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 - 성전문가 배정원의 All About Sex
배정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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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교 없는 여자는 바람 빠진 풍선 같다는 농담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면서도 유연한 행동으로 남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련의 행동으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여길 때가 있다. 의리를 중시하고 사람이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인간관계의 영역을 확장해 온 남자와의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부부는 평행선을 긋고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하는데 치중하느라 서로의 외로움을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 결혼은 부부 간의 육체적 소통을 허락해주는 공인된 의식으로 서로의 정을 쌓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생활이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다.

   낯 뜨거운 제목으로 치부하면서도 책장을 열어 내용을 좋아갈수록 결혼 생활 22년 째인 부부의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직장 생활에 지쳐 돌아오면 서로에게 데면데면해져 소통의 고리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낼 때가 제법 많았다. 가족끼리 관계를 하냐는 농담 저변에 깔린 음울함을 떨쳐버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는지도 모른다. 원만한 섹스는 부부에게 기쁨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육체적 대화임을 알면서도 서로에게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부부는 무탈하게 지내며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여기며 지내왔던 것도 사실이다.

   아내와 엄마의 자리보다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자의식이 강하게 자리하여 중년 여자의 헛헛함을 채워 줄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자신과 맞닥뜨릴 때면 당혹스러워질 때도 있지만 새롭게 시도하는 긍정적인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익숙함에 길들여져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체념하고 살아왔던 생활에 새로운 물꼬를 트게 하는 성 전문가의 조언은 그동안 불온시하고 금기시하던 성에 대한 고민을 면밀히 살피게 한다. 다양한 상담과 조언을 통해 저자는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온몸과 마음을 다해 함께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소통인 섹스는 단순한 신체적 결합이 아닌 몸과 마음과 영혼의 소통이라고 단언한다.

종족보존을 모두로 하는 성욕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 놓고 욕구를 충족하려는 움직임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지난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개방적 흐름 아래 인간의 부부가 행복해지기 위한 충족 요건으로 여긴다. 사랑의 한 표현으로 섹스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화학작용을 일으켜 두 사람 관계를 돈독히 하는 행위인 만큼 서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남녀의 생물학적 구조의 차이뿐 아니라 심리적 기저의 차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성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 상대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상대를 배려하고 사랑할 때 섹스 역시 진화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성교 횟수나 시간, 기술적인 측면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사랑하기 위해 두 사람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일로 귀결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회적 관계로 회한에 젖는 일보다는 적절한 신호로 상대의 관심을 모으고 권태를 벗어날 수 있는 자극으로 부부가 충일한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결혼하여 그 생활이 지속될 때 연애 시절의 열정은 사라지고 부부 간의 애착관계로 넘어가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무뎌지는 게 보편적인 현상이다. 일상에 매몰되어 찾지 못하던 소소한 낭만을 찾아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생활 속에 변화를 시도하는 일련의 움직임 속에 오랫동안 친밀감을 나누는 관계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가운데 조화로운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금해야 할 것들과 권해야 할 것들을 숙지하여 의무방어전처럼 이뤄지던 섹스에서 벗어나 소통 가능한섹스를 위한 안내서를 통해 나이 들어도 서로를 사랑하며 사는 부부의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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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내 친구 - 아이의 두뇌를 깨우는 고전 읽기 가이드
안진훈.김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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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내어 책을 읽으며 가치 있는 내용을 전하는 시간 눈빛을 반짝이며 가르치는 이를 쳐다보는 아이들과의 마주칠 때면 뜻 모를 희열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책을 읽고 표현하는 가운데 스스로 발전해왔다고 여기게 될 때면 책과 함께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책을 읽으며 나이 들어도 도태되지 않는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희망이 변죽을 울린다. 삶의 의미를 찾아 현재적 삶에 충실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케 하는 독서는 깨어 있는 정신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창의적인 틀을 제공해 준다. 록펠러가 설립한 미국 시카고 대학이 세계적인 명문대로 부상하게 된 비결은 '고전 읽기'에 있었다는 보도가 고전 읽기 운동과 함께 거론될 때마다 불후의 명작으로 불리는 고전의 힘을 가늠케 한다. 흡수력이 좋은 아이들과 함께 고전을 읽고 대화하는 길잡이 기능을 하는 책 <<고전은 내 친구>>는 할머니가 이야기를 전해주었을 때의 흥미를 되살려준다.

 

   등교한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책을 보는 시간 정숙한 교실에서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책 내용이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들과 만나는 아침 자율학습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다. 책을 정독하고 생각을 풀어내는 활동을 장려하는 상을 전할 때면 아이들은 다음에는 자신도 독서 상을 받을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주장했던 한비자와 견줄 수 있는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윤리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나라를 통치하되 변덕스러운 대중을 이끌기 위해서는 두려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한 베이컨은 신기관을 통해 많은 자료를 통해 질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것이 철학의 참된 임무라 여기며 기존의 귀납적 방법의 한계를 넘는 사유를 담았다. 다양한 고전을 테마 별로 담고 적절한 예를 들어 사유하는 가운데 통찰력 있는 문제 해결로 현안을 풀어가는 열쇠를 제공한다.

 

   부모 슬하를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 돌연한 일들과 조우하면서 살아갈 때 파생되는 만남은 자신의 신념과는 거리가 먼 움직임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여 현상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통찰력 있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유형의 고전은 군상(群像)들의 소소한 일상의 풍경에 깃든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 물음에 답하는 사이 질적인 향상으로 자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작품 속 핵심을 찾아 함께 궁구하고 예화로 든 이야기에 관한 의견을 나누며 적절한 발문으로 아이의 생각을 끌어낼 때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시험을 앞두고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정답을 맞히는 기술을 익혀 높은 등급을 받으려는 이들을 만날 때가 종종 있다.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적당히 정답을 찾는 훈련으로 발등의 불을 끄려는 근시안적 태도로 일관하기보다는 매일 해야 할 일을 적게 지속하는 일이 필요함을 노자는 말하였다. 리어왕은 지도자가 지켜야 할 사회적 윤리를 도외시하고 딸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개인 윤리를 중시하여 나라를 위태롭게 하였다. 분별력을 잃고 행동하다 패가망신하고 공적 조직까지 파괴하는 우를 번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전 속 주인공들의 삶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는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를 좇아 안정적인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도전을 서슴지 않았다. 가장의 책임에 얽매여 6펜스로 상징되는 현실적 삶을 잇기보다는 이상을 찾아 달의 세계로 떠났다. 타인의 시선에 짓눌려 자신의 꿈을 유폐한 채 사는 일이 현명하지 않은 일이라고 보았기에 주인공은 실존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왔던 가장이 집을 나가 낯선 이들과 만나 기존의 삶과는 다른 일상을 잇는 삶을 다룬 소설 소금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은 묻어둔 채 지내왔던 아버지의 슬픈 생활에 눈물을 흘렸다. 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대우받기보다는 돈을 주고 물질을 채워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가장의 굴레는 카프카의 변신속 보험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의 죽음과도 상통한다. 한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일이 쉽지 않음은 인간관계 역시 피상적으로 흘러 자신의 욕구를 채워 주는 수단으로 간주하고 희생을 강요한 데서 기인한다. 딸들을 지원할 부의 토대를 잃고 빈털터리가 된 고리오 영감은 딸들에게 무용지물이 되어 죽음을 맞은 영감의 장례식은 딸들이 나타나지 않아 고리오 영감의 왜곡된 사랑이 자초한 일로 비춰진다. 자식이 자신만을 생각할 때 불효는 시작됨을 일깨워주는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철학 없이 아이들을 길렀을 때의 화근은 도처에 자리하여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시대가 흘러도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담은 고전을 시대적 맥락에 걸맞은 변주로 새로운 꿈과 희망을 찾아 나설 때 창의적 삶의 기틀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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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테오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은 바람을 담아 쓴 그의 글을

 만나고 싶습니다.

 여섯 달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살고 싶은 마음을

 책으로 대신합니다.

 

 

 

 

 

 

 

 

 

특별한 하루로 여겨질 어떤 하루라는 제목이

 끄는 힘이 큽니다.

 벚꽃이 활짝 피어난 교정에서 반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 하나를 남겼습니다.

 평범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의미를 일깨워 줄 책

 만나보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을 더 중시하는

핀란드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핀란드로부터 새로운 출발점을 잡고 싶은 마음을

담습니다. 

 

 

 

 

 

 

 

 

 

 배우며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면서 공부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무엇이든 많이 알아야 통합적인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며 교과서적 지식의 범주를 넘어 앎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싶은 마음을 공부하는 가족에서 발견합니다.

 평생 공부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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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월에 읽고 싶은 책들(14기 신간평가단)
    from 자성지님의 서재 2014-05-05 18:05 
    어처구니 없는 일련의 사고 앞에 망연자실하여 헛헛함만 가득했던 4월이 지났다.뭔가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눈물만 자꾸 흘렀다.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현실로 나타나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영면한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게할 수 있는 일일 뿐이다. 5월 창 너머 연초록 잎은 무성해지고 머지 않아 진초록으로 사방은 숲을 이룰 것이다.청신한 기운이 대한민국 전역에 가득하여 희망으로 차오르길 바라며 5월에 읽고 싶은 책들을 선택하였다.
 
 
 
강신주의 다상담 3 - 소비·가면·늙음·꿈·종교와 죽음 편 강신주의 다상담 3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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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배물이 밀려들 때에는 하루에도 서너 박스가 도착하여 주변인들의 시선을 의식할 때가 있다. 클릭으로 물건을 구매하다 보니 언제 어떤 상품을 주문했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어 소비를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손쉽게 재화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을 들어 필요 이상의 상품을 구매한다. 벌어온 만큼 쓰게 되어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듯 소비함으로써 주인으로 자리하는 즐거움에 빠져 수중에 남는 것 없이 돈을 쓸 때가 있다. 힘들게 번 돈을 너무 쉽게 소비하는 노동자는 돈을 쓸 때만큼은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고 주인이 되고 싶다는 유혹에 소비 욕망이 커진다는 저자의 말은 계획 없이 소비하여왔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돈을 쓰면서 얻은 일시적인 자유와 기쁨에 계속 일함으로써 돈을 벌고 다시 소비하는 순환의 고리를 끓기 위해 소비하는 자유 대신 긍정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정체성 있는 자신으로 설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욕망의 집어등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욕구를 충족시키고 불만을 해소하는 소비는 찰나의 행복을 주고 회한을 남기는 지출일 뿐 본질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쓴다는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새기며 소비지향적인 생활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면서 다른 것을 요구하는 일은 상대를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니 도움을 줬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하였고, 소비를 일삼아도 행복하지 않아 고민인 내담자에게는 소비 목록 리스트를 작성할 것을 당부했다. 자본을 가진 이가 우월함을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본주의를 회복하는 길은 자기 가족 중심의 배타적인 사랑이 아닌 타인에 대한 사랑과 연대로 살아갈 때 점진적으로 나아질 수 있음을 되새긴다 

   싱그러운 나이 팔딱거리는 생명력으로 거리를 활보할 때는 맨얼굴로 나섰다는 자각도 잊은 채 목적지로 향하였다. 나이 들어 주름이 잡히고 얼굴에 잡티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 화장으로 얼굴을 가리며 진솔함을 감추고 위장술을 펼치고 사는 일상에 익숙해졌다. 마음에 내키지 않아도 싫은 내색 없이 모임에 참석하였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싫어도 함께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나란 존재에 대한 환멸은 커져갔고 급기야는 내면의 소리에 따라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줄여갈 수 있었다. 약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사는 우리들은 상황에 순응하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가면을 벗고 맨얼굴로 지낼 때가 있다. 가면과 맨얼굴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과의 상담 시간이 무르익어갈수록 가면을 벗지 못한 채 살아가는 약자들의 아픔은 깊은 상처를 드러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과 감정을 검열하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삶을 사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는 게 잘사는 것처럼 보인다.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끊을 수도 있는 관계에서 맺고 있어야 가치 있다는 구절에서처럼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인 친구나 애인 앞에서는 가면을 벗고 맨얼굴로 대했을 때만이 그 관계는 지속되고 두터워질 것이다

   40대 후반의 나이 흔들림 없이 포용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부는 바람에 가슴이 저리고 내리는 빗소리는 가슴으로 파고들어 마음을 적신다.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며 일상을 보내기 힘들다는 친구들의 하소연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육신을 마주하는 일은 서글픈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젊은이는 노동자와 소비자로서 각광을 받게 되지만 늙은이는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 퇴물로 전락하여 존재감을 상실한 채 생존하는 이로 비춰지기 때문에 늙음을 피하고 싶은 욕구는 커진다. 나이 듦을 배척하는 시류가 팽배해질수록 늙음에 대한 공포가 늘어나는 점을 이용하여 부가적인 이익을 남기려는 자본가들은 안티 에이징 열풍을 초래하였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사실에서 비껴날 수 없는 우리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자연스레 노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해진 궤도를 걷다가도 돌연한 일들을 겪으며 체득한 생명력은 완숙함을 배태한 만큼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두고 당당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 하나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꿈은 없어야 한다.’

   꿈을 화제로 삼은 저자는 꿈이 없어야 한다니 의아스러운 마음으로 행간을 좇아 읽어갔다. 큰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여기며 꿈 없이 지내는 아이들을 한심하게 여기며 질책해왔는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꿈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는 미래를 걱정하거나 미래의 일을 당겨 백일몽을 꾸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재적 삶을 살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꿈을 설정하고 실현하려는 목적에서 스스로를 옥죄며 현재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유예하고 버거운 일상을 잇는 일에서 탈피하여 현실을 향유하는 수준에 이르도록 자신을 배려해야 한다. 현재에 몰두하여 행복했던 경험이 하루하루 쌓여 일생을 이룬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내일만을 염두에 두느라 현재적 삶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적당히 즐기며 살고 싶은 한량의 꿈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는 고독을 다반사로 끼고 살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지 생각의 물꼬를 터갔다. 공부를 잘하면 꿈을 이루며 살 가능성이 높다는 교육 체제에 반하는 강의를 접하면서 현재를 향유하는 자신과 대면할 때 현실에서 실현시켜야 할 꿈이 의지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중년의 고향 친구들 문자 메시지 중 대부분은 직계존속의 부음을 전하며 발인 일을 적은 근조(謹弔) 안내다. 자식들 뒷바라지하며 사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이 지내다 노년에 병을 얻어 자리보전하고 있다가 돌아가신 부모님들은 애도받기보다는 이승에서 더 이상 고생하지 않고 잘 돌아가셨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3인칭으로 객관화하여 문상을 하다 보니 조문객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을 불러 모아 되새기는 추억의 마당에서 놀음을 즐기는 무례함도 있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부재하는 현실에서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를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음을 후회하며 비통해하는 시적화자의 절규가 김소월의 초혼(招魂)’ 시에는 나온다. 죽은 사람을 2인칭 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상대를 사랑할 때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에 고통을 느낀다. 저자는 사랑하는 너를 잃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종교로 위로받으려는 행동은 유치한 일로 치부하며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랑의 상실과 결여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고 종교에 빠지게 된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자신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자기 만족도를 높여 갈 때 불행한 일들을 견디며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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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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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시간 속 통념에 생각을 저당 잡힌 채 관습적으로 움직이며 단조로운 삶을 살다가도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삶의 주인공으로 행복한 일상을 엮고 있는지 반문할 때가 있다. 오롯한 정신으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갈 시간이 점점 짧아질수록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하고 싶은 일들을 실천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현재적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수록 회한을 짙게 드리우고 과거 지향적인 푸념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따라야함에도 불구하고 뒷발걸음질치며 사는 일은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차린다. 타인이 정해 놓은 잣대를 기준으로 성공적인 삶으로 규정해두고 자신을 비교하며 비하하는 일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스스로 중심을 바로 잡고 지금을 충실히 살면, 세상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의연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새벽까지 깨어 있던 아들이 잠결에 일어나다 부주의로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을 때는 건강하게만 성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건강을 회복하고 나면 공부를 잘하여 상위 등급을 받기를 바라는 욕심을 내고 만다.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지 않은 아이를 닦달하며 공부하는 기계로 숙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놓지 않은 채 집착과 외면을 반복해 왔다. 아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공부를 하고 경험 속에 자신의 꿈을 품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배려하는 일은 욕망의 끈을 내려놓음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껏 숱한 욕망에 짓눌려 행복한 삶과는 괴리된 채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욕망들을 내려놓음으로써 행복한 삶의 마중물을 준비할 일이다. 불가항력적으로 태어나 시작된 인생에서 주어진 삶의 생명이 다하면 스러지고 말 삶에서 즐거워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인생 후반전을 살아갈 지금 절실해 보인다. 계절이 변화해 물상(物象)이 빛깔을 달리 하는 것처럼 사람 관계 역시 변하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도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마음가짐으로 비춰진다.

 

   교정 너머 흩날리는 눈을 맞고 서 있는 대나무는 제 빛깔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 의연히 서 있다. 인과적 질서로 움직여지지 않는 인생에서 시련에 맞닥뜨릴 때마다 심리적 동요는 크게 일었고 육신은 피폐해져 헤어나기 힘들다고 절망할 수는 없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고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시련을 극복해 가는 힘을 쌓을 수 있었다. 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통해 배우는 가운데 어떤 일이 일어나든 덜 구애받을 만큼 내면의 힘을 키우는 일은 세상을 잘 사는 방법중 하나다. 어떤 조건이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상 속 수행을 실천함으로써 자식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을 때 시야가 열리면서 행복이 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수행이란 오늘 못 살면서 내일이 좋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욕심이다. 숨이 끊어져 몸이 흩어지는 것이나 하루하루 세포가 바뀌는 것이나 똑같은 변화일 뿐이다. 상상하는 상을 기준에 두고 맞추려 하다 보니 절망하기 일쑤다. 좀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일이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살아 있을 때는 후회 없이 잘해주고, 죽고 나면 더 이상 잡지 않고 잘 보내주어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피붙이와의 사별은 가슴에 슬픔의 멍울을 깊게 남긴다. 인연이 다하면 이별하는 게 순리일진대 영생할 것처럼 여기다 돌연한 죽음을 직면했을 때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해 오열할 때가 있다. 죽은 아들 때문에 울고 있으면 아들이 나에게 고통을 주고 간 거고, 아들을 통해서 인생의 지혜를 얻으면 아들이 엄마에게 큰 선물을 주고 간 것이라는 말처럼 먼저 간 자식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는 일이 영가를 위하는 길로 비춰진다.  살다 보면 악연으로 만나서인지 얽히고설킨 매듭을 푸는 일이 원만하지 않아 심신이 피폐해질 때가 있다. 인연의 매듭을 푸는 것은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꾸는 데서 출발하여 참회와 감사 기도로 털어버리고, 새로운 삶은 희망을 가지고 준비해가는 게 좋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처럼 바라는 것 없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저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며 불화하던 부부가 헤어질 수도 있음을 받아들임으로써 부부의 연을 맺고 같이 살았던 시간을 상처로 남기지 않는 게 현명하다.

 

  아들이 건강을 잃었을 때는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만이 최고라고 여기면서도 아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나면 공부를 안 한다고 질책하며 집착하고 푸념하며 외면하기를 반복하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서로 간에 반목은 커진다. 자식에 대해 잔소리하는 것은 집착이고 성질대로 안 되어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는 외면을 되풀이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아들의 삶은 아들 삶이고 내 삶은 내 삶이라는 인식으로 자식과 선을 분명히 그음으로써 자식들에게 냉정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 평생 부모 그늘에서 자식이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형편이 어렵다고 괴로워만 할 게 아니라 베푸는 마음을 내면 오히려 부자가 되고 삶에 대해서도 의연해질 수 있음을 잊지 말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식을 키웠다 해도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한 자식에 대한 기대와 집착, 간섭을 내려놓아 서로가 자력 갱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젊었을 때는 화복 탄력성이 높지만 나이 들어서는 회복은커녕 손을 쓰기도 힘들게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 늘어나는 뱃살과 주름살 못지않게 우울함을 증식시킨다. 지금껏 지배해 온 관습에 젖어 나이 든 티를 내면서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노년은 맞지 않기 위해서는 중년인 지금부터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직장에 다닐 때부터 마음공부를 병행하여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해 가는 길에 봉사 활동은 자못 큰 의미를 갖는다. 나이 들수록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게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보살은 일체 중생을 구제하되, 중생을 구제한다는 생각이 없다.’- 금강경

 

   봉사로 회향하는 일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자비심을 잃지 않은 채 보리심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다.

 

   속인들의 잣대에 편승하여 살기보다는 삶의 중심을 바로 잡고 선택과 집중으로 인생의 주인공으로 자리하여 갈 때 삶의 가치는 더해질 것이다. 미답의 길을 걸을 때면 위험부담이 따르더라도 변화를 시도하며 사는 일이 인생의 소중한 자산으로 축적된다. 미리 경험해 보고 판단함으로써 실패를 줄이고 설령 실패를 경험하게 되더라도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로 일상의 면역력을 길러 앞으로의 삶을 자신감 있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한탄하고 후회하는 삶으로 뒤처지기보다는 잘못했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고치려 노력할 때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그 행복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지속 가능한 행복을 좇으며, 자신의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인생을 살아가는 길은 삶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쓰면서 행복을 유예하지 않고 오늘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삶은 살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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