나가 사는 자식들에게 부음을 전했다.

 

   “너거 아배가 숨을 끊었다. 어서 내려와라.”

    다급한 숙부의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내려왔다는 친구는 얼마나 울었던지 눈덩이가 부어올라 있었다. 아버님이 질병의 고통 없는 세상에서 자식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라며 친구의 손을 붙잡고 등을 토닥거렸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린 망자의 삶을 기리며 문상객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하지만 망자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추모하는 이 없이 외로움 속에 홀로 죽음을 결정하는 이들은 오래 방치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군말 없이 치우는 청소부가 있다. 일찍이 배운 것이 하필이면 시(), 얼굴을 맞대고 말을 건네는 것보다는 글을 쓰는 편이 더 익숙한지라 청소부가 선택한 애도의 방식은 책을 쓰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죽으면 나의 일은 시작된다.’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인 저자는 8년 동안 주검의 최전선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낸 이들의 죽음을 추모한다. 품격을 잃지 않고 살다 가면 좋겠지만 인생은 생각대로 잘 돌아가지 않을 때가 늘어남을 살아갈수록 알아차리게 된다. 다양한 이유로 고독사한 집을 찾았을 때, 기이한 형상을 한 풍경은 삶의 마지막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한다. 질병의 원인에 따라 주검에서 나오는 오물의 양과 냄새 등의 농도는 더해져 특별한 소명 의식이 없으면 처리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이승에서의 신산하였던 생활을 마감하고 마지막 가는 길은 홀로 가는 외로운 길어있다.

 

   사체 썩는 냄새와 쌓여가는 배달 물건 등으로 죽음을 알리는 고인의 집을 말끔히 정리하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특수청소부의 글을 보며 죽음을 향하는 길이 고독하지 않았으면 한다. 태어난 자는 죽음을 향하는 인생 열차에 올라탄 셈이다. 자신의 죽음을 예비하고 사용한 번개탄 봉투와 가스 뚜껑까지 분리수거함에 정리해 둔 고인의 몸짓을 떠올리면 안쓰러워진다. 어떤 이유에서든 홀로 인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이의 손길로 이승에서의 모진 삶도 갈무리되는 것이라 여긴다.

 

    유한한 삶에서 생자필멸(生者必滅)이란 숙명을 피해 갈 방법이 없음을 자각하면서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다양한 형태로 삶의 궤적을 남긴 이들은 절망적인 삶의 현실을 향해 저주를 토해내듯 죽음을 맞았다.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조차 확보되지 않은 세상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통을 막아버린 죽음은 목숨을 보전할 힘조차 예비하지 않았다. 특수 장비를 갖추고 주검의 흔적들을 치우며 망자(亡者)의 곁을 들여다보며 지난한 세월 속 고단했을 시간을 떠올린다. 살아있는 감각으로 맞닥뜨리며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기에는 버거운 극한의 시간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가진 것이 없고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의 죽음에 싸인 삶의 조각들을 통해 유한한 삶에 가치를 담으며 지난 시간들을 불러낸다. 무연고 죽음이나 고독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는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 의뢰인의 고충을 처리하며 스스로를 옭아매던 시간에서 벗어나 지금의 시간에 충실할 필요를 느낀다. 변변한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채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한 줌 재로 변했을 주검을 뒤로 하고 말끔히 청소하는 고역을 마다하지 않았을 집 청소는 이뤄졌을 것이다. 갖가지 사연을 품고 살다 간 사람들의 마지막을 가늠하며 그들이 남긴 흔적을 치우는 움직임에는 망자의 고단했던 삶을 위로하는 의식이 함께했으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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