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푸른 하늘 사이로 연두빛 잎을 달고 서 있는 나무는

청신한 자태로 생명력을 돋웁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우리 모두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나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하여

여러 사람들을 만나 교유하며 사회화 과정을 거칩니다.

 

2020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제자들의 감사 인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진정성 있는 카톡 메시지로 감동을 전합니다.

[선생님 **입니다.

새해 인사 이후로 벌써 5개월이 지났네요.

코러나 때문에 시간 감각이 더 무뎌지는 듯합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항상 '스승의 날'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비록 저희 학년 수업을 맡으신 기간은 짧았지만

선생님의 수업과, 선생님의 표정과, 선생님께서 수업 중간마다 해주신 이야기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친구들과 가끔 선생님 이야기를 할 때, 제가 '잔향이 짙은 향수 같으신 분'이라고 했는데

친구들도 진심으로 동감하더라고요!

저도 선생님처럼 시간이 지나도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뵈러 가겠습니다.

선생님의 일상 곳곳에 행복이 깃들었으면 합니다. ](2020.5.15.오후 1:57.홍*연)

 

[선생님 잘 지내시죠? 올해는 참 얄궂고 지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이상한 일도 많고, 이상한 사람들도 가득해서 22년간 그럭저럭 굴러가던 인생에 보스맵을

맞닥뜨린 기분이랍니다.ㅎㅎ

 

코로나가 많은 걸 바꿔든 것 같아요. 지금 교단에 계신 선생님은 피로도가 어마어마하실 것 같고요.

일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얼마나 큰 충격이 되는지 크게 실감하는 나날이에요.

멋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제 고등학생 시절을 풍부하게 채워주신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고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무엇이든 넓게 보고, 섬세하고 깊게 느끼고, 또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사는 삶이 얼마나 귀한 시간들의 연속인지 선생님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매번 문자로만 답답한 소통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한층 멋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 나타날 제자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선생님!

꼭 먼저 찾아 뵙고서 인사드릴게요.

행복한 하루들만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나날이 제 기도와

최대한 닮은 모습이길 바라요.

많이 감사드려요. 선생님](2020.5.15.3:24.이*경)

 

[역시, 벌써 카네이션도 받으셨네요!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합니다. 또 오랜 시간 관심 가져주시고 친구처럼 엄마처럼

옆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라리 없었으면, 어색한 날이 된 지 꽤 되었지만 애들이 없이 맞는 스승의 날이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선생님들끼리 인사를 주고받으려니 쓸쓸하기도 합니당!

그래도 드문드문 연락을 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기도 해요.

저처럼 선생님도 그런 마음이시겠지요?

 

건강 잘 챙기시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 함께해요. 쌤!

맨입으로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ㅋㅋ 다음에 남해 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

(2020.5.20.9:39. 열일곱에 만나 지금까지 소통하는 31살 교육 동지, 2016년 여름 부탄 여행을 함께한 딸 같은 제자) 

  

올해로 교직 생활 30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될는지 가늠키는 어렵지만

배움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일상을 즐기며 지내다

어느 선생님 말씀처럼 학생들과의 만남이 많이 불편해지기 전

물러설 생각입니다.

 

사랑과 정성을 꽃에 담은 제자는 함께한 부부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였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이 어려워진 화훼농가에 도움 되는 꽃바구니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 훈훈해집니다.

퇴근 후에는 광양 포스코에 근무하는 제자가 남해로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20년 근속 중인 제자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 늦은 밤 집으로 와서

편의점 맥주에 적당한 안주로 자정까지 회포를 풀었습니다.

제자와 남편은 거실에 이부자리를 펴고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제자는 쪽지를  써두고

광양으로 갔습니다.

마음이 불편한 날의 연속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모든 것 내려놓고 1990년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공유하며 행복했습니다.

 

  개인의 삶에 깃든 역사는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 축적된다. 켜켜이 쌓아 묵혀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지금껏 타인의 말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며 살아왔는지 성찰케 한다. 온실 밖 들녘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어린 시절과 오버랩 되어 저자가 성장하면서 겪은 일련의 일들에 대한 공감은 깊어졌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며 사람을 재단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우를 범할 때마다 사람은 쉽사리 처한 환경을 벗어날 수 없음을 묵인할 때가 늘어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멀찌감치 떨어져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감염 및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유지는 건강한 거리 유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삶은 긴 이별의 열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이다. 저자는 호떡 장사를 하던 어머니를 부끄러워하며 의도적으로 피하며 지냈던 청소년시기를 돌아보며 그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이별하며 성장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과거의 시간 속에 옹송그려 살아온 자신을 위해 글을 쓰며 희망의 정수리에 새 물을 붓는 글쓴이의 의도에서 숨은 보석을 찾는다. 간식 사 먹을 용돈이 없던 시절, 주운 지폐로 간식을 선택하여 먹었던 기억은 우연한 행운이 낳은 삶의 선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팍팍한 삶을 보냈다. 무수한 불운들 사이에 찾아든 행운이 발하는 빛 덕분에 불운을 견디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5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 포용하는 영역이 넓어졌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판단하며 조금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과는 쉽사리 융화하지 못한 채 선을 긋고 지내며 교감의 깊이를 더할 사람들과만 교류하며 지내왔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비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다짐하면서도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대를 원망하며 지금 이 순간을 무의미하게 보낸 적도 많았다.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보려는 시도보다는 몸에 붙은 습관대로 세상을 살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을 책망하기보다는 약속 장소에 조금 늦을 사람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 여유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다.

    

   살아내는 것이 힘들어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 하소연하는 나에게 친구가 전한 한마디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짧은 한마디였다. 설령 감정에 치우쳐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던진 말이더라도 지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숨을 고른 뒤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파하고 힘들어할 때 묵묵히 내 곁을 지켜 줄 사람과 함께한다는 믿음만으로도 든든함을 준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 세상 모든 짐을 혼자 끌어안고 지쳐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용기 내어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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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전집 5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유시민 정리 / 돌베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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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례없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을 만나며 왁자한 교실 수업이 그리워진다. 새순을 달고 서 있는 나무들은 싱그러운 자태를 드러내며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듯하다. 정한 시간에 화상 수업을 준비하고 빈 시간에는 책을 읽으며 사유의 폭을 넓힌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열매 거둔 자리에 잎은 떨어져 또 다른 생명의 잉태를 준비하는 과정이 자연적 질서로 귀결된다. 반민주적 폭압에 맞서다 스러져간 생명이 민주화의 혼령으로 남은 오월의 싱그러움은 산야를 아픔으로 물들인다.

 

  2009년 5월 23일 건강이 좋지 않은 아들 치료를 위해 대구로 가는 버스 안에서 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가슴이 막혀 왔다.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고향인 봉하 마을로 귀향한 지 1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검찰의 끊이지 않는 수사는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듯 정해진 순서에 따라 준비된 행사를 치르며 재임 기간을 보냈다. 그는 청와대를 나오며 깊은 안도감은 퇴임 후의 삶에 대한 설렘으로 고향을 찾았을 것이다.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봉화산 숲을 가꾸는 생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농민들과 함께하는 서민으로 돌아온 그가 고향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이른 새벽 마음을 정리하는 글을 화면에 띄운 채 홀연히 부엉이바위를 찾은 그는 무거운 짐을 걸머지고 피안의 세계로 향했다. 유서에는 미안해하지도 원망하지도 말라며 이 또한 자신의 운명이라고 말하지만 남은 자에게는 미안함과 원망이 크게 자리한다. 잘 나가던 조세 전문 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뒤 그는 힘 가진 자들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한 자들을 도와주는 삶을 시작하였다.

   ‘전두환·노태우의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위키 백과 사전’-을 변호하며 약자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랐다.

   

   그는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지켜져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는 나라 건설을 위한 공약 실천을 위해 ‘원칙과 신뢰, 투명과 공정, 분권과 자율, 대화와 타협’을 원칙으로 삼았다. 외환 위기로 야기된 경제 위기는 가계 신용의 위기를 낳고, 사회적·지역적·경제적 불균형이 극심한 양상을 띠었다. 성숙한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 촉매로 민주개혁 세력 통합을 다지려는 정치인은 대통령으로 제왕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양심과 신념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세상을 만들려면 정권 교체가 급선무라는 생각에 실질적인 이익을 생각할 수 없는 지역구 후보로 선거에 임하기도 하였다. 실(失)을 생각지 않은 생각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하로동선(夏爐冬扇)’

    지금은 국민에게 버림받았지만 언젠가는 요긴하게 쓰일 날이 올 것이라는 바람을 가슴속에 새기며 지낸 노무현은 국회의원 두 번, 부산시장 한 번의 낙선 끝에 대통령이 되었다. 자신을 부단히 성찰하고 교정해 가면서 원칙과 상식의 힘에 기대어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반칙과 분열주의, 기회주의에 맞서 싸웠다. 양심과 신념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득권 세력을 포용하며 정권을 교체하려는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독재 권력과의 야합으로 부정과 특혜를 통해 쌓아올린 기득권 세력인 조선일보와 맞서 언론의 사명을 현실화하려는 야심을 드러냈지만 쉽지 않았다. 보수 언론으로 진실을 왜곡하며 사실을 곡해하는 보도로 진보 세력을 음해하는 기사를 싣는 것은 예사였다.

  

   청문회 스타로 명성을 얻은 노무현은 1988년 국회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지며 은폐한 역사적 진실을 파헤쳐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 했던 정의파였다.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멀리 보면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바보처럼 살면 나라가 잘 될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을 견지하며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원칙과 진실, 정의 등의 보편적 가치를 지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속 멍울로 부채를 더한다. 탄핵으로 관저에서 연금을 당하던 때에는 책을 읽으며 숙고하는 시간 속에 침잠하며 자신을 돌아보며 여러 사상가들의 삶을 접하며 부족한 부분을 다스렸다. 기록으로 남긴 역사적 사실을 정리한 글에는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겨 있다. 부끄러움임 많은 청년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비전을 실현하며 못다 한 이야기에는 회한 섞인 충정의 사연이 더해져 목울대가 축축해진다. 모순의 거리 억압과 착취의 사슬을 끊고 사람 사는 세상을 바라던 그가 생전에 부르던 노래를 들으며 못다 이룬 바람을 실현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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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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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 아노미 상황에서도 그들만의 리듬을 타고 일상을 회복하는 나라, 상식을 뒤집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함을 가르쳐 준 나라가 인도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롭게 떠나고 싶은 인도 여행에 대한 호기심은 많은 여행기를 가까이하며 인도여행을 가능케 하였다. 배낭여행자들의 메카로 떠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인도를 찾은 만큼 숱한 일화들을 둘러싼 여행기는 경험으로 고착화된 상이 깨졌다. 그들이 좋은지 나쁜지는 직접 대면하는 시간 속에 가름이 난다.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여행 의지를 일깨우며 떠난 인도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속살은 편견을 깨는 부싯돌로 자리했다.

 

 

   궁색한 살림에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대학 생활, 저자의 삶 깊숙이 자리하는 창작 의지는 작가로 살게 하였다. 몸을 뉘고 쉴 수 있는 방 한 칸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보다는 노숙하면서도 저자는 어둠의 층에 씨앗을 뿌린 것이라 여겼다. 감각을 일깨워 청각과 후각을 키워 밑바닥으로 뿌리를 내려 때가 되었을 때 꽃을 피우고 삶이 열릴 수 있도록 기다리며 스스로를 다듬어갔다. 외부 상황에 대한 지나친 해석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내면을 실팍하게 채워가는 일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직접 경험으로 자신의 판단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절망적인 상황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할 때 변화의 물꼬는 트일 것이다. 힘들 때 진언을 외며 힘을 얻을 때가 있는 것처럼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문장을 반복하며 에너지를 불어넣는 방법이 그 예다.

   ‘결국에는 다 잘 될 거야.’

   인생의 만트라를 새기며 자신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으로 상처 입은 마음을 축복으로 치환하는 자기 최면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고 싶다.

 

   스승인 프로이트와 결별한 융은 호숫가에 돌집을 짓고 내면의 성소로 삼았다. 필요하지 않은 일을 정리하고 만남을 줄이며 소박한 생활 속에 영적인 세계를 창조해 갔다. 피리의 전설로 불리는 인도 피리 연주가 하리프라사드 초우라시아는 짧은 연주를 위해 몇 시간을 연습하며 삶이 자신에게 준 소명에 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절차탁마의 지혜로 걸어가야 할 길을 걷는 이들은 안일함에 젖어 진부한 길을 걷지 않았다.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거둬 자아의 본질을 찾아 나서는 명상에서 내면의 평화를 발견하는 길에도 관심이 많은 저자는 길 위에서 만난 영적인 스승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느끼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게 한다.

 

   지위와 역할로 자신을 규정하기보다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처럼 변화하는 역동적인 존재로 자신을 규정하며 지낼 때 허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관계에 대한 환멸을 품은 채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무기력에 빠져 영혼 돌봄에 소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마음속에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적으로 여기지 말고 마음 상태를 보살피며 상처 입은 마음을 알아차린 뒤 부드럽게 안아주어야 한다.

   ‘지금의 나는 내게 길을 가르쳐 준 모든 만남과 부딪침의 결과물이다.’

   후배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한마디에 인생의 많은 것을 바꿔 놓게 된 저자의 경험은 불교 잡지 발행하는 일을 맡게 되었고, 이후 출판사에서 명상서적을 소개하는 일로 인도를 드나들며 명상 세계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다. 일련의 일들이 시를 쓰고 문학을 지속하기 위해 경험해야 하는 일들로 여기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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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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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한 삶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 여기며 지냈던 나날들이 안타까움으로 채워진다. 다양한 죽음만큼이나 생명이 다한 원인도 각양각색이지만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학생들의 죽음은 잘해 주지 못한 점을 떠올리게 한다. 교실을 벗어나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며 공부하느라 미뤄뒀던 이야기를 나누며 동급생들과 추억을 쌓는 수학여행을 가던 길이 억울한 죽음을 초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관계자의 직무 유기로 맺힌 꽃봉오리를 채 피우지도 못한 채 세상을 뜬 열여덟 살의 영혼들이 목 놓아 통곡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아온 물리적 일상이 쌓여간다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늘어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별다른 야망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티나는 무용수로 일하다 의상 담당자를 거쳐 안무가로 활동하다 쇼를 기획하는 제작자로 역량을 발휘해 갔다. 한편, 그녀의 남편 마이클은 블랙잭 딜러로 일하며 변화를 추구하며 새롭게 시도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관성대로 살면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삶의 태도를 보이며 티나가 그의 트로피 아내로 자리하기를 바랐다. 쇼를 기획하는 제작자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티나의 열정을 달가워하지 않던 마이클과의 감정 다툼은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 결혼 생활은 파탄으로 이어져 둘은 결별했다.

 

   남편과 헤어진 해의 겨울철 혹한기에 스카우트 캠프를 떠난 대원들이 탄 버스 전복 사고로 탑승자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캠프를 떠나는 아들을 배웅한 지 오래지 않아 열두 살 대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신의 훼손이 심각하여 아들의 주검을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장례 담당자의 말을 받아들인 어머니는 관을 덮은 채 아들을 떠나보냈다. 준비 없는 이별로 아들을 만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가 머무르던 공간까지 정리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대형 매직 쇼 공동 연출자로 자신의 잠재된 에너지와 새 역량을 발견하며 막바지 준비에 골몰한 채쇼 비즈니스 성공을 바랐다. 막이 오를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불안감은 커졌지만 오롯이 정신을 집중하며 중심을 잡아갔다.

 

   ‘죽지 않았어!’

   명징한 글씨와 함께 대니의 방에서 시작된 괴이한 소리는 좁은 복도 벽을 타고 계속 메아리쳐댔다. 벽에 걸린 액자가 떨어지고 방문 손잡이는 얼어붙는 등 난방 온도와 다른 양상을 띠는 기이한 흔적은 눈에 띌 정도로 난장판이 되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티나의 꿈속에서 대니는 생매장당하고 있었고, 잡지 표지 모델로 나온 남자가 꿈에 괴물로 나타나는 등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악몽은 계속되었다. 상실의 아픔과 고통이 크면 사람이 미칠 수도 있다고 여기면서도 죽지 않은 아들이 어딘가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것은 아닌지 회의하며 어머니는 아들의 시신을 발굴해서라도 유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진행했던 작품의 성공적인 개최로 티나는 잠재적인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인생의 전기를 마련할 마법이 펼쳐질 듯하였다. 매직 쇼 성공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티나는 운명처럼 끌리는 엘리엣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다. 죽음의 게임을 예상치 못한 엘리엇과 티나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이와 영결한 아픔의 심연이 자리하였다. 췌장암으로 아내와 사별한 엘리엇은 급작스레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반복된 소리는 어둠 속에 갇힌 아들이 엄마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티나는 신뢰를 쌓으며 교유하던 엘리엇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종내에는 의혹이 많은 아들의 죽음의 진상 규명을 위한 일에 의기투합하여 나섰다. 티나는 아들의 시신을 발굴한 뒤 최고 병리학자의 재조사를 통해 아들의 사인을 발표하는 순서를 밟아 의혹을 풀고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악몽에서도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 싶었다.

 

   “밤 자체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밤과 그림자와, 어둠의 눈이요.”

   라고 말하는 티나에게 엘리엇은 기밀 유지를 위한 케네벡의 상관들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예기치 못한 폭행을 당한 엘리엇, 가스실 폭발로 집을 잃은 티나는 생존 위협이 따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였다. 비밀경찰 조직에서 네바다 지국장으로 일하는 알렉산더 일당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죽지 않은 아들이 보내는 구조 요청에 부응함으로써 드러났다. 극비리에 진행되는 생화학 연구원들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한 대니의 수척해진 몰골을 찾기까지 티나와 엘리엇은 한몸으로 나섰다.

 

   자기 보존 본능은 신이 우리에게 준 강력한 요구라는 사실을 입증하듯 연구실에서 만든 질병을 앓고도 생존한 유일한 생명체 대니와의 극적인 만남은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어머니의 질긴 노력의 산물이었다. 연구원들은 바이러스가 아이를 죽이기 전까지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하였다. 대니의 몸은 극도로 쇠약해졌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마다 더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를 물리친 아들이 종국에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말 것이라는 말을 들은 엘리엇은 분노했다. 중국인들은 오로지 인간만을 괴롭히는 우한-400을 이용해 특정 도시나 나라를 궤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우한-400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모조리 죽음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생존한 대니였다.

 

   우한-400바이러스에 감염되기를 반복한 대니는 극도로 쇠약해지면서도 초현실적인 에너지로 어머니에게 신호를 보냈고, 어머니는 아들의 부름에 답하였다. 아들의 생존 여부를 알기 위해 거대한 힘이 가로막고 있는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냉철한 판단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엘리엇이 티나 곁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이러스 감염을 반복한 아들을 극적으로 구출한 어머니는 자식의 건강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대형 쇼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것처럼 티나는 마법 같은 손길로 대니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방책을 강구하며 엘리엇과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나갈 것이다.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상대가 절실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며 기꺼이 힘을 보태는 일은 신뢰를 깊게 하는 일에 선결과제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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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세대 - 그러니까, 우리
이묵돌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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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파고스는 중남미 에콰도르 영해에 위치한 군도로 각각의 섬들에 고유한 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다윈은 독자적인 환경을 이루고 사는 생물의 모습에 착안해 갈라파고스를 진화론의 배경으로 선택하였다. 이에서 파생된 갈라파고스 증후군은 특정 집단이나 국가가 세계 시장이나 환경, 흐름과 단절되고 고립된 채 뒤떨어지는 정치 사회적 현상을 가리킨다. 1994년에 태어난 저자는 1990년대 생들이 갖는 각기 다른 성질을 지닌 것 자체가 한 세대의 특징을 함의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자기 몫을 다하며 살기를 바라지만 사회의 큰 흐름에 함께하지 못한 채 고립된 모습으로 지내는 이들을 갈라파고스 세대로 규정하고, 자신과 타인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20대 자녀들을 둔 부모들 대부분은 근대화 시대의 산업 역군으로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온 386세대들이 많다. 학업을 잇지 못한 한이 서려 있는 부모는 자식들이 그 한을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마음속에 자리해 공부만 잘하라며 자식들을 학력 경쟁으로 내몰았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진 만큼 대량 고학력 실업이 속출하고 있는 때에 맹목적인 대학 진학은 제고되어야 한다. 대학 진학이 아니어도 관심 분야의 지식을 쌓는 일은 랜선을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활고로 학비조달이 어려웠던 저자는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관심 있는 분야의 스타트업 대표로 일했으나 실패로 갚기 버거운 빚을 떠안고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철없이 선택한 대가의 가혹함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극심한 우울은 극단적인 시도로 자신을 욱여넣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쓰며 버티게 되었다.

 

   직장에서의 경력이 없으면 고용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시대에 경제적 자립을 원하는 이들의 각축전에서 생존하려는 90년생들의 위기의식은 커졌다. 비정규직으로 출발해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정규직 전환을 꿈꾸는 다수에 속해 있는 230대를 생각하면 기성세대로 무력감마저 들 때가 있다. 20대 후반인 딸은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새로운 꿈을 실현하기도 전, 코로나19 여파로 비자발적 실업에 놓인 상태다.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에 종잡을 수 없는 휴업으로 무급 휴직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SNS 소통이 많은 세대의 특성을 담아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20대의 개별성을 띠면서도 보편화할 수 있는 일들로 추려진다. 내용의 갱신 속도나 시각적인 편의성을 담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이용하는 세대들은 자신의 삶을 타인과 공유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인스타그램에 보이고 싶은 페르소나와 실제로 영위하는 삶이 다를지라도……. 대면하면서 소통하는 시간보다는 카카오 톡이나 페이스 북 메시지로 인간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정리하는 청년들의 모습에서 대화 부재의 고립된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전화번호도 모른 채 10년 넘게 지내온 고교시절 친구에게 결혼 소식을 페이스 북 메시지로 받고 분노하던 딸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마저 지키지 않는 이들의 방자함에 씁쓸해진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독한 청춘들을 떠올리며 무거운 마음을 나눈다.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참혹한 현장에 던져진 20대들의 암울함을 덜어 줄 소식을 기다리며 외따로 떨어져 소통하며 지내는 이들과의 연대를 바란다. 부모세대보다는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그 삶이 행복한 생활인지는 가늠키 어려운 점을 기억하며 갈라파고스 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이상적인 어른과는 거리가 있지만 제 나름대로 이 사회에 정착하려는 꿈을 품고 지낸다. 이들이 매서운 칼바람에 나뭇가지의 중동이 부러지더라도 뿌리를 뽑히지 않는 나무처럼 흉흉한 시국에도 휘둘리지 않을 용기로 생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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