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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평점 :
꿈꾸던 이상을 실현하여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천직이라고 믿으며 지내는 직장인들이 몇이나 될까?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들어가 힘들게 일하지만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냉혹한 현실에서 정규직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서 젊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에 감사할 때가 는다. 불황으로 55세 이상의 임원을 포함한 사원들의 명예퇴직 신청 접수 중이라는 기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반목과 질시로 그만 두고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지만 생각한 대로 직장을 쉽게 그만 두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일상이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왠지 모르게 유쾌함이 더하고 힘든 일도 그냥 넘기게 되는 불금이다. 부담 없이 술 한 잔을 나누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안주 삼아 회포를 풀기에도 그만인 날이 지나 일요일 저녁이면 새롭게 시작될 한 주를 생각하며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유행병처럼 번져 피곤에 찌들어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하루를 보내고 안도하다 보면 어느 새 주 중반인 수요일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한 해라도 빨리 자리를 잡고 싶은 생각이 앞서 직장에 들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시간을 두고 이 직장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성급히 결정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는 다카시를 보면서 대학 4학년인 딸의 모습이 겹쳐져 마음이 무거웠다.
직원에게는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직장을 위해 서비스해주기를 강요하는 직장 생활은 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나가 퇴근할 때까지 지속된다. 피폐해진 육신에 휴식을 제공할 일요일에도 상사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직장의 말단 영업직 사원인 다카시는 승강장에서 선로 위로 몸을 던지려다 야마모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 일을 계기로 간간이 만나 소통한 둘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서로를 향한 진정성 있는 조언으로 삶의 자세를 조금씩 바꿔 나갔다. 친구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회복해가던 다카시는 입사 이후 계약을 성사시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친절한 직장 상사를 믿고 그에게 정보를 노출한 게 화근이 되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친절하였던 상사는 이익 앞에서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얼굴로 본심을 드러내면서 어떤 계약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 채 후배 직원을 물 먹였다.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놈은 쓰레기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부장은 그에게 잡일을 시키면서 스스로 열패감에 젖도록 종용했다. 존재감 없이 일상을 보내는 일은 또 한 번 자살을 시도하게 만들었고 그 때도 야마모토는 푸른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려 했던 그를 붙들었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라고 조언했다. 자살한 야마모토 준과 닮은 야마모토는 다카시가 죽으려 할 때마다 나타나 그를 구조해주었다. 야마모토의 정체를 둘러싸고 머리 아파했던 다카시는 13층에서 투신자살한 야마모토 준의 집을 찾아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낳아 길러준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 속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엄마의 부드러운 말은 얼어붙은 아들의 마음을 녹여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다면 견딜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실행에 옮겼다. 지금 회사 좀 관두고 올 거라는 말을 건넨 다카시는 그동안 자신을 핍박하던 상사에게 인간의 마음으로 조언하고 충고하는 일이 가치 있음을 드러낸 뒤 사표를 제출했다. 일도 안 하면서 월급을 챙겼다며 소송하겠다는 부장을 향해 사원을 부속품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회사에 더 이상 볼일이 없다며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통쾌하였다. 이제부터 내 인생에 참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뿐이라고 말하는 다카시의 인생에 희망의 빛은 조금씩 비췄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갈 힘을 주었다.
옛날에는 어른들 말에 순종하며 반듯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며 그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감내하며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기존의 가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겉돌 때가 많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직원들을 윽박지르며 권위에 복종하기를 바라기보다는 사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생각을 들으려고 할 때 회사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어려움이 무엇인지 진단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가는 과정은 삶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다카시의 결단과 이직에 따른 그의 움직임에 활기가 넘쳐흐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