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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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 리를 걸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줄곧 학교를 다니고 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계단을 올라 삐걱거리는 복도를 지나 도착한 교실은 사각 틀로 규격화된 모습이라 낯설었다. 처음 만난 옆 동네 아이들과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먼저 인사치레의 말을 걸었다. 가슴팍에 접힌 손수건을 한 장씩 달고 서로의 이름을 말하는 풍경이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여덟 살. 처음 발을 내디딘 학교라는 곳은 여러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학교 뒷산으로 가 식물을 채집하고 무더위를 피해 개울에 발을 담그는 여유가 있었다. 60명이 넘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행동에 제약이 있다는 불만보다는 함께여서 웃을 일이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짝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였고, 둘이 머리를 뛰어 뜯어도 해결이 안 될 때에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협동학습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때 맞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친구들을 경쟁상대로 여기는 풍토가 만연하여 학교 가는 길이 즐겁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수포자로 전락하여 자존감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영어 단어를 발음하며 익히다 보니 자연스레 발음기호를 읽을 수 있게 되어 스스로 뿌듯해하던 중1 시절과는 달리 무능감이 늘어난 자신과 만나는 일은 자괴감마저 들었다. 상급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읽기 시작한 문학 전집은 교실 밖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하였다. 덕분에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단에서 십대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숭고한 가치를 발견하며 산 지 32년이 지났다.

 

   교과서로 수업하면서도 교과서에서 다룬 내용을 심화할 만한 교과서 밖의 책들을 곁들이면서 앎의 영역을 확장하여 지적 호기심을 더한 생활은 값진 경험이다. 학자의 삶을 재조명하여 그가 걸어온 인생의 궤적을 찾아가는 과정은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도 가능하지만, 문답 형식으로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투박하면서도 야성적인 질문자의 물음에 생태학자는 놀이처럼 배우며 가르치는 삶 속에 깃든 공부의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한때는 수포자(?)이기도 했고, 서울대학교 동물학과에 다녔던 최 교수가 미국 유학을 통해 공부의 재미를 한껏 찾아 인생의 전환점을 찾는 과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유학 중에 만난 아내와의 결혼 생활을 보면서 배움과 성장이 있는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아들 양육으로 학업을 중단한 아내를 독려하여 하던 공부를 지속하게 하면서 아들을 함께 돌보기 위해 먼저 집안일을 행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읽어주면서 책 읽는 습관을 붙여 준 의미 있는 활동은 훗날 아들이 벤처 일을 하면서 살아갈 토대를 마련해 준 일로 가늠될 정도다. 저자는 대학교수를 택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지 않겠냐고 아들에게 묻지만, 아들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며 격려해줄 뿐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을 남이 좋아하는 것에 끌려 다니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용기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창의력 신장 교육을 주장하고 있는 교육계이지만 현실은 고답적이다. 평균적인 생각을 넘어서면 편견을 갖기 일쑤고, 일반계고교에서는 여전히 SKY대학교 진학률을 입시 성공의 잣대로 삼고 있으니 골수에 박힌 입시 서열화를 넘어서지 못하니 안타깝다. 고등학교 근무 당시 독서력으로 공부 내공을 쌓아 독보적인 1등을 유지하는 여학생에게 교사들 열에 아홉은 의대 진학을 위해 이과를 선택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여학생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문과를 선택해 공부하며 S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해 학보사 기자와 학회 활동 등 여러 경험을 쌓고 있다는 후문을 들은 적이 있다.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찾아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하며 그 속에서 앎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면, 그 길이 울퉁불퉁한 길이더라도 좋아서 걷는 길이길 바란다.


   창의력이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 말하며 창의력 신장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강조하는 현실에서 학자는 환경과 인간수업을 할 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창의성 발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듯했다. 학생들은 소위원회를 결성해 수립한 기획에 걸맞은 현안을 해결하며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는 수업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는 일부터 시작한다. 물상들을 찾아 나가서 뒤져보고 찔러보며 호기심을 충족하여 앎의 세계를 열어 줄 강의도 들어 심층적인 이해를 도와야 한다. 관심 있는 일을 행하는 전문가를 찾아 궁금증을 해소하며 용기 있게 나서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 능동적인 태도는 소심한 이들에게는 작은 변화라도 추구하며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 개인의 역량만을 신장하는 형태로 변질된 교육 현실에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실천은 작은 규모의 학교에서부터 시작될 때 희망적이다. 서로 협업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연대하는 힘으로 공동체의 발전까지 도모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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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금산 교육마을 이야기
여태전 지음 / 남해오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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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농촌 학교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지역민들 중심으로 일어났다. 재단 이사장과 재단 실무를 맡은 이들의 상주중학교 살리기 운동은 여러 방법을 찾았다. 학교 살리기를 위한 워크숍을 몇 차례 열며 축구부를 창단해 운영하였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이탈 학생들이 늘어 지역 학교 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절박함으로 재단 이사장과 실장은 태봉고 교장으로 재직하던 선생님을 찾아 조언을 구하였다. 상주중학교 실무진은 특성화중학교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대안 교육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교장 선생님 초빙을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하며 발품을 팔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태봉고 교장 자리에서 물러난 저자를 상주중학교-대안특성화중학교-초대 교장으로 초빙하여 폐교 위기에 놓인 상주중학교는 새로운 학교로 출발하게 되었다.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

   라는 구호에 걸맞은 특성화중학교로의 전환을 위한 계획서를 면밀히 작성해 20151월 특성화중학교로 지정된 상주중학교는 대안 중학교로 철발을 떼었다. 선생님은 성적 중심의 경쟁 교육으로 치닫는 공교육 현장에서의 고달픈 일상보다는 교육 3주체가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학교생활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그리며 학교 경영에 임하였다. 1기 신입생 모집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1기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2기 신입생 모집 때는 경남 지역 학생들로 모두 충원되었다. 대안학교는 문제아가 다니는 학교라는 인식에서 조금씩 벗어나 지역민들과 함께 존재하는 금산 지구 마을학교로 변모하는 상주중학교의 모습에는 교육 3주체의 열정과 정성이 녹아 있는 듯했다.

 


   학부모의 인터뷰 대안으로 설립된 대안 교육 현장에서 뼈가 굵은 교사로 학교 현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좋은 교사를 찾아내 지원하고 돕는 교장이길 자청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30년 넘는 경력 교사로 제도의 부정적인 면을 토로하고 누군가를 탓하며 지내온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아이들에게 독서 환경을 만들어 책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와 학생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F·C 학생들이라 어쩔 수 없다며 쉽게 포기한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도서관에서 찾고 싶은 분야의 도서 마당에서 학생들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져 지내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인 것을 간과하고 지내온 1학기 수업을 떠올린다. 독자는 매일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매일 책을 읽지 않는 점을 들어 좀 더 강하게 책 읽기를 권하였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창의적 인재를 육성한다는 교육 철학과는 달리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 사고를 굳히는 교육 현실에 반기를 들고 학교를 그만 두는 아이들은 늘어난다. 현재의 학교는 유연한 태도로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는 삶의 방식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아이들을 길러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회의한다. 교과서적 지식 섭렵을 넘어선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생각과 마음을 담아오는 여정으로 한 개인을 성장케 하는 원동력이다. 드넓은 초원 위를 달리며 큰 꿈을 실현한 칭기즈칸의 강인한 삶의 여정을 닮고 싶은 마음으로 몽골 학생들과의 교류를 감행한 의지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전과 시도로 비춰진다.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 자유학교, 영국의 서머힐, 미국의 차터 스쿨 등을 찾아 연구하며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대안 학교의 본질을 회복해 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돈과 권력과 명예보다도 책과 사람과 대자연을 더 좋아했던 고 최현국 효암학원 이사장과의 인연은 효암고등학교에서의 교사 생활에 철학적 깊이를 더한 시간처럼 보인다. 쉽고 편안한 길은 스스로를 멸망케 한다며 배움과 성찰의 끈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배워 교육적 이상을 실천한 스승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안학교 교장이 학교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안학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주장하던 선생님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주중학교에서 꽃을 피운 듯하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결성 후 지역민들과 상생하는 공동체로 함께하는 이들과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선순환 시스템으로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매 학기 진행하는 학부모 연수는 상주중 교원들과 학부모가 우정을 나누며 함께 배우는 자리를 마련하여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 퇴직 후 선생님은 오랫동안 꿈꿔 온 일을 실현하려는 공간에서 새로운 2막을 시작한다. 대안교육 교사양성센터를 설립하여 우수한 교원 양성을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새로운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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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부모 - 내 안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셰팔리 차바리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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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3일 딸의 서른 번째 생일경제적 자립으로 독립적인 삶을 사는 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세상에 내 딸로 와 힘들고 지칠 때 힘을 주는 보물!

  서른 돌을 축하해우여곡절을 겪으며 잘 자란 딸과 함께하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며 영혼의 동반자로 함께하는 인연에 고마워.’

엄마의 축하 메시지에 딸은,

낳아주고 예쁘게 길러줘서 고마워엄마!’

라고 화답했다.

 

   30년 전만 해도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양육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시기라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느라 무던히도 애를 쓰며 보내야 했다부부는 타고난 기질대로 살며 부모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돌보느라 좌충우돌하며 상충하기 일쑤였다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녀를 양육하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 농사인데 부부는 자녀가 내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바쁘다는 이유로 부모의 뜻에 굴복하는 아이로 키우면서도 무의식이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춘기 절정이었던 중학교 시절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딸은 행해서는 안 될 일들을 벌이며 부모 속을 썩였다집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밖에서 해결하며 거짓말을 늘어놓았고후배들을 한자리에 모아 훈계하는 등의 행동으로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 적도 있다사춘기 정점을 달리던 딸의 방황은 중학교 졸업 후 자취를 감추고 제자리를 찾았지만 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야 했다대화와 교환 일기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조금씩 제자리를 잡아가는가 하더니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함께 관람하며 영화 이야기를 나눴고, 딸의 사소한  행동을 칭찬하며 조금씩 모녀 간의 정을 쌓아갔다. 서로 주고받은 상처와 치유의 과정 덕분에 지금은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생 친구로 소통하며 지내니 감사할 일이다.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과거의 행적을 들추기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녀들을 대하자고 마음먹으면서도 그동안 행하던 대로 자식을 통제해 왔다.  자식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을 말하며 부모의 권위에 복종하고 부모 의견에 순종하는 자식을 그렸다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아이 기질에 맞춰 양육방식을 정하고 아이가 필요로 하는 부모로 나아가지 못한 점이 회한으로 남는다부모의 양육 방식이 양육 철학에 대한 고민도 없이 깨어있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일상에서 무의식이 미치는 영향을 계속해서 알아차리는 것임을 재발견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나의 오래된 습관과 낡은 패턴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이십 대 후반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슬하의 오누이를 키운 어머니는 아비 없는 후레자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생활 규범에 어긋나는 언행 단속이 엄중했다통제와 강압적 훈육에 길들여진 습관은 자녀 양육에도 투영되어 부모의 방식을 아이에게 강요함으로써 아이의 영혼을 파괴하였다자녀양육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할 때도 자신에게서 답을 찾기보다는 육아에 신경을 안 쓰는 남편 탓으로 돌리며 상대를 원망하는 마음이 컸다동상이몽(同床異夢)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각자 머릿속에 넣고 다니던 자아상으로 서로를 갉아 생채기를 내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부모는 에고에 사로잡혀 권위를 내세우며 아이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이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해야 함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도 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 일부분이라고 여기며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부모는 아이가 자기감정에 스스로를 내맡기며 자기감정을 견딜 수 있는 깨어있는 유기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아이가 유아기에서부터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성장하면서 겪는 단계적 시행착오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때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부모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다아이와 부모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교감하는 순간을 늘려감으로써 끈끈한 유대를 형성해 갈 때 부모와 자식은 영혼의 동반자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하던 아이들은 어느 새 성년이 되어 제 갈 길을 걷고 있다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당위성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의 한계를 수용하기보다는 극복하라고 다그쳤다. 부모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아이에게 울분을 쏟았던 부끄러운 시간을 성찰한다 정답에 초점을 맞추고성공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표현하며 살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돕는 부모이고 싶다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요함 속에 내면을 이해하고 사색하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자신을 지탱하고 회복시키는 정서적 힘이 자기 안에 있음을 알아차리게 이끄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중학교 시절 딸의 문제 있는 행동에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채 극단적으로 분노하며 폭력을 행사했던 적이 떠올라 괴란쩍어진다.

 

   급속도로 다변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복합적인 요구를 이해하고  예측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부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자유를 주고아이에게 부모의 생각을 따르도록 부탁해야 한다부모로서 아이가 주요 규칙을 어겼을 때에는 단호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아이가 유연한 규칙을 어겼을 때에는 타협이나 수용으로 아이를 대해야 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부모는 행동의 근원이 되는 감정을 조절하여 적절히 행동하는 습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아이를 지켜봐야 한다.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며 진솔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양육 환경 조성은 부모와 자식의 성숙한 관계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관행대로 움직이며 살기보다는 깨어있는 부모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고요한 시간 속에 내면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이들에게 안부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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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온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97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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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텁지근한 날은 계속 되고 장맛비를 예고하던 기상청 뉴스는 권위를 잃고 만 날, 가뭄으로 타 들어가는 작물들에게 기쁨을 줄 생명의 빗줄기는 쉬이 내리지 않는다. 습도가 높은데다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니 아이들은 숨을 쉬기도 쉽지 않다며 너스레를 떤다. 소나기라도 내린다면 좋겠지만 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바람을 타고 날아 가버렸다. 밤중이라도 비가 내리기를 바라며 여름이 성큼 왔음을 알리는 태양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동네 아이들과 함께 더위를 피해 물장난을 치며 놀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모든 것이 변변치 않은 시절 동네 아이들은 바가지에 물을 퍼 담아 서로를 향해 물을 뿌리며 신나게 놀았다. 하루에도 수차례 손빨래를 해야 한다며 자식들에게 욕을 퍼붓는 엄마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엄마들의 고함 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달리며 놀다 지치면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널찍한 소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하였다. 정적을 참지 못하던 친구는 어른들이 즐겨 부르던 유행가를 부르며 흥을 돋우면 옆에 앉은 아이들도 함께 노래하며 여름을 보냈다.

 

   뜨거워진 지구촌 곳곳에서는 폭염으로 죽어가는 동물들이 늘고 온열질환으로 숨을 거두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여름이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들으며 3악장으로 이뤄진 여름이 온다그림책을 찬찬히 본다. 음악적 기호의 의미를 담아 빠르지 않게 시작되는 1악장에서는 잔잔하게 이어지다 정신없이 몰아치며 강렬함으로 선회한다. 열기로 가득한 대지의 열을 낮추고, 더위를 식히기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시원한 물줄기를 쏘는 아이의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청량하게 한다.

 

   여름이 온다는 신호탄은 물 풍선을 쥔 아이가 물싸움을 시작하며 크레용의 굵은 재질과 콜라주로 신나는 물장난으로 이어진다. 2악장과 3악장으로 이어질수록 리듬은 빨라지면서 아이들의 물총 싸움은 고무호스를 이용해 길게 뻗어나가는 물줄기로 온 마당을 적시며 끝이 났다. 신나게 물놀이하는 아이들 곁에 있던 강아지도 물줄기를 맞으며 꼬리를 흔들어 물을 털어낸다. 길어진 여름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동심으로 돌아가 더위를 피하며 즐기던 추억을 반추한다.

 

   2~3악장으로 넘어갈수록 악보의 선과 물방울의 점이 어우러져 흥을 더하며 강렬한 태양을 덮은 구름덩이가 폭우를 몰고 올 것처럼 보인다. 뜨겁게 달군 열기를 식히는 빗줄기는 바람과 함께 몰려와 아이의 주황색 우산을 날려 버린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우산은 뒤집어진 채 살을 드러내 자리를 피한 아이들은 한여름의 폭풍 속 찰나의 고요에 젖는다.

 

  3악장이 끝난 후 물놀이하던 아이들도 무대 위로 올라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며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QR코드를 재생해 음악을 들으며 그림책 속 여름은 낯익은 풍경으로 정감을 더하는 그림책은 듣고 보는 묘미를 즐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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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철학자 강신주 생각과 말들 EBS 인생문답
강신주.지승호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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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다섯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하루하루는 잘도 흘러가지만 텅 빈 가슴 속 헛헛함을 달랠 길은 없다. 짧은 생을 분주히 살다 간 혈육을 떠나보내고 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49일 동안 기도하느라 피폐해진 육신을 다잡아야 했다. 해가 뜨고 달이 지기를 반복하는 일상은 하루를 견디며 사는 일에 무게를 실어 주었고, 한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때는 어김없이 돌아와 밥을 먹고 움직여야 하는 시간은 지속되었다.

 

   나의 의지와 생각과는 다르게 소용돌이치는 사건에 지배를 받으며 휘청거릴 때 한 권의 책은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노화는 여러 질병 요인을 안고 살아가면서 느닷없는 복병을 만나 병원 출입이 잦아지다 소멸해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생로병사의 고통 없이 일생을 보내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아 인생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연한 사고 없이 과거에 했던 일들을 늘어놓으며 자신들의 생각이 불변의 금과옥조인 것처럼 말하는 직장의 60대를 보면서 묵언 수행하듯 책을 읽는다. 50대 중반이지만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 사유하며 행동하는 실천가,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 책을 본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제목은 벼랑 끝에 매달려 추락하지 않으려는 내면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 책을 구매하였다. 방송에서 본 저자가 너무 깡말라 몹쓸 병에 시달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는데 그동안 몸을 잘 돌보지 않은 탓에 기력이 쇠해져 몸에 축이 많이 났다니 건강 회복을 위해 너무 무리하면 안 될 듯하다. 인터뷰어 지승호가 철학자 강신주를 10년 만에 다시 만나 인터뷰이의 육성을 온전히 담아낸 책에는 그 전 발간된 책과 중첩되는 부분도 있지만 명쾌한 논리로 무디어진 감각을 일깨운다.


   풍토병을 넘어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를 살면서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또 다른 전염병 창궐을 우려하는 때 이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생각한다. 매번 새롭게 변하는 것으로 유지되는 유일한 제체인 자본주의, 자본주의 체제가 공공해질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유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각자 등불을 들고 타인을 비춰주는 사람으로 무명의 진리를 깨쳐 삶의 주인으로 살며, 사랑과 연대로 이기적 개인을 탈피하는 실천으로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려 한다. 자본이 원하는 것을 경쟁적으로 습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유한 소수가 가난한 다수를 영속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권력을 잡으려는 이들을 주관적으로 보면서 사람의 문맥을 읽을 필요가 있다.

 

   자본의 이윤을 챙기기 위해 인간의 생계뿐 아니라 삶 자체를 위기에 노출시킬 수 있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민의식의 연대는 절실하다. 무고한 청춘들의 목숨을 앗은 세월호 참사의 주범은 이명박 정부의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통과시킨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있음을 밝힌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자본의 극대화를 위해 운항 선령 제한을 10년 더 늘려 30년으로 정한 법안을 통과시킨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이다. 상전이 바뀐 것에 지나지 않은 촛불혁명의 미온적인 의미를 들추며 진정한 혁명의 의미를 밝힌다. 명령하는 자가 동시에 명령을 듣는 자이며, 역으로 명령을 듣는 자가 동시에 명령을 하는 자여야 진정한 혁명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강남 좌파와 여의도 좌파의 권력욕을 새긴다.

 

   지난밤 행복학교 관련 교육과정 소식을 담은 관리자의 블로그에 실은 글을 보면서 교육자로 안일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는 글을 썼다. 이튿날 책을 읽고 기록하려는데 인터넷에는 어제 봤던 내용의 관련 광고가 창에 뜬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봤던 핵심어들이 또 다른 빅 데이터로 축적되어 마케팅 대상으로 시장이 편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신을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 않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고 활자 중심의 책을 가까이 할 필요가 있다. 강자에게 굴복하지 않고, 약자를 지배하지 않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의 의미를 새기기 위해 사유하는 철학을 주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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