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아우름 9
장석주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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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으로 이어진 생활 속에서도 책이 있어 너머의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여학생은 책을 끼고 생활하는 사서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척박한 현실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은 어디에도 발견하기 힘든 상황에서 들입다 책을 읽으며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려 했다는 그녀의 소개서 구절이 생각나는 밤이다. 40년이 넘는 동안 책을 읽어온 저자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을 읽으며 청소년기의 방황을 스스로 달랠 수 있었다고 한다. 독서 습관이 몸에 배어 활자와는 숙명처럼 엮여 글을 읽고 쓰면서 강연하는 활동으로 저자는 생계를 전담하여 왔다. 생존을 위한 독서가 앎의 영역을 확장해 지평을 넓혀 준 지적 성장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타자의 삶에 대한 수용의 폭까지 넓혀주었다.

 

   급변하는 시대 물신주의로 치달아 자본 증식에 혈안이 되어 사는 우리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성인으로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는 규범을 스스로 정립해 가는 길에 독서는 자리한다. 갖가지 욕망의 화신들이 만들어 낸 표피적인 형태에 끌려 바르게 판단하지 못한 채 타인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책은 규범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준다. 1년에 100권 이상 읽기를 5년째 지속하면서 점진적으로 향상된 자신과 맞닥뜨리는 기쁨은 쌓여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하였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읽고 올린 리뷰에 댓글을 다는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챙기며 사고력 함양에 도움을 받는 일련의 활동들이 책을 매개로 이어지는 행위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활자 중독자인 저자는 1년에 책을 1000권 이상 구매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음으로써 균형 잡힌 삶을 꾸리는 주인으로 살아왔다. 살면서 고비가 올 때마다 책을 읽으며 시련을 감내하였고 절대 고독의 경지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서울 살림을 접고 안성으로 내려와 살아야 했던 때, 저자는 낙오자의 열패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노자의 <<도덕경>>100번 이상 읽으며 버리고 비우는 삶을 위한 수행 도구로 삼았다고 회고하였다. 견디기 힘든 상황을 감내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준 책들의 의미를 좇아 자신의 행적을 살필 때마다 독서의 긍정적인 평가는 도처에 자리했다.

 

   자기 관리에 능숙한 저자는 스스로 정한 규율대로 움직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행하며 즐기는 생활을 잇고 있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삿된 생각을 정리하며 걷기, 책 읽기 등의 단순하면서도 규칙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근간은 스스로 인생의 주인으로 바로 서는 삶을 지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40년간 책을 읽어 오면서 반복 훈련과 학습을 거쳐 자신만의 책 읽기 기술을 습득하였음을 사례로 밝히고 있다. 첫 번째 읽기 과정은 반가통 지식으로 어렴풋하게 아는 것이고, 두 번째 책 읽기부터 모르는 것을 꼼꼼히 따지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며, 세 번째 책 읽기는 완전한 지식을 자기 안으로 들이는 전가통 지식의 습득을 목표하였다.

 

   ‘완벽한 비움에 이르러, 고요함을 착실하게 지킨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함을 일삼으라는 노장 사상의 핵심을 무위(無爲)’로 본 저자는 욕망을 제어하면서 마음이 시끄러워지지 않는 삶을 지향하면서 지낸다. 분에 넘치게 채움은 몸을 고되게 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을 고단하게 만들어 스스로 일 중독자로 전락하여 만성 피로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마음의 탐욕을 버리고 욕심을 덜어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잣대를 규정하며 살아가는 일은 우리 몫으로 남는다. 시인·인문학자·강사·방송인 등의 삶을 경험한 저자의 인터뷰에는 현상 이면의 본질이 담박하게 드러나 저자의 정체성을 더하고 있다.

 

   장서가 빽빽하게 꽂힌 나만의 서재를 꾸미고 싶은 열망은 책 읽기를 즐기는 이들의 바람 중 하나다. 변변한 서재를 마련하지 못한 까닭에 거실 한쪽에는 읽은 책들로 쌓여만 간다. 거실 책꽂이 밖으로 나와 있는 책들로 공간이 너저분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읽을 책들과 읽은 책들로 산을 이루는 풍경은 지적 양분의 저장고처럼 풍요로워진다. 미답의 공간을 찾아 나서는 여행자처럼 호기심을 열어주고 충족하여 주는 책 읽기는 개인의 삶을 바꾸는 숭고한 가치를 지닌 활동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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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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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탈하게 지내던 건강한 이의 부음은 돌연한 죽음으로 슬픔의 깊이를 더한다. 뜻밖의 상황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게 회한을 덜 남길 수 있음을 일깨운다. 역사학자로서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아버지를 하루아침에 여읜 상실감과 허탈함은 남은 식구들이 감내하기 힘든 시간으로 바꾸어 버렸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버지를 여의고 생전에 역사학자였던 아버지가 가고 싶어 했던 페루를 찾아 길 위에 섰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의 영혼을 느끼고 싶었던 마음은 인간 세상과 신의 세계를 이어준다는 신비로운 동물 콘도르를 보기 위한 여정은 시작되었다.

 

   참척의 슬픈 소식은 맥을 추스르기도 힘들 정도로 꺾여 힘을 모아 살아갈 동기조차 앗을 때가 있다. 인생의 큰 고비를 맞을 때마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일상을 벗어난 여행은 미답의 공간에서 만난 이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소통과 교감으로 이어져 고통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원천으로 자리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남미 대륙에서도 페루는 잉카 문화의 진수를 담고 있는 보고(寶庫)로 많은 이들이 신들의 거처라 불리는 마추픽추로의 여행을 동경한다. 노쇠하여 기력이 딸리기 전에 남미 몇 나라라도 여행해야겠다는 막연한 계획에 작가의 페루 여행기는 그동안 심연에 자리했던 여행의 세포들이 살아나 달뜨게 했다.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부족한 물자를 조달하기도 힘든 점을 감안해 목록을 작성해 여행 짐을 꾸린 여행자는 디트로이트를 경유해 애틀랜타를 거쳐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 도착했다. 페루를 떠나서는 심장과 영혼이 평화로울 수 없다는 친구 이야와 만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시간을 맞춰 그녀의 고향 쿠스코를 찾아 마추픽추에 동행할 계획을 세웠다. 지구 저편에 살던 친구를 위해 시간을 내어 함께 하는 일은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 지대에서 위협적인 모기의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탐험대장이 이끄는 정글프로그램에 참여해 대자연 속에 깃든 생명체의 신비로움에 젖을 수 있었다. 열대우림답게 폭우가 쏟아졌다 금세 비구름이 걷히는 날씨 변화에도 현지인은 여유를 잃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이치를 역설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한 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최근에 제주도 여행을 떠났을 때 공항을 지나쳐 버려 탑승을 놓치고 고가의 항공료에 저가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 덕분에 친절한 청년을 만나 제주도 여행이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비행기 결항으로 만찬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갈 때 식당 아주머니가 전한,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92

   한마디는 작가의 여행기를 읽는 내내 소중한 가치는 거창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일깨웠다.

 

   잉카인들의 경제적·종교적·정치적 요충지였던 도시 쿠스코를 찾기 전에 고산병 적응을 위해 그보다 해발이 낮은 마추픽추를 먼저 찾았다. 위를 최대한 비우고 마추픽추 등반에 나선 길은 인간의 한계를 확인하고 위대한 자연 앞에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교만함을 버렸을 때 영혼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가르쳐줬다.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 위의 도시를 건설하고 잉카인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대로 살면서 자연을 숭배하면서 섭리를 따르는 생활을 잇다 신의 부름을 받고 하늘로 떠났을 것 같은 오랜 유적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반문한다.

 

   이야의 고향 쿠스코를 찾아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한 가족이 오랫동안 지내면서 특별한 날에 심은 나무들로 조성된 정원은 가족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안데스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퓨마를 닮은 쿠스코의 코발트 빛 하늘은 탐내는 마음 없이 사는 질박한 삶이 잣는 인생의 문양이다. 쿠스코 여행을 마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티티카카호수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현지인들의 강인한 생명력은 자연적 질서를 거역하지 않는 순응으로 일생을 살면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서 시원을 찾을 수 있었다. 콜카 캐니언 협곡에서 창공을 비행하는 콘도르를 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딸은 슬픔을 품고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갔다.

 

   페루가 내세우는 생태계의 보고인 바예스타 섬은 새똥들이 쌓인 섬으로 작물을 기르는 비료의 재료로 페루 경제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니 놀라웠다. 무용지물처럼 보이던 새똥도 무엇인가를 성장케 하는 촉진제로 작용하는 것처럼 여행은 아집을 꺾어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넉넉함까지 선물해주는 명약 같은 것이다. 쿠스코의 하늘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일정을 미루고 들른 그곳의 마을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그레고리와 동행하며 누린 경험은 이방인을 환대하는 현지인들의 정성과 사랑이 빚어낸 향연이었다. 따뜻한 미소로 타인의 삶에 안녕이 깃들기를 바라며 행복하게 지내기를 빌어주는 마음을 간직한 이들을 추억하며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묘약으로 기능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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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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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던 이상을 실현하여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천직이라고 믿으며 지내는 직장인들이 몇이나 될까?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들어가 힘들게 일하지만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냉혹한 현실에서 정규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서 젊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에 감사할 때가 는다. 불황으로 55세 이상의 임원을 포함한 사원들의 명예퇴직 신청 접수 중이라는 기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반목과 질시로 그만 두고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지만 생각한 대로 직장을 쉽게 그만 두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일상이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왠지 모르게 유쾌함이 더하고 힘든 일도 그냥 넘기게 되는 불금이다. 부담 없이 술 한 잔을 나누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안주 삼아 회포를 풀기에도 그만인 날이 지나 일요일 저녁이면 새롭게 시작될 한 주를 생각하며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유행병처럼 번져 피곤에 찌들어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하루를 보내고 안도하다 보면 어느 새 주 중반인 수요일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한 해라도 빨리 자리를 잡고 싶은 생각이 앞서 직장에 들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시간을 두고 이 직장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성급히 결정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는 다카시를 보면서 대학 4학년인 딸의 모습이 겹쳐져 마음이 무거웠다.

 

   직원에게는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직장을 위해 서비스해주기를 강요하는 직장 생활은 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나가 퇴근할 때까지 지속된다. 피폐해진 육신에 휴식을 제공할 일요일에도 상사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직장의 말단 영업직 사원인 다카시는 승강장에서 선로 위로 몸을 던지려다 야마모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 일을 계기로 간간이 만나 소통한 둘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서로를 향한 진정성 있는 조언으로 삶의 자세를 조금씩 바꿔 나갔다. 친구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회복해가던 다카시는 입사 이후 계약을 성사시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친절한 직장 상사를 믿고 그에게 정보를 노출한 게 화근이 되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친절하였던 상사는 이익 앞에서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얼굴로 본심을 드러내면서 어떤 계약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 채 후배 직원을 물 먹였다.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놈은 쓰레기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부장은 그에게 잡일을 시키면서 스스로 열패감에 젖도록 종용했다. 존재감 없이 일상을 보내는 일은 또 한 번 자살을 시도하게 만들었고 그 때도 야마모토는 푸른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려 했던 그를 붙들었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라고 조언했다. 자살한 야마모토 준과 닮은 야마모토는 다카시가 죽으려 할 때마다 나타나 그를 구조해주었다. 야마모토의 정체를 둘러싸고 머리 아파했던 다카시는 13층에서 투신자살한 야마모토 준의 집을 찾아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낳아 길러준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 속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엄마의 부드러운 말은 얼어붙은 아들의 마음을 녹여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다면 견딜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실행에 옮겼다. 지금 회사 좀 관두고 올 거라는 말을 건넨 다카시는 그동안 자신을 핍박하던 상사에게 인간의 마음으로 조언하고 충고하는 일이 가치 있음을 드러낸 뒤 사표를 제출했다. 일도 안 하면서 월급을 챙겼다며 소송하겠다는 부장을 향해 사원을 부속품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회사에 더 이상 볼일이 없다며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통쾌하였다. 이제부터 내 인생에 참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뿐이라고 말하는 다카시의 인생에 희망의 빛은 조금씩 비췄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갈 힘을 주었다.

 

   옛날에는 어른들 말에 순종하며 반듯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며 그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감내하며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기존의 가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겉돌 때가 많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직원들을 윽박지르며 권위에 복종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사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생각을 들으려고 할 때 회사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어려움이 무엇인지 진단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가는 과정은 삶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다카시의 결단과 이직에 따른 그의 움직임에 활기가 넘쳐흐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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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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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유와 상징의 기법으로 시적 화자의 정서를 담아내는 시인들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미처 생각지 못하였던 현상의 이면을 통찰하고 있어 숙연해질 때가 있다. 비밀스러운 공간에 자리하는 감성을 백지에 아로새기는 창작의 과정은 압축된 시어들을 정제하여 리듬을 살리는 재능에서 빛을 발한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편협한 시선으로 우주를 보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저자는 편협함을 벗어나 진실을 전하는 일을 소명처럼 여기고 있는 듯하다.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탄식하고 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왜곡하는 현실에 맞서 진실을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준엄한 과제로 떠오르는 요즘 한 편의 시에 곁들인 시작 내용의 재구성이 눈길을 끈다.

 

    광막한 우주에 태곳적 신비를 담고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려는 선각의 기개와 이상은 희생을 통해서라도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이육사의 광야는 초인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를 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할 틈도 없이 현재를 기계적으로 사는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갈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꽃을 피우기 전과 꽃을 피운 뒤 대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 것처럼 결과에만 관심을 두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추한다.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김수영 시인은 노란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기억하고 시인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한 세상을 다른 세상으로 바꾸는 능력의 발현으로 보았다.

 

    중요했던 가치들이 하루아침에 하찮은 것들로 취급될 때에도 시인은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실천을 아끼지 않았다. 견지해야 할 가치를 새기면 산다는 일은 숭고한 미의식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실천적 노력의 일환이다. 고독한 지경에 놓인 섬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고리는 고립감을 해소하여 하나의 창구로 열어 숨통을 틔우고 실존적 상징물로 받아들임으로써 공동체적 요소로 받아들여 혼란스런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민족애로 울릉도를 보았다. 반독재 민주화를 위한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가슴 속 울분을 토로하며 연대할 때 행동으로 옮길 당위성을 부여하였다. 진정한 삶이 없다고 회의할 때도 음울한 시대적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이 힘을 규합할 때 시에 리듬을 실은 노래는 새벽을 열어주는 빛으로 자리한다.

 

    하고 싶은 게 많았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던 아이들이 나선 수학여행의 뱃길이 어린 자식들을 물속으로 떠나보낸 고통의 시간으로 가정의 기능까지 마비시켰다. 어른들을 믿고 구조를 기다렸던 아이들의 생명을 저버린 어른들의 잘못은 지탄의 대상이고 면죄부를 씌울 수 없는 파렴치한 행동이었다. 저자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통함을 담은 시로 비통함을 기억하고 한 나라의 무능함을 용서하지 말라는 무언의 행동으로 우리를 질책한다.

   ‘잠자리야 잠자리야 물 건너지 말아라

   물 건너다 맥 빠지면 물에 빠져 너 죽는다

   물에 빠져 너 죽으면 늙은 에미 어찌 사나

   이편 언덕이 있어야 저편 언덕이 있는 것처럼 잠자리 노래가 있어야 공무도하가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제인 번역의 긍정적인 의미를 드러냈다.

 

   상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병사들의 고충은 마음먹은 대로 행할 수 없고, 생각한 대로 움직일 수 없음에 비극의 씨앗은 자리한다. 개개인의 존엄성을 생각하고 유기체의 권리를 생각하며 상대를 배려할 때 순연한 질서는 자리할 것이다. 이중섭 화가의 그림인 길 떠나는 가족을 매개로 나라 없이 떠도는 집시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을 들어 지금 발 딛고 사는 나라가 기능을 오롯이 할 때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별은 미의 창조라는 한용운의 시에 담긴 역설적인 표현의 의미는 결여의 상태에서 성스러움과 위대함의 감정이 절실하여짐에 비중을 두었다.

 

   자신의 존재가 잉여물이 아닐 수 있는 세계를 찾아 지난하게 살면서 시를 썼던 최승자 시인을 향한 저자의 애정은 물신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리 쉽지 않은데 기인한다.

   ‘새들도 자본 자본하며 울 날이 오리라

   는 최승자 시인의 예견은 피폐해진 영혼을 달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에 중심을 바로 잡고 살아가려는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무위로 돌아서고 만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평안도 정주를 사랑하고 그곳의 향취를 잊지 않으려는 백석 시인은 고향에서의 행복했던 일상을 낙원으로 여기며 점점 잊혀가는 과거의 의미를 시로 복원하려 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희망하는 방식의 글쓰기를 시 쓰기라 규정하며 달성하기 위한 희망이기보다는 희망 자체로 남아 빛이 되는 믿음을 잉태하는 것이라 부연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는 말처럼 시를 읽고 쓰는 일은 희망을 품고 사는 일에 가깝다는 말을 믿으며 순정한 태도로 절망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영혼의 힘을 시 속에서 발견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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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안정적인 삶이 지속되던 공간을 벗어나 관계에서 멀어진 채 자유로운 일상을 구가하는 여행을 동경하며 지내는 자신과 조우했다. 집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면 지친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하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밤 새워 놀고 싶은 마음에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겠다고 여기던 소녀는 방랑벽이 강한 중년으로 자리해서인지 늘 미지의 공간을 동경하며 지낸다. 길 위에 서기를 즐기는 이들이 다녀 온 여행지 중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로 많은 이들이 체코를 꼽는데 서슴지 않았다. 자본에 물들지 않은 신비로운 순수성이 그곳에는 내재해 있더라고 전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 전에 체코로 떠나기를 권했다. 50세가 되는 해 계획대로라면 8명의 친구들과 함께 여름이면 동유럽 중에서도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묶어 집중적으로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그 여행 계획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체코의 중심지인 <<프라하 홀리데이>>를 만났다.

 

 

   깊은 눈매에 우수 가득한 얼굴로 정면을 보던 카프카의 얼굴은 엄격한 아버지의 그늘에 위축된 아들의 이지러진 모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쓰럽다. 절대적인 고독 속에 요절한 카프카의 영혼을 애도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싶은 열망은 프라하를 찾으려는 이유 중 하나다. 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한 마리의 커다란 독충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대면하는 현실은 벗어나기 힘든 공포다. 침대 위에 꿈틀거리며 누워 있는 한 마리 벌레로 변해 버린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그를 냉대하는 가족들의 시선은 견디기 힘든 굴레로 작용해 비관 속에 빠져 지내던 주인공은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남은 식구들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무연하게 야외 나들이를 떠나는 모습에서 잉여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그레고르 잠자의 가치는 어디에도 자리하지 않았다. 프라하 성에서 카를교 방향으로 향하는 길에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소설가 카프카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먼저 들러 카프카의 영혼을 느끼고 싶다. 다양한 오디오와 영상 자료가 있어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니 기대가 된다.

   블타바 강 오른쪽에 자리한 프라하의 구시가지를 거쳐 신시가지를 지난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명소를 찾아 교통숙박음식볼거리 등을 실어 개인의 여행 취향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휴대하면 좋을 안내서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명소로 떠올랐던 카를교는 동유럽 최고의 돌다리로 석양이 비치며 떠오르는 실루엣을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광경 아래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젖는 시간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풍경이다. 부조로 새겨진 곳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후문이 있다고 하니 그곳을 지날 때면 발원 한 가지쯤은 지니고 다리를 건널 일이다. 팔색조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여 황홀한 이국적 정서를 더할 프라하의 야경은 인공적인 조명으로 빛을 투사하는 도시의 모습과는 대별될 것이다. 정각이 되면 마법이 일어나는 구시청사 천문시계는 시계의 여러 부분이 작동하며 소리를 내 단막 인형극을 보는 듯 신비로움이 더한다니 기대된다. 69.5미터인 시계탑에 올라 구시가지를 조망하는 유쾌함도 선물해 줄 천문시계를 볼 날을 기다린다.

   체코 역사의 전환점으로 등장하는 신시가지의 바츨라프 광장은 1968년 두브체크로 대표되는 개혁공산주의자들이 시도한 '프라하의 봄'이 소련군 탱크부대의 침공으로 많은 체코국민들이 희생된 곳으로도 유명한 역사적 현장의 중심지다. 바츨라프 광장 중앙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는 국립박물관은 체코와 프라하의 역사의 맥을 짚어주는 곳인데다 1층에는 체코 최대 장서를 보유하는 도서관이라니 책들의 향연 속에 젖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진다. 꼭대기에 작은 지구본이 있고 춤추는 듯 독특하게 디자인된 건물인 댄싱 하우스는 유려한 곡선미를 살린 현대 건축물로 각광을 받는 명소다. 구시가지 뒤편에 자리한 유대인 지구는 핍박받던 유대인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에 자리한 구 유대인 묘지에는 카프카의 시신도 안치되어 있다니 숙연해진다. 화장을 하지 않는 유대인 장례 문화의 영향으로 자리 부족으로 이미 있던 묘지를 파 그 위에 시체를 다시 묻었다니 놀라웠다. 유대교인들이 모이는 시나고그가 자리하여 그들의 신앙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 같다.

   프라하 성이 있는 블타바 강 왼쪽은 수많은 성과 궁전이 들어서 있어 웅장함과 정교함을 더하는 프라하 성을 중심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용된 프라하성은 내부 장식과 정원 조성으로 유럽 최고의 성으로 손꼽히며 정오에 펼쳐지는 위병 교대식은 구경거리 중 하나라니 시간을 맞춰 성을 찾아야 할 당위성을 각인시킨다.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배경이 된 언덕에 위치한 페트린은 분주한 도심과는 달리 여유롭게 걸으며 푸니쿨라를 타고 페트린 타워에 올랐다 내려오는 묘미가 클 것 같다. 이 외에도 들를 만한 곳을 간명하게 적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며 체코의 정취에 젖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여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이에게도 유익한 책자로 비춰진다. 내년 여름 친구들과 찾을 그곳을 미리 둘러보았으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보고 싶은 곳을 넣어 한정된 시간에 의미 있는 여행자로 자리하고 싶은 마음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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