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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온다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97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21년 7월
평점 :
후텁지근한 날은 계속 되고 장맛비를 예고하던 기상청 뉴스는 권위를 잃고 만 날, 가뭄으로 타 들어가는 작물들에게 기쁨을 줄 생명의 빗줄기는 쉬이 내리지 않는다. 습도가 높은데다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니 아이들은 숨을 쉬기도 쉽지 않다며 너스레를 떤다. 소나기라도 내린다면 좋겠지만 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바람을 타고 날아 가버렸다. 밤중이라도 비가 내리기를 바라며 여름이 성큼 왔음을 알리는 태양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동네 아이들과 함께 더위를 피해 물장난을 치며 놀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모든 것이 변변치 않은 시절 동네 아이들은 바가지에 물을 퍼 담아 서로를 향해 물을 뿌리며 신나게 놀았다. 하루에도 수차례 손빨래를 해야 한다며 자식들에게 욕을 퍼붓는 엄마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엄마들의 고함 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달리며 놀다 지치면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널찍한 소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하였다. 정적을 참지 못하던 친구는 어른들이 즐겨 부르던 유행가를 부르며 흥을 돋우면 옆에 앉은 아이들도 함께 노래하며 여름을 보냈다.
뜨거워진 지구촌 곳곳에서는 폭염으로 죽어가는 동물들이 늘고 온열질환으로 숨을 거두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여름이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들으며 3악장으로 이뤄진 ‘여름이 온다’ 그림책을 찬찬히 본다. 음악적 기호의 의미를 담아 빠르지 않게 시작되는 1악장에서는 잔잔하게 이어지다 정신없이 몰아치며 강렬함으로 선회한다. 열기로 가득한 대지의 열을 낮추고, 더위를 식히기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시원한 물줄기를 쏘는 아이의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청량하게 한다.
여름이 온다는 신호탄은 물 풍선을 쥔 아이가 물싸움을 시작하며 크레용의 굵은 재질과 콜라주로 신나는 물장난으로 이어진다. 2악장과 3악장으로 이어질수록 리듬은 빨라지면서 아이들의 물총 싸움은 고무호스를 이용해 길게 뻗어나가는 물줄기로 온 마당을 적시며 끝이 났다. 신나게 물놀이하는 아이들 곁에 있던 강아지도 물줄기를 맞으며 꼬리를 흔들어 물을 털어낸다. 길어진 여름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동심으로 돌아가 더위를 피하며 즐기던 추억을 반추한다.
2~3악장으로 넘어갈수록 악보의 선과 물방울의 점이 어우러져 흥을 더하며 강렬한 태양을 덮은 구름덩이가 폭우를 몰고 올 것처럼 보인다. 뜨겁게 달군 열기를 식히는 빗줄기는 바람과 함께 몰려와 아이의 주황색 우산을 날려 버린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우산은 뒤집어진 채 살을 드러내 자리를 피한 아이들은 한여름의 폭풍 속 찰나의 고요에 젖는다.
3악장이 끝난 후 물놀이하던 아이들도 무대 위로 올라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며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QR코드를 재생해 음악을 들으며 그림책 속 여름은 낯익은 풍경으로 정감을 더하는 그림책은 듣고 보는 묘미를 즐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