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세대 - 그러니까, 우리
이묵돌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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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파고스는 중남미 에콰도르 영해에 위치한 군도로 각각의 섬들에 고유한 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다윈은 독자적인 환경을 이루고 사는 생물의 모습에 착안해 갈라파고스를 진화론의 배경으로 선택하였다. 이에서 파생된 갈라파고스 증후군은 특정 집단이나 국가가 세계 시장이나 환경, 흐름과 단절되고 고립된 채 뒤떨어지는 정치 사회적 현상을 가리킨다. 1994년에 태어난 저자는 1990년대 생들이 갖는 각기 다른 성질을 지닌 것 자체가 한 세대의 특징을 함의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자기 몫을 다하며 살기를 바라지만 사회의 큰 흐름에 함께하지 못한 채 고립된 모습으로 지내는 이들을 갈라파고스 세대로 규정하고, 자신과 타인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20대 자녀들을 둔 부모들 대부분은 근대화 시대의 산업 역군으로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온 386세대들이 많다. 학업을 잇지 못한 한이 서려 있는 부모는 자식들이 그 한을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마음속에 자리해 공부만 잘하라며 자식들을 학력 경쟁으로 내몰았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진 만큼 대량 고학력 실업이 속출하고 있는 때에 맹목적인 대학 진학은 제고되어야 한다. 대학 진학이 아니어도 관심 분야의 지식을 쌓는 일은 랜선을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활고로 학비조달이 어려웠던 저자는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관심 있는 분야의 스타트업 대표로 일했으나 실패로 갚기 버거운 빚을 떠안고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철없이 선택한 대가의 가혹함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극심한 우울은 극단적인 시도로 자신을 욱여넣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쓰며 버티게 되었다.

 

   직장에서의 경력이 없으면 고용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시대에 경제적 자립을 원하는 이들의 각축전에서 생존하려는 90년생들의 위기의식은 커졌다. 비정규직으로 출발해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정규직 전환을 꿈꾸는 다수에 속해 있는 230대를 생각하면 기성세대로 무력감마저 들 때가 있다. 20대 후반인 딸은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새로운 꿈을 실현하기도 전, 코로나19 여파로 비자발적 실업에 놓인 상태다.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에 종잡을 수 없는 휴업으로 무급 휴직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SNS 소통이 많은 세대의 특성을 담아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20대의 개별성을 띠면서도 보편화할 수 있는 일들로 추려진다. 내용의 갱신 속도나 시각적인 편의성을 담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주로 이용하는 세대들은 자신의 삶을 타인과 공유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인스타그램에 보이고 싶은 페르소나와 실제로 영위하는 삶이 다를지라도……. 대면하면서 소통하는 시간보다는 카카오 톡이나 페이스 북 메시지로 인간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정리하는 청년들의 모습에서 대화 부재의 고립된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전화번호도 모른 채 10년 넘게 지내온 고교시절 친구에게 결혼 소식을 페이스 북 메시지로 받고 분노하던 딸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마저 지키지 않는 이들의 방자함에 씁쓸해진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독한 청춘들을 떠올리며 무거운 마음을 나눈다.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참혹한 현장에 던져진 20대들의 암울함을 덜어 줄 소식을 기다리며 외따로 떨어져 소통하며 지내는 이들과의 연대를 바란다. 부모세대보다는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그 삶이 행복한 생활인지는 가늠키 어려운 점을 기억하며 갈라파고스 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이상적인 어른과는 거리가 있지만 제 나름대로 이 사회에 정착하려는 꿈을 품고 지낸다. 이들이 매서운 칼바람에 나뭇가지의 중동이 부러지더라도 뿌리를 뽑히지 않는 나무처럼 흉흉한 시국에도 휘둘리지 않을 용기로 생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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