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푸른 하늘 사이로 연두빛 잎을 달고 서 있는 나무는

청신한 자태로 생명력을 돋웁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우리 모두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나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하여

여러 사람들을 만나 교유하며 사회화 과정을 거칩니다.

 

2020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제자들의 감사 인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진정성 있는 카톡 메시지로 감동을 전합니다.

[선생님 **입니다.

새해 인사 이후로 벌써 5개월이 지났네요.

코러나 때문에 시간 감각이 더 무뎌지는 듯합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항상 '스승의 날'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비록 저희 학년 수업을 맡으신 기간은 짧았지만

선생님의 수업과, 선생님의 표정과, 선생님께서 수업 중간마다 해주신 이야기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친구들과 가끔 선생님 이야기를 할 때, 제가 '잔향이 짙은 향수 같으신 분'이라고 했는데

친구들도 진심으로 동감하더라고요!

저도 선생님처럼 시간이 지나도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꼭 뵈러 가겠습니다.

선생님의 일상 곳곳에 행복이 깃들었으면 합니다. ](2020.5.15.오후 1:57.홍*연)

 

[선생님 잘 지내시죠? 올해는 참 얄궂고 지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이상한 일도 많고, 이상한 사람들도 가득해서 22년간 그럭저럭 굴러가던 인생에 보스맵을

맞닥뜨린 기분이랍니다.ㅎㅎ

 

코로나가 많은 걸 바꿔든 것 같아요. 지금 교단에 계신 선생님은 피로도가 어마어마하실 것 같고요.

일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얼마나 큰 충격이 되는지 크게 실감하는 나날이에요.

멋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제 고등학생 시절을 풍부하게 채워주신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고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무엇이든 넓게 보고, 섬세하고 깊게 느끼고, 또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사는 삶이 얼마나 귀한 시간들의 연속인지 선생님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매번 문자로만 답답한 소통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한층 멋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 나타날 제자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선생님!

꼭 먼저 찾아 뵙고서 인사드릴게요.

행복한 하루들만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나날이 제 기도와

최대한 닮은 모습이길 바라요.

많이 감사드려요. 선생님](2020.5.15.3:24.이*경)

 

[역시, 벌써 카네이션도 받으셨네요!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합니다. 또 오랜 시간 관심 가져주시고 친구처럼 엄마처럼

옆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라리 없었으면, 어색한 날이 된 지 꽤 되었지만 애들이 없이 맞는 스승의 날이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선생님들끼리 인사를 주고받으려니 쓸쓸하기도 합니당!

그래도 드문드문 연락을 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기도 해요.

저처럼 선생님도 그런 마음이시겠지요?

 

건강 잘 챙기시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 함께해요. 쌤!

맨입으로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ㅋㅋ 다음에 남해 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

(2020.5.20.9:39. 열일곱에 만나 지금까지 소통하는 31살 교육 동지, 2016년 여름 부탄 여행을 함께한 딸 같은 제자) 

  

올해로 교직 생활 30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될는지 가늠키는 어렵지만

배움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일상을 즐기며 지내다

어느 선생님 말씀처럼 학생들과의 만남이 많이 불편해지기 전

물러설 생각입니다.

 

사랑과 정성을 꽃에 담은 제자는 함께한 부부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였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이 어려워진 화훼농가에 도움 되는 꽃바구니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 훈훈해집니다.

퇴근 후에는 광양 포스코에 근무하는 제자가 남해로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20년 근속 중인 제자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 늦은 밤 집으로 와서

편의점 맥주에 적당한 안주로 자정까지 회포를 풀었습니다.

제자와 남편은 거실에 이부자리를 펴고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제자는 쪽지를  써두고

광양으로 갔습니다.

마음이 불편한 날의 연속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모든 것 내려놓고 1990년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공유하며 행복했습니다.

 

  개인의 삶에 깃든 역사는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 축적된다. 켜켜이 쌓아 묵혀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지금껏 타인의 말에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며 살아왔는지 성찰케 한다. 온실 밖 들녘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어린 시절과 오버랩 되어 저자가 성장하면서 겪은 일련의 일들에 대한 공감은 깊어졌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며 사람을 재단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우를 범할 때마다 사람은 쉽사리 처한 환경을 벗어날 수 없음을 묵인할 때가 늘어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멀찌감치 떨어져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감염 및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유지는 건강한 거리 유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삶은 긴 이별의 열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이다. 저자는 호떡 장사를 하던 어머니를 부끄러워하며 의도적으로 피하며 지냈던 청소년시기를 돌아보며 그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이별하며 성장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과거의 시간 속에 옹송그려 살아온 자신을 위해 글을 쓰며 희망의 정수리에 새 물을 붓는 글쓴이의 의도에서 숨은 보석을 찾는다. 간식 사 먹을 용돈이 없던 시절, 주운 지폐로 간식을 선택하여 먹었던 기억은 우연한 행운이 낳은 삶의 선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팍팍한 삶을 보냈다. 무수한 불운들 사이에 찾아든 행운이 발하는 빛 덕분에 불운을 견디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5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 포용하는 영역이 넓어졌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판단하며 조금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과는 쉽사리 융화하지 못한 채 선을 긋고 지내며 교감의 깊이를 더할 사람들과만 교류하며 지내왔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비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다짐하면서도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대를 원망하며 지금 이 순간을 무의미하게 보낸 적도 많았다.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보려는 시도보다는 몸에 붙은 습관대로 세상을 살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을 책망하기보다는 약속 장소에 조금 늦을 사람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 여유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다.

    

   살아내는 것이 힘들어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 하소연하는 나에게 친구가 전한 한마디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짧은 한마디였다. 설령 감정에 치우쳐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던진 말이더라도 지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숨을 고른 뒤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파하고 힘들어할 때 묵묵히 내 곁을 지켜 줄 사람과 함께한다는 믿음만으로도 든든함을 준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 세상 모든 짐을 혼자 끌어안고 지쳐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용기 내어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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